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올바른 ‘세상 트렌드’ 공부법

기독교인의 올바른 ‘세상 트렌드’ 공부법

2020-12-22 0 By 월드뷰

월드뷰 DECEM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ULTURE & WORLD VIEW 5


글/ 책읽는사자(유튜버, 사자그라운드 대표)


다분히 영적이다


매년 10월 말 즈음 한국 서점가에는 출간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책이 있다.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따 놓은 당상이다. 바로 책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을 담은 책인데 다방면의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 해 한국 트렌드를 분석한다. 2009년을 시작으로 매해 출간했으니 무려 13권째다. 이 책에서 선정하는 ‘다음 해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와 갖가지 신조어는 유력 언론사 및 다양한 매스미디어 콘텐츠에 소개된다. 책 한 권의 영향력이 실로 방대하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주의해야 한다. 종말론적 관점으로 세상을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트렌드’는 본질상 반성경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주님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세상에 “악이 점점 더하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식어질 것(마 24:12)”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라는 은혜의 갈고리가 없다면 ‘트렌드’는 변화가 아닌 변질이며 강화된 자기 애착의 다른 모양일 뿐이다. 물론 이 책이 주는 유익과 통찰이 유의미하나 해가 바뀔수록 책 내용 이면에서 점점 자라나는 검은 이기(利己)가 심히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예로 이 책에서 작년부터 언급하기 시작한 ‘젠더 프리 트렌드’ 개념은 올해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젠더 뉴트럴’ 개념으로 확장되어 서술되었다. 이 책은 올해 성별의 구분이 없는 아동복 제품 출시가 증가했다는 내용과 일부 젊은 여성들이 일명 ‘아빠핏(dad fit)’으로 옷을 입었다는 내용, 메이크업 화장품 광고 모델을 남자가 차지하는 일이 ‘점차’ 늘어간다는 것, 가요계 여성 방송인의 콘셉트 변화 등을 예로 들어 “이런 사례는 모두 고정된 성 역할을 넘어 성별이나 성차를 없애버리는 성 중립성(Gender Neutral)의 예시다. 이러한 성 유동성(Gender Fluid)은 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성 역할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개인의 성 정체성 역시 변화하고 선택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34).”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출하는 결론은 매우 급진적이며 부자연스럽다. 특히 “개인의 성 정체성 역시 변화하고 선택 가능하다고 보는 것(34)”이라는 주장은 집산주의(集産主義) 정당에서 내세우는 정치적 슬로건과 놀랍도록 닮았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의 주장이 심히 경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이 점이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미래예측 서적이나 트렌드 분석 서적이 갖는 동일한 문제점이기도 하다. 타 서적, 어느 트렌드 분석가는 가정 해체를 주장하며 갑자기 뜬금없이 ‘68혁명’을 미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독교인 관점에서 다분히 ‘영적’이다.


2021 코리아 트렌드 열 가지 키워드


자, 이 책이 제시하는 2021 코리아 트렌드를 살펴보자. 이 책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인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백신이 나오더라도 전염병 대유행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영국 면역학계의 권위자 마크 월포트(Mark Walport)도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5)”고 한다. 그나마 낙관적으로 예측한 빌 게이츠(Bill Gates) 회장은 코로나19가 2021년 말에는 종식될 거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즉 어찌 됐건 최소 내년에도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2021년 한국의 첫 번째 트렌드이자 나머지 9가지 트렌드의 대전제가 되는 트렌드로 ‘브이노믹스(V-nomics)’를 선정했다.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143)”라는 뜻이다. 시민· 정부·기업의 코로나 여파에 따른 변화대응역량을 강조한다.

두 번째 트렌드 키워드는 ‘레이어드 홈’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집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이 “미래 소비산업 변화의 요람은 집이 될 것(175)”이라고 단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적인 시사점은 무엇일까? 긍정적으로 살펴보자면 내 집이 거룩한 예배 장소 및 기도 장소와 같은 새로운 신앙 거처로 재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내년에도 코로나19 여파가 직간접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에서 성도들의 대면 예배 참여도를 높여야 하는 교회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다. 집의 기능이 강화된다는 것은 이제 대면 예배를 드려야 하는 시점과 상황이 되어도 그동안의 습관과 편의를 앞세워 비대면 예배를 선택하는 성도가 많아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자본주의 키즈’로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내용이다. 어릴 적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체화한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과 자산관리 방식을 다룬다. 네 번째 키워드는 ‘거침없이 피보팅(pivoting)’이다. 기존 기업 경영방식을 고수하기보다 “경영의 모든 국면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그 방향성을 상시적으로 수정해나가(223)”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 번째 키워드는 ‘롤코라이프’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Z세대 소비 패턴을 주류 트렌드로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서술한 Z세대의 특징은 매우 인스턴트적이다. Z세대가 고치거나 바뀌어야 할 점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기보다 ‘고객 중심 서비스’를 외치며 이들에게 모든 기준을 맞추라는 식의 논지는 트렌드 분석 서적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여섯 번째 키워드는 ‘오늘 하루 운동’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운동이 일상화되면서 등산, 러닝, 헬스, 필라테스, 요가뿐 아니라 골프, 서핑 등의 사용자 저변이 확대된다. 또한, 단순히 운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패션, 인증샷, 챌린지 등의 활동으로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일곱 번째 키워드는 ‘N차 신상’이라 명명한 중고시장 활성화다.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중고거래에 대한 선입견이 거의 없이 스마트한 소비, 하나의 재테크, 놀이의 일환으로 여긴다. 더 나아가 기술 발달로 인해 소비자 신뢰도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발달됨에 따라 중고거래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여덟 번째 키워드는 ‘CX 유니버스’인데 쉽게 말해 기업 경영의 고객 경험 CX(Customer eXperience)의 총체적 관리이다. 아홉 번째 키워드는 ‘레이블링 게임’인데 이것은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진정한 자기 정체성을 찾고 또 확인받고 싶어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지막 열 번째 키워드는 ‘휴먼터치’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언택트 등 기술 혁신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오히려 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론


미래예측·트렌드 서적의 가장 큰 맹점은 무엇일까? 꾸준히 그리고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건강하고 조용한 클래식 키워드’는 전혀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뉴스가 ‘새롭지 않은’ 것은 다루지 않는 것과 같다. 만일 독자나 시청자가 이러한 주요 맹점을 간과한다면 자신이 읽고 보는 것이 곧 세상의 전부라는 편향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것이 앞서가는 것처럼, 그게 더 옳은 것처럼 느끼게 된다. 개인과 집단의 호불호 문제가 가치의 가부 문제와 뒤엉켜 버리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멋져 보일 수는 있으나 그게 곧 옳은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이 책은 “코로나 사태로 바뀌는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6)”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변화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으며 그 방향으로 달려가는 달음질 속도가 빨라졌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방향이 어디일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있다면 좋았겠지만 슬프게도 그건 아니다. 고객 중심주의, 나르시시즘, 도덕적 상대주의, 집단 이기주의, 개인주의 등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옳다 하는 길로 떠날 테고 세상은 그게 곧 ‘새로운 기준(New normal)’이라 말하고 있다. 이게 트렌드다. 트렌드의 본질이다.

기독교인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 성경 말씀과 그 성경적 가치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려면 세상이 ‘그 방향’을 향해 현재 어디까지 갔는지, 어느 정도 속도로 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휩쓸려가기 위함이 아니라 끝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수호하기 위함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인들도 세상 트렌드를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 땅의 복음 전파를 위해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것과 과감하게 바꿔야 할 것을 순결하고 지혜롭게 분간해야 한다. 훌륭한 기독교 오피니언 리더들이 각자의 재능과 역할에 따라 ‘클래식 코리아 2021’, ‘클래식 크리스천 2021’을 선포하길 기대해 본다. 한국교회 복음의 저력이 다시금 불타오르길 소망해 본다.

<sazaground@naver.com>


글 | 책읽는사자

기독교 유튜버로서, 성경적 관점으로 다양한 사회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실제적이면서도 바른길을 제시하려고 노력 중이며, ‘사자그라운드’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