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 온누리교회 이재훈 담임목사] “차별금지법 상정되면 국회 앞에서 시위하겠다!”
2020-09-03
월드뷰 09 SEPT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 |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교계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온누리교회 이재훈 담임목사는 강단에서 이 법이 상정되면 국회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대형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회자로서 하기 어려운 말을 했습니다. 왜 이런 각오를 하게 되었는지, 본보 김승욱 발행인이 이재훈 목사와 지상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편집자 주).
김승욱: 목사님께서 교회 주요 직분자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서명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교계에는 동성애 문제를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청어람ARMC,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서울교회, 교회협 인권센터 등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성명에 동참한 단체가 81개나 됩니다. 아마 온누리교회에도 이런 입장에 있는 교인들이 있을 텐데, 개의치 않고, 이렇게 앞장서신 것에 대해서 저도 놀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담임목사님의 이런 태도 표명에 교회에서 반응은 어떠했는지요?
이재훈: 당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성도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한 것에 대해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반대하거나 부정적 반응을 표현한 성도는 아직 없었습니다. 물론 마음으로 반대하는 분은 있을 수 있지만, 적극적인 반대는 없었습니다. 이는 성도들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성경적 신앙을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이해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목사님께서는 486개 단체가 연합한 ‘진정한 평등을 바라는 나쁜 차별금지법(평등기본법) 반대 전국연합(이후 진평연)’의 온라인 반대 서명 링크(http://sign.healthysociety.or.kr)를 교인들에게 소개하셨습니다. 저희 <월드뷰>도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진평연에 참석한 교회가 어느 정도 되는지요? 이 교회들이 모여서 기도회도 한다고 들었는데, 좀 소개해 주시지요?
이재훈: 진평연에 참석한 교회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전국의 모든 교회 목회자들이 모이는 기회는 없었지만, 현재 서울의 주요 구별로 거점교회를 정해가고 있습니다. 현재 70-80% 정도 정해졌고 다 정해지면 서울 거점교회 기도회를 시작하려 합니다.
김승욱: 이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상정된다면, 국회 앞에서 시위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대형 교회 목사님이 이렇게 직접 국회 앞에 나서서 시위를 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일이 예전에 있었는지요?
이재훈: 예전에 없던 일입니다. 그만큼 이 법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법도 근본적인 사회의 틀을 바꾸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헌법이 개정되는 것 이상의 사회적 파장이 큽니다. 차별금지법이 상정되면 당연히 국회 앞에서 시위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막을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차별금지법을 국회가 상정했다는 것은 처리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고 현재 이에 대하여 반대한다는 의원들의 숫자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처리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결사적인 태도로 반대 의사 표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성도로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자유민주주의의 질서가 보장하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행사해야 합니다.
김승욱: 목사님의 이러한 용기는 차별금지법 통과를 염려하는 많은 교인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용기를 내게 되었는지요?
이재훈: 남다른 용기를 새롭게 가진 것은 아니고 차별금지법이 유엔 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전 세계적으로 제정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 법이 통과된 나라들이 과연 그 법의 명칭대로 차별이 금지되고 사라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미국은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유례없이 더 증가하고 있고,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와 비슷한 법들이 제정된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서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는 차별이라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객관화할 수 있는 차별(남녀차별, 장애인차별 등)은 법으로서 막아야 하고 이는 개별적인 법률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정량화할 수 없는 차별의식은 법이 아닌 도덕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법은 도덕을 최소화할 때 좋은 법입니다. 개인 간의 모든 갈등까지 법으로 해결될 수는 없고 더 큰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얼마 전 지상파 방송국 저녁 뉴스에서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차별로 고통받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커밍아웃 후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논지의 방송을 하였습니다. 청소년 시기는 매우 다양한 이유로 따돌림이 심하게 일어나는 연령대입니다. 외모, 부모님의 직업, 사는 지역, 심지어 이름까지 모두 따돌림의 이유가 됩니다. 성숙한 성인이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이유까지 따돌림의 이유가 되는 미성숙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따돌렸다고 처벌하게 되면 이는 매우 불공정한 법입니다. 다른 이유로 따돌림받는 아이들도 법으로 보호해야 공정한 법 아니겠습니까? 물론 어떤 이유로든 폭력이나 상해를 입혔다면 이미 법으로도 처벌받습니다. 처벌이 해결책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든 따돌림을 하지 않는 도덕의식을 세워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만일 친구 가운데 그런 성적 지향을 가진 친구가 존재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지켜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어야 한다는 도덕적 가치를 바로 세워주는 교육 목표를 세워 가르친다면 이러한 법 제정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을 것입니다.
김승욱: 목사님께서는 법으로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교회야말로 진정한 평등을 위해,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앞장서 왔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기독교인이 지향해야 할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재훈: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아들인 후 1890년대부터 건강한 사회변혁을 위해 앞장서 왔습니다. 우상숭배와 미신철폐, 혼인(조혼폐지)과 장례의 구습들을 개혁했습니다. 남존여비 사회에서 교회는 여성의 인권을 평등하게 보장하고 기독교 학교들을 통해 여성 교육에 가장 앞장서 왔습니다. 1901년 장로교 공의회에서는 조혼, 과부의 재가 금지, 결혼 지참금, 부녀자 핍박, 축첩제도 등을 금하였습니다. 1894년 갑오경장 때 노비제도 철폐 등을 발표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를 실제로 시행한 것은 한국교회였습니다. 독립운동의 주역들은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었고, 6·25전쟁 이후에는 많은 피난민과 고아들을 섬기는 일에 교회가 헌신하였습니다. 한센병 치료, 결핵 퇴치 운동, 금주 금연 절제운동, 공창 폐지 등 사회를 평등하게 하는 사회개혁들의 중심에 한국교회가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이러한 사회개혁 운동의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완전한 곡해입니다. 도리어 이러한 법 제정을 막는 것이 한국교회 사회개혁의 사명입니다. 앞서 한국사회의 건강한 개혁에 기여한 한국교회의 사회운동은 성경적 진리와 가치에 의해 가능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겉은 그런 것 같지만 내용은 성경적 진리와 가치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기초한 공동체만이 그 자체가 평등사회를 추구하고 있고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을 제거해 나갈 수 있습니다.
김승욱: 목사님께서는 유럽과 북미의 흐름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그들을 이끄는 한국교회가 되도록 기도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면 못 할 것이 없지만, 사실 우리 기독교인 중에는 이미 선진국이 다 차별금지법을 수용했으니까,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재훈: 여러 선진국이 도입했으니 우리도 도입하면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여러 독창적인 법과 시스템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여 도리어 그러한 법 없이도 성적 지향이 왜곡된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돌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김승욱: 차별금지법을 비판하시면서 C.S. 루이스의 글을 인용하셨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이재훈: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 이들은 절대 기준과 도덕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티의 거대한 흐름에 편승한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 BBC 라디오 방송을 통해 <순전한 기독교>에 대하여 가르쳤던 C.S. 루이스는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귀한 가르침을 줍니다. 그것은 제1장부터 “옳고 그름이 우주의 의미를 푸는 실마리”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세상에 옳고 그름(도덕법)이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면 인간의 모든 본능을 합리화할 수 있게 됩니다. 루이스가 동성애에 대하여 직접 언급한 내용은 없으나 인간의 뒤틀린 본성과 유혹하는 마귀, 정욕을 부추기는 온갖 선전들이 인간의 성도덕이 문란하게 되는 것에 대하여 많이 지적하였습니다. 루이스는 도덕률은 수학의 법칙과 같이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임을 지적하였는데, 저는 이것을 남자와 여자의 유전적 염색체 외 다른 제3의 성은 발견되지 않는 법칙을 무너뜨리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학 법칙을 무너뜨림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적용한 것입니다.
김승욱: 교인들이 한마음을 갖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서로 생각이 다를지라도 한 형제자매임을 기억하고 사랑을 잃지 않으면서, 성경이 어느 견해를 지지하는지 숙고하면서 서로 같은 생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대화도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전체에 이와 관련해서 꼭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이재훈: 현재 한국교회가 정치 이념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전통적으로 교회가 정치에 대하여는 초월적인 태도 혹은 무관심의 태도가 올바르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는데 이는 구성원 각자가 가진 다양한 생각을 하나로 통일하기가 불가능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바람직한 태도였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교회의 이름으로 정치에 대하여 어떤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차별금지법과 같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 성경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일 때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밖의 선거나 경제정책 등 다양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하여는 성도들이 각자의 신분과 위치로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교회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교회가 분열되고 사회적 혼란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평가하기보다 성경의 입장에서 자신을 먼저 평가하는 일이 앞서야 합니다. 차별금지법과 같이 명백하게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깨뜨리는 일들부터 한국교회가 하나되어 나갈 때 그 밖의 사회문제들에 대하여도 성경적인 시각으로 연합하여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승욱: 귀한 말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