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팬데믹: 크리스천 의사의 시각에서
2020-07-03
월드뷰 07 JUL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 |
글/ 이종훈(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와 미생물 세상
육신의 눈으로 보이는 세상밖에 몰랐던 인간에게 망원경이 우주를 알게 해 주었다면, 현미경은 보이지 않는 세포와 미생물의 세상을 인간에게 펼쳐 놓았다. 갈릴레오(Galileo Galilei)가 망원경을 통한 천문학적 발견을 기록한 <별들의 전령(Sidereus Nuncius)>을 쓴 것이 1610년이고, 비슷한 시기인 1665년 로버트 훅(Robert Hooke)은 현미경의 도움으로 세포를 처음 발견한다. 그가 본 것은 식물세포의 죽은 세포벽이었는데, 살아있는 세포를 현미경으로 처음 관찰한 사람은 안톤 반 레벤후크(Antonie van Leeuwenhoek)였다. 그는 1683년 단세포 생물인 세균을 최초로 관찰한다. 세균보다 10-100배 정도 작은 바이러스를 인간이 전자현미경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은 1939년, 그러니까 아직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과학은 바이러스를 포함함 미생물과 세포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과학의 역사를 볼 때 이제 막 인간이 이쪽에 눈을 뜬 정도일 것이고, 20세기 후반에서야 분자생물학이 탄생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천지 만물에 미생물이 없는 곳이 없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의 총량을 합치면, 미생물이 적어도 80% 이상이고,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한쪽 저울에 쌓고, 모든 미생물을 다른 저울에 쌓는다면 미생물이 훨씬 무거울 것이다. 지구의 최종 포식자는 인간이 아니라 미생물이고 지구는 미생물의 행성인지도 모른다. 미생물의 세계는 또 하나의 소우주로 그 수는 은하계의 별보다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생물은 전체의 1%도 되지 않을 수 있다.
원래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간은 물론이고 지구에 없어서는 안 될 유익한 존재들이다. 인간의 몸 안에도 약 1.5kg, 그러니까 뇌의 무게에 달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고 대부분 우리 몸에 유익하다. 그리고 미생물이 없다면 지구는 하루 만에 분해되지 않은 사체들로 쌓일 것이고, 지구의 생태 고리 순환은 바로 중단될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약 100만 종의 미생물 중에서 약 1,500종만이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전체로 볼 때 그 수는 미미하지만, 인류 사망원인 1/3이 미생물이라는 통계는 인류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먹을 것만 있으면 독자적으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세포의 모든 특징을 갖춘 단세포 생물인 세균과는 달리 바이러스는 무척이나 독특한 존재다. 세포가 가진 복잡한 구조물 없이, 딸랑 후손을 남길 유전물질과 유전물질을 싸고 있는 단백질 껍질로만 구성된 바이러스가 생물인지 무생물인지도 아직 논란이다. 세포 밖에 있으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는 비활성적인 존재인데, 다른 세포 안으로 침투에 성공하면 숙주세포의 시스템을 해킹해서 그 시스템을 이용해 증식하고 다시 배출된다. 숙주세포 속에서 숨어 활동하기에 치료하기도 관찰하기도 연구하기도 무척이나 갑갑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에 찾아온 진정한 의미의 팬데믹이고 문명사적 대사건이다. 1948년 정식으로 발족한 세계보건기구(WHO)는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한 적이 있지만, 감염자 규모나 전염범위 그리고 사망률을 따져본다면 진정한 의미의 팬데믹, 즉 전 지구적 감염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세계인구의 2%를 사망하게 했다는 스페인 독감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종식되었는지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다. 스페인 독감의 원인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도 에스키모의 동결된 시체를 통해 2005년 비로소 밝혀졌다.
병원성 바이러스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백신을 개발해 병에 걸리지 않게 하거나, 병에 걸렸을 때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인데,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이제까지 인류가 완전히 정복해 종식된 바이러스는 천연두 바이러스가 유일하다. 두 번째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종식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현재 인류를 괴롭히는 가장 악질 바이러스인 에이즈는 최근 연구에서 1908년부터 인간들을 감염시키다가 1980년대부터 성교(특히 동성애를 통한 항문성교)와 주사기를 통해 폭발적으로 인간들을 감염시켰는데, 돈을 쏟아부었지만 아직 백신과 완벽한 치료제가 없다. 지금도 매년 수만 명 목숨을 앗아가는 독감도 독감 바이러스가 매년 변이를 일으키고 백신의 효과도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매년 백신을 반복해 맞아야 한다.
에이즈나 독감 바이러스 등 인류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인수공통감염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수공통감염에 성공한 바이러스가 동물 몸에 숨어 변이를 일으켜 다시 인간들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런 바이러스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바이러스들이 사람을 감염시키고, 이후 사람 간 전염을 일으키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바이러스의 존재 목적은 감염시킨 숙주의 세포에 기생해 증식하고 다시 배출되는 것이다. 현재 독감 바이러스 중에 주로 조류에 병을 일으키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들을 간간이 감염시키고 있고,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람 간 감염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차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염의 방법을 터득한다면 치명적인 팬데믹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수년 전부터 가장 뜨겁게 부상하고 있는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다. 원래는 가벼운 감기를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였는데, 변종이 나와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를 일으켰다. 기존에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총 6종(HCoV-229E, HCoV-NL63, HCoV-OC43, HCoV- HKU1, SARS-CoV, MERS-CoV), 4종의 감기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외에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와 478명이 사망한 메르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한다. 사스 바이러스는 현재 다시 나타나지 않아 없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지금도 어떤 동물의 세포 안에서 조용히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메르스는 지역적인 풍토병으로 남아있다.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한다면 이번에 새로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인 SARS-CoV-2가 야기한 감염병이 코로나19(COVID-19)이다. 기존의 6개 코로나 바이러스에 변종이 하나 추가되어 7개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이다.
유전자 조사로 이번 변종은 사스 바이러스와 89.1% 일치해 명칭이 SARS-CoV-2로 명명되었다. 바이러스 명칭은 ‘국제 바이러스 분류학 위원회’가 2015년 세계보건기구 지침에 따라 결정한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돌연변이의 정도와 임상증상 등을 고려해 어떠한 기준을 넘어서면 변종이라고 간주해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다.
언론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부르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변종이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진화되었다고 관성적으로 말하는데, 진화라고 말할 수 없고 돌연변이가 생겼다고 해야 맞다. 진화라는 용어를 쓰려면 종간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가령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되든지 해야 진정한 의미의 진화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일 뿐이다. 진화와 돌연변이를 섞어서 쓰는 관행으로 그렇게 쓰고 있지만 돌연변이는 진화가 아니다. 돌연변이는 생명체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전염병,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번 코로나19를 가장 잘 대처한 국가로 대만이 꼽히고 있다. 6월 1일 통계로 볼 때 442명 감염에 사망자 7명이다. 발생지인 중국과 지척에 있으면서도 가장 잘 대처한 이유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의학적인 견지에서 대처했기 때문이다.
대만은 사스(SARS)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는데, 2003년 5월 대만에서는 신규 사스 감염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해 일일 기준 중국본토 감염자 수를 추월했다. 대만은 코로나19 초반부터 중국 입국을 제한했다. 대만이 WHO 회원국이 아니고 정치적인 변방이고 질투심 때문에 의도적으로 세계언론에서 소외된 감이 있지만, 감염병 치료의 최고 원칙은 접촉을 막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처를 잘했다고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의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초기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지 못해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낸 사실은 차후에 대만처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진과 관계부처들이 메르스의 경험도 있었고, 엄청난 환자를 일사불란하게 통제하고 접촉한 사람들을 선제적으로 검사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진들은 낮은 보험수가로 인해 평상시에도 외국 의료진들이 놀랄 엄청난 수의 환자들을 소화해 왔기에, 이번 사태로 환자들이 폭증한 상황에서도 선방할 수 있는 내공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의료진들은 평상시 그들의 진료 스타일상 그러한 내공이 없었기에, 폭증하는 환자를 대처하기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치적인 상황이 의학적인 대처에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차후 냉혹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의 숙주인 모든 동물을 죽이지 않는 이상 앞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완벽히 차단할 방법은 없다. 인간이 정복을 선언한 천연두 바이러스는 인수공통감염이 아니고 인간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이기에 가능했다. 인간이 자연계의 일부로 살아가는 이상 인수공통감염을 피할 수는 없다. 레위기 11장에 기록된 식용금지 동물의 리스트가 대부분 최근에 밝혀진 인수공통감염병의 동물 숙주라는 놀라운 사실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와 사랑이라고 생각된다.
인류를 위협할 감염병은 대부분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났을 때 대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빨리 알아차리고 정직하게 현실을 공개해 확산을 막는 것이다. 중국이 작년 12월, 신속하고 정직하게 대처했다면 지역적인 감염으로 끝났을 코로나19가 숨기고 통제하다가 이런 사달이 났다.
스페인 독감은 인류가 바이러스의 실체를 몰라서 생긴 일이었고, 이번 100년 만의 팬데믹은 그동안 감염병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가졌던 인류에 경종을 울렸다. 차후로는 세계 어디든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초반부터 적극적인 대처와 투명한 공개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WHO에서 코로나19의 유일한 치료제로 인정한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2013-2016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유행 당시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개발이 중단된 약이었는데, 뜻밖에도 이번 코로나19에 효과가 나타나 WHO에서 공식 치료제로 승인했다. 거의 확실시 되는 올 가을 2차 유행 때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상 사람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 치료제는 환란 중에도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사실상의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도 플레밍(Alexander Fleming)의 우연한 발견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약으로 인해 목숨을 건진 사람은 전쟁으로 인해 죽은 사람의 수를 훨씬 능가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총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다쳐서 세균감염이 되고,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많다. 1943년 페니실린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후 2차 세계대전에서는 그 수가 비로소 역전된다. 하지만, 4년 후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지는 세균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다시 인류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야 했다. 이후 인류와 병원성 미생물 간의 ‘도전과 응전’은 예수님 재림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제약회사에서도 단기간에 사용되는 항생제나 발병을 예측하기 힘든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보다는 만성적인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인 타산에서 유리하겠지만,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서 이런 약을 개발하는 것에도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상 의사들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미생물을 연구하고 의약품을 개발해 결국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는 의학자들과 과학자들에게 더 큰 응원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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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종훈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의대에서 안과전문의 수련을 받았다. 현재 가톨릭의대 외래교수 겸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다. 개인 연구소인 성경의학연구소장과 새로남교회 편집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성경 속 의학 이야기>(새물결플러스, 2015),<전염병과 마주한 기독교>(다함, 2020, 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