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방안
2021-02-11
월드뷰 FEBRUAR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9 |
글/ 황승연(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2020년은 광기의 한 해였다. 그 광기의 현장을 보자. 2020년 10월 5일, 국회에서 세미나가 열렸다. 언론에서 별로 주목하지 않아 내용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여당의 한 중진 국회의원이 ‘양극화 시대, 왜 기본자산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데, 그 내용은 신생아들에게 2천만 원이 든 계좌를 지급하자는 것이다. 즉 ‘기본자산 조성과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 부모의 재산을 4억까지만 자녀에게 상속을 하고 나머지는 국가가 모두 상속세로 거두어들이자는 것이다. 이를 주장한 국회의원은 이 내용의 확산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토론회를 열었다.
이것은 모든 개인의 자산과 기업을 국유화하자는 것이고, 공산주의로 가자는 것이다. 공산주의로 가자는 시도는 개정된 부동산 세금 제도에서도 보인다. 2020년 7월에 정부는 주택에 관한 세금을 크게 올렸다. 주택을 투기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국민이 많아서, 투기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세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주택에 관한 세금으로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과 더불어 증여세, 상속세가 있다. 이것은 세금을 통해 주택을 몰수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1가구 1주택 이외에는 법으로 금지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부동산 세금은 주택을 몰수하는 법이고, 상속세는 기업을 몰수하는 법이다.
상속을 금지하자고 하지만 여당과 정부는 소위 “민주화 유공자” 자녀들에게 특혜입학의 기회를 주거나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다. 이것은 허용되고 개인 노력의 산물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선진 외국의 경우에는 어떤 상속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을 가진 우리나라의 상속세 제도는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2020년 1월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서 한국의 상속세에 관한 기사를 썼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60~70년 만에 최대 최강의 산업국가 중의 하나로 성장시킨 것은 한국의 재벌인데,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로 이 ‘가족경영 대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썼다. 많은 기업이 높은 상속세율을 견디지 못해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 관해 쓰면서, 경기도 광주의 한 우유 배달원의 인터뷰를 실었다. “재벌의 상속세가 얼마든 그들은 평생 쓰고도 돈이 남을 것이다. 내가 평생 우유를 판들 수조 원을 벌 수 있겠냐.” 이것이 한 우유 배달원의 생각이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은 불행히도 대학교수에서부터 공무원, 국회의원을 비롯한 많은 지식인과 사회 지도층 인사도 비슷하게 가진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너무 높다고 말하면 어떤 교수는 ‘세금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런 세금 한번 내어 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몇 명의 국회의원에게 상속세의 문제에 관해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여, 야 모두 비슷했다. “말씀은 옳은데, 그 법을 발의하면 다음 선거에서 저는 낙선합니다. 우리 지역구에는 상속세를 안 내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2020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사망이 보도되자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은 상속세였다. 약 20조 원에 달하는 그의 재산에 60%의 상속세가 적용되면, 대략 12조 원 정도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상속에 관한 세금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상장된 기업은 주가로 평가하고, 비상장기업이면 자산과 최근 3년 동안의 이익을 평가해 주가를 산정하고, 이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그렇게 매긴 주식의 가치와 피상속인(주로 부모)의 각종 동산 및 부동산을 합한 액수가 30억이 넘으면 상속인(주로 자녀)은 50%의 상속세를 낸다. 만약 대기업이면 60%를 낸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상속 후 주인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고율의 상속세법은 상속이 발생한 기업을 몰수하는 법이다. 2대주주가 국민연금일 경우에는 기업을 국유화하는 법이다. 주인이 바뀌더라도 회사가 유지되면 다행인데, 회사가 망해서 사라지거나 아니면 주인이 외국계 회사가 된다. 따라서 세금 제도 특히 상속세 제도는 우리 사회의 성격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이고,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발전해 가는데 가장 중요한 제도이다.
이번 정권 들어서서 한국사회에 반기업정서가 더 확산되고 있다. 정부 여당이나 여당 지지자들과 언론 대부분은 부자는 악하고, 주택을 가진 자는 가해자이고, 기업가는 이익만 추구하고 근로자를 수탈하는 악덕 고용주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정부는 개인의 재산과 주택과 기업을 단계적으로 몰수해 부자를 없애겠다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른다. 주택이 없거나 기업주가 아니라서 높은 세금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앞으로 그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영원히 주택을 가질 수 없고, 기업주가 되기는커녕 기업의 종업원이 되는 것도 어려워지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국가에서 지정해주는 일을 하고, 국가가 지정해주는 직장에 다니며, 국가에서 정해주는 집에서 사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편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경쟁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너무 피곤한 것이다. 이렇게 점차 북한이나 사회주의 국가들과 유사하게 변해가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은 지난 3~4년간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 후 좌우로 나뉘어 극심한 이념 투쟁을 벌이던 상황과 비슷해져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좌우 이념전쟁은 1950년 6.25 전쟁을 통해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서야 정리되었다. 그 후 70년간 우리나라는 기적과 같은 발전을 이루었다. 한편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사회에 머물러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북한과 같은 사회를 목표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가 1848년에 발표한 ‘누진소득세와 상속세로 사유재산을 폐지’한다는 공산당선언을 목표로 삼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념전쟁에서 상속세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복지국가 스웨덴은 왜 상속세를 없앴나?
오랫동안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의 모델로 여겨졌던 스웨덴은 2004년 의회의 만장일치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없앴다. 그 과정을 윗스테트(A. Ydstedt)와 볼스타드(A. Wollstad)는 2015년 <스웨덴의 상속세 없는 10년 (Ten years without the Swedish inheritance tax)>이라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당시 스웨덴의 상속·증여세는 최고세율이 70%였다. 상속·증여세가 국가 세수의 0.3%도 되지 않아서 주 수입원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부의 편중이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가 크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그 결과 가혹한 상속세 제도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상속세를 내는 사람들의 자산이 대부분 주식이거나 부동산에 묶여 있어서,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과 부동산을 매각해야만 했고, 이로 인해 살던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속받은 회사가 파산하는 사례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또 회사의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세금을 내기 위해 회사의 유동자산을 배당으로 인출하고, 배당에 관한 소득세를 낸 후 나머지 돈으로 상속세를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면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다. 이러한 소득세와 상속세를 합하면 상속재산의 총 자산가치를 초과했다. 결국, 이는 상속인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었다.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유명해진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라는 회사는 스웨덴의 상속세와 관련해 의미 있는 역사를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전신은 스웨덴의 ‘Astra AB’라는 제약회사였다. 이 회사가 영국의 ‘제네카(Zeneca)’와 1999년 합병해서 현재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합병 전 1984년에 아스트라(Astra) 설립자의 미망인이 사망했을 때의 일이다. 상속재산 대부분은 주식이었고 상속인은 주식 대부분을 매각해야만 상속세를 낼 수 있었다. 주식 가치는 사망한 시점의 시가로 평가되어 세금을 내는데, 상속세 납부 때문에 대량의 주식이 시장에 나온다는 소문에 주식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주식을 매각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내고 남은 돈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총액보다 적었다. 결국, 그들은 파산하고 빈털터리로 스웨덴을 떠났다. 스웨덴의 여러 기업은 이 사건이 자신들에게도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때 나라를 떠났다. 세계적인 가구회사 ‘이케아(IKEA)’는 네덜란드로 회사를 옮기고, 창업주는 스위스로 이주했다. 우유 팩으로 유명한 ‘테트라팩(Tetra Pak)’도, 건설과 부동산 개발업체인 ‘룬더버그(Lundberg)’ 그룹도 이때 나라를 떠났다. 상속세 때문이었다. 모두 스웨덴 최고의 기업이었다.
많은 기업이 스웨덴을 떠나자 실업률이 높아지고, 세수가 줄어들어 경제가 어려워졌다. 2002년 스웨덴의 사회민주당 등 좌파 정부는 의회에 세금과 관련된 조사를 의뢰했다. 그 조사 결과에 따라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기로 합의하고 드디어 2005년에 스웨덴에서 상속세라는 단어가 사라지게 되었다. 의회는 ‘부의 세대 승계를 촉진하여 고용을 증진한다.’라는 것을 상속, 증여세를 폐지하는 이유로 들었다. 그 후 많은 기업이 스웨덴으로 돌아왔다. 이케아처럼 돌아가지 않는 회사도 있었으나, 상속세를 이유로 스웨덴을 떠나는 회사들은 더 이상 없었다.
스웨덴 좌파 정부는 1980년대 상속, 증여세율을 높이고, 세수 증대를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며, 부의 대물림, 불로소득, 부의 양극화를 저지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그러나 실험이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2005년 상속세를 없앤 후 생긴 변화가 극적이다. 세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뚜렷한 변화를 보인 것이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상속세를 없앤 2005년 이후 국민총생산(GDP) 대비 세금의 비율은 줄어들고, 세수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즉 소유에 대한 세금이 낮을수록 세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상속세 폐지 후 투자가 늘고,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 당연히 세수도 늘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더 똑똑한 세금 제도’라고 불렀다. 그 이후 스웨덴의 기업인들은 더 이상 상속세를 걱정할 필요 없이 기업을 경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본 많은 나라가 따라서 상속세를 없애거나 줄였다. 공식적으로 상속세가 존재하는 나라도 세금을 유예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실질 과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OECD 국가들은 상속세를 없애거나 낮은 세제로 이동하고 있다. 상속세를 없애는 국가들은 자본이득세로 대체하고 있다. 기업의 존속을 위해 상속받은 재산에 세금을 매기지 않지만,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으로 상속세수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독일, 미국, 일본 등은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을 지켜가나?
독일의 상속세는 30%이다. 그러나 상속재산이 기업일 경우, 가업 승계 후 7년간 자산을 유지하고, 급여총액의 평균이 승계 당시 급여총액보다 감소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요건을 지키면 상속재산의 100%를 공제받는다. 상속인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업상속 공제 제도의 하나는, 사업 승계 후 기업에서 5년간 지급한 급여의 총합이 가업 승계 해당연도의 급여총액의 400% 이상이 되면 상속자산의 85%를 공제해 준다. 결국, 15%의 상속자산에 세율 30%를 적용하니 실질 세율은 4.5%이다. 예전에는 가업 상속 공제 조건인 사업 유지 기간이 10년이었다. 그러나 상속세로 인해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정부의 실업수당과 재교육 비용 등의 지출과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등의 세수 감소분의 합이, 기업이 7년만 유지된다면 그 고용효과로 인해, 세수에 해당하는 금액이 충분히 상쇄된다는 결론에 이르러, 기간을 7년으로 낮춘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에도 기업 승계를 지원하는 가업 상속제도가 있지만, 사후관리 조건이 까다롭고 최근에는 더 엄격해져서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기업이 연평균 70여 건에 그친다. 독일의 경우 연 17,000여 개의 기업이 가업 상속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다. 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강소기업이 독일에 그렇게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1,170만 달러(128억 원)까지, 부부의 경우 2,340만 달러(256억 원)까지 자녀에게 물려주는 상속재산은 세금을 면제하고 있다. 또 부부간에는 상속세가 없다. 연간 1만5천 달러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되므로 모든 자녀가 만 20세가 될 때 30만 달러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그 이상의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40%의 상속세율이 정해져 있으나, 납부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상속세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었다. 별도로 가업 상속에 대한 제도는 없지만, 포이즌 필(poison pill), 황금주, 차등의결권 등의 제도로 창업주 가족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있다.
또 공익재단에 기부할 경우 세금을 면제받고 재단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상속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예를 들어 워렌 버핏 재단이나 빌 게이츠 재단 등과 같은 공익재단에 재산을 기부하고 이 재단의 이사회를 통해 회사의 경영권을 유지함으로써 기업을 우회적으로 승계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다. 미국의 기업인이 우리나라 기업인보다 특별히 자비심이 넘쳐서 자선 공익재단에 재산을 더 많이 기부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기업을 만들거나 기업을 키울 때 상속세 걱정은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다면 기업인 대부분이 앞다투어 공익 자선재단을 설립하고 자발적으로 소외계층을 돕는다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에는 5% 이상인 지분의 주식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면 증여세를 내도록 하고 있으며, 또 공익재단이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일본은 인구 감소로 인해 가업을 승계하겠다는 후손이 줄어든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인 나라이다. 따라서 가업이 승계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가업 상속의 조건을 낮춰주고 있다.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일본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중소기업 약 100만 개가 감소했다. 또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연령은 1995년 47세에서 2015년 66세로 높아졌다. 폐업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경영자의 고령으로 인한 은퇴에 의한 것이었다. 휴업과 폐업하는 기업 80% 이상의 경영자 연령이 60세 이상이었다. 일본은 기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상속받은 비상장 주식의 80%를 납세 유예를 해준다. 따라서 이 경우 주식의 20%에만 과세하는데 상속세율이 55%이므로 실질 상속세율은 11%이다. 신고기한 후 5년이 지나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납부의무가 면제된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1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의 수가 3만3천 개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단 7개이다.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가 이미 시작되었으며, 가업을 상속받을 자손이나 젊은 세대가 부족한 시대를 맞고 있다. 이를 대비해 우리나라 역시 기업이 존속하는 것에 도움 되는 상속세 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기업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영국도 가업 상속을 돕기 위한 사업자산 공제제도가 있어서 상속세액을 자산 유형별로 50%에서 100%까지 공제하고 있다. 사망으로 인한 자산 이전뿐 아니라 생전에도 이 제도의 적용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사업용 자산과 주식의 75%를 비과세한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정말 세계 최고인가?
우리나라의 전체 세금 수입 중 상속⋅증여세 비중은 1.3%이다. OECD 국가의 평균 0.34%의 4배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세수 비중이나 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상속세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들이 사실인 것처럼 돌아다닌다. 그 대표적인 것을 보자.
우리나라 상속세가 세계에서 일본의 55% 다음으로 높은 50%라 한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60%이다. 대기업의 대주주인 경우 대주주 할증 20%가 적용되어서, 세율 50%의 20%인 10%가 추가되어 60%이다. 상속세 세계 1위이다. 일본이 55%로 2위이고, 프랑스가 45%, 미국과 영국이 40%, 독일이 30%이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에서 기업의 주식을 상속할 경우, 가업 상속에 대한 세금감면이나 유예제도가 있다. 주식의 상속은 가치의 상속이지 자산의 상속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가치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가치는 기업의 전통과 고용을 포함하고 있기때문에 자산과 동일하게 보지 않고 상속세를 유예해주고, 일정 기간 상속세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했다고 여겨지는 시점에서 세금을 면제해준다. 이 가업 상속은 상속세가 있는 대부분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업 상속제도가 있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건이 까다로워 유명무실하다.
상속세가 전혀 없는 국가로는 중국,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뉴질랜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스웨덴, 체코, 오스트리아, 멕시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싱가포르 등이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시장에서 이들 국가와 경쟁력이 같을 수 없다.
상속세와 관련된 또 다른 잘못된 정보는, OECD 국가들의 상속세 평균이 26%라는 것이다. 그래서 OECD 평균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상속세도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26%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존재하는 국가의 상속세 평균이 26%라는 것이고, OECD 국가 중에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까지 포함하면 정확한 상속세 평균은 14.5%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60%이므로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의 4배나 된다.
또 우리나라 상속세의 실효세율이 28%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1억원 미만은 10%, 5억원 미만은 20%, 10억원 미만은 30%, 30억 미만은 40%, 30억 이상은 50%, 대기업의 상속일 경우 60%라고 하는 상속세율의 평균을 내면 28%가 된다는 것으로 통계적 오해를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효세율은 선진국들의 그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다.
우리나라는 소득세가 낮아서 상속세와 합하면 결국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49.5%이다. 여기에 상속세 최고세율 60%를 합하면 결국 109.5%이다. 일본이 100%, 프랑스가 90%, 미국이 77%, 독일이 75%이다. OECD 평균은 50.4%이다. 우리는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기업을 상속할 때 상속세를 공제해 주거나, 감면해주거나, 주식을 매각할 때 낼 수 있도록 이연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우리나라 기업주들이 느끼는 상속세에 대한 부담과는 비교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상속세율과 소득세율이 높지만 정해진 세금을 다 내는 부자들이 없다고 말들 한다. 또 사전에 세금을 적게 내려고 미리 빼돌려 숨겨놓는다고 말한다. 사실이 아니다. 지금은 현금으로 거래하는 시대도 아니고, 현금거래 시 국세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산시스템을 통해 모두 파악할 수 있다. 현금을 숨겨놓거나 금융기관 혹은 국세청 모르게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2019년에 34만 5,290명이 총 38조8681억 원의 재산을 물려주었는데 이 중에서 2조 7,709억 원만 세금으로 거두게 되어 7.1%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것이 무슨 ‘징벌적 상속세’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통계적 착시를 이용하여 전체를 개별 사안에 적용한 잘못이다. 전체 피상속인의 97.6%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전 재산 5억 원 미만을 갖고 있거나, 배우자가 있을 때 10억 원 미만의 재산을 가진 경우이며, 2019년에 8,357명만 상속세를 냈다. 즉 2.42%만 상속세를 납부하는 경우에 해당하니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는 잘못이다. 이 중에서도 50% 이상의 상속세를 내는 사람들의 숫자는 훨씬 적을 것이다. 최고세율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은 전체 상속인의 0.18%에 불과하다. 연간 600~700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부분 상속세를 많이 내게 되는 기업을 상속받은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가혹한 것은 기업 상속의 경우 자산을 매각해야 하고 결국 경영권을 잃게 된다는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재산은 대부분 기업을 상속하는 경우이고 이것은 고용과 연결되어 있어서 집 한 채를 상속받는 경우와 직원 수십, 수백 명의 기업을 상속받는 경우를 같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통계를 고의로 잘못 적용하고 호도하여 세계 추세와 동떨어진 정책을 만들고 시행한다면, 결국 기업이 사라지고 창업주가 이루어 놓은 전통과 기술이 단절되어 우리 사회는 퇴보를 겪게 될 것이다.
상속세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우리나라 상속세율 60%. 전 세계에서 단연 최고이다. 이에 대해 지적하고, 상속세를 내리자거나 없애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부자들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수구 보수로 매도된다. 부의 양극화, 불로소득, 부의 대물림 등의 용어를 동원해, 재산의 상속은 옳지 않은 것으로 선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이러는 사이에 많은 재벌가의 후손들은 재산을 지키려는 노력 때문에 잠재적인 범법자가 된다. 상속세로 인해 회사를 빼앗기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온갖 방법과 편법을 동원하고, 법의 틈새를 찾아내느라 비용과 정력의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규제 중에서 가장 악질적이고,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규제는 기업 소유주의 자손이 기업을 물려받을 때 과도한 상속세로 회사의 경영권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규제이다.
기업을 상속받는 것은 그 기업의 가치를 상속받는 것이지 현금을 상속받는 것이 아니다. 그 회사가 앞으로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회사를 상속받을 때는 그 회사의 가치를 계산해 6개월 이내 현금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그 회사가 직전 연도에 이익을 많이 냈다면 주가가 크게 상승해서 내야 할 세금도 많아진다. 이 경우 회사의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도 내야 할 세금을 못 내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회사의 가치에 대해 세금을 내게 하지 말고 상속재산인 회사의 주식을 처분해 가처분소득으로 만들 때 자본이득으로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속세 대신 주식을 매각할 때 자본이득세를 내도록 하는 것이 기업, 종업원, 국가, 국민 모두에게 최선의 해결책이다. 가처분소득(본인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만들려면 반드시 소득세를 내야 한다. 현재 최고세율이 49.5%인데, 상속세율과 거의 같다. 따라서 상속세 납부를 이연해준다고 하더라도 세수에는 지장이 없다. 단 세금을 즉시 걷을 수 없다는 점이 있으나, 이 경우 세금 때문에 회사를 폐업한다면 발생하는 실업의 부담을 국가와 사회가 져야 한다. 세금을 이연해준다면, 매년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회사의 근로자들은 소득세를 냄으로써 지속해서 고용유지에 기여하고 국가의 세수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인가 아니면 계속 알을 낳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성숙한 생각을 해야 한다.
2020년에 정부는 가업 상속제도를 개정했다고 했는데, 업종 변경 범위 확대 등의 항목을 약간 조정해주면서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만들어 넣었다. 이 때문에 개정된 제도가 정착될 것 같지 않다.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은 ‘불성실기업인 가업상속 공제 배제’에 관한 것으로, 가업 상속을 신청한 회사가 회계상의 부정으로 처벌을 받을 때 가업상속 공제는 취소되고, 가산세와 상속세가 한꺼번에 추징되기 때문에 회사의 존립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에 국세청 직원들을 이러한 회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회계상의 문제를 찾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가업상속 공제를 받은 회사를 조사하는 국세청 직원들이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리게 되는 불행한 일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가업 상속을 꺼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벌금형일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업상속 공제 기회를 회복시켜주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상속세를 낮추거나 없애자는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돈을 사주(社主)의 돈이라고 생각한다. 즉 회사의 돈이 투자자의 돈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회사의 돈은 회사라고 하는 법인격체의 자산이지 그 회사 사주의 돈은 아니다. 회사에 투자한 돈이나 회사에서 번 돈이나 일단 회사의 계좌에 들어있다면 이 돈이 사주 개인의 돈이 되기 위해 급여, 상여금 혹은 배당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렇게 1년간 사장이 회사로부터 받아간 모든 소득 금액을 합하고, 거기에다가 개인의 다른 소득이 있으면 이를 모두 다 합한 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종합소득세는 최고세율이 49.5%이다. 종합소득세가 많다면 당연히 준조세 성격의 건강보험 비용도 크게 올라 수입의 반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사업을 위해 회사에 투자한다는 것은, 개인의 돈을 투자하여 고용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돈을 벌어 국가에 세금을 내는 숭고한 일로 취급되어야 옳다. 투자한 돈을 가처분 소득으로 찾아오려면 반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 즉 회사를 설립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고용을 일으키는 기업인들이 큰 존경을 받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한 기업인들은 범법자 취급을 받는다. 상속세의 인하나 가업 상속 공제 혜택의 확대에 반대하는 사회적 기류가 있다.
‘장기보유주식 상속’은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정부는 2021년 7월을 목표로 2022년도 세제 개편안을 만들려고 하는데 여기에 상속세법을 개정하는 것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패하지 않고 살아남은 기업에 대해 상속이 발생할 때 50% 이상의 상속세를 내게 한다면 결국 경영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기업 할 의욕을 잃게 할 것이다. 따라서 상속재산이 회사의 주식일 경우 특히 ‘장기보유주식’을 상속할 때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이 상장했든 비상장기업이든 주식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현금으로 계산되어 평가되는 주식은 가치가 그렇다는 것이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아니다. 이 가치라는 것은 기업의 성과나 세계 경기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 상속을 받을 당시보다 두 배가 될 수도 있고 반 토막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을 상속할 경우 회사의 가치를 돈으로 계산하여 상속세를 부과하지 말고, 회사의 가치가 지속되도록 상속세를 유예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선진 복지 국가들이 채택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고용의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상속받은 회사의 주식을 매각할 때 세금을 내게 하면 될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국가가 황금알을 꺼내 먹고 죽이는 일을 멈추고, 거위가 지속적으로 황금알을 낳을 수 있도록 상속세 제도를 바꿔야 한다. 상속받은 회사의 주식을 매각할 때 그 차액에 대한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본이득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 상속세를 유예해주는 것을 기업주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중과세를 방지하는 세제의 정상화로 볼 수 있다. 상속세 50%를 낸 후 나머지 자산을 가처분소득으로 만들 때 이에 대해 소득세 49.5%를 납부한다면 총 75%의 세금을 내게 된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재산권에 관한 과잉금지조항을 어기는 것으로 위헌에 해당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판정받지 않더라도, 이렇게 되면 기업을 경영할 의욕을 잃어 기업을 매각하거나 해외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옳다고 믿는 정당은 기업을 상속세의 저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한 기업인 혹은 그 자손은 모두 범법자가 되거나, 외국으로 떠나거나 혹은 사업을 접게 된다. 사업할 의욕도 생길 수가 없다. 따라서 상속세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바꿔나가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으로 ‘장기보유주식상속’의 경우에 한정하여, 상속세의 납부를 주식을 매각할 때로 이연시켜주는 것으로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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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승연
경희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독일 Saarbrücken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현재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