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마스크 착용, 멈추어버린 평화제전 올림픽
2020-12-14
월드뷰 DEC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2 |
유아의 마스크 착용
1. 2020년 가장 중요한 사건 또는 정책
대한민국의 유아들에게 2020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필자의 생각이지만 ‘마스크 착용’이 아닐까 싶다. 건물의 실내는 물론, 거리와 공원, 심지어 등산로와 같은 열린 공간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당연시되다 보니 마스크가 마치 의상의 일부같이 되어버렸다. 성인은 그렇다 할지라도 유아들이 마스크 밖으로 겨우 눈만 내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 실은 아이들이 어른보다 이 상황에 더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밖에 나갈 때 마스크부터 먼저 챙기고, 유치원의 유아반 아이들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져서 친구들에게 “코까지 마스크 올려 써야 돼”, “내 옆에 의자 한 칸은 비워두어야 하니까 너는 다른 자리에 앉아”, “손 소독 먼저 하고 와”라고 충고한다고 한다. 이러니 유아기의 교육 효과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마스크 때문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었고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학부모 참여 없이 영아반과 유아반 따로 소규모로 열고 있다. 실내에서는 친구들끼리 같이 놀거나 간식과 식사 시간에 교사나 옆 친구와 이야기하는 행동을 되도록 삼가고 있으며, 어떤 유치원에서는 식사 후 양치질도 시키지 않는데, 왜냐하면 양치 중 비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유아들이 종일 가림막을 친 책상에서 혼자 자유 놀이를 하는 곳도 있다.
2. 문제점 또는 바람직한 점 평가
감염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유아의 마스크 착용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우한 폐렴만이 아니라 독감, 감기, 수족구 등 감염성이 높은 질병의 발병이 줄어들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호흡의 어려움이다. 산소 투과가 잘 되는 천 마스크를 준비하는 부모도 있지만, 활동량이 성인보다 훨씬 많은 유아들에게는 천 마스크도 만족할 만한 해결책은 아니다. 지금 유아들은 놀이터에서 뛰어놀 때조차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어떤 교사는 술래잡기 놀이에서 술래가 된 아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여 그 아이만 마스크를 벗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성장이 가장 급속히 이루어지는 유아기의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 호흡과 순환기의 발육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겠다.
두 번째는 의사소통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교사와 유아, 그리고 유아들이 서로 말소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고, 더욱이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없으므로 생각과 감정의 전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적극적인 유아는 큰소리를 내서라도 소통하려고 하겠지만, 수줍음이 많거나 소극적인 유아들, 다문화 가정의 유아들, 그리고 장애가 있는 유아들은 교사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더욱 말수가 줄어들거나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세 번째는 교사와 유아 간의 정서적 교감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다른 교사와는 달리 유아 교사에게는 교사만이 아니라 대리 부모로서의 역할도 주어진다. 유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껴안아 주거나 뽀뽀해 주는 등의 신체접촉 행위는 유아에게 위로와 격려 그리고 안정감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소통방식이다. 그러니 ‘거리두기’로 인해 스킨십이 주는 정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원격학습에 관한 우려다. 등원하지 못하는 유아들이 유튜브 동영상으로 원격 학습을 받다 보니 너무 일찍부터 전자 기기와 동영상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3. Again Korea를 위해서 이것을 어떻게 고치거나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럼,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중요한 것 두 가지를 든다면, 우선 몸짓으로 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아들이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지면서 소통과 스킨십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교사나 유아 모두 말로 하는 인사 대신 팔꿈치나 발로 인사하거나, 교사는 밀착형 스킨십 대신 말로 유아들을 더 자주 칭찬하고 사랑을 표현하며 손가락 하트를 그려서 격려할 수 있다. 안아주기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거리를 두고 안아주는 시늉을 하고 손키스를 날려줄 수 있다. 그다음으로 가정교육의 회복을 들 수 있다. 현재 ‘가정’이라는 곳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 상황을 부모들이 자녀교육의 책무성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자녀의 말을 경청하고 정확한 발음과 의사소통 방법 가르치기, 먹기, 배변하기, 옷 입기와 같은 자조 기술 익히기, 생활 습관 기르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이 쓰다듬고 안아주기 등, 그동안 교사에게 맡겨 놓은 부모의 역할을 되찾아 오는 기회로 선용할 수 있다.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그림책 읽어주기’와 ‘자녀와의 놀이법’, ‘5가지 사랑의 언어’와 같은 구체적인 실제를 가르칠 수 있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제공도 고려할 만하다.
<hyunej6029@gmail.com>
글 | 현은자
이화여대 교육학과 졸업 후 Eastern Michigan University에서 석사,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어린이문학교육학회 회장 및 한국 기독교 유아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 및 생활과학연구소 그림책 전문가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멈추어버린 평화제전 올림픽
2020년 한해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그 누구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참담한 현실을 마주했다. 코로나19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우리의 일상 곳곳을 통제함으로, 우리 인간의 연약함과 무력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시간의 연속이었으며, 엄혹한 전쟁 중에도 쉼 없이 지속되었던 하나님을 향한 예배도 비대면으로 할 수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우리 크리스천에게는 이 일이 가장 중요한 사건임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며, 필자는 스포츠 분야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일어난 또 다른 사건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고대 올림픽은 그리스 지역에서 계속되는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를 추구하고자 BC 776년에 시작되어 4년마다 개최되어 AD 393년 테오도시우스(Theodosius) 황제에 의해 중단될 때까지 293회를 이어 왔으며, 근대에 이르러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세계 각국의 상호이해와 평화를 향한 이상을 추구하고자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을 개최하고, 4년마다 개최 도시를 바꿔가며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지속해서 그 정신을 이어 왔다.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이 첨예한 대결을 벌였던 시기에, 반쪽 올림픽으로 열렸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 세계인들이 화합의 진정한 모습을 보인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은, 신흥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고 우리 국민 모두에게는 큰 자부심을 갖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2016년 31회 브라질 리우올림픽까지 오는 동안 올림픽이 열리지 못하였을 때는 제1,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1940년, 1944년 세 번이었으며, 전쟁 이외의 사유로 개최가 무산된 것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 최초의 사건이다.
세계 평화를 목표로 내세운 전 세계인의 축제가 전쟁과 전염병으로 멈추어버린 것이다. 모이는 일에 힘쓰는 교회 예배와 함께 모여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하는 올림픽은 사람들의 모임을 극도로 제한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내년으로 올림픽을 연기한 것은 수많은 선수와 관중의 건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동안 당연하게만 생각하던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고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공의로우신 창조주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구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세계 평화와 참여에 의미를 부여한 올림픽 정신을 되살려 그동안 일방적으로 추구했던 지나친 경쟁과 엘리트 위주 스포츠에서 벗어나, 우리 국민이 자발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개인과 가족, 사회, 국가가 건강해지는 재창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때, 보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우리 대한민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tkdpae@gangdong.ac.kr>
글 | 배성민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이학박사이며 강동대학교 레저스포츠과 교수이다. 영동제일교회에 출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