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경제위기, 어떻게 대비하나?

COVID-19 경제위기, 어떻게 대비하나?

2020-07-06 0 By worldview

월드뷰 07 JULY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4


글/ 김승욱(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1. 들어가며


날씨가 더워지면 진정될 줄 알았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수그러드는 기미가 별로 없다. 이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누진적으로 커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전의 어느 바이러스보다 경제에 더 치명적이다. 그 이유는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율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치사율을 살펴보면, 2012년 메르스(MERS)는 치사율이 35%나 되었다. 에볼라는 치사율이 무려 50%였다. 이에 비하면 COVID-19의 경우 세계 전체 평균 치사율은 5.13%이다. 치사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의 경우에도 18.5%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선진국의 사망률이 두 자리 숫자로 높다는 점이다. 반면에 개발도상국들은 5% 내외로 낮은 편이고, 한국의 경우 사망률이 2.3%에 불과하다. 통계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국가가 의료를 책임지는 국가의료시스템의 문제인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지만, 이전의 바이러스에 비해서 치사율은 낮은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파력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특히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도 전염이 되는 점이 더욱 무서운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경제적으로는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 발목지뢰의 예를 들어보자. 이는 한쪽 발목만 절단될 뿐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 그런데 적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데는 일반지뢰 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 이유는 발목이 절단된 부상병을 돌보기 위해서 적어도 1명이나 2명 정도가 전투에 임할 수 없게 되어 전투력에 더 큰 손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잠복기에도 전파되고, 매우 빠르게 전파된다는 특성 때문에 모든 경제활동을 중단시키게 되어서 경제적 피해가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서 훨씬 더 커진다.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 경제활동을 막으면, 사망자는 줄일 수 있지만 경제적 피해가 엄청나게 커진다. 치사율이 낮다고 감염 확산을 방치할 수도 없다. 이것이 이번 COVID-19의 고민이다. 과거 바이러스의 피해는 사상자에게 더 큰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경제 전반적인 어려움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으면 Again Korea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생각해 본다.


2. 한국 경제의 특징


한국경제는 세계 다른 나라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이번 위기 극복을 위해서 한국적 특징을 살펴보고, 이에 적합한 위기 탈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먼저 한국경제의 특징을 살펴보자.

먼저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다. 원료, 식량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므로 이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통해 외환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석유는 없지만, 석유화학공업을 발전시켜 원유만 수입하면 각종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서 수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원유는 100퍼센트 수입에 의존하지만, 각종 석유화학제품과 심지어 휘발유마저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무역의존도 즉 GDP 대비 수출입 비중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COVID-19로 인해서 수출길이 막히면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한국경제의 특징은 제조업이 강하다는 것이다. GDP 중 제조업 비율이 한국은 30% 가까이 되어 OECD 국가 중에 1위이다. 다음이 독일이 23%, 일본이 19%인데, 미국이 12%,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1% 정도이다. OECD 외의 국가로는 중국이 29%이다. 제조업발전지수(중국공정원 발표)로는 미국이 1위, 2위가 독일, 3위가 일본, 4위가 중국이고 한국이 5위이다.

세 번째 특징은 총지출 측면에서 기업의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소비지출이 약 50%, 정부지출이 약 2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 정도가 기업의 투자지출이다. 즉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를 해야 총지출이 증가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의미이다.

네 번째 특징은 서비스 산업이 선진국에 대비해서 취약하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서비스 비중은 60% 정도에 불과하다. 서비스 산업의 고용 비중은 70%가 넘는다. 이는 서비스 산업 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가 낮다는 의미이다. 식당 등 골목상권 같은 저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최근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25% 정도로 OECD 평균 15%보다 약 10%가 높다. 그리고 OECD 회원국 중에 그리스(33.5%), 터키(32.0%), 멕시코(31.6%), 칠레(27.1%)에 이어 다섯 번째로 자영업자가 많다. 10%에 불과한 일본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나 수준에 비해서 영세자영업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주제 1세(Jose I, 1714-1777).


3. COVID-19 경제위기에 대한 한국경제의 대응방안


이러한 한국경제의 특징을 고려할 때, 이번 COVID-19로 인한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첫째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경제는 전 세계적인 국경봉쇄에 가장 취약하다. 그래서 이번 경제위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겨울로 들어가는 브라질, 칠레, 남아공 등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들에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가을 이후에는 북반구에서도 제2의 확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이나 미국, 소련 등에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단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중간의 무역갈등은 수그러들 전망이 보이지 않고, 중국 책임론까지 번지면서 세계 교역은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따라서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경제는 이러한 엄청난 충격에 더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기업, 노동자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기존 직장도 없어지는데, 최저임금, 비정규직 등의 논의는 사치이다. 정부는 고용이 줄어들지 않도록, 그리고 산업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기업에게 특단의 재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둘째, 정부는 재정지출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분별한 현금살포보다는 꼭 필요한 곳으로 재정이 지원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하며,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 위기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3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채무는 84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에 달해 그동안 지키려고 했던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 40%를 넘기게 된다. 여기에다가 IMF 예측처럼 올해 한국의 GDP 증가율이 –1.2%로 떨어지면 국가채무비율은 44.4%까지 높아질 것이다. 21개 공공기관 관리기금과 공무원연금 등 연금충당부채 등을 포함한 재무제표상 부채(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는 GDP의 100%에 이를 것이다. 개인이나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앞에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데,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셋째, 위기는 위험과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 경제적 위험 상황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오프 쇼어링(off-shoring)했던 기업들에 대한 리쇼어링(re-soring)을 각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해외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을 국내에 적극 유치해서 국내 일자리 창출에 힘을 써야 한다. 그리하여 이번 사태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관광 및 항공산업 등의 근로자를 흡수해야 한다. 이 직종 근로자들의 재교육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역할을 한국이 대신할 기회를 적극 살려야 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를 퇴출시키고 그 빈자리를 삼성전자가 맡아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캐나다 통신사 텔러스(Telus)는 화웨이를 버리고 삼성의 5G 망을 선택했다. 제조업 강국의 장점을 살려서 반중국 정서로 인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넷째, 가뜩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서 타격받은 저부가가치 서비스업과 영세자영업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업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 무분별하게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나눠주기 보다는 선별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취업 알선업 등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소규모 사업가들이 언컨텍트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재택근무와 원격교육 등의 확산으로 도심지의 수요가 줄어들었으므로, 해외에서 돌아오는 기업에게 수도권에도 입주할 수 있도록 수도권 규제도 풀어주는 등 규제완화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돌아오고,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기술로 인해서 사라지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섯째, 앞으로 국민의 식량 자급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현재 식량 자급률이 25%에 불과한 한국은 농업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LED등을 활용하는 등 농업기술혁신으로 인해서 도심 빌딩에서 채소나 과일을 생산해 물류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제 농업은 더 이상 토지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이 되었다. 맛과 품질이 좋으면 아무리 비싸도 수요가 있는 시대이다. 이제 고부가가치 농업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유전자 기술을 활용한 종자산업이나 식물성 단백질 제조 산업 등 무한한 분야가 있다.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종자산업은 그램당 가격이 금보다도 더 비싼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중요한 미래 산업이다. 이러한 위기의 시기에 이러한 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돈벌이를 천하게 여기는 유교의 영향이 아직도 있다. 게다가 기업을 착취의 원흉이라는 마르크스적 시각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에 취직을 바라고 대기업 주식을 선호하는 반면에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기업들이 보다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이익을 많이 낳는 기업일수록 착취를 많이 한다는 마르크스적 인식을 버려야 한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착한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4. 맺음말


이번 코로나 사태는 갑자기 찾아온 4차 산업혁명이 더욱 빨리 확산되게 하는 방아쇠의 역할을 하고 있다. 19세기에 기술혁신을 먼저하고도 제도변화가 따르지 못해서 낙오한 영국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위기는 늘 도래한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이 강타했을 때 중동에 몰린 오일달러를 한국의 건설기업들이 중동에 진출해서 회수해왔다. 1990년대에는 외환위기를 겪을 때 온 국민이 금모으기를 하는 등 세계를 놀라게 하며 조기에 IMF에 진 빚을 상환했다. 21세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한국은 가장 피해가 적은 국가 중의 하나가 될 정도로 위기에 강했다.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슬기롭게 극복했던 것처럼 이번 위기도 온 국민이 단결해서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1775년 11월 1일, 최고의 축일이었던 만성절(萬聖節, Allerheiligen – 모든 성인들을 추모하는 절기)에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진도 9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세 번의 지진과 해일, 화재 등으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수도 리스본은 폐허로 변했다. 대항해시대가 도래한 이후 250년간 스페인과 함께 전 세계를 분할하여 통치하면서 세계의 부가 리스본으로 모여, 번영의 상징이었던 이 도시가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것이었다. 당시 리스본 인구 20만 명 중에 약 4만 명이 죽었고, 전체 건물의 85%가 파괴되었다. 포르투갈의 황제 주제 1세(1714 ~ 1777)에게 주교는 하나님의 진노이므로 회개하고 수도 리스본을 버리고 천도하라고 했다. 그러나 주제 1세는 “죽은 자를 묻고, 산 자를 치유하라”는 쌍 세바스티앙 데 카르발류의 권고를 따라 도시를 재건했다. 공학자 마누엘 다 마이아는 폐자재를 이용해 그대로 다시 세우자는 안부터 리스본을 버리고 천도하자는 5번째 안까지 5가지 도시 재건안을 제시했다. 국왕은 시내 지역을 완전히 쓸어버리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리스본을 재건하는 4번째 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화려하게 부활했으며, 역사가들은 이 대재앙이 유럽 근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우리 한국이 지금 당하고 있는 위기는 약 250년 전의 리스본이 당한 재난과 비슷하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구태를 벗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제도로 환골탈퇴해야 한다.

금세기에 자주 나타나는 팬데믹 현상에 대해서 하나님의 뜻을 묻고, 자연 파괴에 대한 인간의 행동에 대한 반성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하나님의 천벌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신자에게도 고난이 닥치고, 언제나 위기는 오는 법이다. 이러한 때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가난하고 취약한 이웃을 돕는 것은 크리스천의 몫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지혜롭게 벗어나도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온 국민이 협력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어두울 때 빛이 더욱 밝게 느껴지듯이 어려움 속에서 교회와 믿음의 역할이 더욱 빛날 것을 믿는다.

<editor.worldview@gmail.com>


글 | 김승욱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받고 UNPD 국제 전문가와 경제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1989년에 9명의 교수들과 함께 “기독교학문연구회(현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를 창립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회장으로 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