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과 종교의 자유 회복법
2018-08-13차별금지법과 종교의 자유 회복법
– 외국 입법례를 중심으로
월드뷰 08 JANUARY 2018●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 |
전윤성/ 미국변호사(사단법인 크레도)
종교의 자유는 절대자에 대한 귀의 또는 신과 피안에 대한 내적인 확신의 자유이기 때문에 기본권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본권에 속한다. 한편, 차별금지법이란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차별을 행한 가해자에 대한 제재 및 차별을 당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절차를 규율하는 법을 말한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침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한 형사 처벌 소송 폭증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차별금지법은 정신적 자유권 중에 하나인 종교의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영국 HM 교도소에서 교정 선교를 하던 트레이혼(Trayhorn) 목사는 교도소 내 예배 설교 중에 동성 결혼은 죄라는 언급을 하였고, 동성애를 금지하는 성경 고린도전서 6장 9~10절을 인용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징계에 불복하여 교도소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을 하였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였다.1) 2004년 스웨덴에서는 교회 주일예배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혼인만이 성경적인 결혼이고, 동성애는 선천적이지 않고 스스로가 선택한 죄라는 설교를 한 그린(Ake Green) 목사가 증오 표현 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징역 1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2)
차별금지법이 입법이 되면, 법 제정 이전에는 법적으로 보장되었던 전도가 불법행위가 되어 금지된다. 캐나다에서 윌리엄 왓콕(William Whatcott,) 씨는 성경 고린도전서 6장 9절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미혹을 받지 말라 음행하는 자나 우상 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 남색 하는 자나”라고 적힌 유인물을 배포하였다가 사스카츄완(Saskatchewan) 주 인권위원회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 사건에서, 캐나다 대법원은 동성애에 반대하는 성경을 표현하는 것은 증오 범죄라고 판결하였다.3) 영국의 차별 금지법인 평등법에 따르면 전도는 ‘종교’에 의한 ‘괴롭힘’이 된다. 영국 NHS 병원에 근무하던 기독교인인 빅토리아 와스테니 씨는 무슬림인 직장 동료인 에냐 나와즈에게 동의를 받은 후 종교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고, 기독교에 대한 신앙서적을 선물해 주었으며, 상대방의 상담 요청 후 동의하에 짧은 기도를 해주었는데, 괴롭혔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감봉과 서면 경고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와스테니(Wasteney) 씨는 회사의 징계조치에 불복하여, 영국 노동위원회에 회사를 상대로 평등법상의 ‘종교’에 의한 차별 및 괴롭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였다.4)
2013년에 영국 윔블던에서 토니 미아노 목사는 노방전도를 하며 데살로니가전서 4장 1~12절 말씀에 초점을 맞춰서 성적인 타락에 대해 거리에서 설교를 하였는데, 경찰은 미아노 목사가 ‘동성애 혐오’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하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하였다.5) 경찰은 그의 사진을 찍고, 지문과 DNA 샘플을 채취하였으며 당시 미아노 목사에게 모욕적인 욕설을 내뱉은 행인들에게는 아무 죄도 적용하지 않은 반면에, 미아노 목사에게는 “사람들에게 분노, 스트레스, 경고, 모욕을 줄 수 있는 동성애 혐오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라는 법 조항을 적용하여 7시간 동안이나 유치장에 수감한 후, 자정이 넘어서 돌연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석방하였다.
영국 평등법 제91조는 교육기관이 학생 선발에 있어 성적 지향을 사유로 차별하는 것을 예외 없이 전면 금지하는데, 신학교라도 동성애자의 입학을 불허할 수 없고, 따라서 동성애자에 대한 성직 수여와 목사 안수를 제한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2013년 영국 성공회는 동성 간 파트너십을 맺은 게이 성직자라도 성적으로 금욕적인 경우라면 주교(bishop)가 될 수 있다는 결정까지 하게 되었다.6) 즉, 동성애자의 성직 수여를 조건부로 승인한 것이다.
캐나다의 복음주의 기독교 대학인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은 2012년에 로스쿨 설립 인가 신청을 내어 그 이듬해에 인가 허가를 받았으나, 이 대학의 학칙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캐나다 각 주의 변호사 협회가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 로스쿨 졸업생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였고, 이로 인해 로스쿨 설립 인가를 취소당했다. 이 대학은 각 주의 변호사 협회를 상대로 6년이 넘게 소송을 진행하였으나, 2018년 6월 캐나다 대법원은 로스쿨 인가 취소는 정당하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7)
차별금지법은 채용에 있어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을 사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교회와 종립학교와 같은 종교단체의 경우에도 거의 예외가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밀턴 시에 있는 가톨릭 여자 학교인 폰타본 아카데미는 학교의 급식 담당 직원으로 채용한 남성이 동성 결혼을 한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채용을 취소하였으나, 법원은 가톨릭 학교라 할지라도 교사직이 아닌 다른 직종에 대해서는 동성 결혼을 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8)
2007년에는 영국 성공회로부터 청소년 상담사 채용을 거부당한 게이 남성이 차별 소송에서 승소하였다.9) 영국 노동위원회는 채용을 거부당한 존 래니씨에게 영국 성공회가 47,000파운드(한화 약 8,500만 원)를 배상하라고 결정하였다. 종교적 교리에 근거하여 설립된 종교 단체들이 스스로의 종교 교리에 반하는 성 전환자나 동성애자를 총장, 교수, 교사, 직원 등으로 채용할 경우, 설립 이념과 충돌하고 종교 활동에 있어 장애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종교단체들이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성 전환자나 동성애자의 채용을 강요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가 인정되어야만 한다.
이제까지 국내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차별 금지의 예외가 거의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사찰, 성당, 교회 등과 같은 종교기관이나, 신학교, 기독교 대학과 같은 선교 목적의 종교 교육기관에 대해서도 ‘종교’를 채용 조건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차례에 걸쳐 숭실대학교, 한동대학교 등 종교를 건학 이념으로 설립된 종립학교가 교수, 교사와 교직원 채용 시 지원자격을 기독교 세례교인으로 제한한 것은 ‘종교’를 이유로 한 고용상의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10)
차별금지법은 기업주의 종교적 신념과 종교단체의 설립 목적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함으로 신앙 실행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한한다. 미국 워싱턴 주 꽃가게 주인 배로넬 스투쯔만씨는 지난 30여 년 동안 동성애자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동성애자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하였는데, 어느 날 오랜 고객이었던 한 동성애자가 자신의 동성 결혼식에 사용할 꽃의 판매를 요구하였으나,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이를 거절하였다. 워싱턴 주 검찰은 스투쯔만씨를 기소하였고, 워싱턴 주 대법원은 스투쯔만 씨가 차별금지법을 위반하였다고 판결하였다.11) 현재 이 사건은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미국 아이다호 주에서 히칭포스트 웨딩 채플을 운영 중인 도날드 냅씨와 그의 아내 이블린 냅씨는 목사 부부인데, 2014년에 코들레인 시의 담당 변호사로부터 “동성 결혼식 주례를 서지 않을 경우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형사 기소되어 교도소에 수개월 투옥되거나 수천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 당국은 동성결혼 주례 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주례를 거부한 날로부터 주례를 할 때까지 매일 하나씩 범죄를 추가로 부과하기 때문에 1주일 동안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할 경우, 이들의 투옥 일은 3년이 되고, 벌금도 7,000달러로 올라간다는 경고를 공개적으로 하였다.12)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가 교내에서 인권영화제를 개최하면서 동성 결혼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려 했으나 대학 측이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시설 대관을 취소하였음에도, 본관 앞 야외에서 인권영화제를 강행하여 논란이 되었다. 총여학생회는 숭실대학교가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했다고 주장하였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자·성전환자의 권리와 타인의 종교의 자유가 충돌할 때에, 동성애자·성 전환자의 권리만을 옹호하고 종교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제한 또는 박탈함으로써 법의 형평성을 잃고 역차별을 일으킨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는 비윤리적이라는 종교적 교리를 따르는 신앙인들을 범법자로 만들뿐만 아니라, ‘종교’로 인한 차별 금지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가 모두 차별금지법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성적 지향’을 ‘종교’보다 더 우선시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차별금지법으로 인한 종교의 자유 침해 문제로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 주, 캘리포니아 주 등 북부의 약 19개 주에서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주법으로 제정된 반면에, 바이블 벨트로 불리는 남부의 약 21개 주에서는 이에 대응하여 ‘종교의자유회복법’이 입법되었다. 나머지 주의 주 의회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원하는 측과 종교의자유회복법 입법을 원하는 측 사이의 총성 없는 입법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 사례에서 드러난 종교의 자유 침해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종교의자유보호법’ 입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루빨리 종교계를 중심으로 종교의자유보호법의 제정을 위한 활발한 논의와 입법운동이 일어나야 하겠다.
<약력>
전윤성 변호사 |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에서 미국법을 전공하였다.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로스쿨에서 국제법으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LG전자와 BASF Korea에서 사내 변호사로 근무하였고, 현재는 사단법인 크레도에서 상근 미국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1) Trayhorn v. The Secretary of State for Justice, United Kingdom Employment Appeal Tribunal, Appeal No. UKEAT/0304/16/RN.
2) The Ake Green Case, Freedom of Religion on Trial in Sweden, http://www.akegreen.org.
3) Saskatchewan (Human Rights Commission) v. Whatcott, [2013] 1 SCR 467. 캐나다는 1996년에 인권법을 개정하여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추가하였고, 사스카츄완주 인권법은 동성애를 근거로 한 증오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4) Wasteney v East London NHS Foundation Trust, UKEAT/0157/15/LA.
5) When Preaching the Gospel is Illegal, Think, 2013.7.18.,
https://thinktheology.co.uk/blog/article/when_preaching_the_gospel_is_illegal.
6) Church of England rules gay men in civil partnerships can become bishops, The Guardian, 2013.1.4.,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3/jan/04/church-of-england-gay-bishops.
7) Trinity Western University v. Law Society of Upper Canada, 2018 SCC 33,
https://scc-csc.lexum.com/scc-csc/scc-csc/en/item/17141/index.do.
8) Matthew Barrett v. Fontbonne Academy, NOCV2014-751 (Mass. Super. Ct., Norfolk).
9) John George Geaney v. Hereford Diocesan Board of Finance, Case No: 1602844/2006.
10) 05진차345 결정, 05진차494 결정, 07진차1012 결정, 14진정1066000 결정, 15진정006800.
11) Arlene’s Flowers v. State of Washington, NO. 91615-2.
12) Setting the Record Straight: 4 Things You Need to Know About the Hitching Post Case, Alliance Defending Freedom, 2014년 10월 25일,
https://adflegal.org/detailspages/blog-details/allianceedge/2017/10/18/setting-the-record-straight-4-things-you-need-to-know-about-the-hitching-post-c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