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은?
2021-04-13
월드뷰 APRIL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1 |
글/ 명재진(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예배 금지 행정명령과 인권침해
코로나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고 있는데,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하고 막대하다. 한편 정부의 K-방역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여겨졌고, 지난해 11월 24일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을 효과적인 방역으로 살기 좋은 나라 4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역은 기본권에 대한 침해와 봉쇄를 통한 정부의 반법치적인 무리수를 통해 이루어진 면이 많다. 정부는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고,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과 상점 등의 정보를 알리면서 가게주인들은 재산권의 침해를 당했다.
정부의 기본권 보호 의무의 방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교회이다. 일반 대중시설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특정한 확진자가 나온 곳에 제한됐지만, 교회의 확진자 발생은 대부분 교회 전체에 대한 셧다운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형평에 어긋난 조치와 항상 20명 또는 30명으로 제한되는 출입자로 인해 교회는 사실상 본연의 자유인 예배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신천지의 방역 거부 및 허위신고 등의 문제로 시작된 정부의 종교에 대한 제재는 자유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그야말로 그동안 겪지 못했던 반법치적 행정이다. 국가가 교회에 대해 경고하고, 마치 교회가 코로나 사태의 발생지인 것처럼 강한 조치를 연이어 내리고 있다. 비상시라는 이유로 기본권을 존중받지 못하고, 인권침해의 부작용이 일상화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제재명령에 기반을 둔 것이다. 동 법 제49조 제1항에 의하면, 공권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의 조치를 하도록 명령하고 있다(제2호). 이를 위반한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80조). 최근 이 조항은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는데, 방역 조치를 위반하는 경우 폐쇄 및 간판 제거(3항 및 4항) 명령을 내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교회의 코로나 감염병 발생에 대해 집합금지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내려 교회의 예배를 막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각 지역에 동일하게 내려지지는 않았다. 비슷한 사례를 두고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에는 경고명령,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은 집합제한 명령,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은 집합 금지명령을 내리는 등 일관성이 없다. 이러한 행정의 혼란은 감염병예방법을 헌법 정신에 맞게 명확한 내용으로 개정하지 않고 잘못 운영했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 정교분리 원칙과 교회 집합금지
인간은 육체·심령·정신의 총 합체로서 영적 존재이기 때문에 영적 평안과 행복 없이 자유로울 수 없고, 행복할 수도, 존엄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은 제20조에서“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고 있다. 종교란 인간의 상념·영적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신이나 절대자 등 초월적 존재를 믿고 그것에 귀의하는 것을 말한다.
종교의 자유는 미국의 독립을 통해 1791년 미국 헌법에 수용되었고, 종교적 행사, 단체결성, 종교교육이 자유롭게 허용되었다. 근대 시민사회에 들어서면서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에 따라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후, 이런 경향은 점차 각국으로 확대되었고, 20세기 중반부터 종교의 자유에 관한 국제적 보장이 이루어졌다.
종교의 자유는 국가에 의한 간섭이나 영향 또는 침해에 대한 방어권적 성격을 지닌다. 국가에 의해 특정 신앙을 강제당하거나 자신의 신앙에 대해 고백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또한, 국가는 종교 행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종교의 자유는 내면적 신앙을 형성하는 자유, 신앙의 자유와 선택한 종교를 변경할 자유 등을 우선적으로 포함한다. 종교의 자유는 또한 종교적 행위(행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종교 행사의 자유에는 기도·예배 등 신앙을 외부에 나타내는 모든 의식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예배의 자유는 신앙인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어서 내적인 자유인 신앙형성의 자유와 결부되어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영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 이외에 제2항에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하여, 정교분리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올바른 종교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정치 권력과 종교의 중립성을 요구한다.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국가는 종교단체의 내부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 정치 권력은 종교단체에 대해 본질적인 종교 행위인 예배와 내부 결정에 대해 간섭하지 않고, 종교도 정치 권력을 존중한다. 특히 정교분리의 원칙은 역사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와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발전되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정교분리 원칙의 핵심은 종교단체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국가의 존중과 보호에 있다. 교회는 정교분리의 원칙으로 인해 더욱더 강화된 자율권을 향유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집합금지를 명령하고, 예배를 전면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를 내리게 되면, 교회의 자율성은 심각히 침해되어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준수하는 정부라면 코로나 사태에도 방역에 협조하도록 교회에 촉구할 수 있을 뿐이다. 원칙적으로 코로나 사태를 맞아 정부가 교회에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존중한다는 면에서 볼 때 확진자가 나온 교회에 대한 집합제한조치에 그쳐야 할 것이다. 정부는 확진자가 나오는 교회에 대해서만 집합제한조치를 취하고, 해당 교회에 대해 방역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넘어서 전체 교회에 대한 집합금지나 시설폐쇄를 명령하는 것은 헌법적 한계를 넘어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반하는 위헌적 행위가 된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교훈
뉴욕주 주지사에 의해 발령된 행정명령에 따라 ‘레드’구역 혹은‘오렌지’ 구역으로 분류된 지역의 예배 참석자 수를 레드 구역은 예배마다 10인 이하로, 오렌지 구역에서는 25인 이하로 제한했다. 브루클린의 대형마트에서는 어느 날이든 수백 명의 사람이 그곳에서 쇼핑할 수 있었는데, 종교시설은 매우 엄격하게 입장 수가 제한되었다. 천주교 브루클린 교구와 관련 기관은 이러한 제한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종교 행사의 자유’ 조항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면서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청구했다.
이 소송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의 교회 셧다운 명령이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아울러 연방대법원은 온라인 예배는 대면 예배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판결 결과로 현재 미국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는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 준수를 조건으로 대면 예배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과 같은 헌법 조항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 법원도 미국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연방대법원은 올해 2월 5일 캘리포니아 주가 내린 실내 예배금지 명령도 예배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향후 우리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혼란스러운 코로나 감염병 사태에서도 법치주의가 지켜지고 실현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bonn@cnu.ac.kr>
글 | 명재진
연세대학교 법과대학과 대학원 법학과(석사) 졸업 후 독일 Bonn 대학에서 헌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헌법재판소 비서관,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장과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지냈다. 18기 민주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상임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충남도 행정심판위원, 대전시 소청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 대흥침례교회 장로로 시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