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와 치매, 그리고 치매 예방

2019-04-13 0 By worldview

미세 먼지와 치매, 그리고 치매 예방

 

월드뷰 04 APRIL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4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

 

들어가며

 

필자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의 호스피스클리닉 전문의로 근무하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을 개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는데 그중 가장 안타까운 질병 중 하나가 치매라고 말할 수 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후천적인 외상이나 질병 등에 의하여 손상 또는 파괴되어 전반적으로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과 고등 정신기능이 떨어지는 복합적인 증상을 말한다. 치매 환자의 보호자는 치매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 매일 6-9시간, 연간 약 2천만 원을 사용한다고 하니 치매를 예방하면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치매의 위험성

 

치매는 주로 노년기에 많이 생기며, 현재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어 4대 주요 사인으로 불리는데 1일 평균 치매 발생자는 120명이고 1일 평균 치매 환자 사망자가 24명이라고 한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는 것은 노년의 건강한 정신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사망률을 낮추는 중요한 일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필자가 존경하는 목회자이신 한경직 목사님께서도 생의 말기에 치매로 고난 당하셨다고 하니 필자도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기도하며 실천적인 노력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미세 먼지도 치매 유발의 요인

 

그런데 최근에 이런 필자의 노력과 의지로도 피할 수 없는 강적을 만났으니 그것이 바로 미세 먼지이다. 미세 먼지는 가장 위험한 환경 재해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간 700만 명이 미세 먼지 때문에 기대 수명보다 일찍 숨진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소가 발표한 ‘대기 질 수명(壽命)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 먼지는 전 세계 인구 1명당 기대 수명을 1.8년(20개월) 씩 단축시킨다고 한다. 일정 농도(공기 1㎥ 당 10㎍) 이상의 초미세 먼지가 세계 인구 전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같은 방식으로 분석했을 때 흡연은 1.6년, 음주와 약물 중독은 11개월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미세 먼지가 술·담배·약물 중독보다도 해롭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코로 들이킨 미세 먼지가 직접 또는 혈관을 타고 뇌까지 올라가 뇌졸중이나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치매의 원인

 

그렇다고 치매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혹은 이럴수록 더 노력해야 되기에 이번 기고를 통해 치매 예방에 대해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먼저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수없이 많지만 이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면 첫째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둘째 혈관성 치매, 셋째 그 밖의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인 수준에서는 크게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있는 것으로 알아 두면 충분하다.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치매의 80~90%이기 때문이다.

 

혈관성 치매는 예방할 수 있다

 

이 중 혈관성 치매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같은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혈관성 치매란 뇌혈관 질환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치매를 말한다. 좀 더 정확하게는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혈관 벽 안쪽에 피 딱지가 앉게 되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면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차단되고 결국 뇌세포가 죽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혈관성 치매에 걸리게 된다. 혈관이 막히면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발음이 나빠지고, 얼굴이 비뚤어지며 언어 장애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일반인들은 이런 증상이 있으면 운이 나빠서 또는 사고로 혈관이 막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러한 증상은 오랫동안 혈관 안쪽에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우리 몸이 견디다 못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따라서 깨끗한 혈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늦어도 중년부터는 이에 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 운동 부족 등과 같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을 때 혈관이 지저분해지므로 이를 조절해야 한다. 따라서 성인병이 시작되는 40대부터 혈압이 높은지, 당뇨병이 있는지, 혈액 검사에서 콜레스테롤이 높은지를 점검해야 하고, 담배를 끊어야 하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위에 열거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항상 뇌혈관이 좁아지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기 점검을 통하여 미리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 뇌혈관이 막혀 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 처음부터 큰 장애가 생기기도 하지만 매우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한쪽 팔·다리에 힘이 약간 빠지는 증상이 생겼다가 며칠 후에 없어지거나, 입이 한 쪽으로 비뚤어졌다가 수일 만에 회복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증세가 있을 때 증상이 없어지면 병이 완치되었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이것은 뇌 속에 막히려는 혈관이 많음을 의미하며 앞으로의 재발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같은 증상을 중대한 경고로 받아들여 교육을 받고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는 보통 65세 이상의 노인에서 주로 발병하고, 65세 이상 노인의 10명 중 0.5명 내지 1명꼴로 발생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건강하였던 뇌세포들이 서서히 죽어가면서 치매 증상이 발생하는데 아직까지도 왜 뇌세포가 죽어 가는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뇌세포 안에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 잘못된 단백질이 노폐물로 작용하여 뇌세포가 죽게 된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위험 요소는 고령, 여성, 가족력 등이다. 불행하게도 이와 같은 위험 요소는 피할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예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다만 연구 결과 학력이 높거나 지적 수준을 많이 요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에 덜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컴퓨터를 배우거나 외국어를 배우는 등 적극적으로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에 여성 호르몬을 투여 받은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반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원인 모르게 뇌세포가 죽어가는 알츠하이머병은 의학 발전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뇌세포의 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혈류의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는 예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뇌세포가 왕성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뇌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극소화해야 하고, 뇌세포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해 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폐나 심장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를 대단히 걱정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운동을 하지 않는 중년들에게 위에 열거한 치매의 위험 요소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싶다.

그리고 운동과 치매예방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살피기 위해 중년기 체력 유지는 뇌를 보호할 수 있어 치매와 같은 정신 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소개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실린 논문에 스웨덴 여성들을 40년 이상 추적 연구한 결과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체력 수준에 따라 수십 년 후의 치매 예방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 1968년 연구 시작 당시 38~60세 사이의 스웨덴 여성 191명은 운동 능력 측정을 위해 격렬한 실내 자전거 테스트에 참여했다. 여성들을 운동 능력에 따라 저·중·고 운동 그룹으로 나눠 1968~ 2012년까지 그 여성들을 추적해 치매 진단을 기록했다. 운동 능력 측정은 이 연구의 강도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얼마나 격렬하게, 자주 운동을 했는가는 참가자의 주관적 보고에 의존하기보다는 참가자의 실제 성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치매 발병률은 체력 수준과 관계가 있어 체력 수준이 높을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았는데 연구결과 저·중·고 운동 그룹에서 각각 32%·25%·5% 비율로 치매가 발생했다. 이 연구는 참가자들을 44년간 추적했지만, 더 짧은 기간을 관찰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또 다른 매우 흥미로운 발견은 과도한 고혈압, 흉부 통증 또는 비정상적인 심전도 변화와 같은 문제로 운동 검사를 초기에 중단했던 여성들 중 거의 절반(20명 중 9명)에서 치매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건강한 그룹의 여성 중 나중에 치매가 발병한 5%의 평균 치매 발병 나이는 90살로 중간 운동 그룹의 평균 발병 나이인 79살과 비교하면 치매 없이 11년을 더 생활한 셈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중년의 신체 건강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MRI로 시각화했는데 평균 연령 40세인 참가자들의 운동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러닝머신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연구를 통해 중년의 운동 능력 저하는 19년 후 전체 뇌 용적이 적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체력 수준을 높게 유지하면 뇌 수축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부디 저와 독자 모두 치매를 예방하시어 끝까지 맑은 정신으로 복음 전하시길 소망한다.

<johnyeom@hanmail.net>

 

염안섭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받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호스피스클리닉 전문의 및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심의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