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Korea, 경제 유토피아니즘을 경계한다
2020-02-04Again Korea, 경제 유토피아니즘을 경계한다
월드뷰 02 FEBURAR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
글/ 김승욱(중앙대 교수, 발행인)
무너진 한국 사회를 다시 세우자는 의미에서 <월드뷰> 2020년 특집 주제를 “다시 대한민국(Again Korea)”으로 정했습니다. 지난 1월호의 개관에 이어 이번 2월호는 경제영역을 다룹니다.
지난 수천 년의 기독교 역사에서 기독교 경제관에 관하여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께 복을 받아 부유하게 살아야 한다는 청부론과 자발적 나눔을 실천하여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청빈론으로 나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최근에 이런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총신대 신대원의 이상원 교수는 둘 다 유토피아니즘에 빠진 잘못된 견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물의 복을 추구하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재물을 숭배하는 것이 타락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천국이 아닌 이 땅에 사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진 모든 것을 나눠주고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사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빈론도 이상주의에 불과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상원 교수의 평가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적 대안을 제시할 때 유토피아적 이상주의에 빠지거나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독교 경제관이라는 제목의 책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오류가 이런 것입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도의 강행,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유토피아니즘의 오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저소득층의 소득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는 좋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성장과 분배라는 경제학이 추구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한계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을 어렵게 한다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낮은 급여는 노동 착취라고 하는 편견에 기초하여, 실현하기 어려운 이상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줄인 워라밸은 바람직한 이상입니다. 사실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긴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목표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일의 노예가 되지 말고 삶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도 일주일에 하루를 떼어서 거룩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워라밸도 현실을 무시하고 갑자기 그리고 강제적으로 시행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이러한 제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한계기업들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하지만, 1년 만에 준비할 수 없는 중소기업도 많습니다. 게다가 산업의 특성에 따라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외조항을 두는 등 여러 조치가 있겠지만, 정부가 모든 산업의 기업들 사정을 다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작용으로 인한 비효율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그렇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는 세계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 용어입니다. 비정규직을 영어로 표현하면 Non-regular employment입니다. 세계적으로 통계 자료는 상근(Permanent) 근로자이냐, 비상근(temporary) 근로자이냐, 또는 시간제(part-time) 근로자이냐, 전일제(full-time) 근로자이냐로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민노총에서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해고할 수 없고, 고용이 정년까지 보장되는 노동자로서 해당 기업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만을 정규직으로 구분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노동자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정의합니다. 일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이 정규직으로 일할 수만 있으면 최고의 이상 상태일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해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도 일감이 있어야 사람을 고용합니다. 세계 각국의 통계를 보면 고용 보호가 강한 프랑스나 포르투갈 등은 임시직이 많습니다. 반면에 고용 보호가 약한 미국은 임시직이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 일자리는 근로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현저히 약화될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정규직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모든 사람을 고용할 수 없다면 비상근이라도 일하고자 원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탈원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도 없고, 경제성도 높은 이상적인 에너지원은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핵융합발전이 상용화된다면 모르지만 아직은 모든 에너지 자원들은 나름의 단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아서 에너지 사용량은 많은데, 석유 자원은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원자력 발전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상적인 생각에 탈원전을 선언하고 강행하는 것도 역시 지나친 유토피아적 발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완성된 천상의 삶이 아니라, 지상에서 과도기의 삶을 사는 우리는 이상도 중요하지만, 현실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민주공화국으로 건국된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해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의 성장과 해외 선교사 파견도 역시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하나님의 축복임을 믿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 교회의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하였고, 특히 젊은이들은 미전도종족이라고 할 정도로 기독교인의 비중이 낮습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에는 평시 중에 가장 낮은 2%의 경제성장을 겨우 기록했습니다.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의 성장동력이 약화되어, 수출이 10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해서 최저임금도 많이 높였지만, 오히려 소득분배는 악화되었습니다. 일가족 자살도 많아졌습니다. 일자리를 늘리려고 일자리 상황판도 만들고, 정부 예산도 많이 투입했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소비가 줄어 물가도 낮아져서 디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염려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많은 기업이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행히 소강 국면에 들어갔지만, 올해는 한국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도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 경제영역에서 어떠한 개혁이 있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표지 인물(Cover Story)
이번 2월호 커버 스토리 인터뷰를 위해 아산나눔재단과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양대 한정화 특훈교수를 만났습니다. 그는 13대 중소기업청장, 기독경영연구원과 벤처산업연구원 원장 및 중소기업학회 등 여러 학회 회장을 역임 한 바 있습니다. 인터뷰에는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실행위원장과 기독경제학회 회장으로 수고했던 명지대학교의 김태황 교수가 맡았습니다.
한정화 교수는 최근 한국 경제 둔화의 요인으로 첫째, 수출주도 요소투입형 방식의 한계, 둘째, 정책적 대응의 실패, 셋째, 영적 자본의 고갈 세 가지로 꼽았습니다. 하나님께 경제적 회복과 부흥을 달라고 기도하기 전에 먼저 영적 회복과 부흥을 간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중소기업을 활성화시키고, 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이 밖에 노조 문제, 분배 문제, 4차 산업혁명, 소득주도 성장 등 여러 가지 한국 경제의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기획 특집(Issue)
이번 경제 특집에는 기독경제학회 소속 교수들과 신학자로부터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먼저 숭실대 조성봉 교수는 한국 경제를 개혁하려면 정부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간부문이 충분히 성숙하기 이전 단계인 건국 초기에는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 민간부문의 국제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정부의 계획과 규제는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주체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약화되고 자원 배분이 왜곡되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관치금융에 의해서 성장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취약하다는 예를 들면서, 정부는 선수와 코치의 역할을 그만두고 심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문제와 관련된 국가의 역할에서 기독교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아마 토지의 국가 소유가 성경적인가 하는 주제일 것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총신대 신대원의 이상원 교수가 명쾌하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는 먼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토지제도에 대한 발언을 요약하면서 그 의도를 결국 토지국유화로 파악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헨리 조지는 토지국유화를 주장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의 주장을 따라가면 토지국유로 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토지국유화 또는 공유의 근거를 레위기 25장의 희년 제도에서 찾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며, 레위기의 토지법은 청지기 정신이라는 보다 넓은 성경적 견해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청지기 정신이란 하나님과 인간이 서로 배타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것인데, 그것을 인간이 법적인 소유권을 행사하도록 하셨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토지제도는 국가의 토지 소유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법적 토지 소유권을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는 일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바울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데살로니가후서 3:10).”고 했지만, 현대에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갤럽의 짐 클리프턴 회장은 갤럽연구소가 6년간 세계 데이터를 수집해서 내린 결과를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가장 통렬하고, 유용하며, 명료하고, 세계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는 한 가지 진실을 발견했다. 전 세계가 원하고 있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라는 진실 말이다. 이것은 갤럽이 그동안 찾아낸 가장 중요한 발견들 가운데 하나이다 (…) 과거 인간은 다른 무엇보다 사랑과 돈, 음식, 안식처, 안전, 평화 그리고 자유를 갈구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달라졌다. 이제 사람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고, 그들의 자녀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길 바란다 (…)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욕구는 세계인의 시대적 소망이다.” 지구의 70억 명 인구 가운데 15세 이상인 50억 명의 60%인 30억 명은 상근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이러한 일자리는 12억 개에 불과하고, 18억 명이 그런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데, 그중 50%가 실업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일자리를 잃고 실업 상태로 18개월이 넘어가면 친구들은 물론 심지어는 가족들과의 교류도 없어집니다. 짐 클리프턴 회장은 제3차 세계대전은 일자리 전쟁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일자리 부족의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4차 산업혁명 때문이기도 하고, 경기가 부진하거나, 일자리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서 그렇기도 합니다. 원인이 어떠하든지 각국은 일자리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 되고 있습니다. 재단법인 중소상공인 희망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숭실대 이윤재 교수는 이번 칼럼을 통해 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인구의 중심인 40대의 급격한 고용감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자리 창출은 기업에게 맡겨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선심성 정책을 지양하고, 신성장 산업 분야의 투자가 일어나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이제 낮은 임금을 통해서 국제경쟁력을 얻을 수 없으므로 기술혁신 이외에는 경제를 부흥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권명중 교수는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로 들어가는 초입 국면에 있다는 증거로 GDP 대비 총저축률과 GDP 대비 투자율 사이의 차이가 벌어진 점을 지적합니다. 침체기에는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가 2013년부터 3%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해가 갈수록 그 격차가 커져서 7% 이상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혁신은 경제번영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강요라고 권명중 교수는 주장합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또한 필요한 것은 노동 개혁입니다.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글로벌 경쟁력 지표에 의하면 한국의 가장 취약한 부문이 노동시장 효율성입니다. 한국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은 26위인데 비해서 특히 노사관계 비협조성은 조사대상국 137개국 중에 130위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한 박기성 교수는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 구체적인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근로계약법으로 바꾸고, 직장점거 파업을 금지하며, 파견근로를 자유화하고, 초과근로수당은 근로 강도를 조절할 수 없는 근로자에 국한할 것 등을 주장합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금융시장에 대비되는 노융(勞融)시장을 발전시킬 것을 권고합니다. 금융이란 자금융통을 줄인 것이라면 노융시장은 노동융통의 줄임말입니다.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기 위해서 은행 등 각종 금융기관이 존재하듯이,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알선, 파견, 용역, 리스 등 노융기관이 발달해야 하는데,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이를 금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기관들이 존재하는데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이 많을 것입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1952년 6.25 전쟁이 한창일 때 공산화를 막기 위해서 급히 일본의 제도를 베껴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그 틀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의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이 들어왔습니다. 소위 사람 소개해주고 중간에서 착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입된 법인데, 이 법이 아직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서 노동 중개기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가사도우미 알선 등을 하는 회사들은 이 법을 피해서 다른 명목, 즉 가입비나 회비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낙후성이 바로 노동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박기성 교수는 “금융기관과 유사하게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적절한 교육 훈련, 정보, 상담, 취업 알선, 전직 지원, 취업 후 노사의 고충 처리뿐만 아니라 직접 파견, 용역 근로자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민간 인력회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성경에서도 강조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노동조합과 함께 최저임금제도 있습니다. 노동 착취를 막기 위한 것인데, 한국은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결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한일경제연구소 경제금융실장을 역임한 신한대학교의 김인숙 교수는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설명한 후에 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의 직격탄을 맞은 계층이 바로 이들 영세 자영업자임을 자세한 통계 자료를 근거로 지적하며,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사실 현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wage)주도성장 보고서에서 기인하는데, 그 보고서에는 수출 비중이 높거나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임금주도성장의 효과가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은 이 두 가지 모두 해당되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KAIST의 이병태 교수가 지적했는데, 현 정부는 이 정책을 무리하게 실시해 경제성장효과도 나타나지 않았고 소득분배도 개선되지 못하고, 자영업자들만 큰 피해를 당했습니다.
자영업의 침체로 인해서 상가도 공실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실제적으로 경제 전체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현 정부가 부동산 매매의 본질을 오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부동산이 본질적으로 주거공간이면서 자산이라는 점을 현 정부가 간과했기 때문에 이런 의도와 다른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다가구 주택 소유자를 투기꾼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하다보니 소위 똘똘한 집 한 채를 가지려고 지방 사람들까지 서울에 집을 마련하려고 몰려들어 서울의 집값이 더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부동산 시장을 원한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들을 철회하고 시장원리에 입각한 부동산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신년사에서 무역수지가 계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했으나, 사회 일각에서는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실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데,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보다 커서 무역수지가 흑자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 이홍구 교수는 한국이 2008년 이후 계속 수출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를 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순환적 요인이란 세계 불경기와 미·중 무역갈등 등을 말합니다. 구조적 요인이란 중국으로부터 값싼 노동집약적 재화를 수입해, 자본 집약적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의 무역구조가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높아지면 한국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일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980년대 중반에 독일과 일본은 모두 플라자 합의에 의해서 자국 화폐가치가 크게 높아져서 수출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독일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사회 인프라를 확충해 독일 기업들이 본국으로 재이전하도록 했으며,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서 극복했습니다. 반면에 일본은 이런 구조조정에 힘을 기울이지 않아서 장기 불황을 경험했습니다. 현재 한국은 독일보다는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을 확충하고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시스템을 확립하고 사회 인프라 투자를 늘릴 것을 주문했습니다.
글로벌 경쟁에 꼭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에너지입니다. 특히 석유가 나지 않는 한국의 경우 원자력 에너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혜안에 의해 원전 개발을 시작한 이후 그 능력을 착실히 쌓아가 마침내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실시해 흑자였던 한전이 막대한 적자를 안게 되었습니다. 거룩한대한민국네트워크의 김성훈 총무가 이에 대한 글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농업의 방향에 대해서 독일에서 농업경제를 공부한 인천대 이명헌 교수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농업은 농민의 소득 유지를 위해서 생산증가를 위한 정책이 주로 시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농지면적당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밀집형, 공장형 축산으로 인해서 악취, 분뇨, 전염병 문제도 심각해졌습니다. 이명헌 교수는 이제 농촌이 “보다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곳(정주), 쉴 수 있는 곳(휴양), 도시문화가 주지 못하는 즐거움을 주는 곳(관광), 자연과 교감하면서 몸과 마음이 낳을 수 있는 곳(치유)으로서의 농촌 그리고 그 농촌을 농촌답게 해주는 농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양(斜陽)산업이자 사양지역이라고 생각되던 농업과 농촌에서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한국교회탐구센터 송인규 소장은 특집 주제와 관련된 도서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경제학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제사나 경제사상사, 그리고 신학적 관점과 현실 경제정책에 대한 좋은 서적을 골고루 잘 골라 추천해 주었습니다.
성경과 세계관(Bible & Worldview)
이번 ‘성경과 세계관’ 세션에서는 5편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먼저 총신대 신대원 이상원 교수는 동성애를 정상적인 성애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허호익의 <동성애는 죄인가>를 비판했습니다.
이달의 [IT 기술과 복음] 칼럼에서는 김태형 목사가 “블록체인이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주제 하에 교회 선거 플렛폼으로 ‘스마트 보트(Smart Vote)’를 소개했습니다. 대형교회에서는 수기투표방식이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간혹 다툼도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북한 포커스] 칼럼에서는 정교진 박사의 “이란사태로 보는 북한-이란의 대미전략 공조체계”를 실었습니다. 새해 벽두인 지난 1월 3일 미국은 무인기 미사일로 이란 혁명수비대 최정예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사령관을 암살했습니다. 이것이 북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요? 정교진 박사는 노동신문 분석을 통해서 북한의 충격을 유추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북한 노동신문은 이란과 미국의 갈등 양상 및 충돌, (군사적) 대치국면을 순차적으로 아주 상세하게 보도해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신문은 솔레이마니 사망 소식을 사흘 동안 보도하지 않다가 늦게 보도했고, 그 후 이란사태에 대해서 노동신문은 1월 8일 자, 1월 12일 자에 한 번씩만 다루었을 뿐 보도를 자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호에서도 역시 [삶을 위한 성경 강해]에서는 이우제 백석대 교수의 25번째 요한계시록 강해가 이어졌습니다. 요한계시록 11:7-8 구절을 중심으로 우리의 시나리오와 하나님의 시나리오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하나님의 시나리오에 붙들려 내 배역을 신실하게 살아내자고 합니다.
세계관 운동(Worldview Movement)
세계관 운동 세션에서는 3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올해는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매월 [6·25 한국전쟁 70주년 특집]으로 월드피스 자유연합의 안재철 대표의 칼럼을 1년간 연재합니다. 그는 ‘6·25 한국전쟁 역사 바로 알리기’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는 6.25 전쟁의 3대 영웅으로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 이승만 대통령, 김창룡 특무대장을 꼽는데, 이번 호에서는 “맥아더 장군이 옳았다!”는 제목의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그는 맥아더 사령관의 전문(電文)을 소개하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북진통일을 하려고 했던 그 열정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국가는 어떤 존재일까요? [복음한국] 칼럼에서는 사랑의 교회 주연종 목사의 “그리스도인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실었습니다. 주연종 목사는 국가는 명멸하는 세포와 같으나 진리이신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대한민국을 지키기보다 진리를 위해 깃발을 들어야 한다, 즉 하나님의 말씀을 훼손하고 그 말씀을 대적하는 세력과 사상에 맞선 영적 싸움의 깃발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빠의 약속] 운동을 위한 칼럼은 본보의 오광일 팀장이 지난 호에 이어서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의 하나인 AI 시대에 자녀교육 방향은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실었습니다.
문화와 세계관(Culture & Worldview)
문화와 세계관 세션에서는 이번에도 역시 5편의 글과 그림이 실렸습니다. [미술] 코너에서는 화가 이선우 교수가 “겨울 이야기”를 찾아 무작정 떠났던 스케치 여행길에서 느낀 풍경에 대한 소감과 함께 아름다운 겨울 동양화를 실어주었습니다.
맺으며
지금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일명 ‘우한 폐렴’이 무섭게 퍼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후페이성을 출입통제하고 있으며, 중국 전역의 관광, 교통, 소매, 음식업 등이 타격을 받아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최대 4%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경제침체는 한국 경제에 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에 풀린 중국 관광객이 다시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간재 수출도 더욱 둔화될 것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겨우 2% 성장한 한국 경제에 0.5%는 매우 큰 비중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고 있고,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 경제가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번 호에 제시된 여러 가지 개혁의 방향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과학자에게 시상하는 노벨상이 사회 과학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경제학 분야가 포함됩니다. 그 이유는 경제학은 자연과학과 유사하게 객관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의 작동원리는 과학의 현상과 유사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 경제정책은 이념이나 관점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경제 현상의 상당 부분은 수요의 힘과 공급의 힘에 의해서 결정되며, 이는 인간 본성이 결정합니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르는 수많은 시장참여자의 의사결정은 정부의 힘으로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섣부른 유토피아니즘을 경계하고, 점진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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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경제학부 교수이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사로 박사학위(Ph.D.)를 받고 UNPD 국제 전문가와 중앙대 동북아 연구소장, 경제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