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전망
2020-07-08
월드뷰 07 JUL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
글/ 강명희(이화여대 교육공학과 명예교수)
불편한 진실, 변화에 저항하면 자연도태
코로나19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고, 또한 예측하지도 못했던 낯선 환경과 일상을 우리에게 제공하였으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변화의 쇼크는 우리를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제 새롭게 펼쳐진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는 법을 찾아야만, 어느 정도 평온한 미래를 살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다윈의 진화론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의 이론 중 자연선택설은 어느 정도 우리 삶에, 적용 가능한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선택(自然選擇, natural selection)이란, 특수한 환경하에서,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지닌 개체군이 그 환경하에서 생존에 부적합한 형질을 지닌 개체군에 비해 ‘생존’과 ‘번식’에서 이익을 본다는 이론으로, 자연도태(自然淘汰)라고도 한다. 이는 같은 종이라도 다른 격리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개체변이가 생기는데, 이러한 변이 중 생존에 유리한 변이가 살아남고, 이러한 변이가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후대로 전해져 진화가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변이의 과정을 겪으며, 스스로 도전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실행하지 못하면, 자연도태 될 위기에 처해있다. 그동안 교육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첨단기기를 사용하는 온라인 교육의 문제점이 과도하게 부각되자, 정부는 이를 규제했다. 뒷걸음치며 지지부진하던 온라인 교육은, 코로나로 인해 준비할 시간도 없이 즉흥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준비 없이 맞이한 낯선 변화에 교육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만으로 반응하기도 하고, 학생들은 교육의 질에 불만을 토로하며 등록금 반환까지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면대면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의 품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코로나의 위험을 불사하고 대면 교육을 강행할 수는 없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의 편리함과 가능성을 경험한 학생 중 다수는 새로운 시도에 긍정의 한 표를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품질을 보장하면서 불만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교육의 편리성 확보가 가능한 방법은 있는 것일까?
분별의 지혜,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면 안 되는 것
교육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지혜를 모으고, 연구를 진행해야 마땅하지만,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므로, 이제까지의 관련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변화의 시작점을 잡아, 현장 연구를 계속하면서, 교육의 변화를 진행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교육에서 변해야 하는 영역과 변하면 안 되는 영역을 분별하는 것이다.
먼저 변하면 안 되는 것은 인간교육의 이념과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사람의 소중함을 지키며, 그들이 행복을 추구해 나가는데, 교육이 도구가 되어 변화와 성장을 유도하고, 이러한 변화가 역량이 되어 삶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 사람이 변화되려면,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영과 마음과 신체가 동시에 균형 있게 변화되어야 하는데, 먼저 신체 영역은 개인적 변화와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본인과 주변의 건강 및 행복을 촉진하고, 유지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마음 영역으로, 지식을 구축하는 인지 영역, 생각과 감정을 처리하는 감성 영역,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하는 사회 영역과 더불어 이 모든 것을 실천하게 하는 의지의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영의 영역인데, 이는 개개인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변화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으며, 학교 교육에서는 다루지 않는 영역이다. 따라서 인간교육에서 추구해야 하는 이 영역들은, 균형 있게 계획적으로 관리되고 성장 되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교육의 행보는, 변하지 않는 인간교육의 이념과 가치를 지키며, 변하는 사회환경 안에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늘 신중하면서도 신속하여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지능화, 가상화, 초연결화의 사회에 살고 있다. 기계를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게 진화시켜,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물론, 추론과 예측까지 가능한 기계의 지능화와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상화 그리고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의 초연결화로,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방법론이, 인간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데에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기 바란다.
실천 전략, 학습 실재감 높여 학습몰입 유도
미래를 누리고 이끌어갈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전략은, 교수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변화될 것이다. 비대면 교육에서는, 더욱 그렇게 진행되어야 한다. 학습 관련 정보는, 학습자가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구비되어야 하며, 학생은 검색하여 습득한 정보를 지식으로, 더 나아가 지혜로 승화시키기 위해 교수자와 함께 실생활에서의 적용을 고민하고 공유하는 과정으로, 교육은 융통성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여기서 학습자들은 교육의 소비자가 아닌 메이커(maker) 또는 창작자(creator)가 되어야 하므로, 프로젝트 학습, 문제기반 학습 등 학습자 중심의 활동이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교육이 설계되고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면대면 수업에서, 교수자는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을 위해 큰 노력과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이에 교수자는 효과적인 수업 운영을 위해, 학습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동기를 유발해, 학습자가 학습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고, 더 나아가 학습에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학습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비대면 교육에서는, 더더욱 이러한 전략이 필요하다. 교수자가 학습을 촉진하여, 학습자를 몰입 상태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학습자의 인지, 감성, 사회 측면을 균형 있게 촉진하며, 안내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내외적 동기유발과 학습 목표 설정 및 점검을 통해, 학습자의 학습 의지를 강화하고, 의미 있는 학습 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인지 영역 촉진을 위한 원리
학습자의 인지 영역 촉진을 위해, 교수자는 내용 전문가, 학습자원 제공자, 학습 과정에 대한 피드백 제공자, 학습평가자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즉, 교수자는 코치로서, 학습자들의 현 수준을 파악하고, 학습자들이 추가로 습득하여야 할 인지역량 배양을 위하여, 무엇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 무엇을 경험할 필요가 있는지, 알려주고 안내해주는 임무를 수행한다. 더 나아가 학습자들에게, 학습 목표를 상기시키고, 학습자들이 과거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평가해 보도록 하면서, 동시에 설명과 평가를 통한 도움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교사는 또한 학습자에게 다양한 수업자료를 제공하고, 학습자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변하며, 학습 목표 달성을 위해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하고, 학습에 필요한 각종 자원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내용을 요약·정리하거나, 학습자가 뒤처질 때 참여를 독려하고, 더욱 활발한 참여를 위해 학습자를 촉진해야 한다. 이처럼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 안내자, 학습 촉진자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학습 내용 및 학습자원을 제공하고, 학습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학습자의 동기를 유발하며, 학습자를 관찰하고 학습에 대한 상담과 평가 업무까지 수행해야 한다.
(2) 감성 영역 촉진을 위한 원리
교수자와 학습자의 친밀한 관계 형성은, 학습의 성공을 위해 필수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수자는 학습자가 수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지적으로 지원해줌과 동시에, 학습자가 정서적으로도 학습환경에서 친숙함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자는 상담자로서,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어려운 개인 문제도 함께 의논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학습 진행이 느린 학습자라 할지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별 메시지를 사용하여 학습자를 격려해주는 것은 공감 형성을 위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수자는 학습자가 학습에서 공헌한 바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줌으로써,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으며, 학습자가 적극적인 자세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교수자 스스로, 수업에 대한 열정을 갖고, 학습자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일 때, 학습자들은 해당 교수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높은 학업 성취를 기대해 볼 수 있다.
(3) 사회 영역 촉진을 위한 원리
교수자는 수업 상황에서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인간관계를 도모하고, 학급의 단결력을 형성하여, 함께 활동하는 학습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자는, 학습자들의 특성을 인지하고, 학습 시작 전, 학습자들이 서로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는 비대면 상황도 마련해주어야 한다. 학습 진행 과정에서도, 학습자들에게 서로에 대한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협력적 활동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학습자들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학습하고 활동하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의견을 가진 동료와 타협하는 방법과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 등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맺는말
코로나로 가속화된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지켜 내어야 할 것은 인간의 존엄성, 올바른 가치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다스릴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이에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는, 무서운 변화의 파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인간 고유의 능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계발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생각의 유연성, 겸손함을 가지고, 평생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는, 평생 학습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수자의 학습자 개개인에 대한 세심한 관심은, 아마도 비대면으로, 교육 전부가 이루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며, 결코 효과적인 방법도 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의 목표나 영역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의 순조로운 통합을 통해, 교육의 효과와 편리성이 모두 확보되기를 바란다.
<mhkang@ewha.ac.kr>
글 | 강명희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콜로라도 주립대학 교수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멀티미디어교육원장, 교육과학연구소장, 한국교육공학회 회장, 한국기업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명예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