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의 경제문제_[월드뷰 23년09월호 커버스토리]

미래세대의 경제문제_[월드뷰 23년09월호 커버스토리]

2023-11-20 0 By 월드뷰

나성린 신용정보협회장으로부터 미래세대 경제문제 현황과 대책을 들어본다. 나성린 협회장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1996년 최적조세이론 정립에 대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멀리스 교수로부터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에서 재정학 담당 교수를 지냈다. 제18~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한국공공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기독교방송 객원해설위원도 역임했다(편집자 주)

나성린 / 신용정보협회 회장


김승욱 : 요즘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경제정책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먼저 회장으로 계시는 신용정보협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나성린 : 신용정보협회는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에 관한 정보’를 취급하는 회사들을 회원들로 두고 있습니다. 협회는 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사업발전을 도와주는 법정단체입니다. 회원사로는 신용정보회사(CB), 채권추심회사, 마이데이터사(본인신용정보관리회사) 등이 있습니다. 본 협회는 채권추심 자격증이 부여되는 국가 공인 신용관리사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마이데이터사(본인신용정보관리회사)의 마이데이터 관리사 자격증 제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김승욱 : 신용사회에서 개인 신용등급 관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때 상환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카드발급을 남발해서 카드대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젊은이들을 위한 적절한 카드 사용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나성린 :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 발급이 쉽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나라는 드뭅니다. 물건 구매 시 카드 소지자의 신원을 우리나라만큼 확인하지 않는 나라도 별로 없고,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나라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제도적 허점이 젊은 층으로 하여금 카드를 남용하게 합니다. 젊은이들은 자기 소득 내에서 지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카드를 하나만, 가능하면 소득 내 지출이 가능한 직불카드를 사용하고 신용카드 사용을 절제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해도 매월 갚는 버릇을 길러야 합니다.

김승욱 : 소위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족’은 월급 모아 집을 못 사니, 빚내서 주식과 비트코인에 한 방을 거는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는 근로소득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영끌족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나성린 : 최근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이 더 빨리 올라 월급 모아 집 사기가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이전에도 월급 모아 집을 살 수 있었던 세대는 없었습니다. 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월세로 시작하여 전세로 옮기고, 도시 외곽에 작은 주택을 먼저 마련해서 그 집값이 상승하면 그걸 이용하여 중심부의 작은 주택으로 옮기고 또 열심히 모아서 상승 된 집값을 더해, 보다 큰 주택으로 옮기는 절차를 밟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최근 잘못된 사회 풍조로 인해 이 주거 사다리 단계를 뛰어넘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것처럼 젊은이들이 느끼다 보니 무리한 금융투자에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매우 위험합니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는 전체 상승기를 제외하고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따는 자가 있으면 잃는 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전문 투자가에 비해 개인투자자는 항상 뒷북치고 잃기 마련입니다. 쉽게 일확천금을 벌려는 풍조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입니다. 열심히 저축하고 빨리 승진하여 높은 월급을 받아 또 저축하고, 단계적으로 주택 마련을 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부업도 하면서 열심히 일하여 저축하는 건전한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청년주택과 신혼부부주택 공급, 소형 민영주택 공급을 파악하여 구입하려는 노력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택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더 넓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승욱 : 저도 그런 과정을 겪었습니다. 안 쓰고 악착같이 모아서 우선 내 집 마련부터 하고 부채를 갚은 후에 문화생활도 좀 누렸는데, 지금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보기에 소득에 비해 과소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젊은 층의 소비 성향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나성린 : 한때 집은 소유 대상이 아니니 부동산에 돈을 묶어두지 말라고 권장해 소비를 부추기는 풍조가 확산되었고, 최근에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이라 하여 일과 여가를 동시에 균형있게 즐기자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젊은 층이 재산을 모으거나 집도 사지 않고 현생(현재의 인생)을 즐기는 데 돈을 써버리는 경향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 저축하지 않고 다 써버리면 기나긴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지면서 앞으로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고 일자리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정부 재정상황도 더 악화될 것인데, 미래와 노후에 대한 준비 없이 워라벨이라는 무책임한 풍조에 휩쓸려 젊음을 소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이러한 풍조를 확산시키는 TV 예능프로그램 등도 문제입니다. 100세 시대 노년의 어려움이나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삶을 조명하는 생산적인 예능프로그램 등의 발굴이 절실합니다.

김승욱 : 베이비붐 세대는 고도성장기에 사회에 나와서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난 반면, MZ 세대는 고도성장이 끝나 취업 기회가 적은 것 같습니다. 대졸자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너무 많아졌다는 측면에서 교육정책의 실패를 탓하기도 하고,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저성장을 탓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격차가 발생했고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나성린 :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기보다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옳습니다. 최근 구인 시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도 부족할 정도이므로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일자리는 많습니다. 청년들이 대학 진학을 많이 하여 고학력 구직자가 너무 많고, 그래서 용접, 목수, 미장 등 전문직 육체노동 분야와 중소기업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다섯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잠재성장률을 높여서 새롭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젊은 층도 이러한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자기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둘째, 창업(틈새 산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셋째, 청년층의 의식구조 개선이 필요합니다. 눈높이를 낮추어 안정적이고 고소득을 주는 전문직 육체노동이나 혁신적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취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넷째,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지 말고, 먼저 취업 후에 정말 필요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취업후 진학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정부도 이 제도를 더욱 확대 지원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등, 젊은 층의 미래에 부담을 주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젊은 층이 비판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해치고 눈앞의 이익만 부추기는 다양한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분석·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승욱 : 대화형 인공지능(Chat GPT) 등 기술혁신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염려합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나성린 : 기술혁신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는 항상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류 경제사를 돌아보면 시차 문제는 있었지만 언제나 새로운 산업이 생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ICT 산업(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의 기술 발전과 더불어 구식 산업의 일자리가 줄어들었지만, 정보통신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여가산업(여행업, 엔터테인먼트, 건강 관련 산업 등), 데이터산업과 같은 신규 산업들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일자리들을 빠르게 창출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노동 절약적인 기술혁신이 일어나도 그 새로운 기술을 운용하는 사람이 새로 필요하며 그 기술혁신이 내장된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이 또 생겨나고, 또 그 연관산업이 새로 생겨나기에 기술혁신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기술혁신에서 우리나라가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새로운 산업에서의 일자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지 않는 길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새로운 일자리 동향에 대해 널리 홍보하고 필요한 자격요건들을 미리미리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김승욱 : 요즘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젊은이와 노인이 경쟁한다고 합니다. 과거와는 매우 다른 현상인데, 오늘날 일자리를 두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이 현실화되는 것 같습니다.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요?


나성린 : 정년 연장 때문에 젊은이들이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를 못 얻는 것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만, 저는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시장에서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경쟁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겹치는 알바 자리도 있겠지만, 육체적 강도가 높은 일과 IT 지식이 필요한 일은 노인이 하기 힘들기 때문에 청년 알바와 노인 알바는 대부분 겹치지 않습니다. 현세대 노인들은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샌드위치 세대라고도 합니다. 아직 국민연금 액수도 얼마 안 되고 모아둔 재산도 별로 없어서 은퇴를 미루고 노동시장에 좀 더 머물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동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제도는 임금피크제의 도입 없이 정년 연장만 도입되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젊은이들을 위한 대책으로 노인들의 진입이 어려운 신성장산업의 창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신성장산업을 육성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젊은이들이 고령층과 경쟁하지 않아도 됩니다. 학창 시절 알바는 필요하지만, 졸업 후에도 알바 시장에 머물면서 부모에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비록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정규직에 취직하여 전문성과 스펙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승욱 : 최근에 지나친 실업수당이 근로의욕을 상실시킨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업수당 제도의 결함 때문일까요, 아니면 젊은 층의 잘못된 노동관 때문일까요?


나성린 : 저는 제도의 문제와 젊은이들의 잘못된 노동관, 둘 다의 문제라고 봅니다. 서구 복지국가에서도 실업수당의 근로의욕에 대한 부정적 효과가 항상 우려의 대상이었습니다. 따라서 실업수당 수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실업수당을 오래 제공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최근 한국은 실업수당의 기간과 수준 등의 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해진 느낌이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의욕이 상실되지 않도록 실업수당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최근 젊은이들이 참을성이 없고, 워라벨 풍조로 인해 대기업에서조차 빨리 이직하는 등 근무 조건이 더 만족스러운 직장으로 잦은 이동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에 어차피 일생동안 한 가지 일자리만 갖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전문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단기적 이익에 현혹되어 직장을 전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건전한 노동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김승욱 : 최근 출산율이 너무 낮아 걱정이 많습니다. 결혼을 안 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것이 저출산의 큰 요인인데,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미루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대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나성린 :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여성 취업 증가, 2) 주택 등 완벽한 결혼 준비에 대한 압박감, 3) 혼자 살아도 된다는 사회적 풍조, 4) 중매와 같은 결혼 독려제도의 소멸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해결책을 꼽으라면, 결혼을 하고 싶도록 만드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일 텐데, 우선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고 혼자 사는 것을 긍정적이고 멋있게 보이도록 하는 사회적 풍조나 TV 예능프로, 드라마, 영화 등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결혼 중매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결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무료 공공 예식장을 제공한다든지, 결혼 비용을 지원한다든지, 신혼부부 주택 마련, 자녀 육아비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김승욱 : 경력단절도 중요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현재 어떤 관련 제도가 있고,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성린 : 경력단절의 이유는 임신 및 출산, 그로 인한 자녀 양육이 가장 클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아직 취약 기업이 많아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업장이 많습니다. 출산 후에 재취업하더라도 특히 미취학 자녀 양육과 취학 자녀의 교육 해결이 주요 과제입니다. 그리고 설사 재취업을 해도 이전 경력을 살리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 2008년에 ‘경력단절여성법’을 제정하고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가 있는데, IT, 디자인, 빅데이터 등 고숙련, 고부가가치 유망 직종 분야의 직업교육훈련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하는 기업에는 세제 지원도 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아이돌봄서비스도 제공하고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를 주말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기업의 가족 친화 인증 제도를 통해서 남녀 고용 평등, 일과 가사의 양립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보완되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출산 기간 동안 소득지원이 필요합니다. 그 재원은 기업이 최저 소득을 지원하고 이에 더해서 정부도 지원해야 합니다. 출산 후 대책으로는 법으로 복직을 허용해서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종합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유연근무제를 통해서 양질의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 확대도 필요합니다. 나아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그리고 복직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고, 여성들도 스스로 그러한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승욱 : 자녀 낳기 힘들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자녀 양육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나성린 :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매년 몇십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젊은 예비 부모들이 그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출산 자녀 1인당 4억 원 기금 통장을 제공하는 획기적인 정책을 제안합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저출산 예산으로 200조 원 이상 투입했고, 최근에는 연간 50조 원을 투입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저출산 예산을 없애고 무조건 출생 자녀 1인당 4억 원 기금 통장을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이 기금 통장 금액은 자녀의 향후 교육비와 주택 마련 시 인출 가능하도록 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연간 출생아 수가 25만 명이므로 한꺼번에 투입된다 하더라도 100조 원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이 기금 통장에 들어가는 예산은 한꺼번에 인출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2~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출되므로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현재의 비효율적인 저출산 예산 낭비를 막고, 자녀교육과 주택 마련에 대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걱정을 덜어주어 저출산 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승욱 : 신혼부부에게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행정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구요. 안정된 주거 여건 역시 결혼과 출산에 필수적입니다. 청년층에게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나성린 : 우리 사회에는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년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주택 구입에 대한 사전증여에 대해 증여세를 완화해 주어서 내 집 마련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부모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과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청년들에게는 청년 임대주택이나 신혼부부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해서 일정 기간 거주 후 매입을 허용하여 주택 마련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단 번에 입지 좋은 곳에 큰 주택을 마련하겠다는 등의 허황된 꿈을 갖지 않도록, 주거 사다리를 고려한 건전한 사고방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에서는 1세대 1주택의 경우 매각-매입 시 자본이득세(양도차익세)를 면제해 주어서 주거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현행 전 월세 소득공제 제도도 확대하고, 최근 사회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전세보증금 보장제도도 강화해서 애써 모은 주택자금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주택저당대출제도(모기지제도)도 시행되고 있지만, 고정금리 기간이 짧아서 금리 인상 리스크에 취약한데, 이 고정금리제도를 대폭 확대해서 취업만 하면 주택 구입이 가능하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김승욱 : 국민연금 가입을 포기하는 청년층이 많다고 합니다. 국민연금 장기 체납자가 크게 늘었다고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성린: 국민연금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100세 시대에 연금만큼 확실한 노후보장 제도가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어떤 금융상품보다도 수익률이 훨씬 높고 국가가 보장하는 노후 소득입니다. 그리고 소득재분배 공식에 따라 저소득층은 자신의 기여금보다 더 받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10여 년 전에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서 국민연금이 껌 값에 불과하다며 탈퇴 운동을 벌였는데, 이 사람들은 천벌을 받을 짓을 한 것입니다. 국민연금이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보다 액수가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1988년에 처음 도입되어 납부 기간이 짧아 그만큼 기여금이 낮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입 당시 많은 사람이 당장 생활고로 국민연금 가입을 꺼려서 기여금을 낮게 책정한 것입니다. 다른 직역연금만큼 기여금을 더 내면 오히려 다른 직역연금보다 더 높은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후에 보다 여유 있는 삶을 위해 공적연금만으론 부족하므로, 여유있을 때 아껴 쓰고 개인연금도 추가로 가입해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승욱 : 국민연금이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정하는데, 연금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국민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나성린 : 국민연금은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기에 못 받는 경우는 결코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 발생했듯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현재의 적립방식(fully funded system)에서 부과방식(pay-as-you-go system)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연금을 못 받는 경우는 결코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재 모든 나라에서 좀 더 내고 좀 덜 받는 방식으로 제도개선을 하거나, 연금지급 연령을 늦추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자신이 낸 것 보다 덜 받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다른 어떤 금융상품의 수익률보다 더 높고 안정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연금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위해 좀 더 내고 좀 덜 받도록 개선하려는 노력을 역대 정부가 해오고 있습니다. 물론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지만 결국 수용하리라 봅니다. 나중에 불이익을 받게 될 젊은 층도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연금제도 개선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현재보다는 수익률이 줄어들겠지만, 100세 시대를 살기 위해서 젊은 층은 연금제도에 당연히 찬성해야 합니다.

김승욱 : 종합적으로 볼 때 오늘날 청년층의 경제문제 원인에 대해서 두 가지 다른 시각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이고, 둘째는 청년들이 선심성 복지에 길들여져 책임 의식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하는 시각입니다. 어느 견해가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나성린 : 첫 번째 견해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자본주의가 성장에는 유리하지만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복지제도를 도입해서 자본주의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습니다. 반면에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잘살게 만들겠다는 공산주의는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외면한 채 허황된 목표를 좇다가 망하고 말았습니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다는 공산주의가 오히려 그들을 굶어 죽게 만들고 일부 권력자들과 지배계층의 배만 불리는 독재체제로 전락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든 국민을 인간답게 살도록 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과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어느 정도의 사회복지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지가 다만 숙제이지요. 국가의 경제력을 넘어서는 사회복지 수준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결국 경제를 파탄냅니다. 가끔 우리나라에서 서구 복지국가 수준의 사회복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진보주의자들이 있는데, 좁은 영토에 인구는 많고 천연자원이 하나도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현재 외형적으로라도 사회복지제도를 거의 완성하였고, 실질적으로도 우리 경제 수준에 뒤처지지 않는 사회복지제도를 구축했다고 봅니다. 특히 의료보험제도는 완전하진 않지만 세계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인 제도로 인정받고 있지요. 물론 사람에 따라선 아직 부족하고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부자증세로 복지를 확대한다고 청년 경제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복지 지원은 강화해야 하지만,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거두면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청년층의 어려움을 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잠재성장률을 높여 일자리를 더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세수도 자연스럽게 더 늘어나 사회복지를 위해서 더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세금을 높인다든지 경제에 부담이 될 만큼 사회복지를 지나치게 강화한다든지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경제성장과 사회복지 강화 간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은 자칫 이 균형을 깨뜨릴 위험이 있기에 젊은 층은 이러한 것에 대해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살아가야 할 젊은 층 자신들의 선택일 것입니다.
두 번째 견해인 청년들의 책임 의식 약화에 대해 말씀드리면, 물론 그런 걱정을 하는 기성세대의 시각도 있겠지만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현재 젊은 층이 기성 계층보다 더 창의적이고, 어려운 개인 형편을 극복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에서 유를 창출하고 세계의 최빈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이 나라를 만든 기성세대들의 업적을, 젊은 층들이 계승·발전하여 이 나라를 세계의 최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사명 의식을 가진다면 자신들의 어려움 극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승욱 : 회장님의 전공이 조세 부문인데, 청년층 문제 해결과 관련된 조세정책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성린 : 저의 전공 분야는 ‘최적 조세 이론’인데, 최적 조세란 효율성과 공평성의 조화를 이루는 조세제도를 의미합니다. 청년층 경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입니다. 이를 위해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세정책과 관련해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적인 조세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가 법인세를 대폭 낮추어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현재는 종주국이었던 영국을 훨씬 앞서고 일 인당 국민소득 60,000불 이상의 고소득 국가로 발전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다른 경쟁국보다 법인세를 낮추고, 소득세도 적절하게 부과하여 근로 의욕과 투자 의욕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부 진보 경제학자들은 조세부담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서 사회복지 강화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자영업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부담률을 더 높이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자영업이 어려워져 경제침체를 가져와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우리는 우리 경제수준에 맞는 적정한 조세부담률을 유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23년 동안 변하지 않은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표구간을 조정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투자와 주거 구입의 경우 사전 증여세를 철폐하거나 대폭 낮추어 노년층에 자금이 사장되어 있지 않고 젊은 층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세계 국가의 절반 정도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습니다. 이미 노년층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소득세, 양도차익세, 거래세, 재산세 등을 납부하였기에 상속세나 증여세는 과도한 중복과세이기 때문입니다. 불평등 완화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나 증여세를 폐지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렵지만, 젊은 층의 경제활동이나 재산 형성을 위한 상속세, 증여세의 완화는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금융자산 형성, 창업 등을 위한 다양한 세제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미 이러한 정책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승욱 :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