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 안 할까?
2021-05-05
월드뷰 MA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
글/ 이수경(가정행복코칭센터 원장)
오늘날 ‘혼살’이 점점 늘고 있다. 혼살, 혼자 살기다. 결혼 안 하고 평생 싱글로 사는 사람들, 이른바 비혼(非婚)족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도 자료를 보니 미혼 남성의 경우,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48%), 결혼할 필요 없다(5%)로 나타나, 이 둘을 합친 결혼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남성들이 53%였다. 미혼 여성의 경우는 더 높은 72.9%(각 62.4%, 10.5%)나 된다고 한다.
결혼 안 하는 3가지 이유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할까?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결혼생활에 대한 소망이 없어서, 둘째 경제적 이유로, 셋째 편하게 살고 싶어서라고 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결혼생활에 대한 소망이 없는 사람은 대부분 역기능 가정에서 자란 사람으로 부모의 결혼생활이 원만치 못하거나 모범적이지 못한 경우다.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는 모습은 많이 봤는데 화해, 격려, 지지, 사랑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결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저럴 거면 뭐 하러 결혼해? 차라리 혼자 살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번째 이유인 경제적 문제는 비혼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만큼 결혼 관련 비용 즉 결혼 비용, 주거비, 생활비, 육아 비용, 자녀 교육비 부담이 크다. 오죽하면 3포, 5포, 7포를 넘어 이제는 N포 세대라고 할까. 게다가 기회비용(결혼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하게 되는 경력과 학업 그리고 자아실현 욕구) 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손실은 더 크다.
셋째 이유는 육아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거나 인간관계의 부담을 갖고 싶지 않아서, 즉 편하게 살고 싶어서다. 부부 간 갈등, 부모와 자식 간 갈등, 고부·장서 갈등 등을 겪지 않고 혼자 사는 게 세상 편하다는 거다. 그 이면에는 성경적 결혼관의 쇠락과 전통적 충효 사상의 몰락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결혼과 가정 제도를 만드시고 성경 곳곳에서 결혼과 가정의 유익에 대해 말씀하고 계시다. 그에 기초해 서구사회는 발전을 거듭해왔으나, 서구의 기독교적 결혼관은 20세기 들어 자유주의,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비혼율, 이혼율, 저출산율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이런 추세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영향력을 미쳐, 대가족보다는 핵가족이, 더 나아가 미혼·비혼 1인 가구가 대세인 시대가 돼 버렸다. 게다가 이런 흐름이 미디어의 세계화, SNS의 대중화로 결혼에 극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거의 모든 영화나 드라마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쾌락적 섹스와 불륜, 이혼 등을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을 ‘알파걸’ 또는 ‘골드미스’라고 칭하며 부러워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혼자 살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혼자 살면 과연 편하게 살 수 있을까? 평생 잘 살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다른 사람 눈치를 안 봐도 되니 편하고 너무 좋을 수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럴까? 개인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40대 중반까지일 것이다. 40대 중반은 제2의 사춘기다. 대부분 사람은 중고교 시절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을 이 나이 때 다시 한번 겪는다. 이 시기를 잘 넘긴 사람은 부쩍 성장하지만 반대로 이 시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 사람은 그저 그런 인생을 살다 간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상담해 보면 이 시기에 외로움과 우울증을 집중적으로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기혼자 중에는 이 시기에 외도를 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도 안정됐고, 사회적 지위와 명예도 어느 정도 있고, 그런데 부부관계가 친밀하지 않으니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딴 길로 새는 거다. 그래서 이때를 ‘중년의 위기’라고 부른다.
육체적으로는 어떨까?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60세 이후부터는 급격히 신체 이상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좋던 섹스도 귀찮아지고, 어떤 때는 먹는 것도 귀찮아진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는데 어쩔 것인가? 연로하신 부모에게 돌봐달라고 할 건가? 곧 돌아가실 분들이 다 큰 자식을 돌봐야 하나? 자, 이때부터 배우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기 시작할 때다. 그리고 더 나이 들면 자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배우자도 없고, 자식도 없고, 나 혼자라면 어떻게 될까? 몸이 아플 때 혼자 있는 것만큼 서러운 게 없다. 아직 그 나이가 안 된 사람은 모른다. 그런데 곧 온다.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를 뿐이다. 이어령 교수의 말씀처럼 “넌 늙어봤냐? 난 젊어 봤다” 그들은 아직 젊어서 비혼의 후과(後果)를 모른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것만 믿는다. 경험하지 않은 것은 믿지 않고, 자신이 경험한 정도만 알기에 혼자 살면 혼자 사는 경험밖에 누리지 못한다. 그러니 둘이 사는 기쁨을 절대로 알지 못한다. 나는 두통, 치통, 생리통 중에 절대로 모르는 게 있다. 당연히 생리통이다. 두통, 치통은 경험해 봐서 잘 알지만, 생리통은 절대로 모른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도 모를 거다.
인생 선배들은 뭐라고 말할까?
내가 안 살아봤는데, 경험을 안 해 봤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자, 그런데 살아보지 않고 경험하지 않고 인생을 잘 사는 법이 있다. 인생 선배한테 직접 듣는 거다. 살아본 사람한테 직접 듣는 거다.
결혼을 해야 하는지, 안 해야 하는지 인생 선배한테 물어보자. 베스트 셀러인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오츠 쇼이치 저, 2015, 아르테)>란 책이 있다. 이 책은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쓴 책이다. 그중에 16, 17, 18번째 후회가 모두 가정, 가족에 관한 것이다. (16) 결혼했더라면…, (17) 자식이 있었더라면…, (18)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이다. 결혼을 못 해본 것에 대한 후회, 자식이 없는 것에 대한 후회, 그 자식의 혼인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때의 후회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두 가지 후회를 한다고 한다. 첫째는 잘못한 일에 대한 후회이고, 둘째는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다.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차라리 혼자 살 걸 그랬어”는 어떤 후회일까? 결혼했으나 결혼을 후회하는 거다. “아, 그때 그 남자랑 결혼할걸”, “아, 젊어서 애를 낳았어야 하는 건데….” 이것은 못 해본 일에 대한 후회다. 잘못한 일에 대한 후회는 살아가면서 고치면 되니까 괜찮지만, 못해본 일에 대한 후회는 평생 간다. 죽을 때까지 간다. 결혼 안 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지 않으면 죽을 때 누구나 후회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결혼해야 하는가? 안 해야 하는가?
그 책에서 말하는 첫 번째 후회는 뭘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이다.
이것이 어려운가? 얼마나 쉬운가. 이게 돈이 드나,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가? 아무것도 필요 없다.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저 “고맙다”라는 말만 하고 살면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사람 ‘人’이라고 쓰고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말인데 그 기초 단위가 바로 가정이다. 100세 시대, 혼자서 언제까지나 편하게 살기 힘들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며 사랑하는 가운데 살아야 한다. 102세 김형석 교수도 20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외로움’이 가장 무섭다고 말한다. 지금도 가장하고 싶은 것은 ‘연애’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백년해로하는 것, 그게 진짜 행복이다.
결혼, 합시다! 잘 삽시다!
<yesoksk@gmail.com>
글 | 이수경
홍익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기업인이며 20년째 가정행복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짚라인코리아(주) 부회장, 가정행복코칭센터 원장이며 저서로는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와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