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독서를 생각한다
2019-10-04<월드뷰> 2019년 10월호, 발행사
디지털 시대에 독서를 생각한다
월드뷰 10 OCTOBER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
글/ 김승욱(중앙대 교수, 발행인)
스마트폰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즈음 많은 정보습득을 동영상으로 합니다. 그래서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한데,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책 읽기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자 이번 특집주제를 독서로 정했습니다.
책 안 읽는 한국인
독서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1994년에 86.8%였던 독서율이 2017년에 59.9%로 떨어졌습니다.1)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미국도 독서율이 2014년에 76%에서 2016년에 73%로 떨어졌고2) 일본도 2015년에 49%에서 2017년에 45%로 하락했다고 합니다.3)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하루 평균 6분 동안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4) 미국인보다 책을 훨씬 적게 읽는 것 같습니다. 미국 뉴저지에서 뉴욕 시내로 버스를 타고 들어갈 때 버스 안의 대부분 사람이 책을 읽고 있어 놀랐습니다. 분당에서 광화문까지 직행 버스를 타보니 대부분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51,184명당 1개의 도서관이 있는 반면에 일본은 39,093명, 미국은 34,835명, 영국은 15,465명, 독일은 10,595명 당 한 개라고 합니다([그림 1] 참고). 도서관이 부족해서 그런지 국가 공공도서관 이용율을5) 비교하면 한국(32%)은 EU 평균(31%), 스페인(33%), 프랑스(33%)와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스웨덴(74%), 핀란드(66%), 덴마크(63%) 등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매우 낮습니다([그림 2] 참조).6)
책 읽기와 두뇌 발달
많은 교육자가 독서를 강조합니다. 책 읽기가 학습 효과를 높인다는 것을 저도 경험했습니다. 유학 등의 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두 아이를 키웠습니다. 젊어서 두 아이를 키울 때는 독서를 등한시했지만 44세에 얻은 늦둥이는 어릴 때부터 외국어보다 독서 능력을 키워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집안에 TV를 없애고 장난감 대신 언니와 오빠에게 주려고 샀던 책을 주변에 늘어놓아, 할 일이라고는 책 읽는 것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원래 재능이 있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위의 두 아이에 비해서 언어 능력이 월등하게 좋았습니다. 이는 다른 과목의 학습 능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동영상을 통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는 독서와 동영상은 차이가 큽니다. 고등 사고와 집중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동영상 시청을 멀리하고 독서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글자를 읽을 때 시각이 자극받고, 눈에 보이지 않는 책 속의 장면이나 인물을 상상하고, 창조하는 과정에서 뇌의 모든 영역을 자극하며, 사고 능력을 총체적으로 향상시키기 때문에 독서는 뇌를 가장 잘 발달시키는 활동이라고 합니다.
11세기에 아랍 의사 이븐 알하이삼은 책을 읽을 때 눈동자가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한참 후인 1879년에야 비로소 프랑스 안과의사 에밀 자발에 의해 눈동자가 책을 읽을 때 계속 멈칫거린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는 인간의 뇌가 시선이 고정된 곳에서 오른쪽으로 15글자, 왼쪽으로 4글자까지 한 번에 정보를 읽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짧은 찰나의 순간에 수백만의 신경 세포와 시냅스들이 뇌의 여러 영역에서 단어와 철자와 발음을 구성하고 과거의 기억이나 이미지를 깨웁니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면서 상상도 하고 이해도 해 나갑니다. 또 감정 정보를 담당하는 편도체가 해마체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감정의 신호를 보냅니다.7) 인간은 모두 문맹으로 태어나서 글을 깨우쳐 가는데, 그동안 뇌의 구조가 바뀐다는 사실을 뇌 과학자들이 밝혔습니다. 문맹자 집단과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점이 이 사실을 증명합니다. 뇌는 뉴런과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뉴런은 거의 늘어나지 않지만, 시냅스는 외부 자극에 의해서 새로 생기기도 합니다. 독서는 시냅스의 생성을 도와주어서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사고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독서가 인격을 형성하고 인간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은 교육자의 환상이 아니라 생물학적 사실입니다.8)
독서의 치료 효과
지난달에 출간된 신간 서적 중에 안드레아 게르크(Andrea Gerk)가 쓴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는 독서 치료에 관한 책이 있습니다. 독서는 뇌의 발달을 도울 뿐만 아니라 감정에도 영향을 미쳐서, 치료 효과도 좋습니다. 6분만 독서를 해도 심장박동이 낮아지고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켜 스트레스 수치도 약 68%까지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게르크의 책에는 독서 치료뿐만 아니라, 독서 교화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카탄두라스 교도소에서는 중범죄자들이 책을 한 권 읽으면 4일씩 형량을 감해주고, 독일 뮌헨에서의 청소년 법원은 마약, 무면허 운전, 절도 등의 범죄에 독서를 선고(宣告)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청소년 범죄자의 경우 독서가 노동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9)
이 책에서 독서 교화 부분을 읽으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감옥생활이 생각났습니다. 23세의 청년 이승만은 고종을 폐위시키고 박영효와 공모해서 공화 정부를 세우려 했다는 죄로 체포되었다가, 탈옥해서 무기형을 받고 1899년 1월부터 약 5년 7개월을 한성 감옥에 갇혔습니다. 콜레라가 돌아서 하루에도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하나님께서는 그를 살리셨고, 그곳에서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이승만은 청일전쟁을 다룬 <중동전기본말(中東戰記本末)>을 <청일전기>라는 제목으로 번역했고, 도중에 중단되었지만, 한영사전 편찬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A에서 F까지 약 8,000단어에 대한 작업을 완수했을 때, 러일전쟁이 곧 일어날 것으로 짐작하고 조선 백성을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전 편찬 작업을 중단하고 <독립정신>을 집필했습니다. 물론 청년 이승만은 강제로 읽은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독서를 하고 저술을 했습니다. <독립정신>은 이승만이 옥중에서 5년간 독서를 통해 터득한 ‘독립을 위한 기본상식 교본 내지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고, 이 책은 이승만의 ”감옥대학 졸업논문“이라고 합니다.10)
책의 영향력
독서는 이렇게 인간의 지성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마 가장 영향력이 큰 물건을 꼽으라면 책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키스 휴스턴(2019)의 <책의 책>은 부재를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뇌 과학이 발전하기 이전에도 책의 영향력에 대해서 잘 알았습니다.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쓴 <1984>에서 정부는 사람들의 감정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위해서 읽거나 쓰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정보와 지식을 독점하기 위해 조선도 출판을 엄격하게 통제했습니다. 우리는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했다고 자랑스러워하지만, 사회변화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술은 알파벳 문자의 장점도 있고, 민간 상업활동의 하나로 시도되어 책을 보급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유럽에서 500년부터 1,400년대까지 필사된 책의 총량이 약 10만 권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후 불과 50년 사이에 유럽 전역에서 약 1,500~2,000만 권의 책이 생산되었다고 하니 그 영향력을 가히 짐작할 만합니다. 그러나 조선은 한글을 천시해서 거의 활용하지 않았고, 한자는 활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글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게다가 조정은 서점 개설을 허락하지 않아 일반 유생이나 평민들은 책을 구하는 것이 지극히 어려웠습니다. 사대부들은 주로 북경에서 책을 구해왔기 때문에 매우 비쌌습니다. 유형원의 <반계수록>을 간행하자고 정책으로 건의했지만 조정에서 계속 무시되어 간행하는데 거의 100여 년이 소요되었습니다.11) 이런 상황에서 지식의 독점은 지배층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자 특권이었습니다. 승정원에서 발행하는 관보를 한성의 일부 상인들이 몰래 반출해서 인쇄해서 판매하자 매우 잘 팔렸습니다. 이는 민간에서 책이나 정보에 대한 수요가 매우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선조는 관련자 30명을 처벌하고, 앞으로 책을 인쇄할 때는 일일이 모두 임금에게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조선 초기에 세종도 그런 명을 내린 일이 있다고 하니 조선에서 출판은 통치 행위의 일부일 뿐 백성을 위한 제도는 아니었습니다.12) 이러한 이유로 조선에서 책의 보급은 중국은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책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책을 매우 위험한 물건으로 인식하였습니다. 기호학자이며, 미국과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42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움베르토 에코의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에도 책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책은 40여 개국에 번역되어 3천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1327년 프란체스코 수사인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가 이탈리아의 베네딕트 수도원에 도착하는 날부터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수도원장은 윌리엄 수도사에게 이 살인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하고, 윌리엄은 이 살인 사건이 책과 연관되었음을 알아차립니다. 시각 장애인 도서관 사서 호르헤는 희곡의 행복 효과에 대해 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편>을 숨겨둡니다. 인간이 웃음으로 두려움에서 해방되면, 신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책의 위험한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독약을 발라놓고, 책을 읽기 위해서 손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긴 이들은 결국 죽어나가게 됩니다. 추리소설이지만, 이 책은 중세 수도원 생활에 대한 가장 훌륭한 입문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1986년에 영화(주연: 숀 코너리)로 제작되었습니다. 장면 중에 수도원에 숨겨진 미궁의 장서관에 들어서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에 지금 우리가 있다”라며 환희에 차 있는 윌리엄 수도사의 모습, 화재가 발생하자 불 속에서도 책이 아까워서 밖으로 피하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 그리고 목숨을 걸고 불에 그을린 책 몇 권을 챙겨서 불 속엣 나오는 장면 등, 책을 사랑하는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 세상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애덤 스미스는 자신이 소장(所藏)한 3,000권이 넘는 장서를 애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책이 귀하고 비쌌던 18세기에 3천 권의 장서는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보르헤스는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매거진 <럭셔리>의 편집장이었던 김은령 씨가 최근(2019년 9월)에 쓴 <일상이 허기질 때 밥보다 책>이라는 책에 ‘책에 관한 책’이라는 제목의 장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꼭 읽어야 할 고전 선택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평생 독서 계획>입니다. 이 책은 미국의 유명 편집자이자 작가인 클리프턴 패디먼이 1960년에 발표한 고전 안내서입니다. 1999년에 나온 4차 수정판에는 동양 고전과 과학의 발전 등 최근의 고전이라 불릴 수 있는 책들도 망라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아르헨티나의 국립도서관장인 알베르토 망겔이 미국 뉴욕의 조그만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서 자신의 장서 3만 5천 권과 이별을 하면서 쓴 <서재를 떠나보내며>입니다. 책에 대한 망겔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은령 씨가 소개하는 세 번째 책은 유명한 일본의 독서 애호가 다치바나 다카치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입니다. 다카치 작가는 뇌 과학, 죽음, 우주, 금권 정치 등 어느 한 주제를 연구하기 시작하면 관련 책을 모두 수집하고 철저하게 분석해 취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책을 닥치는 대로 사다 보니 책을 둘 곳이 없어 자투리땅을 사서 책 집을 지었는데 건물에 고양이 그림을 그려 넣어서 고양이 책 집으로 유명합니다.
”책에 대한 책“ 중에 베스트셀러는 아마 박웅현 대표의 <책은 도끼다>일 것입니다. 이 책은 그가 경기창조학교에서 8차례에 걸쳐 행한 강독회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2001년에 초판이 나와서 7년 연속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며, 2016년에 100쇄를 돌파했습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를 제작했던 박웅현 대표가 창의력이 필요한 광고를 24년간 만들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인문학’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책이 있었다고 합니다. 박웅현 대표는 자신이 읽은 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였다고 합니다.
지난달에 또 <책의 책>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책의 역사를 종이, 본문, 삽화, 형태의 4가지 분야로 나누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인류가 파피루스, 양피지, 중국의 한지 등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림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어떻게 썼는지, 어떻게 인쇄했는지, 삽화는 어떻게 그려졌는지, 그리고 두루마리나 죽간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책과 그 역사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이 책은 전자책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 권쯤 소장하고 싶은 책입니다.
표지 인물(Cover Story)
이번 독서와 관련된 커버스토리는 송인규 교수님의 남다른 책 사랑으로 꾸몄습니다. 제가 아는 한국의 교수 중에 장서량이 가장 많은 분입니다. 그는 자택에 책을 다 보관할 수 없어서 집 근처에 책만 보관하기 위한 집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에 송인규 교수님의 책 집을 방문해서 그의 남다른 책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송인규 교수님만의 독특한 독서 방법 노하우도 들어보고, 신자들이 성경적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독서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매월 ”책갈피“라는 제목으로 특집 주제에 대한 꼭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해주는데, 이번에는 해외여행 으로 인해서 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발행사에서 ”책에 관한 책“ 신간들을 소개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번 호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 드립니다.
기획 특집(Issue)
책 읽기는 교육과 연관이 많습니다. 기획 특집에서는 먼저 유치원 교육에서 성인 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책 읽기에 관한 4편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요즈음 미국에선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기 전 1천 권의 책을 읽어주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조앤영어’의 이현주 대표는 정체성을 잃고 기능 중심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현 디지털 세대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도록 해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책 고르는 5가지 팁과 크리스천 부모를 위한 독서 육아 팁 4가지를 소개합니다.
장화연 (주니어솔로몬) 대표는 “독서란 인생이라는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어린이 철학 교육의 현장을 스케치해 주었습니다. ‘고차적 사고력 교육센터(HOTEC)’의 선임연구원인 장대표는 어린이는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없다는 피아제(Piaget)의 인지발달이론에 정면으로 반대하며, 이스라엘의 하브루타식 독서 토론 수업을 통해 어린이 철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웹툰과 학습 만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지상 최고의 아날로그 책 읽기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하면서도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에서 고전 인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1995년에 시작된 경영자 독서모임 ‘MBS’, 기업교육 전문 업체 휴넷이 운영하는 ‘행복한 인문학당’, 학습도서공동체 ‘백북스’(www.100books.kr)가 2009년부터 운영하는 ‘인문고전 읽기모임’, 인문학 카페에서 운영하는 ‘고독(古讀) 클럽’, 인문학과 문화예술에 대한 동영상 강좌를 제공하는 ‘아트앤스터디(www.artnstudy.com)’, 부모와 자녀가함께 인문학 서적을 읽고 독후감을 나누는 가족 독서모임 ‘네오클 (cafe.daum.net/neoclassics)’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2017년 9월에 시작된 세인트폴 고전인문학교를 소개했습니다.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이 학교의 교장을 맡고 있는 정소영 변호사는 고전인문학교를 운영하며 느낀 소감을 술회했습니다. 기존의 강의 듣는 중심의 학교가 아니라, 직접 정독하며 토론하고 글쓰기까지 훈련한다는 면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성경적 관점에서 모든 학문 분야를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칼빈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현재 고전교육기관인 KLAS(Korea Liberal Arts School)13) 에서 서양 고전, 동양 고전, 논리학, 기독교세계관 등을 가르치고 있는 권수진 선생은 인문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문 고전이 역사의 위대한 사상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문 고전이 일반 은총이라는 의미에서 21세기를 사는 기독교인에게 매우 의미가 있다고 주장을 하며, 인문 고전 독서의 유익을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독서의 여러 가지 유익(치료, 연애, 경영)
독서는 교육 외에도 여러 가지 유익이 있습니다. 독서 치유 강사로 활동하는 ‘신성회 독서상담교육원’의 이영애 대표는 독서 상담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인격 성숙이 필요한 교인 가족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책을 도구로 오랫동안 모임을 이끌어 온 이영애 대표는 많은 회원들이 독서를 통해 마음의 병이 치유되고 성숙해졌다고 합니다. 그녀는 독서 상담의 유익을 6가지로 요약해서 소개했습니다.
또한 독서는 기업 경영에도 매우 유용합니다. 최고 경영인 중에 독서광이 많습니다. 지난 10년간 CEO 관련 누적 판매 부수 1위였던 <스물일곱 이건희처럼(다산라이프)>의 저자 이지성 작가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초일류로 이끈 것은 독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랜드의 성공 뒤에는 박성수 회장의 책 읽기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근육 무기력증이라는 희귀병을 앓아 2년 6개월 동안 병상에 있었는데, 이때 3천 권의 책을 읽은 것이 그의 사업 밑천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랜드를 경영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책을 많이 읽혀서 독서 경영으로 이랜드가 유명해졌습니다. 이랜드의 인재개발원 김용채 본부장이 이랜드의 독서 경영이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그리고 이랜드만의 차별화된 활동이 무엇인가 등을 소개했습니다.
성경적 관점으로 다양한 사회 주제를 다루고 있는 기독교 유튜버 ‘책 읽는 사자(본인의 요청에 따라 필명을 사용합니다. – 편집자 주)’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성화”라는 제목으로 책 읽기 특히 성경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상담의 90%가 연애와 결혼 문제인데, 이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데 이 사랑의 진정한 원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을 통해 기독교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독교 서적, 그리고 비기독교 서적의 순으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성경과 세계관(Bible & Worldview)
세상의 여러 이슈를 성경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성경과 세계관] 세션에서는 4편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이상원(총신대) 교수는 동성애 반대 운동을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삼키는 위선적인 행동’이라고 폄훼하는 주장에 대해 반론을 폈습니다. 반론의 근거로 신약과 구약 성경을 인용해서 설명했습니다. 신약에서는 로마서 1장에서 바울은 가장 심각한 죄를 종교적인 죄와 윤리적인 죄로 구분해서 설명하는데, 종교적 죄의 대표가 우상 숭배이고 윤리적 죄의 대표가 바로 동성애라고 주장했다는 것을 근거로 동성애는 결코 하루살이가 아니라 낙타에 해당하는 중요한 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구약 성경의 근거로는 소돔과 고모라성의 멸망과 사사기에 나오는 레위인의 첩 사건을 통해서 동성애가 얼마나 큰 죄인지를 논증했습니다.
[삶을 위한 성경 강해] 칼럼에서는 이우제 목사의 21번째 요한계시록 강해가 이어졌습니다. 요한계시록에서도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곱 나팔 부분에 대한 해설을 하나님의 두 마음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습니다. 재앙은 신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불신자에게 향한 것이며, 한 번에 멸하지 않는 것은 불신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심정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요한계시록을 읽으면 두려움이 아니라 위로가 된다는 것이 현대인의 삶을 위한 계시록 해석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세 번째는 장기호 전 캐나다 대사의 북한 비핵화의 전망과 대책에 대한 글입니다. 그동안 있었던 미·북간의 협상 내용을 정리하고, 향후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예상을 했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마음이 없으므로, 어중간한 비핵화 타결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만 굳혀 줄 뿐, 우리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북한 포커스]는 정교진 박사가 기획 특집에 맞추어서 북한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글을 한국에서 가주었습니다. 장 독서량이 많은 층이 초등학생이듯이 북한도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북한에서 서양 도서도 꽤 많이 읽는다는 다소 의외의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서 소개했습니다. 북한의 개방 정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관 운동(Worldview Movement)
성경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세계관 운동 단체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격려하기 위한 이 세션에서는 4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복음한국] 운동을 제안했던 길원평(부산대) 교수는 왜 이 시대에 참 믿음을 전수할 그루터기로 청년들을 복음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복음한국] 운동이 필요한지 설명했습니다.
복음이 메마른 북한 땅에 복음과 자유주의의 강을 흘려보내고자 은퇴한 자원봉사자를 조직하는 [생명의 강] 운동에서는 국제공화연구소의 오세혁 한국 지사장의 탈북 과정과 그 후에 겪은 일들을 소개했습니다.
음란한 세속 문화에 대응해서 건강한 가정 세우기 운동을 하는 젊은 아빠들의 운동인 [아빠의 약속]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서 장신대 학생 동아리 파로스 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찬 전도사의 ‘오빠의 약속(후편)’이 이어집니다. 성 혁명 시대에 크리스천 젊은이들이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각 캠퍼스마다 조직되어 있는 크리스천 학생들의 생각을 소개하는 [젊음의 광장]에는 세종대 트루스 포럼 황선우 군의 글을 실었습니다. 영화 <아이 로봇>을 통해 로봇의 선악과에 해당되는 것이 감정이라는 재미있는 생각을 전합니다.
문화와 세계관(Culture & Worldview)
문화와 세계관 세션에서는 이번에도 수필, 영화, 소설, 그림책 등 다양한 칼럼들로 꾸몄습니다. 최충희 작가가 어린 시절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고, 잊지 못하는 책 <소공녀>로 번역된 ‘리틀 프린세스’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공주라는 깨달음을 얻었는지 설명합니다.
남정욱 작가는 2018년에 개봉된 영화 ‘바울(Paul, Apostle Of Christ)’과 2013년에 미국에서 방영된 10부작 미니시리즈 ‘더 바이블’에 등장하는 바울을 비교하면서 볼만한 두 편의 기독교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림책] 코너에서는 연혜민(동명대) 교수가 어린 독자들에게 <벤자민의 생일은 365일>(미래M&B), <엄마, 꼭 안아주세요>(책과 콩나무), <이 세상 최고의 딸기>(길벗스쿨) 세 권의 그림책을 추천했습니다.이번 호부터는 [소설]을 연재합니다. 이번 첫 단편소설은 나은혜 선교 문학 작가의 “회귀(回歸)” 1화입니다. 선교사의 어려움과 아픔을 소설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에도 4편의 신간 서적에 대한 서평을 실었습니다.
맺으며
매월 기획 특집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편집위원들이 모입니다. 주제는 사전에 계획하지 않고 편집회의에서 대화를 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으로 선택합니다. 매번 특집을 기획하면서 하나님의 손길을 느낍니다. 이번 기획 특집 주제를 ‘독서’로 하자고 했을 때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종교 등 지금까지 해 온 특집 주제와 장르가 동떨어진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필진을 섭외하고 발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번에도 역시 하나님께서 인도하심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자주 나오지 않는 “책에 대한 책”에 관한 신간이 지난 주에 3권이나 나와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영화화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이 글에서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제 집과 가까운 아이파크몰의 영풍문고가 크게 확장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로 미국 반스 엔 노블(Barnes & Noble)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점이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좋은 서점이 집 가까이에 생겨서 매우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책을 고르고 읽는 모습을 보면서, 독서애호가들은 여전히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월드뷰>도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잃지 말아야 할 가치관을 유지하는데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많은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1) 가장 최근의 자료인 문화체육관광부, 2018년 2월에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참고. (성인) 독서율이란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 등을 제외한 일반도서를 1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말함.
2)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친 것.
3) 마이니치신문, <독서여론조사> 출처: https://www.mcst.go.kr/kor/s_notice/press/ pressView.jsp?pSeq=16550
4) 통계청,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 보고서, 2016년.
5) 15세 이상 국민 중 1년에 1회 이상 공공도서관을 이용한 사람의 비율을 말함. 재미있는 것은 인구 대비 도서관이 우리보다 5배 정도 많은 독일의 이 숫자가 23%에 불과하다.
6) 문화체육관광부,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2018년 2월.
7) 안드레아 게르크(2019),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제인 오스틴부터 프로이트까지 책으로 위로받는 사람들>, 세종, pp. 102-104.
8) 안드레아 게르크, 위의 책, p. 140.
9) 안드레아 게르크(Andrea Gerk)(2019)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 제인 오스틴부터 프로이트까지 책으로 위로받는 사람들>, pp. 188-190.
10) 이정식, 이승만의 구한말 개혁운동-급진주의에서 기독교 입국론으로, 배재대학교 출판부, 187.
11) 정병석(2016),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시공사, 182.
12) 정병석, 위의 책, 191.
13) KLAS(Korea Liberal Arts School)는 경기도 여주에 있는 기숙 고등학교로, 7학년까지 운영되는 서울 양재동의 SICA(Seoul International Christian Academy)의 자매기관입니다.
글 |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경제학부 교수이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사로 박사학위(Ph.D.)를 받고 UNPD 국제 전문가와 중앙대 동북아 연구소장, 경제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