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으로 흘러가는 성을 사랑・생명・책임의 성교육으로
2019-02-04쾌락으로 흘러가는 성을 사랑・생명・책임의 성교육으로
월드뷰 02 FEBRUARY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4 |
김종신/ 고등학교 보건교사
1. 학기 초 성교육 시간에 일어나는 풍경
매년 성교육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에게 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정의를 내려 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성’ 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말해보라고 하면, 학생들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쏟아 내서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성은 섹스”, “성은 자위”, “성은 애무” 등… 경쟁하듯이 신이 나서 얘기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런 대답은 해가 갈수록 점점 노골적이고 선정적으로 변해간다. 아이들은 ‘성’하면 자동적으로 성행위를 연상하고, 그 ‘성’은 물건처럼 언제든지 재미있게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버릴 수 있는 장난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다른 학교에 초청강사로 가서 성교육을 할 때도 역시 비슷한 대답을 듣는다. 누구도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치지 않는데 어느 학교를 가 봐도 학생들의 대답이 한결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집 안 구석구석까지 들어와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것을 언제든 볼 수 있게 되었고,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학생들에게 빛의 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이 바로 대중문화의 음란성과 포르노그래피이다. 이와 같은 접근의 용이성은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음란물을 볼 수 있게 하였고 음란물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성’을 배운 결과 ‘성’을 재미있는 놀이나 오락처럼 가볍게 생각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성’은 즐기되 임신만 안 하면 되는 것이고 피임만 하면 즐겨도 된다는 잘못된 성 윤리가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퍼져있다.
2.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성’은?
아이들의 입에서 ‘성은 섹스’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올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대중매체의 영향이 상당히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많이 보는 대중매체에서는 과연 ‘성’을 무엇이라고 가르치고 있는가? 몇 해 전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춤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었고 신나고 경쾌한 댄스 음악은 급속도로 짧은 시간에 많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노래의 가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나는 사나이,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 버리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그래 너 hey 그래 바로 너 hey
지금부터 갈 때까지 가볼까~~~“
가사의 내용은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와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가 만나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성관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의 내용이었고, 뮤직비디오의 영상 속에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벌이는데도 오히려 한류라고 부추기며 치켜세워주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영상 매체물을 만드는 기업들은 간이 커져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만들어 돈을 벌려고 한다. 그것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청소년들이 이런 노래를 계속해서 부르고 따라 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 자신도 모르게 성은 갈 때까지 가는 것이라고 무의식 속에 학습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 우리의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고 이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올바른 식별력을 갖추도록 교육적 개입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사회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성= 재미, 오락, 게임’이라는 코드는 광고, 게임, 뮤직비디오 등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문화산업 전반에 폭넓게 뿌리 박혀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성교육이 일반 학생들에게는 그저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교회에서 배우는 말씀 또한 지겹고, 시대에 뒤 떨어진 고전쯤으로 여기게 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3. 청소년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대안들의 위험성
이 시대가 성을 사고파는 쾌락적 상업으로 흘러가면서 학교 현장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초 성관계를 갖는 청소년 연령은 13.1세로 낮아졌고 청소년기에 성관계를 경험하는 비율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 성관계 연령이 낮아지고 성관계 경험율이 증가할수록 이에 따른 문제도 날로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데 청소년 임신, 낙태, 출산, 영아 유기, 영아 살해,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학업 중단, 미혼모, 미혼부 양육비 분쟁, 우울증, 자살, 트라우마, 편부, 편모 가정에서 아이가 겪는 상처, 아픔, 고통 등 실제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청소년 성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자 많은 여성 단체와 성교육 단체에서는 그 대안으로 피임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다. 또 어릴 때부터 개방적으로 성교육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여 조기 성교육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다.
이에 2015 보건 개정 교육과정에도 2009년 보건 개정 교육과정 때 보다 피임교육이 더욱 강화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성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피임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서구처럼 어릴 때부터 개방적 성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콘돔 쓰고 먹는 피임약 먹으면 다 된다고 하는 피임 교육은 그저 차선일 뿐 우선이 될 수는 없음에도 이것이 마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피임을 교육하는 것에만 방향을 맞추고 있는데 이것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어릴 때부터 자세하고 노골적인 성을 가르치는 것이 세련되고 진보적인 것 같지만 이는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18세 이후가 되어야 전두엽이 발달하여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런 발달 단계를 무시한 노골적인 성 개방 교육은 감정이 최고조로 증가되어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자극이 될 수밖에 없다. 음란물을 본 아이들의 기억은 더러운 것이 손에 묻었을 때 손을 씻으면 없어질 수 있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번 본 장면이 각인된 뇌는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성은 단순히 성행위만 있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성을 맛집 탐방하듯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라 인식 한다면, 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본질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4. 성의 본질인 사랑・생명・책임의 성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류는 성의 본질인 생명과 사랑, 책임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가정과 사회를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음란물의 홍수로 성의 문제가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이것이 마치 피임교육과 개방적인 성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심히 염려된다. 성의 본질이 빠진 피임교육이 진정한 책임교육이 될 수 없으며, 성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학생들에게도 성적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성적 문란을 조장하고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본분을 망각하여 사회와 나라를 큰 혼란 가운데 빠지게 할 수 있다.
성교육에서는 진보와 보수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다. 성은 개방적일 수도 진보적일 수도 없다. 성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따라서 성의 본질인 사랑과 책임, 생명은 분리 될 수 없으며 이 본질이 결혼과 가정으로 이어져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성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이것이 분리되는 순간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교육하는 것만이 쾌락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아이들에게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선정적이고 쾌락적인 성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식별력(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더불어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성 윤리관을 확립시켜 건전한 가정과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미래를 책임지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성의 진정한 본질에 대한 이해를 강화시키는 교육만이 이 시대 성교육의 대안이자 방향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 교육현장에서 본질을 강화시키는 교육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시해보면 재미없고 고리타분하다고 얘기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오히려 성에 이런 것도 있냐고 하며, 처음 듣는 얘기라며 놀라워하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어두워졌던 마음에 빛을 비춰주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금방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창조질서가 파괴되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심정으로 들어가 성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보존되어 전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사명이다. 주어진 시간 동안 주님과 함께 전력질주하길 원하며, 다음 세대 주역인 청소년들이올바른 성 가치관을 가지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날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달린다.
글/ 김종신 (고등학교 보건교사)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성의 본질인 사랑, 생명, 책임을 가르치기 위해 교, 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현재 춘천 한마음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30311s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