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교회를 세우는 교회
2019-03-08<Book Review> 교회를 세우는 교회
월드뷰 03 MARCH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OOK REVIEW 4 |
최충만/ 청운교회 부목사
(2018, 생명의말씀사, 총 205페이지)
“그 교회는 교인이 몇 명이나 되나요?” 최근 해외에 한 달간 머물다 돌아오신 집사님이 현지 한인교회에 출석한 첫 주일에 받은 질문이라고 한다. 이것을 어느 한 분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사이즈’가 교회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 현실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한다면 성급한 일반화일까? 목회자와 교인들이 교회의 크기로 우월의식을 갖고, 교회가 그 크기로 서열화된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교회를 세우는 교회>는 이 가운데 ‘다른 기준’을 세우는 책이다. 한창 성장하던 어느 교회가 더 커지려는 유혹을 멈추고,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결정하여 분립을 실행하기까지 해산의 고통과 분만의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질문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나는 여기서 교회의 크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큰 교회는 문제가 많고, 작은 교회는 아름답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분립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려는 의도도 아니다. 단지 교회의 크기와 관계없이 모든 교인이 교회의 선교적 역할에 기쁘게 참여하고 있는지, 목회자가 교인 한 심령, 한 심령과의 교제를 통해 웃고 울어 주는 목양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21쪽).”
저자 오대식 목사는 교회가 좋아서 교회에서 살다가 목사가 된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일찍이 하나님의 방법대로 사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고 때로는 큰 불이익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고집스러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 인생은 하나님께서 인도하신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오늘도 뛰고 있음을 고백한다. <교회를 세우는 교회>는 그 역주의 현장에서 나온 또 하나의 고백록이다. “높은뜻정의교회에서 목회하는 9년 동안 목사로서 교회의 성장을 위해 뛰었고, 정말 교회만을 위해 힘썼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교회의 본질이 충실해지는 일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본질에 충실하기에는 이미 외형이 많이 커졌기 때문이다. 외형이 커짐에도 교회의 본질을 충실하게 감당해 내는 방법을 나는 잘 모르겠다(60 쪽).”
영적 돌봄과 조직 관리 사이에서 오는 괴리, 본질과 비본질의 문제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을 겪으며 오대식 목사와 높은뜻정의교회는 분립을 선택한다. 담임목사 스스로가 새로 세워지는 공동체로 옮겨가기로 결정한다. 교회의 본질과 목양의 가치를 회복하려는 몸부림이었다. 주일 출석 교인이 3,000명을 넘은 때였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해였다. “목양이란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나그네 삶을 사는 이 땅의 모든 사람을 아주 작은 자 하나까지 소중히 여겨 독려해 믿음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함께 신앙생활을 하다 낙심해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을 찾아가 격려하고, 죄를 지어 괴로워하는 자들을 위로해 다시 용기를 주고, 죄인을 정죄하는 무리들을 가르쳐 함께 받아들이게 하며, 결국 다 함께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목양 사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외형은 이 본질을 감당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59).” 이 책은 그런 공동체를 세워가는 과정에서 있었던 교회 안팎의 갈등과 반발을 그대로 노정한다. 그리고 저자의 표현대로 ‘험난해도 보람된 여정’을 지나, 끝내 ‘그래서 우리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는 고백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는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는 교회 분립 매뉴얼”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혹 표지의 밑줄을 보고 본서를 ‘픽’하셨다면 폭 내려놓으실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실용서가 아니다. 목회 기술을 다루지 않는다. 다만 본질에 천착한다. 그리고 묻는다. ‘교회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교회를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교회를 건강하게 다시 세울 수 있을까?’ “우리가 교회의 분립을 자랑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우리는 그저 이 대열에 동참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좋다고 생각되면 동의를 하게 되고, 동의는 동참을 유발하고,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유행이 되고, 유행에 참여하는 자들이 많아지면 시대의 문화가 되고, 문화가 세대를 넘어가면 전통이 된다.”(164)
어릴 적, 학교 운동장에서 매스 게임을 하던 때가 떠오른다. 대오를 정비하기 위해 수시로 ‘기준’을 세웠다. 앞뒤 좌우에 있는 아이들은 그 ‘기준’을 바라보며 제자리를 잡았다. <교회를 세우는 교회>가 들어 올린 ‘다른 기준’이 조국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내딛는 ‘바른 전통’으로의 첫걸음이 되기를 소망한다.
<enfndp@hanmail.net>
서평/ 최충만(청운교회 부목사)
교회에서 나고 자랐지만 교회가 싫어서 교회 밖에 있다가 목사가 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