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온라인 수업 방안의 탐색
2020-08-16
월드뷰 AUGUST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3 |
글/ 홍후조(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 3월을 상기하면 아찔하다. 어쩌자고 나라는 국경을 열어두고, 방역한다고 난리인가 싶어 야속했다. 방충망 열어두고 모기 잡는다고 야단법석을 떤다는 비판이 적절했다. 육지로 막힌 우리나라도 대만이나 뉴질랜드 같은 섬나라이므로 그 같은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말로만 사람을 존중하고 국가가 내 삶을 책임지겠다(자유민으로서 결코 바라지 않지만)고 한 이야기는, 오늘까지도 국민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사실이 아닌 듯하다. 교육부나 학교도 어정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비상시는 수업 주수(週數)나 수업일수보다 수업시수가 더 중요하므로, 주 6일로 돌아가 학기나 학년도도 새로 짤 일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전면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겪은 몇 가지 문제와 과제를 통해 더 나은 방안을 찾아보기로 하자.
1. 아프면 등교 안 해도 된다는 말, 학교가 해체된다는 섬뜩한 말
아프면 등교도 출근도 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당부를 수없이 들었다. 방역상 어쩔 수 없는 권고였지만 어느새 학교는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런 학교는 무너질 수도 있다는 예견도 심심찮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데 각 가정에서 자녀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기대 난망이다. 물론 홈스쿨링이나 협동조합식으로 품앗이 교육도 가능할 것이다. 교회 등 대안 교육기관에서 더 나은 인성교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 더 길어지면 결국 학교 교육의 비중은 줄어들고, 돌봄교실 같은 대안적인 학교들은 늘어날 것이다. 배움, 성장, 발달, 준비로서 교육은 어떤 형태나 제도로든 계속될 수밖에 없다.
2. 이 과목은 온라인으로 수업해도 되는 과목
한 학기, 전면 온라인 수업을 해보니, 어떤 과목은 온라인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이 났다. 많은 사이버대학, 방송 통신 중고교와 대학을 보면, 적지 않은 강의가 사이버로 강의해도 되는 것으로 일찌감치 판정이 났었다. 실험, 실습, 실기 과목일지라도 기초 이론 부분은 온라인으로 강의해도 되므로, 적게는 1/3에서 많게는 2/3를 온라인 강의로 돌려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예술, 체육, 기술 등 실험, 실습, 실기 과목조차 시뮬레이션 자료만 좋다면 온라인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방송 통신) 중·고교에서 전·편입학 혹은 집중이수제로 인하여 미이수 과목(보충학습과정), 교원수급문제 등으로 소속 학교에 미개설된 선택과목에 대한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온라인으로 70개의 과목을 원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는 몸집을 줄여야 하게 되었고 평생학습으로 학습기회는 더 늘어나고 있다.
3. 최고 강의, 일류 강사 하나로 충분하다는 말
온라인 전면 교육을 하려고 하니, 많은 교사에게 콘텐츠는 부족했고, 네트워크는 불안정했으며, 디바이스도 낡았고, 플랫폼은 충분하지 못했다. 처음엔 온라인 교육을 준비할 형편도 못되었다. 그래서 교사들은 EBS나 교육학술정보원, 상업용 출판사 콘텐츠, 유튜브에 떠도는 제일 좋아 보이는 강의를 편집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대학의 강사들은 부실한 LMS 속에서 녹음한 PPT 자료를 제공했다. 강사는 학생 얼굴을, 학생은 강사 얼굴을 한 번도 못 본채로 한 학기를 마쳤다. 학생들은 등록금이 아깝다고 반환을 요청한다. 이런 부실한 수업을 듣기보다 유튜브 등에 나오는 일류 강사의 강의를 청취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교의 교사나 강사도 전부 다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고, 최고 강의, 일류 강사 하나로 족하다는 말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만 돌봐주면 중·고교부터는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 공부는 각자 찾아서 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많은 교사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정년을 채울까? 가르침이 사라진 도우미, 돌봄이, 안내인… 이런 역할이라면 상당수 사람은 애초부터 교사가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4. 나도 멋진 수업을 할 수 있게 뒷받침을 좀
대다수 교사는 지난 한 학기 동안 그간 만들어 둔 PPT 자료 중에서 엄선해서 짜깁기하고 편집해서 수업했다. 여러 과목을 수업해야 하는 초등교사는 여럿이 품앗이 형태로 수업을 역할 분담하거나, 디지털 세계에 밝은 일부 교사들이 통째로 떠맡기도 했다. 문제는 동료에게 기댈 곳 없는 아주 작은 학교이다. 학생이 적어서 학교에 나와도 되는데 등교를 못 하니 교사들은 정말 동분서주에 기진맥진이었다. 사실 사이버대학, EBS 강사, 조회 수가 많은 인기 유튜버들은 카메라, 스토리 구성, 그래픽이나 동영상 자료, PPT 작성, 분장, 인테리어 등을 여러 사람이 도와주어서 멋진 영상 강의를 내보내는 것이다. 기존 학교의 교사나 강사들은 그렇지 못 하고, 구멍가게 주인처럼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 한다. 애초부터 비교하면 안 되는데, 비교도 하고 선택도 이루어진다. 나도 멋진 수업을 할 수 있게 교육 당국이나 학교에서 사이버대학 정도로 도와주면 안 될까?
5. 위험을 감수하면서 교실수업은 왜 하냐고?
그동안 수업은 등교해서 교실에서 거의 다 했고, 현장에 나가서는 실습, 체험, 참관 정도로 보충했다. 코로나로 위험 부담을 감수해가면서 교실수업, 집합 수업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위험 부담을 감내하면서 교실수업을 왜 하는가?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니까? 온라인 수업하던 것을 이어서 진도를 나가려고? 학생들 챙기면서 다독거려주면서 격려하려고? 새 학년에 서먹서먹한 학생들끼리 친하게 지내게 하려고? 입시를 앞두고 학생들 마음을 다잡아주려고?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일 것이다. 온라인 수업 두 가지, 즉 비실시간 화상 수업과 실시간 화상 수업, 오프라인의 교실 수업과 교외 수업은 각각 어떤 교육목표나 역량, 지식이나 기능 혹은 재능 습득에 더 효과적일까? 정말 밝혀보고 싶은 과제가 되었다. 모처럼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교실 수업을 하는데 화상 수업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서야 되겠는가? 다음 학기에도 전면 온라인 수업을 한다면, 이러이러한 것이 더 효과적이기에 등교수업, 교실수업을 한다고 분명한 이유를 말해주어야 할 책무를 느낀다.
6. 등교하는 방법은 뭔가 잘못된 것 아닐까?
대학은 강의단위에 따라 학생들이 동의하면 등교수업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온라인 수업을 했다. 뒤늦게 등교수업을 결정한 초중등학교는 격일, 격주, 3-5 격일, 3-5 격주 등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등교수업을 했다. 얼핏 생각해보면 뭔가 하려면 한 주일 5일은 채워야 하는데, 격일로 어수선하게 등교수업을 한다. 학교 나름의 사정도 있겠으나 뭔가 잘못된 결정을 하고 그냥 계속하는 것 같다. 교육부도 그렇다. 이런 비상시에는 수업 주수나 수업일수보다 수업시수를 챙겨야 하므로, 주6일제로 되돌리더라도 학습의 계속성을 확보하라고, 최선의 방법을 취하고 최악은 피하라고 권고해야 했다. 특히 연로한 학교관리자들은 온라인 수업 상황에 대한 이해력도 리더십도 떨어지는 편이라, 교사를 비롯한 학교구성원들의 결정을 따라 흘러온 편이다. 격일제보다 격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되, 온라인 수업과는 다른 뭔가를 하게끔 등교수업을 더욱 알차게, 감동 있는 수업으로 만들 일이다.
7. 중간학습자층이 몰락했다는데, 이 큰일을 어쩌나?
교실수업이 줄어든 상황에서 예상된 바이지만 중간층 학생들이 ‘몰락’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은 정상분포를 보이는데,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자 학생들의 성적은 양극화되었다. 거북이 모양이다. 상층은 적고 하층은 엄청나게 늘었다. 우수한 학생들만 있다는 내 수업의 경우에도 30명 중 5명을 끝까지 데려가느라 애를 먹었다. 상위권 학생들은 본래 공부하지 말라고 뜯어말려도 공부하는 이들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별 차이 없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 마찬가지로 하위권 학생들은 이래도 저래도 공부와 담을 쌓는다. 문제는 늘, 두터운 중간층이다. 이들은 평소 학교에서 교사들이 독려해서, 친구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고 분위기에 휩싸여 덩달아 공부해오던 학생들이다. 자기주도학습력, 학습 목표, 학습 의지, 학습능력, 학습 동기 등이 취약한 편이다. 더구나 재미있는 게임 등 유혹은 컸고 공부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이들은 중간층에 있다가 자연스럽게 하층으로 미끄러졌고, 되살아날 회복 탄력성은 취약하다. 지금도 이들은 자탄을 많이 하고 있을 학생들이다. 마치 불경기 중산층이 무너져 경제가 양극화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온라인 수업은 그래서 바람직하지도 않고 위험하기도 하다. 중간층을 복원하는 일은 이 사회를 복원하는 일이다. 이들에게는 모범과 격려가 필요하고, 자기주도학습력과 회복 탄력성을 키워주는 데 가정, 학교, 교사가 발 벗고 나서야 하며, 이것은 그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사가 있어야 할 이유이다.
8. 격리 권장 사회에서 사회성을 어떻게 키울까?
공교육은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동원해 사회적 과정을 거치는 사회적 사업이다.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고, 나라를 나라답게 가꾸는 일이다. 그래서 독창보다 합창, 독주보다 합주, 개인 운동보다 단체 운동을 통해 협력과 배려를 키운다. 그런데 이번에는 변변한 입학식도 못 했다. 갓난애들로 말하면 부모와 애착 형성도 안 된 것이다. 큰일이다. 위생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연일 권한다. 비실시간 온라인 수업은 혼자 하더라도, 실시간에 화상에 학생들을 모으거나 교실에 등교시켰다면 학생들 사이에 친밀감을 느끼고 협력할 기회를 더 자주 만들어야 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합창도 하고, 간격을 두면서 단체로 고무줄과 줄넘기 놀이라도 해서 친밀감을 북돋을 일이다. 인류는 분열과 갈등보다 협력과 협동으로 오늘까지 번창하였는데, 사람들 사이에 불신과 의심을 키워가는 것은 정말 아찔하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나는 처음에 녹화 강의 제작에 서툴렀다. 조교의 기술적 도움이 없었다면 1학기 수업 진행은 어려웠을 것이다. 노트북 펜 쓰기도 서툴렀고 낮에는 잼이 걸려서 한밤중에 녹화 강의를 제작해야 했다. 나는 3시간 수업을 둘로 나누어, 절반은 수시로 녹화된 화상 강의를 듣게 하였고, 절반은 학생들 개인 과제와 모둠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강의는 녹화해서 올려두면 되었으므로, 실시간으로 불러서까지 강의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어차피 학생들도 화상 면접 등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하므로, 과제를 에세이의 형태로 쓰고, 이를 다시 PPT로 요약하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개인 과제는 2~3분으로 짧게, 모둠 과제는 5~6분으로 발표하게 하니 적절하였다. 물론 수강생 수에 따라 발표시간 길이는 다를 수 있다. 수강생들이 매주 과제가 많다고 아우성치는 것도 이해는 됐지만, 교수로서는 학생의 진전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본래 대학의 1학점은 강의 1시간에 예·복습 2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학기당 15학점은 주당 15시간의 강의와 30시간의 학생들의 예·복습으로 이루어진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과제가 많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대학교육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많은 시간의 자기주도적 예·복습이 요구되는 것이 대학교육이다. 초중등학교도 평생학습시대에 대비해 교사들은 온라인과 대면 수업할 영역을 잘 구분하고,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력과 협동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온라인 수업이 우리 모두에게 던진 과제다.
<educu@korea.ac.kr>
글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교육과정학 전공)이며, 한국 교육 현실에 기초한 교육학 이론 개발에 주력한다. 한국교육과정학회 제25대 회장을 지냈다. 현행 역사교육에 큰 우려를 표하고 전 국민이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대안 역사교과서 개발과 한국형 탈무드 개발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