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뻬 디엠(Carpe Diem)

2019-01-04 0 By worldview

까르뻬 디엠(Carpe Diem)

 

월드뷰 01 JANUARY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ULTURE & WORLD VIEW 1

최충희/ 작가

 

한번도 쓰지 않은 365일을 새로 받았습니다

하얀 백지로 펴든 일년,

삼 백 육십 오일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그려 가는

내 삶의 자화상입니다

 

빈 종이로 허송 세월 말게 하옵시고

찢어진 날 없도록 보호해 주옵소서

게으름과 무력無力으로

몇 장씩 서로 겹쳐 엉기게도 마옵시고

하루, 그 다음 하루가 새롭고 깊어 가는

그런 그림을 그리게 하옵소서

 

비록, 실패와 낙심으로 먹물 진 날이 있다 해도

매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옵시고

아침마다 새로운 당신의 인자함 누리게 하옵소서

 

이 해의 마지막 날, 살아 온 날들

당신 앞에 펴 보일 때

한 장, 한 장이 마주 닿아 또 다른 의미로 살아나고

모든 날 속에 숨겨진

당신의 숨은 솜씨 깨닫게 하옵소서

 

주여!

새로 주신 하루하루

당신으로 인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까르뻬 디엠(Carpe Diem) 이라는 말 들어보셨는지요? 까르뻬 디엠은 라틴어로 쓰여진 어느 시의 한 구절이라고 하는데 ‘현재를 잡아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바로 오늘, 지금 이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뜻이지요. 오늘만큼 내게 확실한 날은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꼭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때도 지금 주어진 시간이고, 우리가 믿음으로 사는 시간도 바로 오늘이지요!

저는 성경을 읽다가 까르뻬 디엠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본문이 있습니다. 예레미아서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바벨론 포로로 잡혀 가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에 살며 텃밭을 만들고 열매를 먹으라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를 낳으며 너희 아들이 아내를 맞이하며 너희 딸이 남편을 맞아 그들로 자녀를 낳게 하여 너희가 거기에서 번성하고 줄어들지 아니하게 하라” (렘29:5-6).

 

하나님을 떠났던 과거에 얽매여 후회하거나 암담한 미래를 두고 걱정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비록 포로의 삶을 살고 있다 해도, 집을 짓고 텃밭도 만들고 그 열매를 즐기며 대를 이어가는, 그런 하루하루의 삶을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희 교회 교인이셨던 자매님 한 분이 제게 이런 질문을 한 기억이 납니다.

“사모님은 인생 후배에게 딱 한 가지 조언해 줄 수 있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제가 어떻게 살면 좋겠어요?”

저는 그 자매님에게 이런 답을 드렸습니다.

“글쎄요….. 그냥 제가 평상시에 생각한 것을 말씀 드릴게요.  너무 평범한 말인 것 같긴 하지만… 오늘을 충실하게 살라고요. 내게 주어진 이 순간, 오늘을 소중히 여기라는 거지요. 과거 일에 얽매이거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근심한다면, 그건 현재를 과거와 미래에 빼앗기는 거잖아요. 결국은 오늘이라는 시간이 쌓여 미래가 되는 것인데 말이지요. 오늘이 사라지면 내 삶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자매님.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오늘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자매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제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10년 후 우리의 모습을 결정짓는다는 말도 해주고 싶어요. 오늘 내가 무엇을 하느냐가 앞으로 나의 모습을 결정짓지 않을까요? 10년 후라고 해서 갑자기 안 되던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의 내 모습도 1년 전, 10년 전의 오늘이 만들어 낸 것 아닐까요? 하나님 앞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10년 후의 나를 상상하면서요.”

대화를 나누던 자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기는 듯했습니다. 항상 밝은 미소와 상냥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던 자매님은 남자아이를 셋이나 기르는 어머니였습니다. 교회에서나 가정에서나 다른 젊은 엄마들의 본이 될 만큼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했고 아이들 신앙교육에도 열심이었지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저는 평소 볼 수 없었던 자매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매님이 아름다운 선율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집사님! 언제 피아노를 배우셨어요? 정말 멋지시네요!”

그러자 자매님은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사모님. 예전에 제게 해주신 말씀 기억 안 나세요? 오늘 이 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를 결정짓는다는 말씀이요! 사모님께서 해 주신 말씀을 곰곰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늘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그리고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재능이 무엇인지 고심했어요. 그리고 제일 하고 싶었던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어릴 때 잠깐 배운 피아노를 정말 더 배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아직 부족하지만 가정예배 때 찬송가 반주도 하고 교회에서 이렇게 조금씩 섬길 수도 있게 됐어요. 사모님, 저 잘했지요?” 자매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쩜 그렇게 예쁘고 감사하던지요! 저는 마음에 결심한대로 행동한 자매님이 참 훌륭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 시간, 제 인생의 좌우명 가운데 하나를 다시 마음 속으로 외칩니다. 의지가 약하여 결심이 수시로 무너지는 저이기에, 이 구호를 외치며 다시금 마음을 다 잡습니다. 아, 제 좌우명이 무엇이냐고요? 그것은 바로 ‘오늘 다시 시작하자!’입니다. 실수하고 실패했다 할지라도 낙망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까르뻬 디엠! 그렇습니다! 바로 내게 주어진 오늘, 이 순간을 잡는 것입니다. 게을러진 영혼을 다시 일깨우고 하나님 앞에서 새롭게 시작할 시간도 바로 오늘, 지금입니다. 바로 그 오늘이 훗날 하나님 앞에 설 우리의 미래가 되는 것이니까요!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
43:18-19)

 

<choi.choonghee@gmail.com>

 

 글/ 최충희 (작가)
미국 세인트루이스 한인장로교회에서 사모로 섬기다가 2000년 미주 교양지 <광야>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동지에 <너, 하나님의 사람아!>와 <일분 묵상>을 연재했으며 해외기독문학 회원으로 다수의 시와 수필을 발표했다. 하트앤 서울 미주 복음방송에서 <최충희 칼럼>과 <성경 속 인물 산책>을 진행했다. 저서로 <희망 온 에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