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평생교육

선교사의 평생교육

2021-12-21 0 By 월드뷰

제3부 선교사의 평생교육 (9)


월드뷰 DEC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2


글/ 전성걸(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 상임대표)


21세기 선교 추세 분석이 내놓고 있는 특징들 가운데 하나인 현장 선교사들의 사역 환경의 변화는 이미 현실화되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선교 참여, 훈련과 경험이 적은 신입 선교사의 파송, 젊은 은퇴자들의 출현과 그들의 세계선교 참여, 장기 선교사를 위한 재정의 고갈, 현장 선교사역에서의 디지털 매체 활용 등은 선교사들의 삶과 사역의 환경을 새롭게 구성해 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환경은 선교교육 마련에도 영향을 준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선교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선교교육을 파송 전과 파송 후를 아우르는 선교사의 생애 전반에 걸친 학습 생애의 측면으로, 즉 평생선교교육 측면보다 거시적이며 총체적인 시스템으로 바라볼 때가 되었다.

시스템으로서의 평생학습이 구현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제 평생학습이라는 개념은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학교교육의 틀을 넘어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평생학습체계를 생산을 위한 교육적 현상으로 구축한 것은 비즈니스계이다. 비즈니스계는 평생학습을 인적자원개발이라는 개념 아래 고용창출을 위한 생태계로 활용하였다.

평생학습체계를 활용한 비즈니스계의 학습경제 창출의 예와 같이 선교교육 또한 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선교사의 인생 주기 중 선교사의 삶과 사역의 개발을 촉진하는 학습선교(Learning-Mission)를 구상하는 것이다. 현장 선교사의 리더십 역량과 사역 개발을 위한 선교적, 교육학적 요소들을 다양한 형식과 방법과 내용으로 디자인된 선교사 학습 시스템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현장 선교사들의 삶과 사역에 학습 생애가 강조됨으로 자기성찰적 변화의 과정을 일으키도록 돕는 선교사들을 위한 평생교육이 디자인되어야 한다. 선교사의 평생교육 구현을 위해 다음의 몇 가지 예측과 도전 과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평생교육에 대한 선교계의 관심 증가


인생 100세 시대와 고령화 시대의 확산은 평생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 사회 기반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이후에도 새로운 지식과 자기 계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제/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현상은 평생교육의 저변 확산에 기인한 것이다. 미래 일자리 생태계의 면모를 볼 때도 앞으로는 1인 1업이 아닌 1인 다업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이를 지원하는 수시 학습이 가능한 ‘마이크로 러닝(Micro Learning)’이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의 발전에 기반을 둔 생활상의 변모 역시 배움의 접근과 기회를 매우 쉽게 만들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필요로 하는 교육을 취사선택할 수 있게 했다.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평생교육의 진흥을 위해 대학과 기관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책을 확대해 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역량기반 교육과 관련하여 학교와 경쟁할 만한 민간교육 기관들의 창의적 발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선교교육은 어떤가?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선교교육의 현주소는 무엇인가? 학습하고 배우는 것이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고 한다면, 선교교육의 평생교육은 아직도 매우 미비하다. 다행인 것은 한국선교의 질적 성숙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모이면서 그 해법 중 하나로 파송된 선교사들의 재교육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힘입어 그들이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에 맞는 자격과 역량을 겸비하도록 개발과 성장을 지원하는 연장교육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평생학습체계에 대한 연구를 뒷받침하여 선교사들에게 적합한 평생선교교육이 디자인되어야 한다. 특히, 사역지를 이탈하지 않고도 적시에, 혹은 사역 주기를 따라 참여 가능한 자기 주도형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에 대한 생각과 전략들을 앞으로 남은 칼럼을 통해 좀 더 나누려고 한다.


참여형 비형식적 교육법의 활용


선교사를 위한 평생교육은 공식적 교육 차원보다는 비형식적 교육 영역에서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비형식 교육(non-formal education)은 그 특성상 다양한 배경을 갖은 성인학습자로서의 선교사들을 교육하기에 더욱 유연한 교육 환경과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비형식적 교육은 다양한 경험을 맞춤형 지식으로 재구성하는 경험-학습활동-역량개발로의 연동이 가능하다. 비형식적 선교교육은 선교사의 개인차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진행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선교지/선교사역의 상황에 맞는 문제 해결력(혹은, 개발과제 성취력)을 고취하기에 적합하다. 비형식적 교육법이 실제적 적용을 위한 기술과 정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선교사 평생교육에 있어 비형식 교육방법이 중시되는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지식의 참여적 창출이 오늘날 교육의 성격을 변화시켜 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의 교육은 지식의 소유 여부에 사활을 걸었다. 은행 저축식 지식의 축적이 인간의 해방을 가져다준다고도 믿었다. 하지만 21세기는 지식창출의 시대로 변모되었다. 오늘날 지식은 소유의 개념이 아닌 참여에 의한 재창조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사회문화적 맥락 공동체에 참여하여 의미 공유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어가는 관계적 지식 개념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의 융합체인 평생교육이 앞으로 어떤 모양새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것인가에 대해 예측하게 해 주는 대목이다.

선교교육의 측면에서 오늘날 선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적 지원은 학교식 교육이 아닌 동일한 사역적 경험/관심사와 목적을 공유하는 선교사들로 구성된 현장학습 기반의 실천적 학습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방대한 학문적 지식의 축적보다는 유사한 경험을 습득한 동료 사역자들 간의 상호적 성찰의 대화를 통한 관계적 학습이 필요하다. 또한, 시간적, 공간적, 경제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연장교육법이 선교사들에게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평생교육 실천가의 필요성


비형식 교육의 이러한 희망적 예측의 연장선에서 평생교육 제공자들(정책입안자, 개발자, 운영자, 교수자)의 역할은 사뭇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선교사 평생교육의 중요성과 실행은 전문적 제공자의 준비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기획, 설계, 운영은 기존의 교육 및 훈련과 어떻게 구분되어야 하는가를 분별하고 연장교육의 본질과 특성에 맞는 교수설계 창출이 가능한 전문적 제공자들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평생교육을 준비하는 모든 제공자는 각자의 분야에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전문적 평생교육 실천가들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다양한 배경의 성인학습자로서의 선교사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사회교육과 선교교육의 융합체로서의 평생교육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시대적 트랜드를 읽고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선교사들을 위한 연장교육 차원에서의 평생교육을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전문적 선교사 평생교육 실천가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교계와 선교계의 관점 확장과 투자가 밑거름될 때 가능하다.

어떻게 선교사들을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인가의 문제는 한국선교를 어떻게 성숙시켜 갈 것인가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만큼 한국선교는 이제 선교사의 지도력 개발과 성숙을 다른 각도에서 개념화하고 풀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현장 선교사의 성인교육학적이며 선교학적인 평생교육 시스템의 개발과 실천은 선교 인력의 질적 성숙을 위해 지금 요청되는 도전이다.

<chunsunggeol1@gmail.com>


글 | 전성걸

캐나다 NSCAD University (B.A.), Tyndale Seminary (M.Div.)를 졸업하고,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D.Min. in Intercultural Studies)를 취득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교회 개척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GMF 산하 한국글로벌리더십연구원(KGLI) 원장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TMTC) 상임대표 및 MEX 디렉터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는 <타문화 관계전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