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개혁의 방향은?_[월드뷰 23년12월호 커버스토리]
2023-12-14아드폰테스(미래세대) 마지막 호에서는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해서 평생 초등교육에 전념한 이화여자대학교 김정효 교수에게 바람직한 기독교적 교육 방향에 대해서 들어본다. 김정효 교수는 1995년부터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에서 2006년부터 8년간 교장으로, 그리고 한국초등교육학회회장, 국가인성교육위원회 위원으로 봉사했다. 2003년 중국연변과학기술대학 방문교수로 재직했다. 2018년부터 지난 해까지 5년간 기독대학으로서 이화여대 회복을 위한 사회공헌교수회 대표를 역임했다(편집자 주).
김승욱 –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중에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난 3월호에서 송운초등학교 심준수 교사는 “학생 인권보장의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학생인권보장은 곧 교권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그 우려가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사들의 시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고, 많은 교사들의 억울한 사정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최근 6년간 교사사망자 76명중 11%가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통계도 발표되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교사들이 거리로 나선 지 두 달여 만에 ‘교권보호 4대 법안’이 나왔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입장도 채택되었습니다. 학생인권보호가 지나쳐서 교권보호가 강화되었는데, 이로 인해서 교육의 두 주체라고 볼 수 있는 부모와 교사가 서로 갈등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현안을 포함해서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지 듣고 싶습니다.
먼저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심준수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 “숨만 쉬어도 아동 학대다”라는 냉소 섞인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하더군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좀 소개해 주십시오.
김정효 – 네, 교육 현장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예비교사를 가르치고 초등교육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모두가 각성할 수 있도록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초등학교 현장은 교권보호 4법이 나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부 교사들은 아동보호법 제17조 5항의 ‘정서적 학대 요소’가 있는 한, 언제든지 계속해서 법률적으로 책임공방에 시달릴 수 있다고 불안해하며, 일부교사들은 다시 시위에 나섰습니다. 그 이유는 정서적 학대란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동의 정서적 학대는 아동학대의 주요한 부분이어서 이 조항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동보호관련 단체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법조항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장 교사들의 생활지도나 가치교육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현장에서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무너져서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나왔던 2010년 이후부터 과도한 학생인권보호로 학교의 민원이 폭증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이러한 문제의식이 공유되어 올해 초만 해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입법예고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교육감들이 교사들과 함께 국회에 가서 시위를 하는 모양새는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의 학부모가 이 아동보호법을 근거로 교사를 고소한 것도 아니고, 이 법이 최근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동보호법(2011년 제정) 개정이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되고, 무엇보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함으로써 학교 안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교사의 생활지도를 위축시키는 데 일조했던 교육감들이 교사들과 함께 아동보호법 성토에 나섰으니까요.
김승욱 – 학생인권조례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지나칠 정도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과거 제가 학교 다닐 때 교사의 체벌이 매우 심했는데, 이제는 교육현장에서 그런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학생인권을 강조하는 배경이 무엇인가요?
김정효 – 우리나라 학교문화는 국가 주도적 근대 학교가 형성되면서 어떤 면에서 매우 관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김영삼 정부의 5·31교육개혁과 열린 교육, 전교조 교사들의 복권, 혁신학교 실시 그리고 오랜 좌파 교육감들의 학교행정 등을 통해 탈권위주의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이 가운데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기검사나 체벌 등을 문제시하면서 학교 내부의 교육적 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부의 인권법에 의해 학교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일어났고, 탈권위주의적 분위기와 함께 교권도 몰락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현재 17개 시도 가운데 진보 성향 교육감은 9곳이지만, 지난 2018년에는 15개 지역에서 좌파 교육감이 당선되었고, 이 중 12개 지역 교육감이 재선, 또는 3선이었습니다. 이 중 서울·경기·광주·전북·충남·제주 등 6곳에 학생인권조례가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10월, 김상곤 경기 교육감이 처음으로 제정했는데 당시 김 교육감이 제시한 안을 경기도 의회가 통과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2011년 광주, 2012년 서울(당시 곽노현 교육감)에서 주민 발의로 제정되고, 전북(2013년), 충남(2020년), 제주(2021년)에서도 잇따라 조례안을 만들었습니다.1 교육청은 학교행정을 감독하고 지원하는 곳인데 교육청이 정치적으로 좌파 세력화되면서 학생 인권이라는 이슈로 다음세대의 정치 성향과 역사의식을 탈권위주의적으로 형성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이해됩니다.
학내 인권문제는 아직 개선되어야 할 측면이 있지만, 학생들에게 본질적으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교사들이 가르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학생(학부모) 대 교사라는 갈등구조를 조장하고 교사들이 소위 ‘인권침해’를 하는 경우 민원을 제기하도록 함으로써 소신을 가진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생활지도나 가치교육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조장해 가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교육 자체를 폐지하도록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여기에는 마르크스주의(Marxism) 교육의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저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 마르크스주의 교육 강의를 듣고 실습도 해 보았습니다. 사회주의교육은 모든 관계를 지배-피지배로 규정하고 지배자들, 즉 적이 누구인지 인식하도록 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지배자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에서 벗어나도록 의식화하고, 거기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집단적 정치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합니다. 즉, 해방을 위한 투쟁이 곧 교육되어진 자들의 모습인 것이지요. 이러한 마르크스주의 교육은 실제 중국의 문화혁명과 남미의 프레이리(Freire) 교육에서 실행되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학교 문화는 이러한 정치의식과 사회주의 의식교육에서 어디쯤 와 있을지 연구해볼 문제입니다.
김승욱 – 학부모의 갑질로 인해서 많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하는 교사, 교감, 교장이 많다고 하더군요. 물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된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8년간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봉사하시면서 현장을 많이 목격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효 – 사실 초등학교 교사는 하루 종일 학생들과 교실에서 혼자 씨름하면서 신체적으로도 탈진이 되고 심리적으로도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또한 악질적 학부모의 민원은 때로 해법이 없고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마는, 그러나 대다수의 교사들은 소명으로 알고 하루 하루를 헌신하는 훌륭한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번 ‘서울서이초등학교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지난 6년간 자살한 교사가 100명이 넘는다’, ‘오늘도 어디에서 또 교사 자살사건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앞다투어 보도를 했습니다. 이러한 통계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령 ‘이러한 통계가 다른 직업군이나 전체 자살률 평균과 비교하여 경중을 따져보니 어떠하다’라는 식으로 객관적으로 따지기보다 계속해서 의도적으로 교사 자살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무책임한 보도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자료를 보니 의사직업군이나 경찰직업군의 자살율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또한 서이초 사건을 악성 학부모 민원의 문제로 보게 하고 아동보호법개정에만 매달려 학교 밖의 시위에만 몰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교사들의 답답함과 고단함을 사회에 고발하고 절규하고 싶었던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저도 교장과 교사도 하면서 정말 악성 민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순간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사건의 원인과 대책을 너무 단순하고 일차원적으로 접근하도록 몰아간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게다가 애초에 원인제공을 했던 교육감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시위하는 교사들을 보면서 이러한 시위가 과연 재발방지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교육부 합동조사팀의 사건전말 발표에 의하면 교사 자살원인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것 외에도 과도한 교무업무의 시달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개된 교사의 일기에 보면 ‘이 모든 어려움을 누구에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 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 내 행정문제나 이를 지휘 감독할 교육청의 책임문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원인은 다양한데 말입니다. 문제 원인이 제대로 진단되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교사의 학사 교무업무의 분장과 지원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학교행정을 지도해야 하는 교육청의 장학지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의 이야기는 ‘금기시되었나’ 싶을 정도로 논의에서 제외되고, 단지 학부모와 법의 문제로 다루어졌습니다. 즉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학교 밖으로 돌리면서 정책을 만드는 교육부와 법을 제정하는 국회로 교사가 몰려가도록 여론이 조성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아는 몇몇 교사들은 이번 문제가 터지자 일성으로 ‘초임 교사에게 1학년과 나이스(NEIS,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업무를 맡긴 것이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초임 교사에게 학생과 학부모를 다루기 가장 어려운 1학년과 6학년을 맡도록 하는 관행은 깨어져야 합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차치하고라도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 이러한 관행을 방치해온 교육청의 장학지도도 문제가 있습니다. 1학년에서 생활지도문제가 잡히지 않으면 6학년까지 그 어려움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에 베테랑 교사를 1학년에 배치하고 학부모 민원이 생길 경우 담임교사, 주임, 교감, 상담교사, 주임이 함께 학부모를 만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도 민원이 해소가 안 되는 경우 최종적으로 교장도 투입되는 방식으로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가 학교의 정책에 대해서 이해하고 교사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학생과의 분쟁이나 교사와의 갈등에서 학부모는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법률적인 심판자의 역할을 교장에게 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문제 해결은 법률적인 잣대가 아니라 교육적인 기준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교육자로서 역할하고 학생의 성장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고 설득을 시켜야 합니다.
학교 내 문제 해결의 잣대는 법률적, 행정 효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의 성장을 위한 교육적 잣대로 풀어야 합니다. 바로 존중과 양보와 이해입니다. 이타적으로 말입니다. 법률적인 잣대를 대는 순간 모두가 한 발도 앞으로 못 나갈 때가 있습니다.
김승욱 – 이번에 통과된 소위 ‘교권보호 4대 법안’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고, 장단점을 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정효 – 이번에 통과된 교권회복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안인데요. 지금까지 위축되었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나 교육 활동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학부모의 권리가 축소되고 교사와 학부모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학생의 성장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논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부모로부터 학교의 담을 너무 높이 쌓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제 학교의 민원 대응체계가 완전히 바뀌어서 교사가 직접 대응하지 않고 학교장의 책임하에 꾸려지는 민원 대응 팀이 이를 접수하여 교사에게 전달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해결되지 않는 민원의 경우는 교육지원청에서 꾸려지는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이 배치되는 통합민원팀으로 이관된다고 하고요. 또다시 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 설정이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 역시 학부모와 교사의 권리를 갈등구조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교육의 논리로 풀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김승욱 –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도 보호되면서 학부모의 알 권리와 선택권도 충족시켜 교사와 학부모, 학습자의 제 위치 찾기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김정효 – 말씀드린 것처럼 좌파 정부에서는 계속해서 학생/교사, 학부모/교사, 부자학생/가난한 학생, 교사/교수 등 학교 내 집단을 갈등과 지배구조로 보게 만들었습니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도덕 교과에서 “사회 구조적인 도덕성을 가르쳐서 사회구조와 제도에 있는 문제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학습 목표입니다. 사회주의적 교육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교육은 국가보다 본질적으로 학부모의 책임입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학부모에게 교육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야 하고, 학교는 학교대로 그 기관의 교육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합니다. 국가는 이러한 가정과 학교의 교육 권한이 순조롭게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각 기관들을 지원하고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교육을 국가가 정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교사가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서술문제를 몇 %나 내야 할지, 협동학습을 얼마나 할지도 국가가 정하곤 했습니다. 사실 학교교육의 중심에는 소신을 가지고 교육자로 헌신할 수 있는 교사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초등 도덕교육을 30여 년을 가르치면서 기말고사 마지막 문제로 항상 이 같은 문제를 냅니다. “현장의 인성지도에서 예상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개의 학생들은 “인성지도를 할 때 제기되는 민원이 가장 두렵고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겠다”고 답을 씁니다. 한 학기 동안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사회가 합의한 (국가교육과정) 보편적인 가치를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의무라고 했는데 말이지요. “초등교육은 인성교육이니 적극적으로 가치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쓰는 학생은 씁쓸하게도 많지 않습니다.
인성교육 이론 중에 밀슨(Milson)의 ‘인성개발에서의 교사자기효능감척도(Teacher’s Self-Efficacy in Character Development)’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24개 문항이 있는데 ‘자기 학생의 사회와 가정의 부정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인성지도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취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서이초 사건의 대처가 초등교육에 미치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큽니다. 올해 이전에 수시 입시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초등교육과 지원율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왜냐하면 교사들이 적극적인 생활지도나 인성교육에서 뒷걸음을 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지요. 또한 교직을 지원하려는 수험생들도 돌아서게 하였습니다. 모 교대의 경우 1학년 자퇴율이 20%가 넘는다고 하기도 하고요. 사실 우리나라 교육을 지탱해온 것이 우수한 교사 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5% 이내의 학생들이 초등 교직을 지원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우수한 인력을 교직에 유인할 수 있느냐며 우리나라 교원정책을 배우러 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은 초등교육의 개선과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승욱 – 학교에 설립 기관의 교육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 세워진 종립 학교에서도 교육 내용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교회들은 대안학교를 세우는 운동을 하고 있고, 많은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대안학교로 옮기고 있습니다. 공교육 현장에서 이를 극복할 수 없는지요?
김정효 – 사실 한국의 사립학교는 학생 선발권이 없습니다. 모두 추첨이지요. 그리고 등록금 책정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사립 초등학교에 가면 교육세를 내도 혜택을 못 받고 징벌적으로 등록금을 모두 다시 내야 해요. 다른 국가의 경우 세금으로 등록금지원을 일부 받고 사립학교를 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공립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을 학부모에게 주고 학부모로부터 학교가 선택받도록 한다면 공립학교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기보다 학부모 눈치를 보게 될 것이고, 더 다양한 학교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서 공립학교를 가든 사립학교를 가든 그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특히 종립계 학교들이 설립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김승욱 – 우리 사회에는 공적인 것은 좋은 것이고, 사적인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립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정부가 통제하려고 합니다. 흔히 악으로 규정하는 사교육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부모들이 너무 대학입시만을 위해서 자신의 소득 대비 과한 과외비를 지불하는 것이 문제이지만, 다양한 재능개발을 위해서 바람직한 사교육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정효 – 얼마 전 우리를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씨도 아파트 상가 학원에서 피아노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요. 그러나 초등학교 의대반이 생긴다든가 사교육 카르텔 제도라든가 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 선발의 병폐를 학원이 비교육적으로 어떻게 더 악화시키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교육 카르텔의 문제는 교사들의 양심을 파는 문제여서 꼭 정화되기를 바랐는데 윤정부가 문제제기 후에 어떻게 수사가 되고 있는지 전혀 이슈가 되고 있지 않아서 칼을 빼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김승욱 – 이제 기독교교육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는 기독교학교이고, 기독교교육과정에 대한 책도 발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독교교육과 일반교육의 차이점을 간단히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정효 – 이대부초 기독교교육과정 연구회에서 3권의 책을 발간했습니다. 모든 교과를 어떻게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해 가르칠 수 있는지 방법과 예시를 소개한 것입니다. 일반교육이 기반으로 하는 세계관은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이지 않습니까? 그것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이 세상의 원리를 공부하는 것이거나 세상의 다양성을 공부하는 것이라면, 기독교 세계관에 의한 공부는 눈으로 보여지는 이 세상 이전에, 이것을 창조하신 하나님과 우주와 이러한 것을 사유하는 인간이 누구인가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언약 위에서 탐구하고 하나님께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매 수업시간에 주님을 증거하고 찬양할 수 있습니다. 예배를 1주일에 한 번만 강당에서 드리는 것이 아니라 수업이 곧 예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8년을 이대부속초등학교에서 봉사하면서 그것을 했고, 그 과정에 대해서도 몇 개의 학술 논문이 나왔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부족한 제게 많은 분들을 붙여 주셨습니다. 성경 1,189장을 강해한 안영수 교수님, 중보 기도하는 노무남 목사님, 그리고 전 세계 기독교학교와 기독교교육자와의 네트워킹을 도와주신 웨슬리 선교사님을 붙여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때 도르트 대학(Dordt University)의 심재승 교수님께서 아동을 위한 기독교 세계관 책 <기독교 교육 선언>도 집필해 주셨습니다. 캄보디아 학교설립사역에 동참한 것도 이 학교의 영적 지렛대가 되었습니다. 거룩한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헌금하고, 아웃 리치를 갔던 것이 학교의 부흥을 가져왔었습니다.
김승욱 – 교장으로 봉직하실 때 학교가 “국제기독학교 인증(ACSI Accreditation)”을 받았더군요. 이 인증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정효 – 그 과정은 원래 3년입니다. 인증평가라고 하지만 사실 기독교학교로 세워져 가는 컨설팅 과정입니다. 평가 영역은 기독교 세계관이 각 학교 영역에 얼마나 잘 배어있는지를 보는 것으로 교사, 교육과정, 이사회, 건물까지 포함해 모두 10개나 됩니다. 먼저 자기보고서를 제출하면 본부에서 5명의 인증심사위원이 나와서 교사, 학생, 학부모 면담을 실시하는 심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미 모든 것이 잘 되어있어서 약 3개월 정도만에 인증을 받았습니다. 김요셉 목사님을 이사장으로 하는 한국지부가 세워지면서 이루어졌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임기제 교장이라서 제가 학교를 떠나더라도 계속에서 그 체제 안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서둘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영어학교로는 처음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기독교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김승욱 – 캄보디아에도 ‘이화스렁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지원했다고 들었습니다. 캄보디아는 불교가 강한 독재 국가인데, 그 곳에서도 기독교학교가 가능한지요? 어떤 취지에서 지원을 했는지요?
김정효 – 이대 교직원 약 150명 정도가 우리가 진 사랑의 빚을 갚자는 취지로 ‘아시아교육봉사회’를 만들고 캄보디아를 선교지로 정하여 2009년 유초등학교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대여섯 분의 선배 교수님들이 퇴직금을 내어 놓으면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400명 이상의 학생이 있습니다. 이제는 대학을 설립할 단계인데 코로나로 주춤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전도와 기독교교육이 자유롭습니다. 다만 선교사들이 예배드리고 성경을 가르치고 현지교사들이 일반교육과정을 가르치면서 진정한 기독교교육이 일어나지 않는 문제는 있습니다. 우리가 받은 미션스쿨교육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 이것이 문제입니다. 교육 과정을 기독교적으로 재구성하여 가르치도록 해야하는데 선교사들의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부속학교에 있을 때 현지교사들과 선교사들을 학교에서 연수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 선교사들이 교과서를 번역하여 교수법 개선을 위한 조언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교사들에게도, 또 동역하는 현지교사들에게도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잎만 무성한 선교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지요. 개발 측면에서 ODA 지원금을 받아서 캄보디아 교원양성 제도, 학교 도서관 제도 등의 개선을 위한 정책 연구도 했습니다.
김승욱 – 우리나라의 많은 사립 초·중·고등학교들이 교회 및 기독교인들이 세웠는데,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정체성을 잃고 세속화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이점은 비교적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화여대뿐만 아니라 연세대 등 많은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대학들도 오래전에 이미 세속화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기독교대학으로서 이화여대 회복을 위한 사회공헌교수회 대표를 5년 동안 역임하셨는데, 이 교수회가 어떻게 생겼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김정효 – 2017년 총장이 탄핵되고 학교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때 한 선배 교수님이 사회공헌교수회를 만들어 사회에 실추된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자고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분은 곧 은퇴를 하고 2018년부터 의대 정구영 교수님과 공동대표를 하다가 그분이 은퇴하고 우즈벡으로 선교를 가시고 2019년부터 혼자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대표를 맡으면서 기독교 고등교육은 채플과 교양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교양교육 모델로는 세속화를 면키 어렵고, 신앙과 학문을 통합하는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습니다. 이를 위해 월례모임을 통해 교내외의 신앙과 학문의 통합사례를 발표하고, 1년에 한번은 대학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기독교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동창회 및 학생을 포함하여 이대 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콘퍼런스를 열었습니다. 또한 신임 교수님을 초청하여 환영회에서 도르트 대학(Dordt University)과 아주사퍼시픽 대학(Azusa Pacific University)의 교원 가이드북에 소개된 기독교 세계관에 의한 강의안개발방법과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부속학교에서 하던 일을 대학에서 교수님들을 상대로 다시 하게 된 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입사하며 기다리던 그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녁마다 중보기도를 함께 할 수 있는 동역자 교수님들을 모아 주셨습니다.
사람들은 이대가 채플에서도 복음이 잘 전해지지 않는 곳인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하겠지만, 하나님께서는 단체 톡방에 120명의 교수님들이 모이도록 하셨습니다. 여성을 구원하기 위해 세워주신 여자 대학이었지만 동성애, 젠더, 낙태, 극단적 페미니즘, 진화론 등에 앞장서면서 하나님을 대적하고 가정을 깨는 일에 일조해 왔고 지금도 일각에서는 그러하지만, 이제 하나님께서 이화여대 안에 부흥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생수가 흘러가게 하고 계시다는 것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김승욱 – 교수님께서 기독이념과목을 개설했다고 하던데,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그리고 학교에서 이런 과목을 허용해주는 이유는 그래도 이화여대가 기독교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과목을 개설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김정효 – 이대 건학 이념을 담은 단대기초과목이 개설되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의대에 <의료와 선교>, <종교와 생명>이라는 과목이 개설되는 것을 보고 교육대학원에 <성경적 학교교육의 이해>, <교육과 선교>라는 과목을 개설하였고 올해 두 번째 해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호응은 좋은 편입니다. 7-8명의 교수들이 팀 티칭을 하는데, 교수들이 공부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 선교>에서는 각 교수들이 선교사들을 초빙하여 강의를 진행하면서 강사료를 모두 선교사들께 드립니다. 재능기부를 하고 있으신 셈입니다. 이후에 <성경과 법>, <복지와 복음> 이런 과목들이 법전원에 사회복지대학원에 개설되기를 바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김승욱 – 교수님은 안식년을 연변과학기술대학교에서 보내면서 교육선교에도 열심을 내셨습니다. GPTI 전문인 선교 훈련도 하고, 파우아 (PAUA) 교육선교 아카데미에서 기독교교육과정도 강의하시던데, 마지막으로 기독교 교육과 관련되어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씀부탁드립니다.
김정효 – 2003년 연변과학기술대학교에 1년간 안식년을 보낸 것이 제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대부초에서 한 일도, 이대 사회공헌교수회 일도 다 선교라고 생각하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문인 선교 훈련도 받았고 현재는 파우아 교육선교훈련 과정에서 기독교 교육과정 개발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해외 선교에 열심을 못 내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교회가 물질주의로 공격받았는데 이제는 이념으로 영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외 선교에서도 하나님의 공의보다는 사회주의적 정의를 실현하고 가르치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로잔대회의 위원장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가 쓴 <하나님의 선교>를 읽어보면, 영혼 구원과 제도적 악의 개선이 궁극성에서 그리고 우선순위에서 동등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론 그는 영혼 구원과 사회적 참여를 동일선상에 놓고 있거나 불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사회참여와 사회정의 실현은 구원받은 성도가 거룩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하나의 영역이기때문에 인간의 구원과 사회정의를 동일선에 놓을 수 없다고 봅니다. 한국 사회가 이념으로 분열되고 미혹되어 있는 것은, 먼저 한국 교회 내에 하나님의 십자가 공의를 사회주의 정의로 도치한 미혹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기독교 대안학교, 기독교 세계관 운동 등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사회주의 정의에는 인간적인 자기 의, 정죄 그리고 지적 교만이 자리잡고 있지만, 하나님의 십자가 공의에는 하나님의 영광과 희생 그리고 용서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공의로 나아갈 때만이 이념적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전쟁터는 해외보다는 국내이고, 교회 밖보다는 교회 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선교로 나아가기 이전에 이 부분이 정화되고 준비되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 8:37).” 라는 말씀을 굳게 붙듭니다.
김승욱 – 장시간 귀한 말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