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세계관 없이 독서하면 일어나는 일
2021-04-29
월드뷰 APRIL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ULTURE & WORLD VIEW 5 |
글/ 책읽는사자(작가, 사자그라운드 대표)
한 마디로, LEFT
서점가에 나열된 수많은 미래예측 서적의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은 다른 ‘전문가’보다 정말 다르다고 자부하고, 그들의 미래예측 방향성은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치 뉴스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하기보다 ‘반드시 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무게 중심을 후자 쪽에 두고 그것을 무한 긍정하는 식이다. 한 마디로 이런 책들은 ‘새로운 것’만 신봉하는 경향이 짙다. 맹점은 그 ‘새로운 것’이 향하고 있는 방향성이 어떤 가치를 띠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숙고가 부재하다는 것인데, 이유는 그들에게는 옳고 그름에 대한 성경적 기준이 전무하거나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PC(Political Correctness) 주의적 확증편향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국내 미래예측 서적의 모 베스트셀러 작가는 대놓고 ‘68혁명’을 지지한다거나 서구 문명의 주요 정신적·사회적 축을 일관되게 비판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들이 ‘객관적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다. 독자는 정치·사회 서적이 아닌 미래·경영 서적이니 안심하며(?) 이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흡수한다. 하기야 각종 도표와 조사 결과를 논거 삼아 주장하는 동시에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을 본인 스스로 체감하니 그들의 말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또한, 변화 기류를 읽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자기 계발적 불안감에 이들은 작가 말을 흡수하기 위해 더더욱 열심을 낸다.
최근 국내 서점가에서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인 ‘마우로 F. 기옌(Mauro F. Guillen)’의 <2030 축의전환>이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2030은 밀레니얼 세대가 아니라 2030년, 즉 9년 뒤 사회를 말한다. 어느 대형 유튜브 채널에서는 직접 저자와 인터뷰하는 식의 영상을 올리기도, 전 직원에게 이 책을 선물해 줬다고도 했다. 그 밖에도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영상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좌경화되어 있다. 조금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전형적인 ‘PC 주의적인 기조’가 깔려있다. 단적인 예로 작가는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에 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념비적인 취임식”이라 칭한다. 사유재산에 대한 ‘세련된’ 비판과 더불어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와 엥겔스(Friedrich Engels)를 언급하는 것은 덤이다. 작가는 한 마디로 ‘LEFT’다.
‘숨겨진’ 임무
홍지수 작가는 <트럼프를 당선시킨 PC의 정체>에서 현재 미국 대학 교육계가 그 어느 때보다 이념적으로 좌편향되어 있다고 말한다. “조지메이슨대학의 댄 클라인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이나 공화당 당원으로 등록한 교수 비율은 학과에 따라 7대 1에서 30대 1까지 다양”하며 “일부 장년층 교수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교수는 전부 좌익 성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스미스 칼리지의 스탠리 로스먼 교수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72%가 민주당 지지자, 15%가 공화당 지지자라고 답했다(107).” “2015년 한 온라인 단체가 수백만 개 대학 강의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영문학, 철학, 경제학 등 대부분의 인문학과 사회과학 관련 강의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책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었”으며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비리그 명문대 교직원들이 낸 정치헌금이 민주당 존 케리와 공화당 조지 부시에게 간 비율은 19대 1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이들이 낸 정치헌금의 96%가 오바마 진영으로 흘러 들어갔다(110).”
문제는 학자들이 자신들의 이런 좌경도 된 정치 편향성을 ‘축’으로 삼아 ‘학술적 논지’를 전개한다는 것이며 사전에 ‘올바른 축’에 대한 교육이 부재한 많은 사람은 학자들의 좌경도 된 정치 편향적 이야기를 너무 순수하게 믿어버린다는 데에 있다. 정치적 이야기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장 정치적인 이야기를 믿고 따르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벤 샤피로(Benjamin Aaron Shapiro)는 그의 저서 <세뇌>에서 미국대학교수협회 사무총장 메리 버간(Marry Burgan)의 말을 인용해 진실을 폭로한다. 메리 버간은 교수의 개인적 신념이 강의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더 나아가 “강의에서 교수의 임무는, 여러 관점들 가운데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결정해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18).” 그야말로 ‘숨겨진’ 임무다.
오롯이 드러난다
이 책은 작가가 생각하는 2030년에 도래할 미래상을 8가지 항목으로 나눠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네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다음 산업혁명이 아프리카에서 일어난다는 것. 둘째, 중국과 인도가 가장 큰 소비 시장이 된다는 것. 셋째, 남성보다 여성이 더 강해지고 부유해진다는 것. 넷째,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임시직 경제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2030 밀레니얼 세대보다 60대 이상 실버세대가 주요 소비주축으로 떠오르는 ‘진짜 대세’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가상 화폐에 대한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물론 작가가 인구수를 기반하여 진행한 연구는 그 나름의 객관성을 확보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세계관이 투영된 연구 방향성과 그에 따른 해석이 문제다. 각 사례에 따른 유의미한 반론도 함께 싣지만, 결론은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적극적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로부터 야기될 각종 정치 및 종교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은 채 장밋빛 미래만을 주창한다거나, 런던 정경대학교 교수 폴 돌란(Paul Dolan)의 말을 빌려 “가장 행복하고 건강한 집단은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자녀도 없는 여성들이다(166).”라고 말하며 반성경적 비혼 문화에 정점을 찍는 결론을 내주기도 한다. 또한, 이 책에서 일관되게 언급하는 탄소 배출과 그에 따른 기후 변화 문제에 관해서는 과학계 안에서도 주류 과학적 의견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전혀 싣지 않는 모순을 보여준다. 홍지수 작가의 책 <트럼프를 당선시킨 PC의 정체>에서는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화학과 학과장 말을 소개한다. 과학계에서 벌어지는 일(기후변화에 대한 주류의견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인사들에 대한 협박과 인신공격)을 공개하면 매장당한다.’…기후변화에 대한 주류 입장을 지닌 과학자들과 좌익은 기후변화에 대한 주류의견에 이견을 제시하면 ‘기후변화 이단자(Climate Change Heretics)’라고 낙인을 찍고 중력을 부정하듯이 과학을 부정하는 무식한 인간이라고 빈정거리면서 이견을 지닌 사람들이 토론을 제안해도 ‘대꾸할 가치가 없다’라며 응하지 않는다. 조지아공과대학 지구와 기후과학대학원의 주디스 커리 박사도 ‘기후변화 이단자’로 낙인이 찍혔는데 많은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자신도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만 직장을 잃을까봐 두려워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이메일을 받는다고 말한다(125).” 과학자들의 낯부끄러운 정치적 민낯이다. 과학자라 자처하는 이들이 ‘반증 가능성’과 ‘잠정성’이라는 과학적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책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는 학술적 분석의 수준을 넘어 자신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공유 경제를 이야기하며 ‘사유재산’에 근원적 의구심을 던지는데 벤 샤피로(Ben Shapiro)는 이 모든 것을 이미 예전부터 간파한 듯 <세뇌>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교수들은 자본주의의 이 모든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더 평등해지기 위해, 사유재산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공산주의다. 공산주의 이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유재산 철폐’라고 말한 것은 카를 마르크스다. 교수들은 바로 그것을 원한다(73).” 위에서 언급했듯 물론 이 책에서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등장함은 물론이다. <2030 축의전환>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신생 기업들이 많이 몰린 곳들은 보통 민주당을 지지하며 대단히 자유분방하고 진보적이다. 그게 일반적이다(223).”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가 문화적 가치와 규범에만 치중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속화, 합리성, 자기표현, 그리고 탈물질만능주의에 관한 가치를 점점 더 따르며 이혼과 낙태, 안락사, 자살, 그리고 여러 성 정체성과 양성평등의 가치를 폭넓게 받아들인다(226).”라는 주장을 내뱉기도 한다. 전형적인 PC 주의 학자의 주장이 이 책 한 권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축의 불변성
이쯤 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축’이 무엇인지 가늠하게 된다. 그 축은 서구 문명이라는 축이며 더욱 본질적으로는 성경이라는 축이다. 작가는 유익한 내용과 편향적 해설을 난잡하게 뒤섞어 누구도 먹지 못하는 음식을 선보인다. 독자들은 작가가 가진 사회적 신분과 공신력으로 아무런 의심 없이 이 음식을 삼킨다. 자신도 모르게 복음의 대척점에 서 있게 되는 꼴이다. 작가는 이 책 에필로그에서 자신이 지금껏 주장했던 8가지 의견은 모두 ‘수평적 사고방식’에서 나왔으며 우리 모두 미래를 위해 ‘수평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지적으로 촌스러운 사람으로, 세련되고 ‘진보된’ 문화 기류를 반대하는 철 지난 사람으로 몰아간다. 이들의 수법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미래는 도래할까? 물론이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이 맞았다기보다 원래 세상은 악해져 간다고 말씀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의거한(마 24:12) 축의 (부분적) 전환이다. 그럼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은 구조적으로 악해져 갈 뿐이니 무기력하게 악의 창궐을 지켜보는 것이 ‘믿음 좋은 것’일까. 아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고전 13:6). 우리는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상의 끝은 악의 팽창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마지막 심판이다. 이게 기독교인들의 올바른 미래 인식이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변하지 않는다. 축의 불변성이다. 성경에서 ‘옳다’하는 것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학자와 작가, 유력 오피니언 리더가 있을지라도 우리는 기민하게 분별하여, 미혹되지 않도록 우리들의 관점, 즉 ‘기독교세계관’을 지켜내야 한다. 이것이 영적 전쟁의 본질이다. 예수님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올바른 지식을 배워 본인의 세계관을 중무장하라. 아직도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크리스천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직무유기 아니겠는가. 다음 말씀으로 글을 맺는다.
“나는 여러분의 사랑이 지식과 깊은 통찰력으로 점점 풍성하여 여러분이 최선의 것을 분별하고 그리스도께서 오시는 날까지 순결하고 흠 없이 살며(빌 1:9-10, 현대인의 성경).”
<thelion333@naver.com>
글 | 책읽는사자
작가이자 콘텐츠 제작가.성경적 관점으로 다양한 사회 주제를 다루고 있다. 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청년들에게 필요한 실제적이면서도 바른길을 제시하려고 노력 중이며, ‘사자그라운드’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책읽는사자의 신앙의참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