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인 일관성이 없는 생명 정책
2020-11-17
월드뷰 NOV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1 |
글/ 이상원(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정부의 결정과 정책, 입법부의 법제화 시도, 사법부의 판결 등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 지닌 절대적인 가치를 고려할 때 생명에 관련된 사안은 단순히 정무적인 판단에만 근거하여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도덕과 전문적 지식의 판단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국가의 정책들이 도덕적 판단과 전문적인 지식의 판단보다는 정무적인 판단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추진되고 있는 양상이 나타나 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무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집권 여당이든 아니면 다른 시민사회의 집단이든 간에, 정치세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의 이해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특수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들의 경우에는 갈등과 이해의 조정이라는 의미에서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나라 전체의 물동량 확보를 위하여 도로를 신설할 필요가 있으나 지역주민들이 안락하고 조용한 생활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하여 반대하는 경우에는, 정무적인 관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타협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과 같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사안들이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구실하에 정무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결정된다면, 도덕과 전문적 지식이 말하는 보편적인 인식이 특수한 정치·경제적인 실용적 이익에 휘둘리게 되어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이 나오게 되고, 일관성이 없는 정책은 사회의 항구적인 토대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도덕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닌 양심과 도덕률에 근거한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엄격한 관찰과 실험에 근거한 과학적인 지식 곧 생물학적인 지식도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다.
한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생명 정책
한국 정부의 일관성이 없는 생명 정책은 COVID-19 사태에 대한 대응과정과 낙태 관련 법제화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COVID-19 사태에 대한 대응과정에서는 인간 생명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높이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을 과도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가, 낙태 관련 법제화의 경우에는 인간 생명의 가치를 땅에 짓밟아 버리는 야만적인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모순된 태도는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관성이 없는 정부의 태도가 나타나는 이유는 COVID-19나 낙태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입장이 특정한 정치세력의 이익을 관철하고자 하는 정치 공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COVID-19의 경우에 한국개신교회는 정부가 교회의 세력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숨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COVID-19로 인한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COVID-19가 가벼운 감기 증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든, 아니면 정말로 심각한 질환이든 간에, COVID-19를 차단하기 위하여 정부가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를 국민에게 요청한 것은 일단은 정당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처음부터 전문 의료인들의 거듭되는 강력한 요청을 묵살하고 전염병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의료적인 예방조치 곧,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 금지조치를 시행하라는 요구를 묵살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태도는 정부의 과도한 친중 정책에 기인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정부의 조치는 COVID-19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바로 철저하고 강력한 외국인 입국 제한조치를 시행하여 코로나19의 확산을 그 시작단계에서부터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을 거둔 대만과 뉴질랜드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또한, 정부는 분명한 과학적 통계나 근거 제시도 하지 않은 채 코로나19의 확산을 개신교 예배에 떠넘기고 개신교 예배를 강제로 차단하려고 시도했다. 같은 날 광화문에서 열린 두 집회에 대해서도, 기독교계가 주도한 반정부 성향의 집회에 대해서는 철저한 추적조사와 법적인 고발까지도 불사했지만, 친정부적인 노조의 집회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제재도 취하지 않는 편파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 게다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정부의 부당한 종교탄압으로 읽힐 수 있는 무리한 언질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정부의 의도가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교회 죽이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실상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다른 어느 집단보다도 더 철저하게 정부가 권장한 예방수칙을 준수해 왔다. 실제로 예방수칙을 준수하면서 얼마든지 교회 대면 예배를 드릴 방법이 있다. 그렇다면 마땅히 정부는 정부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온 교회에 대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교회의 정치기구인 교단 대표들을 만나 교회 활동이 COVID-19의 확산의 통로가 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교회가 자율적으로 정부의 조치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는 교회의 고유한 예배활동에 직접 간섭하는 일을 자제했어야 했다. 정부는 주일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이 교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충분히 헤아렸어야 했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에서는 좁은 공간 안에 몇 시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승객들이 모두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하여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예 지켜지지 않았으며, 대부분 음식점에서도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코로나의 2차 확산은 특정한 지역의 유흥업소에서 잘못된 성관습에 빠진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것임이 분명하다는 의료 전문가의 과학적 분석이 있었으나 역시 정부와 언론은 이와 같은 의료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시했다.
정부의 확진자 발표에서도 확진자가 몇 명을 대상으로 하여 진단을 한 것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숫자만을 발표하여 발표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예컨대 확진자 숫자가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었다 하더라도 100명이 만 명을 대상으로 진단한 결과이고, 200명이 3만 명을 대상으로 하여 진단한 결과라면 오히려 확진자 숫자는 줄어든 셈이 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COVID-19에 대한 우려가 과장되었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수백 명의 전문의가 COVID-19의 위험에 대한 각 나라 정부들의 발표가 과장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COVID-19가 통상적인 인플루엔자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치사율에 대해서도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간단한 약물과 비타민제로써 COVID-19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처방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처럼 치사율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한 수준이고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한 특별한 약 처방이 없이 휴식을 취하는 것 정도로 치료가 가능한 COVID-19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전 국민을 향한 문자 보내기 등과 같은 어마어마한 세밀한 조치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는 정부가,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잔인하게 살상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 생명 관련 정책, 도덕과 전문적인 관점이 고려되어야
정부는 현재 일부 급진적인 페미니즘 성향의 여성 단체들의 압력을 등에 업고 낙태죄의 완전한 폐지를 고려하는 한편, 14주까지의 태아에 대하여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낙태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시작점에 대한 도덕적인 관점과 과학적 관점이 거의 외면당한 채, 정무적인 판단이 훨씬 더 중시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서약서로부터 시작된 생명윤리의 전통이나 수천 년이 넘는 기독교적 인간론의 전통은 임신 순간부터 영혼을 가진 인간 생명이 시작된다는 주장을 일관성 있게 해오고 있으며, 관찰과 실험에 근거한 생물학적인 보편적 진리는 수정이 이루어진 순간이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는 유일한 시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증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보편적이고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토대는 무시되고,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궤변적인 구실이 정부 정책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남성 간의 성관계가 생물학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배변 기관과 생식기관의 기괴한 만남으로서, 의료적으로도 에이즈 질환을 비롯하여 성병과 각종 장 관련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잘못된 성관습으로서, 남성 동성애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친다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생물학적이고 의료적인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집단의 정치·경제적 이해와 담합하는 정무적인 판단에만 근거하여 동성애 합법화가 추진되고 있다.
요약하면, 특수한 사회집단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 사안의 경우에는 정무적인 판단이 우선적으로 중요한 요인이 되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이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다루는 정책에서는 정무적인 판단에 의지해서는 안 되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는 도덕과 전문적인 지식의 관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인간 생명의 문제를 정치적인 올바름이라는 명목하에 정무적인 판단으로 처리하게 되면 사회를 떠받쳐 주고 있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토대가 붕괴되어 국가의 정책이 일관성을 잃게 되고, 일관성을 잃은 사회는 해체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swlee7739@hanmail.net>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 동 신학대학원(M.Div.), 미국 웨스트민스트 신학교(Th. M.),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 D.)에서 수학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로 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