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부 관계의 비결
2019-05-03행복한 부부 관계의 비결
월드뷰 05 MAY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4 |
정인숙/ 그린상담심리교육연구소 소장
결혼을 하면서 대부분의 부부들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라는 동화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한다.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 가운데에서도 ‘결혼하면 행복할 수 있을 거야.’ ‘결혼하면 더 이상 외롭지 않겠지?’ 라며 행복을 찾아서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통한 행복은 막연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어려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결혼 생활이 배우자와 소통이 잘 되어서 한마음과 한 뜻이 되면 좋겠지만 온전히 만족하면서 지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
이전 세대에서는 결혼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근래에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급격하게 변화한 것을 볼 수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2016년도에 조사한 ‘청소년의 결혼에 대한 의식 조사’를 보면 청소년(13-24세)의 절반 이상인 51.4%는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비혼으로 인해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결혼이 선택이라는 인식을 가진 시대이다 보니 결혼 생활의 갈등은 자칫 결혼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기가 쉬운 상황이 되고 있다.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생활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부부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서로 다른 기질을 갖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적응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혼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통계적으로 결혼 후 8년 이내이다.
부부 갈등의 대표적인 원인은 의사소통의 문제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부부 문제의 약 87%가 의사소통의 문제이며 의사소통 정도는 부부의 친밀감을 진단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면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며, 상호 지지를 통한 문제 해결로 서로의 친밀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기독교 부부치료 전문가들 역시 의사소통 문제가 부부 갈등의 원인이라고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레스(Les Parrott) & 레스리 패로트(Leslie Parrott) 부부는 <부부가 꼭 알아야 할 결혼문제 100가지(2003, 요단출판사)>라는 책에서 부부가 알아야 할 중요한 문제로 가장 먼저 대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 다음에 갈등, 직장 생활, 감정, 남녀차이, 친인척, 친밀감, 돈, 다른 인간 관계, 성격, 성(sex), 영혼의 교류, 한 팀이 되기 등의 부부 문제에 대한 질문과 응답을 풀어내고 있다.
<레스, 레스리 페트로 부부>
송정아 교수는 <행복한 결혼, 위기의 결혼(2016, 태영출판사)>에서 20년이 넘게 상담을 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대부분의 가정은 복합적인 갈등 요소에 의해 흔들린다고 이야기 한다. 부부는 사소한 말 다툼, 성에 대한 갈등, 시댁 문제, 외도 등 여러 가지 위기 요인들이 있지만 수많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화의 기술 부족에 있다고 하였다.
수천 쌍의 부부를 만나면서 부부 사이의 가장 큰 위협은 대부분 의사소통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된 에머슨 에거리치 목사(Emerson Eggerichs)는 (2018), <부부를 세워가는 대화의 기술(2018, 죠이 북스)>에서 많은 부부가 살면서 “서로 조건 없이 사랑하고 존경하기를 쉬지 말라(에베소서 5장 33절).”는 예수님의 대화법대로 한다면 문제가 없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갈등 가운데서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부부 대화에서 ‘말’이 배우자를 찌르는 무기가 되며, 남편과 아내는 매우 다른 존재이고, 배우자의 마음 속에는 ‘선의’가 있다는 이 세 가지 사실을 전제로 저자는 예수님의 대화법으로 부부가 서로 참된 말, 격려하는 말, 용서하는 말, 감사하는 말, 성경적인 말로 ‘무조건적 사랑과 존경’을 실천하자고 한다.
기독교 상담 전문가인 게리 채프먼도 <사랑의 부부 코칭, 대화의 기술(2008, 두란노)>에서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긍정적이고, 경청하며, 공감하는 대화의 기술을 통해 부부가 서로 윈윈 하며 살아갈 수가 있다고 하였다.
이상과 같이 부부 관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결혼 생활 갈등의 근본 원인은 대화 문제에 있다고 하였다.
그 외에 부부 치료 전문가들도 의사소통을 중요시하는데 갈등 부부에게 의사소통은 학습 가능한 일종의 기술로, 이것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다고 하였다. 대표적으로 사티어(Virginia Satir)와 가트맨(John Gottman)은 의사소통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부부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경험적 부부 치료로 유명한 사티어는 결혼 생활의 갈등을 일으키는 의사소통 유형을 발견해서 건강한 유형으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었다. 사티어는 갈등을 일으키는 의사소통의 유형을 회유형, 비난형, 초이성형, 산만형의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회유형은 ‘모두 내 잘못입니다.’라며 자신을 무시하는 유형이고, 비난형은 ‘모든 것이 다 네 잘못이야.’라며 상대방을 비난하는 유형을 말한다. 초이성형은 ‘모든 것은 원칙대로 해야 해.’, ‘사람은 지적이어야 한다.’ 등의 규칙과 원칙에 관련된 말을 사용하는 유형이고 산만형은 일관성이 없이 횡설수설하고 요점이 없으며 ‘그대로 놔둬.’라고 말하는 혼돈스러운 유형이다. 이렇게 갈등을 일으키는 4가지 의사소통 유형들은 정서와 행동 그리고 내면의 느낌이 서로 일치하는 일치형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개입하여 치료를 하게 된다.
또한 미국 워싱턴대학교 심리학과 석좌 교수이며 부부 치료 전문가인 가트맨은 성공적인 결혼과 실패한 결혼이 의사소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가트맨 박사는 워싱턴 대학 안에 불화한 부부를 대상으로 실험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여 갈등 상황에서 혈압, 맥박, 뇌파 등 생리적인 현상을 측정하고 비디오 녹화를 하면서 부부의 모든 행동과 대화를 분석하였다. 36년간 3000쌍 이상을 대상으로 부부의 대화를 분석하던 그는 관계가 좋은 부부와 불화한 부부의 중요한 차이를 발견하였다. 평소에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갈등 상황이 되었을 때 사용하는 대화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 부부 갈등의 근본 원인은 성격 차이가 아닌 대화의 방식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었다. 가트맨 박사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인 최성애 박사는 <행복수업(2010, 해냄)>에서 부부가 갈등으로 가는 4가지 의사소통 방식과 그 해결책을 안내해 주었다. 가트맨은 관계를 망치는 네 가지 의사소통 방식을 부부 관계에 독한 황산을 쏟아붓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다. 이런 맹독성의 대화에는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가 있으며 이에 대한 해독제가 있다고 하였다. 비난의 해독제는 비난 대신에 적절한 불평이나 ‘나 전달법’으로 구체적인 요청을, 방어의 해독제는 방어 대신 부분적으로 약간 인정을 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경멸의 해독제는 경멸하지 말고 호감과 존중을 쌓으며, 담쌓기의 해독제는 우선 마음을 진정한 후에 부드럽게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부부 갈등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소한 일에서 시작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이 사소한 일이 매우 커져서 결혼 생활 자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상담실을 찾아온 영희와 철수 부부(가명)의 경우도 처음에는 서로가 호감을 갖고 만났고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졌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이 부부가 찾아왔을 때는 극심한 갈등 가운데 별거 중인 상태였다. 아내는 두 사람이 살던 집에서 남매를 데리고 있었고 남편은 본가에 가서 부모와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각자 따로 살고 있는 도중에 아내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어 이혼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혼돈 상태에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던 아내는 어느 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고 하며 먼저 상담실을 찾아오게 되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뭔가 가닥이 잡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교회 집사님에게 소개를 받고 방문했다. 그녀는 4살의 아들과 연년생인 3살의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남편에 대한 분노와 결혼 생활의 혼돈으로 인한 우울감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모든 일에 흥미가 없어지니 무기력함과 의욕 저하로 인하여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돌보지 않으니 배가 고픈 아이들은 싱크대와 냉장고를 뒤져 먹으면서 허기를 채우고, 둘이 놀면서 온 집안을 엉망으로 뒤집어 놓았다. 하루는 아내가 일어나 보니 배가 고픈 큰 아이는 어디선가 라면을 찾아서 뜯어 먹고 있었고 작은 아이는 울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로 달려가서 울면서 기도를 하지만 그 때 뿐이고 달라지는 것은 없이 늪 속에 빠진 것 같은 생활을 반복할 뿐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왜 이렇게 지내고 있는지 한심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이 상황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가서 죽고 싶은 마음만 가득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의 잘못만을 지적하면서 결혼 생활이 엉망이 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느라 급급하였다. 그래서 이들에게 서로의 대화 유형을 찾아보게 하고 비난, 경멸, 무시, 담쌓기로 얼룩진 부부에게 서로 존중하며 부드러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 서서히 관계를 회복하도록 하였다. 또한 성경적인 관계가 기초가 되도록 권면하여,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인격적인 관계를 지향하여 아내는 남편의 돕는 배필로 그리고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게 되면서 지금은 전보다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부부 관계의 증진
영희와 철수 부부는 단편적인 한 예이지만 현대인들의 결혼에 대한 의식과 가치관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으며 부부 관계의 갈등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은 크리스천 부부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성경에서 하나님이 결혼을 신성시하고 중요하게 여기신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아내는 돕는 배필로 ‘어떻게’ 남편을 섬겨야 하는지, 남편은 아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부부가 이 ‘어떻게’의 부분을 건강한 의사소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좀 더 하나님이 원하시는 연합된 결혼 생활로 나아가 부부 관계가 증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은 인류 최초의 가정이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면서 시작이 되었다고 적고 있으며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 2:18).” 이렇게 하나님은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셔서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취해서 여자를 만드시고 아내와 연합하여 가정을 이루게 하시어 인류 최초의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하셨다.
또한 성경은 결혼에 대해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세기 2:24).”라며 남편과 아내가 연합하는 것이 행복한 부부 관계의 비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설교자이자 복음주의 지도자인 마틴 로이드 존스(Martyn Lloyd Jones)는 <그리스 도인의 결혼생활(2012, 생명의말씀사)>에서 연합은 결혼의 핵심 원리로 남자에게는 ‘부모를 떠나’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며 부모의 집을 떠나라는 명령이, 여자에게는 아버지의 집을 잊어버리라는 명령이 주어졌다고 하였다.
이는 남편과 아내 모두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서 항상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결혼이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경대로 부부는 서로 연합된 한 팀이며 적군이 아닌 아군으로 여겨야 한다. 갈등으로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는 가정은 의사소통의 기술을 익혀서 부부 관계를 개선하고 동시에 하나님의 창조 질서대로 아내는 남편의 돕는 배필로, 남편은 아내를 생명같이 사랑하는 관계로 회복하여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정인숙 | 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 교수와 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 외래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그린상담심리교육연구소 소장 및 신성회 독서상담센터 회장이다. (ggseou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