누가 고아를 돌봐야 하는가?
2021-05-12
월드뷰 MA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0 |
글/ 오창화(진원무역 대표)
집단 보육 시설 대신 가정 양육으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가운데 해외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이것에 관해서 많은 분이 부끄러워하며 여러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미혼모를 품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언급하거나, 국가가 아기를 팔았다는 표현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몇 명의 요보호아동이 있었을까, 즉 원 가정에서 분리된 것일까?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놀랍게도 약 100만 명의 아동이 보육 시설에서 장·단기 보육되었다. 원 가정에서 분리된 아동 약 1백만 명 중에서 24만여 명 정도가 입양되었는데 국내입양이 8만여 명, 해외입양이 16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미국에 12만 명 정도 입양되었고 4만 명 정도는 유럽으로 입양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대한민국에서 가정을 잃은 100만 명의 아동 중에 1/4 만이 국내입양과 해외입양 가정의 도움으로 가정에서 자랄 수 있었고, 75만여 명, 즉 3/4이 넘는 아동 대부분은 가정에서 자라지 못하고 집단보육 시설에서 보호받다가 18세 어린 나이에 세상 앞에 홀로서기를 감당해야 했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전쟁이나 기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1%의 아동이 원 가정에서 분리된다고 한다. OECD의 모든 국가는 이렇게 분리된 아동을 최대한 가정과 비슷한 양육조건에서 자랄 수 있도록 입양과 위탁가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입양 또는 위탁 전에 잠시 머무는 임시 보호시설 외에는 아동 양육을 위한 시설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의 요보호아동들은 집단보육 시설에서 장기적으로 양육되고 있으며, 미처 홀로서기가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시설을 퇴소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원 가정에서 분리된 아동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야 하는지는 모든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한다. 바로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 후에 발생한 수많은 전쟁고아는 집단보육 시설에 수용해야만 했다. 그렇게 집단보육원에서 양육된 고아들이 18세 성인이 되어 시설을 퇴소한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공론화되면서 선진국들은 요보호아동의 보육 정책을 가정양육으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진국에는 학대나 방임 등으로 원 가정에서 분리된 아이가 위탁 또는 입양되기 전까지 집단보육 시설이 아닌, 잠시 보호하는 일시보호시설을 운영한다.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 안타까운 삶
그에 반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전쟁고아든, 요보호아동이든 지난 70년 동안 집단보육 시설에서 양육했으나, 이로 인한 아동의 정서적 폐해는 예상만 할 뿐이다. 왜냐하면, 5년마다 시설 퇴소인들이 어떻게 자립했고, 정착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보고서가 작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제대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일부 시설 퇴소인들의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범죄자가 될 확률, 성매매를 할 확률, 그리고 자살 시도율이 일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서 수십 배 높았다고 한다. 그 당시 200만 원의 자립금을 손에 쥐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 사회로 튕겨 나온 아이들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토록 안타까운 시설 퇴소인들의 삶을 정부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들은 부모가 주는 사랑이 무엇인지, 가정의 삶이 무엇인지, 가족 안에서 지켜야 할 삶의 배려가 무엇인지 경험해보지 못했고 배울 수도 없었기에 나중에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비율이 10%가 되지 않는다는 보육원 교사의 언급도 있었다.
공개입양을 가로막는 입양특례법
많은 사람이 우리의 문화가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입양이 일반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2000년 전까지 대한민국에서의 입양은 비밀입양이었다. 입양의 목적도 성을 잇는다는 것이었기에 남아를 선호했다. 그런 중에 1999년에 미국으로 입양됐던 스티브 모리슨(한국 이름은 최석춘)이 ‘한국입양홍보회’를 설립하고 공개입양 운동을 시작했다. 스티브 모리슨은 장애를 갖고 있었고 홀트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13세라는 늦은 나이에 미국 가정에 입양되었다. 그곳에서 양부모의 사랑과 훈육 속에 잘 성장한 본인과는 달리,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18세에 사회로 내몰린 친구들은 너무나도 어려운 삶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본인에게 주어진 부모와 가정이라는 선물이 얼마나 크고 귀한지 알게 된 스티브 모리슨은 이 귀한 선물이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가 필요한 모든 아이가 가정에서 자라기를 바라며 한국입양홍보회를 설립하고, 공개입양 운동을 진행했다. 그렇게 시작된 공개입양 운동을 통해서 많은 입양 가족의 자조 모임이 만들어졌고, 정부에 여러 가지 정책 시행을 요구하며 입양촉진정책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국내입양 가족의 숫자가 해외입양 가족의 숫자를 넘어서며 2011년에는 전체 국내 입양아동 수가 2,500명에 육박했고, 국내입양 가족의 숫자는 1,500가정이 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해외로 입양을 갔지만, 양부모와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못했거나 심지어 학대와 방임을 당한 안타까운 사건을 중심으로 해외입양 반대 운동이 일부 운동가와 급진 페미니스트들에 의해서 진행되었고, 2011년에는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입양특례법을 발의해 2012년에 시행되었다. 그 법의 영향으로 국내입양 및 해외입양이 급격히 줄어서 2019년에는 700여 명으로, 2011년 대비 1/4로 축소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입양아동 숫자감소 이유가 출산율 저하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입양대상 아동인 유기 아동의 경우 2011년에 1만 명당 4.6명에서 2018년에는 9.8명으로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입양특례법의 독소조항이 되었던 생모의 출생등록 요구사항 때문에 발생한 수많은 베이비박스 아기, 즉 유기 아동의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입양, 하나님께 순종하는 성도들이 답이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에도 유기 아동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며 입양아동의 숫자가 줄고 있는 지금, 시설에서 양육되고 있는 약 2,600명의 아이가 입양과 위탁 대상 아동일까? 우리의 시야를 조금 넓혀 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약 8만 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부모가 있다고 해도 많은 아이들이 장·단기로 가출을 하고 있으며 원 가정 내의 학대와 방임으로 온전한 양육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경우 18세가 되어도 국가에서 자립을 지원하지 않으며, 오히려 원 가정 부모가 이들이 받아야 할 많은 복지혜택을 갈취하는 경우까지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들도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
모든 아이가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건강한 부모, 양부모, 또는 보호자에게 보호를 받으려면 대략적으로 약 10만 명에게 가정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대체 이렇게 어마어마한 가정을 어디서 찾을 수 있으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오천만 인구 중에 기독교인으로 등록한 사람들이 1천 4백만이라고 한다. 그냥 1천만의 기독교인들이 4인 가정이라고 한다면, 250만 가정이 있을 수 있기에, 2~3가정에서 한 명의 요보호아동을 건강하게 양육하고 보호한다면, 우리 사회는 모든 아이가 가정에서 자랄 수 있게 된다.
즉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에 성도들이 ‘아멘’ 하고 순종한다면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는 바로 해결될 것이며, 또한 말씀과 같이 교회와 성도가 합심해 고아를 돌보고 함께 양육한다면 어느 누가 교회를 욕할 수 있을까? 이 모든 문제는 우리가 주님 말씀에 순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미디어를 통해서 해외입양인들이 국내에서 부모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을 본다. 주인공이 부모를 찾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안타까워하고, 찾으면 내 가족의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가족을 찾지 못하고 쓸쓸하게 한국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슬퍼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양부모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한 시설 퇴소인이 말한 것이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경찰서와 주변인들에게 부모를 찾기 위한 도움을 구해도 아무런 도움도 회신도 받지 못합니다. 버스에서 어머니 나이쯤으로 보이는 분과 눈만 마주쳐도 내 생모를 내가 못 알아보는가 싶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국내에 입양되지 못한 해외입양인 중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분들의 소식은 우리를 참으로 안타깝게 한다. 그런데 정작 보육 시설에서 퇴소해 어렵게 자립해야 하는 연 2,600명 보호 종료 아동의 숫자는 입양아동 700명에 비해서 거의 4배에 달한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건강한 부모와 가정이 필요하다. 도대체 누가 이들의 부모가 되어주고 가정이 되어줄 것인가? 세상에서는 답이 없다. 오직 구원받아 하나님께 입양된, 우리 성도들 외에는 답이 없다. 하나님께서 성경에 수차례 말씀하신 가장 작은 자를 돌보라는 말씀에 순종하는 대한민국 교회와 성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choh@jinwon.kr>
글 | 오창화
다섯 자녀 중에 두 자녀를 가슴으로 낳은 입양 가족으로, 더 많은 아이가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양육되는 법을 만들고자 입양법 개정 운동을 하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