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가 국제 비교

의료수가 국제 비교

2020-11-06 0 By 월드뷰

월드뷰 NOVEM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4


글/ 임솔(메디게이트뉴스 기자)


한국과 외국의 의료수가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진찰료부터 비교하면 미국의 1/8, 일본의 1/2 수준으로 나타났다. 검사와 수술 수가를 비교해도 미국과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7.2%(2017년 기준)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행위별 수가에 대한 노동 가치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나라다. 2020년대를 넘어가면 의료비 지출이 GDP의 20%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은 GDP 대비 7.6%(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가 인정하는 행위별 수가 자체가 원가의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자료와 증거를 갖고 있지만, 저수가 정책을 고수하고 미국과 같이 비용 절감 정책만 시행하고 있다.

의료계는 적정 수가를 보장해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병원이 의사를 더 많이 채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오히려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진찰료는 미국의 1/8, 캐나다의 1/4, 일본의 1/2

[그림] 국내외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초진 진찰료 비교(2018년 기준).

일단 국내외 진찰료 수가부터 비교해보자. 환자당 3분 진료, 의사 혼자 오전에만 100명 진료 등의 오명은 바로 낮은 진찰료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2019년 9월 ‘국내외 외래 진찰 현황 검토’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의원급 진찰료(2018년 초진 기준) 수준이 미국 의원급 진찰료의 1/8(환율 적용), ‘구매력지수(PPPs)’를 적용해 물가 수준을 맞춰도 1/6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와 비교하면 1/4(환율 적용), PPPs를 적용하면 1/3 수준도 못 미쳤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비교해도 1/2 수준에 그쳤다.

초진 기준 한국의 의원급 진찰료는 1만 5,310원으로 미국 12만 813원, 캐나다 6만 5,539원, 프랑스 3만 2,466원, 일본 2만 8,095원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나라의 구매력지수인 PPPs를 적용하면 미국은 9만 3,626원, 캐나다는 5만 2,724원, 프랑스 2만 7,841원, 일본 2만 4,028원으로 환율만 적용한 지표보다는 격차가 줄었지만, 보정된 진찰료 역시 낮았다.

재진 진찰료의 경우는 환율만 단순 적용하면 미국이 8만 1,598원, 캐나다 3만 2,557원, 프랑스 3만 2,466원으로 한국 1만 950원보다 높았다. PPPs를 적용하면 미국은 6만 3,236원, 프랑스는 2만 7,841원, 캐나다는 2만 6,191원으로 환율 적용 수치보다는 격차가 줄었지만 차이는 여전했다. 다만 일본은 7,171원, PPPs를 적용하면 6,135원으로 한국 재진 진찰료보다 낮았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일본은 진찰료 외에 ‘생활습관병 지도관리료’가 있고, 프랑스는 전문의 상담 수가가 의원급 진찰료보다 더 높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선진국의 경우 경증 환자는 일차 의료기관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본인 부담 100%를 두도록 하고 있다. 경증 환자들의 병의원 선택권에 제한을 두고 의료전달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은 경증 환자라도 진찰료를 일정 수준의 비용을 책정해 단순한 감기 환자 등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쉬도록 권장한다. 주치의가 추가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면 병원에 의뢰해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상급병원의 의뢰율과 회송률 지표에 따라 초·재진료를 감액하는 방식으로 상급병원의 외래 진료를 억제했다. 진료정보제공료도 책정해 불필요한 중복 검사를 줄였다. 프랑스는 주치의를 거치지 않고 전문의 진료를 받으면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커지도록 했으며 전문의의 진찰 기회를 4개월에 한 번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선진국은 진찰료와 각종 수가를 통해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모든 선진국은 질환의 복합도와 난이도, 진료 시간, 주말 진료 여부 등을 고려해 진찰료를 차등 지급하거나 별도 보상하는 방안을 운영하고 있었다. 프랑스와 일본, 대만 등 대부분의 나라가 연령대와 특정 진료과목에 따라 다양한 진찰료를 책정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한국의 진찰료는 선진국보다 단조롭고 보상범위도 제한적이다. 한국은 의사의 지식과 노력이 집약된 진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검사료 등 다른 진료비용과 비교해 점점 작아지고 있어 일차 의료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진찰료 수준을 인상해 일차 의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시경 수가 미국이 한국보다 14~57배 높아


일반 진료가 아니라 검사에서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환자가 오면 다짜고짜 박리다매식 검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해당한다. 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는 지난 2015년 우리나라와 외국의 내시경 수가를 비교한 자료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위내시경 수가의 경우 미국이 한국보다 최소 14배에서 많게는 57배 높았다. 영국은 한국의 34배, 싱가포르는 6~18배 더 높은 수준의 수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내시경 수가 역시 미국이 한국보다 적게는 19배에서 많게는 95배 더 받았다. 영국도 한국 수가보다 28배 높았고, 싱가포르는 7~14배 더 높은 수준이었다.

허대석 교수는 “한국의 내시경 수가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지극히 낮게 보상되고 있다”면서 “이런 수가로는 병원 경영도 어려울 뿐 아니라, 환자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수술 수가 역시 미국은 10배 이상 높아


우리나라의 수술 수가 역시 형편이 없었다. 수술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3.5~10.4배 차이가 났다. 이에 따라 수술을 맡는 외과 의사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미용성형에 매진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2013년 가톨릭대 보건대학원이 연구한 OECD 국가 간 의료비 비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왕절개술, 백내장 수술, 맹장 수술 등의 수가를 주요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월등하게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2].

[표 1] 국가 간 내시경 수가 비교.
[표2] OECD 국가 간 의료비 비교(출처: 이창우, 2013).

<sim@medigatenews.com>


글 | 임솔

메디게이트뉴스 기자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15년차 의료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의료정책, 병원경영, 의료산업 등 의료계 전반을 담당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