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 및 이민정책, 어떻게 해야 하나_[월드뷰 23년10월호 커버스토리]
2023-11-20‘아둘레센스(adulescens)-미래세대’라는 키워드로 2023년 특집을 이어가고 있는 월드뷰는 청년세대 경제문제에 이어 ‘외국인 근로자 및 이민문제’를 특집으로 다룬다. 한국은 50년 후에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46.4%가 되어 생산연령인구와 노인인구의 비율이 1:1이 된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유치하여 부족한 노동력 문제도 해결하고, 고급 인력들을 한국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하여 인구감소문제도 해결하자는 의견이 많다. 이에 바람직한 외국인 고용정책과 이민정책에 대해 한성대학교 박영범 명예교수와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 코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산업연구원과 노동연구원에서 연구한 후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원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 위원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 담당 공익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외국인 고용정책의 전문가이다. 아내와 함께 바라보는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믿음이 좋은 세 자녀를 두고 있다(편집자 주)
박영범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김승욱 : 젊은세대는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결혼도, 출산도 안 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나라라고 하고, 이미 지방소멸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 8대 교역국이 된 시점에 외국인과 교류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단일민족국가를 자랑하며 외국인 고급 근로자나 이민자 유치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최근 3D 업종 기피로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민에는 소극적인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중에 외국인 이민자나 근로자는 얼마나 됩니까?
박영범 : 외국인 이민자(migrant)의 숫자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민자는 ‘영구적(permanent) 이민자’와 ‘한시적(temporary) 이민자’로 구분합니다. 통상적으로 이민자란 다른 나라에 가서 영구히 사는 사람, 즉 영구적 이민자를 의미합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이민자가 필요하다고 할 때도 영구적 이민자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이민자는 돌아가는 걸 전제로 하는 한시적 이민자입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영구적 이민을 전제로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우리나라나 대만 등은 한시적 이민을 전제로 이민자를 활용합니다. 이렇게 이민정책의 기조에 따라 나라마다 이민자의 실질적인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OECD에서는 ‘외국에서 출생한 인구의 총인구에 대한 비율’로 이민자의 경제, 사회적 위치를 추정합니다.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는 OECD 기준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면 이민자가 매우 적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이민자 비중은 2%정도인데 G7 평균은 13.3%, 미국은 13.6%, 캐나다는 22%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취업 자격을 가진 외국인 취업자는 2022년 말 기준 40만 7,000명입니다. 고용허가제(E-9) 체류자가 21만 8,000명으로 제일 많고, 그다음으로 많은 체류 자격은 방문취업자(H-2) 체류자로 12만 5,000명입니다. 이 외에도 취업할 수 있는 외국인들이 있습니다. 먼저 재외동포(F-4) 체류 자격 외국인이 50만 2,000명으로 제일 많은데, 재외동포 체류 자격 외국인이 모두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 남자는 약 50%, 여자는 30%정도 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결혼 이민자 중 상당수도 취업하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도 일주일에 30시간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단기 비자를 가지고 불법 체류하는 인구도 30만 명 가까이 됩니다. 이들을 모두 합하여도 100만 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우 적은 편입니다. 결론적으로 국제비교 기준으로 한국의 이민자 비중은 매우 적고,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도 매우 낮습니다.
김승욱 : 그중에 전문 인력은 어느 정도 됩니까?
박영범 : 출입국관리법상 취업 자격 외국 인력은 전문 인력과 단순기능 인력으로 구분합니다. 전문 인력은 2022년 말 현재 4만 5,000명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은 극히 일부입니다. 단순 인력과 전문 인력의 중간 정도 되는 수준의 숙련을 가진 특정활동(E-7) 체류 자격 외국인이 전문 인력의 절반이고, 회화지도, 예술흥행 관련 인력까지 합해도 전문 인력으로 분류되는 외국인은 1만 8,00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전문성이 높은 전문 인력은 아주 소수라고 보아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단순기능 인력 체류 자격자는 주로 고용허가제, 방문취업제 체류 자격 외국인인데, 2022년 말 기준 두 자격의 체류자는 합해서 34만 3,000명입니다. 단순기능 인력 체류 자격 외국인이 모두 실제 ‘단순기능’ 인력은 아닙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비전문 인력은 우리나라에서 최대 10년까지 일할 수 있는데, 10년 경력자는 사실상 전문 인력으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체계상 비전문 인력으로 입국하면 10년이 지나도 계속 비전문 인력으로 분류합니다. 이들이 전문 인력으로 분류되는 특정활동(E-7) 체류 자격으로 전환되는 길은 열려 있으나 여러 이유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김승욱 : 그동안 우리나라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은 어떠했는지요?
박영범 : 우리나라 외국인 근로자 정책이란 단순기능 인력 정책을 의미합니다. 30여 년 전인 1990년대 초반에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노동계에서 반대했습니다. 국내 근로자의 급여가 떨어지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한편 노동계는 외국인 근로자도 국내 노동자와 동등한 처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이나 노동권을 보장하여야 자신들의 권익도 보호되기 때문입니다. 단순기능 인력을 받아들이는 주요 통로인 고용허가제 도입 이전에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있었습니다. 노동계의 반대로 근로자가 아닌 연수생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연수생을 근로자로 활용하니 인권 문제가 생겨서 ‘1년 연수생, 2년 근로자’ 지위를 주는 ‘연수취업제’로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또한 외국 인력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제도의 한계로 연수생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게 되니 불법체류자가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20년 전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것입니다. 연수취업제는 고용허가제와 병행하여 운영되다가 폐지되었습니다.
일제시대에 중국, 연해주, 러시아 등지로 이주한 동포들의 후손을 위한 방문취업제는 고용허가제 도입 이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는 고용계약서가 있어야만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올 수가 있는데, 방문취업자는 비자만 있으면 입국이 허용됩니다. 사실상 노동허가제이지요. 방문취업자는 일단 국내에 들어와서 할 일을 찾습니다. 방문취업제하고 고용허가제가 별도로 운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방문취업자로 들어온 사람들은 주로 조선족과 중국인인데, 코로나 때 많은 이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자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가뜩이나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들도 방역문제 때문에 급감하였는데, 방문취업자 중 10만 명이나 돌아가는 바람에 인력난이 매우 심화되었습니다. 최근에 불법체류자가 많아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동포 외국인이라며 노동허가제로 우대하여 주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된 것이지요.
김승욱 : 최근 외국인 근로자 정책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박영범 : 단순기능 인력을 한시적으로 활용한다는 기조는 같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고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 인력 쿼터가 작년에는 6만 명이었는데, 올해 11만 명, 내년 12만 명으로 늘렸습니다. 특히 최근에 노동력이 크게 부족한 조선업의 경우 영주권 전문 인력 쿼터를 올해 17배나 늘렸습니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입장이 강하고 확고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소극적이었던 법무부가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습니다. 고용부는 예전과는 달리 법무부에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큰 골격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정책기조의 큰 변화 없이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무조건 늘려주고 보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시범사업으로 운영하였던 ‘지역 특화형 고용제도’가 본격 운영될 예정이지만, 이 제도로 유입된 외국인들이 과연 그 지역에 머물겠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은 몇 년 있다가 그 지역을 떠날 것입니다. 현재 방문취업제는 직장(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지만,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이 제한됩니다. 그러다 보니 고용허가제 체류 자격 외국인은 비수도권과 제조업에 많이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고용허가제가 노예제라며 위헌 소송까지 냈는데 재작년에 합헌 판결이 났습니다. 고용허가제는 중소 업체들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되었는데, 사업장 이동 제한을 풀어주면 외국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몰릴 것을 헌법재판소가 우려한 것입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더 많아져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규제 방식을 포함하여 외국 인력 관리정책의 큰 틀을 바꿔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서 제도적으로 뒤처져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법무부와 고용부가 영역 다툼을 하면서 통합적 정책을 펴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입니다. 일본이나 대만은 유기적으로 정책 전환을 이루었습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와 같이 업종별로 세분화하여 외국 인력을 도입하지 않습니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나라도 있지만, 도입하는 외국인 근로자 숫자가 우리나라에 비해 적습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 정부가 고용주에 고용부담금을 부담하여 외국인 고용비용을 높입니다. 이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사양산업의 경우 저임금으로만 생존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외국 인력이 과도하게 도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이는 친(親)시장적 규제방식입니다.
우리나라 말도 서투른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자기 나라에서는 ― 취업도 잘 안되지만 직장을 구해도 ― 월 30만 원을 받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취업하면 월 200만 원을 받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는 월 170만 원을 더 벌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그들은 한국에서 월 100만 원만 받아도 행복할 것입니다. 그런데 200만 원을 주니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꿈의 직장이 있는 나라인 것이죠. 제가 작년 말에 일본하고 대만의 유관기관을 방문하였는데, 외국 인력 유치에 있어서 그들은 우리나라와는 경쟁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고용허가제는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있어서 민간 알선 업체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과정에 개입하지 못합니다. 일본과 대만은 민간이 도입을 주도하고 관리도 합니다. 근로자와 사업자 모두가 비용을 냅니다. 일하다 보면 직장에서 문제가 생기는데 상담이나 관리를 민간 업자가 해줍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부문이 도입을 주도하다 보니 외국 인력에 대한 체류 지원과 관리가 미흡합니다. 적어도 체류 단계에서는 민간이 역할을 하도록 바꿔야 합니다.
김승욱 : 현실적으로 젊은 부부가 가사도우미에게 월 200만 원 이상을 지불하면서 아이를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문제로 논의가 뜨겁습니다. 작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저임금 외국인 육아도우미 정책을 건의했고, 정부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외국인 채용을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시대전환당의 조정훈 국회의원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 기준의 적용을 배제하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습니다. 싱가포르는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에 가입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는 ILO에 가입되어 있어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박영범 : 궁극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가 해외에서 받는 돈하고 국내에서 받는 돈의 급여 차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는 제도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굉장히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큰 골격을 바꿔야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ILO 가입국이더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최저임금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산업연수생 제도 초기에는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ILO 회원국이니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현재도 개인이 고용하는 내국인 가사근로자는 최저임금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에서 결정된 임금이 최저임금 이상이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것이지, 실제 법적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상당 기간 연수생 신분을 유지한다든가, 파견 업체를 통해 관리 비용을 징수하면 차별이 아닙니다. 그것은 본인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고용허가제에서는 주거비용으로 근로자 임금의 15% 이상을 사업주가 부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필요하면 더 이상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지 않은 여러 방법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너무 높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여서는 안 됩니다. 최저임금이 높지 않으면 사실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이라는 게 원래 최저만 맞춰주는 것이지 그보다 더 준다고 해서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인력이 필요하면 고용주가 더 줄 텐데 강제하는 최저임금을 너무 높여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 노조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반대한다고 했는데, 국내 근로자들이 가지 않아 일손 부족이 생긴다면, 그곳에 외국인 근로자가 가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 근로자 사이에 이해충돌의 여지가 없고, 오히려 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소위 뿌리산업이라는 공정기술 분야 기술자들이 고령화가 되어도, 기술을 이전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라도 이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으면 그들이 숙련기술자로 발전해서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영범 : 우리나라가 현재 인근 아시아 국가의 사람들을 들여오는 것처럼, 선진국들도 예전 식민지로부터 사람들을 데려다 쓰고 있습니다. 일본은 재일동포, 프랑스는 아프리카, 영국은 인도나 파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상당수가 소위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종의 일을 합니다. 외국 인력 도입 초기에는 외국인 근로자와 국내 근로자들이 대체관계냐 보완관계이냐 하는 논쟁이 있었는데, 30여 년의 경험을 보면 대체적으로 보완관계입니다. 대한민국이 잘살게 되면서 이제 내국인들은 일하기 싫어하는 업종이 생겨났고, 외국 인력이 없으면 아예 버틸 수 없는 산업들도 있습니다. 외국 인력이 없으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므로 우리나라 근로자도 해고됩니다. 물론 대체하는 우리나라 근로자가 있겠지만 외국 인력이 보완하는 정도가 훨씬 더 큽니다. 조선이나 금형 분야 등이 국내 근로자들이 안 가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산업 자체가 존속할 수 없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건설 분야도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안 가고 현재 일하는 사람들도 점점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도입된 근로자는 10년 가까이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상 단순기능 인력으로 분류되지만 10년의 경력자이면 숙련 인력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대만과 같이 숙련 인력이 된 외국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는데, 제도적으로 보완하여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일본이나 대만은 일정 수준의 기능을 보유하게 된 단순기능 인력 도입 외국인의 체류기한 제한을 사실상 풀었습니다.
김승욱 : 내국인 근로자들이 3D 업종에 자발적으로 종사하게 할 수 있도록 임금에 프리미엄을 높이 주고, 중소기업 등이 그 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정부에서 세금 감면이라든지, 보조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3D 업종에 내국인의 취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박영범 : 과거에 해 봤지만, 다 실패했습니다. 외환위기 때 내국인을 고용하면 고용주에게 보조금을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였는데,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가지 않아 실패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을 급속히 올리면서 30인 미만 업체에 보조금을 주었으나 효과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안정성만 훼손되었습니다.
김승욱 : 종합적으로 볼 때 외국인 근로자들의 우리 경제 및 사회 기여도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영범 :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나라 근로자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 같은 영역은 이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더 이상 가지 않습니다. 잘살게 된 나라의 공통적인 현상인데 대한민국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 잘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청소를 안 하면 쌓이는 쓰레기를 누가 치워주겠습니까.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외국인 근로자는 구조조정을 지연시킵니다. 급여가 올라가면 기업은 자동화 등을 통해서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데, 값싼 노동력을 구할 수 있게 되면 기업은 혁신이나 구조조정에 힘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단행된 구조조정 덕분에 우리 경제체질이 강화되어 2009년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외국 인력 도입은 어느 측면에서는 이제 없어져야 할 취약한 산업 부문을 그냥 안고 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는 정책이 추진될 때도 노동계에서는 ’시간당 임금 1만 원도 지급하지 못하는 회사는 다 망해야 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비슷한 논리입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논의는 되어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초기에는 이런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논의가 그냥 사라지고, 그저 무조건 외국 인력 도입 규모를 늘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다 심도있고 체계있는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외국이나 국제기구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이 구조조정 및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승욱 : 우리나라 외국인 근로자 정책에 대한 해외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박영범 : ILO나 OECD, World Bank 등은 외국인 근로자 정책 중 고용허가제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공이 개입해 채용 과정에서의 외국인 근로자 착취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하였다고 평가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근로자 모집을 공공이 주도하게 된 것은 산업연수생 제도하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1년 치 급여 정도를 알선업체에게 알선비로 지불합니다. 취업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는 오래 머무르려고 하고 불법체류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취업알선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여들면서 불법체류자도 줄었습니다.
김승욱 : 아까 민간 개입이 바람직하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박영범 : 지금 우리는 너무 과잉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공공부문이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주도하다 보니까 구인자가 구직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채용합니다. 나이, 성별, 국적 등을 기준으로 채용하는데 막상 국내에 들어와서 보면 기대치 이하인 경우가 상당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국내 사업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근로환경 등에 대한 정보가 없고 들어오고 나서 너무 열악하니까 사업장을 바꾸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민간업체가 채용을 지원하면 비용을 받으니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공공부문이 주도하되 민간부문과 협업하는 것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공공이 할 경우와 민간이 주도할 경우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지금은 민간의 요소를 조금씩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대한 우려 중 하나가 불법체류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객으로 들어와서 사라졌다거나, 농업노동자로 들어왔는데 보다 임금이 높은 공장지대로 도주해서 추적이 안 된다는 등의 뉴스를 접합니다. 불법체류 노동자의 규모와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요?
박영범 : 매우 많습니다. 최근 몇 년간 불법체류자가 갑자기 늘었습니다. 2022년 말 기준 42만 명 가까이 됩니다. 외국인 총체류자의 18.3%입니다. 2016년도에 10%였는데 지금 10%포인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평창올림픽 때 외국인 입국제한을 대폭 완화해서 그때 관광객으로 들어온 많은 외국인이 나가지 않았습니다. 체류자 관리에 실패했던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시위자에게도 인권도 있듯이 불법체류자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단속을 느슨히 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에 수요가 있어서 합법적 경로로 들어오려는 외국인들이 있는데, 그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기간 중 중국동포들이 자기 나라로 많이 돌아가 인력이 부족한데,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의 합법적인 경로마저 막히니 불법체류가 늘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정부 공식통계로 파악한 것보다 불법체류자 수는 훨씬 많을 것입니다. 3개월 단기 비자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제 아들이 다니던 영어학원 선생이 불법체류자로 걸렸습니다. 단기 비자로 최대 3개월까지 체류가 허용된 외국인들은 영리활동에 종사하면 안 됩니다. 그럼 체류 자격에 위반되어 추방됩니다. 그런데 외국인 교사로 3개월 일하다가 일본 등 인근 나라로 나갔다가 다시 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학원 원장은 3개월 일한 임금을 체불하다가 다시 들어와 한 달 정도 일하면 밀린 임금을 줍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일합니다. 우리 아이의 선생은 외부 고발이 들어와 적발되어 강제 추방당했습니다. 인권단체가 도와주어서 외국인 교사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고용주에게 체불임금을 받아서 추방당한 외국인 선생에게 송금했습니다. 이렇게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병/간호 분야는 외국인은 취업이 안 되고 해외동포밖에 취업이 안 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불법적으로 취업하는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김승욱 : 영화 <범죄도시>를 보니 외국인 범죄가 심각한 것처럼 보이더군요. 외국인 범죄 비율이 내국인 범죄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지 그리고 불법체류자 때문에 외국인 범죄 비율이 더 높아지는지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국내 치안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던데 사실인지요?
박영범 : 외국인 범죄 비율이 불법체류자 때문에 더 높은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불법체류자뿐만 아니라 이민자 사회는 주류 사회와 다른 문화와 전통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주류 사회와 갈등을 겪는 현상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청년이 교통 검문을 피하려다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전국적인 시위와 폭동이 발생한 것은 이민자와 주류 사회가 겪는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모든 외국인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 이민가면 공항에 어떤 사람이 데리러 왔느냐에 따라서 직업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구의 경험을 보면 이민자 사회는 일자리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민자가 당장의 생계를 위해 자녀교육에 신경 쓰지 못하면 구조적인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게 되고 온전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범죄 비율이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이민사회의 초기 단계에 접어든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입니다.
김승욱 : 인구 변화 요인은 출산, 사망, 인구이동 세 가지인데, 그중 인구이동이 매우 중요한 요인임에도 우리는 가볍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제는 우리 사회도 이민 활성화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수외국인 유치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 숙련노동력이 경험을 쌓아서 다른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을 뿐 국내 정착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요?
박영범 : 우수외국인 유치 정책은 실패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글로벌 인재(global talent) 유치 정책을 추진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 성과가 없었습니다. 글로벌 인재들은 우리나라에 잘 안 오려고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출입국관리법상 전문 인력으로 분류되는 특정활동(E-7) 체류 자격 외국인이 천 명 정도 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교육, 주택, 인프라 등 여러 가지로 외국인들이 살기 불편합니다. 남편이나 부인이 한국 사람이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자기들의 커뮤니티 안에서 섬에 살듯이 삽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 자녀교육을 위한 외국인 학교, 언어문제 등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김승욱 : 과거 박정희 정부 당시에는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고급 인력을 귀국시키기 위해서 KDI나 KAIST 등을 설립해 아파트도 제공하고 월급도 몇 배를 주었습니다. 지금은 국가가 하는 대신 대기업들이 그런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이런 기업들을 지원하는 법이 있는지요?
박영범 : 보통 우리가 국내에 외국인 인재 유치만 생각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외국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수가 상당합니다. 삼성, LG,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현지에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해 씁니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외국 국적을 가진 피용자가 한국 국적자보다 많습니다. 외국에 있는 글로벌 인재를 국내로 불러들여서 활용하고, 교육을 시켜 다시 내보내기도 하는 등 기업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이내믹하게 외국 인력을 활용합니다. 외국 공장에 내국인을 보내 경영해야 하니까 우리나라 근로자들을 장기간 외국으로 보내 현지 문화를 배우도록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기업이 우즈베키스탄의 현지 공장을 관리하려면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알아야 하니 그곳으로 우리나라 국적 직원을 보내 교육시키고 현지 문화를 이해하도록 한 후에 우즈베키스칸의 현지 기업을 관리하도록 합니다. 이는 초대기업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도 이미 글로벌화 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에 진출해 있는 많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외국인들을 많이 고용합니다. 예를 들면 신발제조업체인 태광산업은 나이키 협력업체인데, 태국 공장에서 몇 만 명의 현지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김승욱 : 해외의 한인 디아스포라가 유대인 다음으로 많다고 하더군요. 중국 거주 한인 동포에 대해서는 우대하는 정책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들을 다시 한국으로 유입시키는 이민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얼마나 효과적인가요?
박영범 : 앞에서 말씀드린 방문취업제(H-2)가 단순기능 동포 외국인을 우대하는 정책입니다. 고용허가제와는 달리 고용계약서 없이 입국할 수 있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있습니다. 단순노무직에 취업할 수 없는 재외동포(F-4) 체류 자격의 경우 예전에는 개도국 동포들에게는 제한적으로 부여하였는데 위헌 판결이 난 뒤로는 요건이 맞으면 출신국에 상관이 없이 재외동포에게 발급됩니다. 그래서 많은 동포 외국인들이 H-2에서 F-4로 옮겨갑니다. 추가적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고령화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체류한 지 벌써 20년 이상 되어 고령화가 되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사회보장 혜택만을 받는 동포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승욱 :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것도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가 이와 관련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박영범: 우리나라에 대해 높아진 호감도가 이민으로 연결되기에는 아직 너무 초기 단계입니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없습니다. 젊은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우고 K-POP에 열광하는 정도입니다.
김승욱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10년 전부터 논의되었던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 나가겠다며 이민청 추진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앞으로 2030년에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이민 확대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Michael Robert Kremer, 1964~)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 또한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할 해법으로 ‘이민 활성화’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지난번 제15회 세계인의 날 기념 이민정책 포럼에서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위한 이민정책 재설계 방안”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더군요. 결국 이민정책이 인구감소 문제 해결의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주민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이민청 추진 문제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습니까?
박영범 : 여소야대라는 국회 상황 때문에 큰 진전은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이민청 설립 논의가 있다가 진전이 없었는데 한동훈 장관이 이야기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올해 법무부 업무 보고를 보면, 이민청이 아닌 체류관리청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법무부 산하 외국인 출입국정책본부를 확대하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민청이 설립되면 이것을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민의 문제는 일자리를 포함하여 종합적이고 통합적으로 접근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전에 OECD 회의에 갔을 때 멕시코 출신의 앙헬 구리아(Angel Gurria) OECD 사무총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이민청 문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구리아 사무총장에게 이민청을 법무부 산하에 만든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구리아 사무총장은 일자리문제가 이민문제의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기 때문에 이민청은 고용노동부 산하에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해법으로 이민 활성화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구체적인 이민정책의 청사진이 없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미국이나 서구 사람들보다는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국가로부터 오는 이민자가 많을 텐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들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몇 년 전에 예멘에서 수백 명이 제주도에 와서 이민 신청을 했을 때 온 나라가 난리가 났었습니다. 300명이 넘는 난민 신청자 중 딱 두 명만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전에는 이민을 통한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은 요원합니다.
그리고 외국인도 우리나라에서 아이 낳으면 양육하는 것이 힘들게 뻔한데 아이를 낳겠냐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외국 사람들도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 애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결국은 아이를 낳고 육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놓아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산 문제로 고민이 많았는데 출산율이 크게 올라갔습니다. 스웨덴은 남자도 무조건 일정 기간 육아휴직을 하여야 정부가 주는 육아휴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정했습니다. 방법을 찾으면 해결책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논의만 무성할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승욱 :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임을 자랑해왔지만, 글로벌 시대에 특히 교역 면에서 세계 8대 대국이 된 마당에 외국인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라기 보다 필수적인 사항이 되었습니다. 사회통합 차원에서 어떠한 준비가 필요할까요?
박영범 : 우리나라는 사실 단일민족이 아닙니다.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고, 현재 전 세계에 단일민족인 나라 또한 없습니다. 저는 단일민족이라는 생각은 생존의식에 가깝다고 봅니다. 우리가 워낙 외침(外侵)을 많이 받으니까 그렇게라도 똘똘 뭉쳐야 정체성을 가지고 버틸 수가 있었다고 봅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께 선택된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수천 년의 유랑생활을 버텼습니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할례를 받아야만 비유대인도 유대교도로 인정합니다.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은 일종의 피해의식과 생존의식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단일민족임을 주장하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외국인들을 우리 사회 속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세계 10위 경제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잘살게 된지가 아직 얼마 안 되었고 여전히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상대적으로 물건은 잘 파는데 값비싼 수입품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밖으로 많이 나가는데 외국인이 국내에 와서 정착하는 것은 거부하는 그런 문화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극복되어야 사회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승욱 : 이민의 나라 미국은 세계 각지로부터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여 미국을 오늘날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에 있는 세계 최고의 IT 업종 CEO 중 상당수가 이민자의 후손입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랍계인 시리아 이민 미국인이고,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러시아 출신이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남아공 출신이지요.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타이완계 이민자입니다. 만약 미국이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이러한 혁신적 기업들이 미국에 등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호주의 경우 과거에 비해서 지금은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가져온 계기는 무엇이고, 이들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박영범 : 미국이나 호주 등은 영구 체류를 전제로 하니까 맨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도 이민자들이 견딜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아니면 자식들이라도 사회의 윗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일들을 버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국에서는 숙련근로자나 대졸자도 미국으로 이민 가면 청소 일부터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정책의 전환을 도모하여 영구 체류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먼저 국민들이 외국인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려야 가능합니다. 한국인들은 우리나라에 오는 사람들, 특히 못 사는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을 굉장히 멸시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호주는 한때 백호주의를 표방하면서 유색 인종의 이민을 제한했었는데, 그것에 한계가 오자 이제는 아시아인들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쇠망할 가능성이 커지니 백호주의를 포기한 것입니다.
김승욱 : 그렇군요. 한국도 이제 이민정책에 대해서 의식의 대 전환을 도모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