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번영으로 가는 길
2020-02-06
월드뷰 02 FEBRUAR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4 |
글/ 권명중(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자급자족을 위해서 필요한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국가 경제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우리나라와 처지가 비슷한 영국의 경제부서에서 발행한 경제백서에 그 정답이 적혀 있다. 「… 영국경제 운영원칙은 “영국이 자급자족하기에는 필요한 자원이 현저히 부족하므로, 이를 얻기 위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개방경제(open economy)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부터 도출된다. 개방경제에서 국제경쟁력을 얻지 못하면 국가생존과 번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은 경제운영의 핵심가치이다. 국제경쟁력을 얻는 방법은 첫째, 낮은 임금을 통한 방법과 둘째, 기술혁신을 통한 방법 두 가지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3~40년 동안 낮은 실질임금을 유지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얻고 자본을 축적하는 방법으로 생존과 번영을 이루어왔다. 기술혁신은 원천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그 원천기술을 습득하고 파생기술을 개발하는 형태로 선진기술을 추격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원천기술을 개발해서 세계시장을 주도할 기술력은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낮은 임금을 통한 경쟁력은 후발 공업국에 의해 잠식당해 국제경쟁력이 약화하고 성장동력을 상실해가는 과정에 있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바뀌는 이런 과도기에는 좀 더 세심한 동태적인 정책조율이 필요하다. 즉,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잠재력을 확보할 때까지 낮은 임금을 통한 경쟁력을 할 수 있는 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제를 통해 실질임금을 급격히 상승시켜 국제경쟁력을 약화하는 역주행 정책을 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일컫는 이런 정책은 해외시장 의존도가 낮아서 내수주도형 성장이 가능한 경제에서는 경제에 미치는 그 해악이 상대적으로 적을지 몰라도 해외수요에 의존하는 경제에서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다.
현 한국 상황에서 기술혁신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이제 낮은 임금을 통해서 국제경쟁력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 있으므로 기술혁신 이외에는 경제를 부흥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을 국민과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기술혁신은 경제번영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강요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술변화의 방향, 즉 4차 산업혁명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런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3차 산업혁명인 정보통신기술혁명이 만들어 놓은 생산양식의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이루어진 정보기술혁신은 사무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지만,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유인하지는 못했다. 이것을 생산성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1, 2차 산업혁명과 달리 3차 산업혁명은 성장이나 고용의 증가에 크게 이바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보기술이 통신기술과 융합되고, 그 후에 또 방송기술과 융합되면서 생산양식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위 인터넷이라는 정보통신기술융합은 세계 어디에 있는 정보라도 낮은 비용으로 획득할 수 있게 하였다. 생산자 관점에서는 세계 곳곳에 있는 원료, 부품, 인력의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구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경쟁이 국경을 넘어 지구적인 차원에 이루어지게 하였고, 이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생산과정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외부기업에 의존하는 아웃소싱(outsourcing)과 오프쇼오링(off shoring)이 하나의 생산양식이 되었다. 이런 생산양식으로부터 글로벌 가치사슬에 따른 글로벌 국제분업이 일반화되게 되었다. 이제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서로 경쟁할 뿐만 아니라 협력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삼성과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그 핸드폰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에 대해서는 협력을 하기도 한다. 3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낸 생산양식은 이제 기업 간 경쟁을 전략적 협력과 경쟁 차원으로 바꾸어 버렸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
4차 산업혁명이 다양한 차원에서 해석되고 있지만, 본질은 3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의 적용이 사무직에 한정되었던 것을 사물인터넷을 통해 생산현장에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센서, 로봇을 통해 스마트화된 공장들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네트워크화되고, 이를 통해서 발생하는 빅데이터가 생산의 최적성을 위해 활용되어서 생산성 향상을 유인하는 것이다. 최근 KDI의 연구에 따르면, 이와 같은 스마트화된 공장의 네트워킹을 활용해서 생산을 최적화할 경우 표본 내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의 일일 생산량이 9.1%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즉, 현재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이 겪고 있는 정체된 성장경로를 벗어나게 해서 성장을 유인할 수 있는 유일한 성장동력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물인터넷, AI, 센서, 로봇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의 최첨단을 주도하는 국가가 한 국가에 의해 독점되지 않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따라 국제분업 형태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미국이 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분야를 주도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로봇과 센서에 경쟁력이 있는 일본이 이 분야를 앞서가고 있으며, 인터넷에서 비교우위에 있었던 우리나라가 사물인터넷의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도 4차 산업혁명을 처음 도입했던 국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에서 기반기술을 가진 국가 간에 경쟁도 해야 하지만 서로 협력을 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한국
이제 한국의 경제 상황을 살펴보자. 한국은 2013년부터 GDP 대비 총저축률과 GDP 대비 투자율 사이의 차이가 3%를 넘어서기 시작해서 해가 갈수록 그 격차가 커져서 7% 이상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두 지표의 차이가 이렇게 확대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을 포함해서 선진국의 어떤 나라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이 1985년 플라자 합의 후 1980년대 후반 장기침체로 들어가면서 보였던 상황과 일치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 경제는 장기침체로 들어가는 초입 국면에 있다고 해석이 된다. 일본의 상황과 현재 한국이 직면한 상황의 차이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서 장기침체를 반전시킬 한 자락의 밧줄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밧줄이 구명줄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전력을 다해서 기술투자를 늘리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환경을 국민과 정부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정치경제 상황은 실망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 지구촌에 일어나는 전대미문의 경제혁명이고, 이 혁명을 이끌고 갈 주력 국가가 한국, 미국, 일본이고 또한 이 국가들 사이의 협력관계가 주력 국가군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전략적 상황이고 보면, 한미일의 협력은 안보뿐만 아니라 미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하다. 그런데, 한일의 외교적 갈등, 한미일 안보 공조의 균열과 이런 문제에 국민과 정치세력 사이의 분열은 외교 및 안보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들 국가의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어렵게 만들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국익에 합치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 경제침체의 흐름 속에 있는 2020년의 경제는 계속해서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론분열을 일소하고, 하나 된 마음으로 가정, 기업, 정부 모두 기술혁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회복하는 방법밖에는 대안이 없다.
<consign@yonsei.ac.kr>
글 | 권명중
Oxford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 Warwick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기획처장과 정경대학장 및 정경창업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 한국기독교경제학회 학회지 Oikonomos 편집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