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서 과도한 세금은 부작용을 유발한다
2021-02-09
월드뷰 FEBRUAR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7 |
글/ 홍기용(인천대 경영대학 교수)
징벌적 과세는 재산권의 박탈이다
현대 국가에서 세금이 없는 나라는 없다. 모든 사회에는 공통경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하여, 대한민국에서 사는 모든 국민은 필연적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다른 모든 나라도 마찬가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세금은 국민이 감당할 정도여야 한다. 조세 부담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과도한 세금은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다.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며, 세금의 납세의무자, 과세대상, 과세표준은 물론이고 세율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세율은 조세 부담능력을 의미한다. 세금으로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부당히 침해해서는 안 된다. 헌법 제23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23조 제2항에서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국민의 재산권은 기본적으로 보장하되,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법률로 일부 제한을 할 수는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아무리 공공복리를 앞세운다고 해도 세금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기본권 및 생존권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제3항에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했다. 공공복리를 위할 때도 재산권에 침해를 받은 국민에게는 보상토록 의무화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함부로 침해하지 못하게 했다.
최근 주택 가격이 극심하게 폭등했다. 정부는 주택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수요·공급의 시장경제원리보다는 세금을 주요 핵심적 정책수단으로 앞세워, 주택의 취득, 보유, 처분의 모든 단계에서 세금을 징벌적으로 올렸다.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세대 1주택자에도 마찬가지이다. 주로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 비율 및 세율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과세표준{(공시가격 × 공정시장가액비율) × 세율}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1주택자에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헌법 제35조 제3항에서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와 같이, 국가가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주택자의 경우에는 보유주택의 가격이 올라갔다고 해서 실현소득이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과중한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주택 가격은 보유자의 노력이 아닌 부동산시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는 주택소유자가 아닌 정부의 책임이 크다. 1주택자의 주택 가격이 높다고 해서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는 재산세를 단일세율로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초과누진세율을 채택하고 있다. 미실현소득 과세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조세 부담능력이 없는 1주택자에 과중하게 부담시키는 것은 재산권 및 거주이전 자유권 등에 심대한 침해를 가할 소지가 크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도 너무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곤란하다. 최근에 종합부동산세의 최고세율을 종전 3.85%(농어촌특별세 포함)에서 7.2%(농어촌특별세 포함)로 개정했고, 취득세도 종전의 4.6%(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 포함)에서 14.2%(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 포함)로 올렸으며, 양도소득세의 최고세율을 종전 46.2%(소득세율 42% + 지방소득세율)에서 82.5%(소득세율 45% + 가산율 30% + 지방소득세율)까지 인상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주택의 처분유예 기간도 1년 이내의 단기간으로 제한했다.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의 최고세율 7.2%가 적용되는 경우 10년 이내에 주택 가격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고, 처분유예 기간도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주택의 해소라는 공공복리를 고려한다고 해도 재산권을 크게 박탈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 이미 헌법재판소에 심판청구가 된 상태인 것으로 보이므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이 요구된다.
부동산 공시가에 정부 개입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올라간 것은 정부가 공정시장가액 비율 및 세율을 인상한 것 외에도 공시가격을 의도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시세반영률을 임의로 정하여 공시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2020년 4월 7일에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법적 근거까지 신설했다. 이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의도적으로 시세반영률을 마음대로 올리고 내릴 수 있게 함으로써 세금에 영향을 미치게 했다. 이는 헌법 제59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 될 소지가 크다. 시세반영률은 사실상 세율이라는 점에서, 세법에 규정된 세율이 아닌 타 법률에서 정한 시세반영률에 의거하여 세금에 영향을 준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또한, 과세표준은 시장가격 혹은 수량 등 객관적 과세표준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인데, 정부의 주관성이 개입되는 시세반영률에 의거한 주관적 과세표준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 세금을 정부가 임의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잡기 위한 정책변수로 세금을 과용하고 있다. 헌법 제35조 제3항에는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듯이, 국가는 세금보다는 주택개발정책 등 수요공급의 시장경제원리를 기반으로 국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금은 국가 제반 정책의 보조수단으로 일부 사용할 수는 있지만, 세금이 핵심이어서는 안 된다. 정책수단으로서 세금의 과용은 오히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고 국민의 재산권 및 거주 이전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크다는 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hong@tax.kr>
글 |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장 및 경영대학원장, 전국국공립대학교 경영대학장협의회장, (사)한국감사인연합회장, (사)한국세무학회장 및 한국복지경영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인천대학 교 경영대학 교수이며 (사)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