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으로 우리 가정은 행복해요
2019-05-11홈스쿨링으로 우리 가정은 행복해요
월드뷰 05 MAY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9 |
김시연/ 주부
두 아이 희진이와 경진이를 2009년부터 홈스쿨링(home schooling)을 시작해 대학에 보낸 후 늦둥이인 막내(서윤진 12세)도 홈스쿨링 하고 있다. 더 훌륭하시고 모범적으로 자녀 양육과 가정 사역을 감당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 하늘소리 오케스트라 이경원 선생님의 요청으로 그동안의 진솔한 고백들을 적어보려 한다. 젊은 날을 기꺼이 바쳐 자녀 양육에 온 힘을 쏟아부었던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해보며 모든 순간들이 감사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홈스쿨링을 결단한 이유
큰 딸 희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우리 가정은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도 인본주의적이며 세속적 세계관을 심어주는 교육, 도덕과 훈육의 몰락,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 등 공교육에 대한 회의가 많았던 차에 홈스쿨링 세미나와 성품 훈련 등에 참여하며, 홈스쿨링이 기독교 가정의 가장 우수한 교육 형태이며 유일하고도 합당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자녀는 하나님의 선물이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축복이라 믿었기에 우리 부부는 자녀들에게 인생 최고의 행복을 주기 원했다. 가장 중요한 시기의 자녀들과 시간을 함께 하며, 가정 안에서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심어주고, 예수님의 성품들을 훈련하며 영적으로 성숙해지고, 학문적으로는 옹골차며, 자녀 각각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며 부모 또한 끊임없이 공부하게 되는 이 홈스쿨링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방법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자녀를 교육할 의무와 권위를 부모에게 주셨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기도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되었다.
홈스쿨링에 대한 염려
홈스쿨링을 막상 시작하려 하니 부모로서 여러 가지 의문점과 불안함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내가 과연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내가 혹 모르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어떡하지? 비용은 얼마나 들어갈까? 아이들의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주변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부모님들과 홈스쿨링 관련 서적 그리고 홈스쿨링 컨퍼런스와 세미나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알아야 자녀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을, 그리고 읽고 쓸 줄 아는 부모, 홈스쿨링 과정에 헌신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홈스쿨링의 교사로서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자녀의 인성과 가치를 발달시키고 자녀의 특성에 맞는 교수법을 택하여 1:1 개인 교수 방식으로 교육하기에 자애롭고 헌신적인 부모보다 그 임무를 더 잘 수행할 교사가 어디에 있을까?
처음 홈스쿨링을 시작하며 걱정했던 사회성에 관한 부분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리어 또래 집단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연령의 사람들과 자유로이 교제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아이의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최고의 환경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는데 이 모두가 매우 긍정적인 사회화의 한 부분이었다.
홈스쿨링 과정
세 자녀를 키우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하나님의 택한 백성으로 살아갈 때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며, 세상에 속하였지만 세상의 세속적 가치관이 아닌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었다. 그 외에 자기 주도적 학습, 주어진 시간들의 효율적 배분, 그리고 폭넓고 다양한 독서, 특기 활동 등을 강조하였다.
홈스쿨링 하며 참 좋았던 것이 우리 집 주방도, 시장도, 동네 뒷산도, 친척 집 방문 때에도 그리고 가족 여행을 할 때에도 함께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며 공부 따라가랴, 학원 다니랴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의 소통도 부족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일어나서 큐티와 성경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전 시간에 주어진 분량의 공부를 마치고 나면 오후엔 취미 활동, 가족과 집안 일 하기, 악기 연습과 체육 활동 등을 했다. 학업 부분에 있어서는 커리큘럼을 짜는 것은 도와주었지만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인강이나 교재를 선택해 스스로 공부해 나갔다.
부부가 음악을 공부했던 탓에 늘 음악과 함께 했던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서 ‘음악’ 또한 소중한 분야였다. 이 부분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하늘소리 오케스트라였다. 홈스쿨링을 시작할 무렵 컨퍼런스에서 만난 하늘소리 오케스트라의 감독이신 이경원 선생님의 음악을 통한 하나님의 다스리심과 우리의 마음가짐, 자세에 대해 너무도 감명 깊은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단원들의 아름다운 하모니에 가족 모두 매료되어 큰 딸은 바이올린으로 다음 해엔 둘째 아들이 첼로로, 몇 해 전부터는 막내까지 합류하여 10년째 하늘소리와 함께 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현재 이경원(음악감독 겸 지휘자) 선생님과 악기별 전문 코칭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들의 사랑과 열정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선물 ‘음악’을 통해 음악의 주인 되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로 인한 특별한 감사와 기쁨이 있는 오케스트라로 인해 우리 아이들 모두 너무 많은 은혜를 경험하게 되었다.
재작년까지는 홈스쿨링 친구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공동체 활동도 할 수 있는 조슈아 홈스쿨링 아카데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참여했다. 그룹 수업도 해보고 또래 친구들을 만나 우정도 쌓고 체육, 음악,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하며 가정에서 할 수 없는 부분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홈스쿨링 교육을 하고 계시는 같은 형편의 부모님들과의 교제와 나눔도 참 귀해서 힘들고 지칠 땐 격려와 지지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 아이들은요…
큰 딸 희진이는 순종적이며 학구적이고 모범적인 학생이다. 대부분 큰 딸들의 장점처럼 말이다. 초등학교 적응도 잘하고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잘 지냈지만 부모의 결단에 기꺼이 순종해 준 큰딸에게 지금까지도 고맙다는 생각이 많다.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려운 입시 과정을 묵묵히 견뎌내고, 중·고등 과정을 자기 주도 학습으로 성실히 공부하여 총신대학교 유아교육과에 수석으로 입학하는 좋은 성과도 거두었다. 수험생이던 2015년 여름, 다리에 중화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라 부모로서 참 대견하고 고맙고, 하나님께는 감사한 시간들이었다는 고백을 드리고 싶다.
둘째 경진이는 성격이 조용한 편이지만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운동도 좋아하고 묵묵히 자기에게 맡겨진 일들을 잘 감당해내는 믿음직한 아들이며 역시 순종적인 성품의 아이다. 홈스쿨링을 시작한 12세부터 첼로를 취미로 배우기 시작하며 매일 틈틈이 연습하고 즐기던 중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전공을 결정을 한 지 6개월 만에 총신대 교회음악과에 합격하는 기쁨도 얻었다. 기쁘게 공부하고 연습에 매진하는 아들을 보며 기특하기도 하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로 한 걸음씩 성실하게 걸어감에 감사할 뿐이다.
막내 윤진이는 홈스쿨링을 결단하고 뒤늦게 선물로 주신 늦둥이 딸이다. 큰 아이들과는 성격도 다르고 적극적이고 유쾌하며 고집도 센 말괄량이 귀염둥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사랑스럽고 귀한 늦둥이 딸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참 감사한 나날들이었지만, 요즘 사춘기인지 갱년기를 겪고 있는 엄마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우리 집의 분위기 메이커이다.
마지막으로 이 귀한 홈스쿨링을 결단하고 함께 우리 가정을 믿음 위에 세워져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고 도와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때로는 나의 어려움들을 헤아려주지 못한다며 불평도 하고 잔소리도 많이 하지만, 늘 사랑으로 또 우리 가정의 제사장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믿음직한 남편은 언제나 많은 힘이 된다. 부족한 아내의 모자란 부분을 잘 감당해주고 유머와 특유의 장난기로 우리 가정을 늘 웃음 속으로 인도하는 남편이 있어 더 행복한 홈스쿨링이었다.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정이 해체되고 가족의 중요성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 시대에 자녀 교육을 학교에 일임해 두고 ‘공부’만을 강요하고 ‘가정교육’, ‘인성 교육’, ‘부모와 자녀의 유대’를 잊은 채 치열한 입시 경쟁에 내몰리는 불쌍한 우리 아이들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하나님께서 주신 부모로서의 책임과, 자녀를 위한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져버리는 것은 우리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님의 교양과 훈계로 자녀들을 양육하는 일보다 더 순전한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 주님의 명령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지금은 자녀들이 우리들 품에 있지만 머지않아 그들은 우리 품을 떠날 것이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이제 멀지 않았다. 이 시간들이 너무나도 귀하다.
<kimsy1506@naver.com>
김시연 |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음악(성악)을 전공하고 홈스쿨링 학생들의 합창 지도와 음악 교육을 감당하고 있다. 현재 나누며섬기는교회(서성범 목사)의 사모이며, 세 아이(서희진 대학교 3학년, 경진 대학교 2학년, 윤진 초등과정 5년)의 어머니로 10년째 홈스쿨링 중이다. 하늘소리 오케스트라 스텝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