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학자 강명희 교수로부터 듣는다!

2020-04-02 0 By worldview

월드뷰 04 APRIL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이번 커버 스토리는 이화여자대학교 강명희 명예교수를 모셨습니다. 강명희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콜로라도 주립대학 교수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멀티미디어교육원장, 교육과학연구소장 그리고 한국교육공학회 회장, 한국기업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명예교수, ETR&D Journal Reviewer를 맡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이화여대 김정효 교수가 수고했습니다(편집자).


김정효: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강의로 대학들이 개강해서 어느 때보다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이 중요해졌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화여대에서 평생 교육공학자로 근무하시고 작년에 은퇴하셨는데, 먼저 독자들을 위해서 교수님의 학문 여정 그리고 전공인 교육공학이 어떤 분야인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명희: 교육공학(Educational Technology)이란 교육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이론과 방법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학문이라고 저는 정의합니다. 이를 위해 교육공학자들은 컴퓨터, 모바일, 영상 매체 등 hard technology뿐 아니라 교육이론과 방법 등 soft technology를 교육에 접목하여 의미 있는 “교육혁신”을 추구합니다. 혁신이란 묵은 풍습, 방법, 조직을 바꾸어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으로 가치 창조와 연결되어야만 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고 혁신은 아니지요. 따라서 교육에서 과학기술을 적용하여 가치 있는 교육 성과 창출을 연구하는 학문이 교육공학입니다. 이에 교육공학은 이론을 기반으로 하되 실천을 중시하는 학문으로 미래지향적이며 혁신적이고 창의성을 요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청각교육에서 시작된 교육공학의 새로움에 매료되어 저는 이화여대 시청각교육과에 입학하였고, 대학 졸업 후 바로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교육공학과 석사로 입학하여 박사까지 마치며 교육공학 분야에 평생 몸담았습니다. 저를 걸어 다니는 교육공학의 역사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행동주의에서 인지주의 그리고 구성주의에 기반한 교육공학의 변화를 체험하였고, 매체로는 영화, 방송, 오디오, 컴퓨터, 모바일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연구하는 특권도 누렸습니다. 졸업 후에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에서 잠시 가르쳤고, 이후 해외유치과학자로 시스템공학연구소 학습자동화 연구실 실장으로 임명되어 플로피 디스크를 활용한 학습혁신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이화여대 교육공학과로 이직하여 본격적으로 미래지향적인 학습의 형태와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21세기를 준비하는 학습자 미래역량 연구, 학습자들의 몰입을 높여줄 수 있는 학습실재감 연구, 혁신적인 기업교육 연구 외 BK21, KERIS, OECD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혁신적 교육방법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김정효: 교수님께서는 제자훈련으로 유명한 사랑의교회에서 권사로 계시고 오랫동안 제자훈련에 관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신앙 여정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해 주시지요.

강명희: 함경도가 고향이신 신앙심 좋은 어머니와 외할머니 밑에서 일찍 세례 받고 주일학교와 성가대도 셤겼지만, 하나님은 나에게 두려운 존재이기만 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어린 나이에 경험한 나에게 죽음은 너무나 무서운 공포였고, 홀어머니가 키운 자녀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기대치에 맞추어 애쓰며 살았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을 떠나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유학을 결심했지만, 내 앞에 놓인 문교부 유학시험, TOEFL, GRE 등은 넘을 수 없는 벽 같았습니다. 그때 저는 주님께 기도하며 유학의 길을 열어주시면 하나님께 충성하겠노라 서원했고, 주님의 은혜로 미국을 갔습니다. 그러나 그 기도는 까맣게 잊고 내 힘으로 공부하려 안간힘을 쓰다 실패하면서, 한 학기를 울고 다녔답니다. 하지만 주님은 기숙사 룸메이트를 아주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예비해두셨고, 이 친구를 통해 네비게이토와 CCC 학생들을 기숙사에서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이 아이들의 믿음을 보며, 저는 제가 믿는 하나님과 이 아이들이 믿는 하나님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하나님을 향한 사랑은 순수하고 자유로우며 편안하였고, 늘 가까이 임재하시는 하나님과는 수시로 대화하는 좋은 아버지인 동시에 친구와도 같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일리노이대학에서 빌리그레함전도대회(Billy Graham Crusade)가 열린다는 소식과 함께 룸메이트인 레베카(Rebecca)가 저를 데려가겠다고 해서 참가하게 되었고, 그곳에 모인 젊은이들과 소그룹 성경공부를 하면서 저의 신앙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 저는 결신하였고, 빗물같이 쏟아지는 눈물을 통해 제 안의 공포와 두려움은 말끔히 씻겨 내려갔습니다. 이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주님의 말씀을 일상에서 체험하며, ISI(International Student Incorporate) 선교단체 소속으로 성경공부를 하며, 세계 각국에서 온 유학생들을 전도하고 양육하고 펠로우십(fellowship)을 인도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귀국 후부터는 사랑의교회를 출석하게 되었고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마친 후 순장으로 23년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말씀 묵상을 통해 살아 역사하시는 주님을 만나는 영광을 수없이 누리게 되었고, 믿음과 일상이 통합되어 삶의 지평이 넓어지고 불과 구름 기둥으로 인도하시는 주님을 가까이 체험하였습니다. 지난 45년간 주님과 동행하며 쓰러지고 뒷걸음질 쳤을 때도 있었지만, 늘 주님 손 붙잡고 다시 일어나 주님 주시는 풍성한 은혜와 긍휼을 체험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세상의 두려움, 죽음의 두려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를 얻어가는 기쁨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저의 신앙 여정을 도와준 사랑의교회 공동체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늘 함께하시는 주님께 무한감사 드립니다.

강명희 교수(사진: 이청원).


김정효: 이제 특집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취에 교육이 미친 영향이 매우 큽니다. 한국의 발전에 교육이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강명희: 우리가 가진 자원은 오직 사람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잘 키워서 선진국으로 만들었으므로, 교육이 국가 발전의 근간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콩나물 교실에서도, 멋진 교구가 없어도 성공적인 교육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가치관이 뒷받침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덕체(智德體)의 균형을 강조하고,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는 보이지 않는 사랑, 우정, 정의, 배려 등의 가치가 더 높이 평가되었으며, 꿈과 이상을 가지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였던 사회적 가치관은 교육이라는 도구를 통해 꽃을 피웠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집중력과 억척스러움을 교육이라는 훌륭한 도구에 넣어 단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창출하였고, 이는 나라 발전의 원동력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는 너무 낮은 자리에 있었으므로 교육이라는 디딤돌을 디디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 학교는 시설이 부족하였으나,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장소였고, 놀이터였으며, 친구 그리고 선후배의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삶의 훈련장이었습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변화하지 않는 인간의 주요가치를 지키며 습득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한 인재를 양육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므로, 제 전공이 교육공학이라 해서 무조건 첨단 매체를 활용한 교육을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교육의 성공은 교육내용과 방법 그리고 교사라는 핵심 세 요인이 각각 또 함께 시대에 적절한 수준의 전문성을 가지고 조화롭게 조정되고 성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따로 또 함께 모여 머리를 싸매고 진솔하게 열정을 가지고 지식과 지혜를 쌓아 나간다면, 교육은 마침내 나라의 발전을 견인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라의 경쟁력은 그 나라의 교육 수준에 달려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정효 교수.

김정효: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화 사회 즉 3차 산업혁명 시대만 해도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과 함께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AI, 빅데이터, 3D 프린터, 생명공학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국은 16위 정도로 낮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 우려가 많습니다. 먼저 대학 관련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과거에 비해서 교육부의 대학 지원은 늘었지만 그만큼 간섭이 심해졌으며, 교육의 자율성이 상당히 훼손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명희: 최근 우리 대학이 경쟁력을 잃어 가는 것은 대학정책 실패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지능화, 가상화, 초연결화로 규정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치닫고 있으며, 기계를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게 진화시켜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물론 추론과 예측까지 가능한 기계의 지능화와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상화 그리고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의 초연결화로 관계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키고 있는데, 우리 대학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거꾸로 예전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8년 다보스 포럼에서도 논의되었듯이 기술이 초고도화 되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의 창의적 역량이며, 이러한 창의성은 심도 있는 전문영역의 지식과 함께 비판적, 논리적 사고력과 유연성 등이 결합하여 발현되는 것이므로 이는 장기간의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학은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학문 분야의 심층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하고, 습득된 지식은 자유롭게 사유하고 비판하고 분석하며 통합하는 지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학문의 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과 공동체 그리고 세계에 대한 관찰과 반추를 통해 자신이 속해 있는 학문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며,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영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심층학습을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소양을 갖추지 못하고, 지식과 지혜의 깊이도 없이 단기적인 자기 이익에만 머물러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들은 더욱 더 이기적인 사람들이나 기계의 횡포에 홀연히 무너지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대학의 수준이 그 나라의 지적 수준을 대변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대학은 지식을 축적·창출하고 이를 지혜로 승화시키며 창의적이며 유용한 문제해결의 방안을 고안해 낼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예전에 어떤 기업가가 우리나라는 1등급 국민, 2등급 기업인, 3등급 행정가, 4등급 정치인을 가졌다고 한 말이 기억납니다. 여기에 대학은 아예 빠져 있네요. 1등급 국민의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은 초일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기업들은 1등급 국민을 채용하여 세계에서 인정받는 삼성과 LG 그리고 현대 등 명품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대학은 그렇게 하지 못할까요?

세계적인 명문대학을 양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대학에 자율권과 책임을 동시에 주어야 합니다. 대학은 그들이 추구하는 연구와 교육목표를 분명하게 세우고, 그것을 향해 세계 최고로 성장할 수 있는 자율권과 책임을 분명하게 가지고 가야 합니다. 정부의 통제로 우리 기업이 성장하지 않았듯이 대학도 정부의 통제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기업은 품질과 이윤 등의 기업 성과로 그 수준이 결정되듯이, 대학도 연구와 교육의 성과로 그들의 경쟁력을 증명하게 하고, 세계 대학들과의 경쟁에서도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학의 구성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정부는 가능한 범위에서 행정적인 지원만 해주는 유연하고 투명한 대학 환경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명희 교수는 “나라가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이청원)


김정효: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도가 바뀌어서 정말 입시제도가 얼마나 복잡한지 저희도 잘 모를 정도입니다. 사교육에서 해방하기 위해서 과거 과외 금지라고 하는 강경책도 사용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험으로 줄 세우기를 한다고 이를 막기 위해서 학생부종합전형이니 논술고사니 특례니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생을 선발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에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문제로 인해서 또 입시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한국이 재도약하기 위해서 시대에 맞는 훌륭한 교육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할까요?

강명희: 유·초·중등 교육도 획일화와 평준화를 통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렵게 될 것입니다. 교육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시키기 위해 외적 자원을 제공하고 내적 동기를 유발시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습득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잠재력은 동일하지 않고, 사람은 각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다르며 행복하다고 느끼는 상황과 시점도 다릅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나라가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 정부는 평등과 획일을 주장하며 모든 사람을 동일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시키려 하고 있습니까? 평등과 획일은 다른 개념입니다. 평등은 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누구나 동일하게 존중받고 자유롭게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평등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을 획일화시키고 하향 평준화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동일한 수준과 모습으로 사는 것이 평등이 아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교육은 다양한 교육전문가들에게 맡기고 행정 부서는 교육행정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행정지원시스템만 잘 구축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1등급 국민은 BTS, 김연아 등과 같은 우수 인재가 되는 것이지 획일화된 교육과정으로는 이런 성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자율고, 특목고 등 다양한 특성화 고등학교를 없앤다는 발상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큰 원칙에서 벗어난 행정입니다. 특정인들의 그릇된 행동이 문제가 되었다면, 부정한 행위를 걸러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마땅한데, 심사숙고 없이 일시에 교육의 다양성을 없애고자 하는 정부는 도대체 우리 공교육을 어디로 견인해가려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요즈음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이 상황의 수습을 의학 전문가들에게 맡기지 못하고 비전문가인 행정 위주의 정책으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우리 공교육을 이렇게 행정 위주로 하나의 틀에 박아 버리면,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예측불허하고 자유로우며 유연해진 사회에서는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머지않아 우리는 강대국의 서열에서 뒤처지는 위기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대학입시 제도는 공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성과를 평가하며, 대학의 학생 선발의 최소 기준을 마련해주는 공교육의 핵심요인입니다. 이에 공교육을 마무리 짓는 시점에서 그동안의 교육 성과를 매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전국적 지표가 있어야 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렇게 진행되는 수학능력고사는 대학입시 제도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수학능력고사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충분히 숙지되어야 할 기본 학습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 할 수 있으며, 21세기 미래역량 지표에서의 핵심기본소양이라 표기된 언어, 수리, 과학, 사회 등의 영역에 관한 평가이므로 이는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상의 교육목표에 기반을 두고 매년 안정되게 큰 변화 없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수학능력고사 외의 다른 대학입시 제도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교육부가 매년 입시제도를 이렇게 저렇게 변경하여 통제하면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로 빠뜨리고 일선 학교의 교사들까지 교육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정효: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교육내용과 방법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강명희: 미래 사회의 무서운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지켜내어야 할 것은 인간의 존엄성, 올바른 가치관,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다스릴 수 있는 인간 고유 능력입니다. 이에,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는 무서운 변화의 파도를 즐기며 인간의 고유 능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계발할 수 있는 창의적 교육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교육내용은 기본역량(3R을 비롯한 기초과목)과 올바른 가치관을 섭렵하는 것에 더하여 몇 가지 역량이 더 요구됩니다. 첫째는 4C(Creativity and Innovation, Critical Thinking and Problem Solving, Communication, Collaboration) 역량입니다.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것을 창출하는 역량, 비판적 사고를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타인과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외에도 정보와 미디어 기본소양 즉 컴퓨터나 매체를 다룰 수 있는 소양도 필요하고 삶과 경력을 관리할 수 있는 융통성, 자율성, 사회적 교류 능력, 생산성과 책무를 감당하는 능력 그리고 리더십과 맡은 일에 책임을 지는 능력 등이 있어야 하므로, 이런 영역들이 교육내용에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의 진보와 경제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일자리 유형이 변화되고 다양해지기 때문입니다. 단순노동은 점차 기계가 대신하고 사람은 가치와 지식을 창출하는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유연한 업무환경이나 창의적 서비스업의 증가 등은 우리가 배워야 하는 교육내용의 영역을 대폭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결코 학생 모두에게 적용되는 프로그래밍 능력 강화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이 정부가 일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은 잘못된 방향이며, 우리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 그리고 비판적 사고력의 배양이 더욱 절실한 시점입니다.


김정효: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서 개혁이 되어야 할까요? 앞으로의 한국교육에 대한 향방과 과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명희: 교육환경은 첨단 기계와 기술로 더욱 빠르게 지능화, 가상화, 초연결화가 될 것이며, 교육전략은 교사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학습 내용은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으므로, 이제는 이러한 정보를 실생활에서 적용하는 방법을 교사들이 함께 찾아 고안하고 공유하는 과정으로 정보에서 지식으로, 지식에서 지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교육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세 가지를 유념하면 좋겠습니다. 첫째, 교육내용은 매우 깊이 있고 심도 있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교육의 내용에 깊이가 없고 피상적인 것만 다루어진다면 우리는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내용 전문가들이 교육내용을 각 발달단계에 맞게 정리하고 우리 학생들이 더욱더 심층적인 학습(deep learning)에서 기쁨을 찾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둘째, 교육방법은 매우 유연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정보가 널려 있는 현시점에서 정보의 획득을 한 가지 틀로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정보획득의 과정을 장려하되 믿을 수 있고 가치 있는 정보를 획득해 나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도와주는 교육방법의 고안이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교육부는 교육 분야를 통제하려 하지 말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를 바랍니다. 정부의 규제는 그 어떤 분야의 발전도 도울 수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성장의 주도권을 주고, 정부는 국민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기를 겪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교육에 추가하고 싶은 내용은 “세계시민 의식” 교육입니다. 현대 인류가 처한 거스를 수 없는 상호연결성에 의한 세계화는 교육, 기술, 민주화를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와 더불어 환경문제, 경제위기, 빈부격차, 전쟁, 전염병 등 부정적 결과 또한 초래하고 있으므로, 이는 한 개인이나 개별 국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전 세계인들이 세계시민(global citizen)이 되어 전 세계의 문제점을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 포용, 해결하려는 책임감과 윤리적 실천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김정효: 그리고 기독인으로서 이러한 미래 사회의 도래에 대해서 어떠한 마음 자세로 대응해야 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명희: 교육에서 다루는 부분은 인간의 육체와 마음 즉 혼에 관한 것만 다루게 되지만, 기독인들은 육체(body), 마음(mind) 그리고 영(spirit)까지의 배움과 성장을 다루어야 합니다. 거듭난 기독인은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죽었던 영이 다시 살아난 체험을 한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기독인들은 미래를 준비할 때에 앞서 이야기했던 육체와 혼의 준비를 넘어 영의 준비까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적인 관점에서 미래사회의 특징을 몇 가지 짚어 보면, 첫째, 기존 산업의 파괴가 일어나고 가상공간의 역할이 커지면서 지식재산권·저작권 논란이 확대되는 등 경쟁이 심화 되는 사회로 변모할 것입니다. 둘째, 새로운 직접 민주주의 시대가 전개되면서 개인의 힘이 강화되고, 다양한 가족 구성 형태가 등장하며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개인화·다원화 경향이 커질 것입니다. 셋째, 소프트 자산과 가상 권력의 가치가 커지고 가상현실 커뮤니케이션이 확대되는 등 가상공간의 가치가 증가될 것입니다. 넷째, 디지털 기술에 휴머니즘이 접목되어 감성을 소비하거나 오감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되고, 실감형 미디어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상공간의 가치와 힘이 커짐에 따라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며 사회적 신뢰에 대한 가치 또한 증대될 것이라 합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사회의 변화와 변혁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없지만, 기술발전의 속도를 보면 지능화, 가상화, 초연결화로 규정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올 것이고,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적응하고 이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기독인은 배움이 일상이 된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따라서 한 번의 대학교육으로 하나의 전문직업으로 평생 살아가기는 힘들 수 있는 미래의 상황은 우리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새로운 직업으로 두세 번 바꾸어 가며 주님 가라시면 가고, 멈추라시면 멈추는 나그네 인생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따라서 세상적인 육체와 혼(마음)의 준비는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거듭난 영을 성장시키고 늘 주님이 채워 주시는 성령으로 가득가득 열매 맺으며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하나님을 믿는 기독인들은 변화의 물결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이들에게 휘둘리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창조주 되시고 세상을 다스리시는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인간의 시간 개념을 뛰어넘는 변함없는 인생 매뉴얼입니다. 우리가 정치가, 의사, 법조인, 교육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든 상관없이 주님의 자녀에게 성경은 삶에 꼭 필요한 지침서이고 원칙입니다. 따라서 기독인 역시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환경의 급물살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성경 말씀의 원칙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가치를 소중하게 지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기도로 무장하며 다니엘과 같은 믿음으로 준비한다면 우리는 이 변화를 즐기며 주님께 무한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정효: 귀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