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아무나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한다고 아무나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3-05-15 0 By 월드뷰

케이티 파우스트 (Katy Faust)

아동 인권 옹호 운동을 위한 비영리단체 “Them Before Us”의 설립자

김승욱 안녕하십니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근 성인들의 성적 지향이나 욕구 충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면서, 성인들이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이 점점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흐름 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Them Before Us” 즉, 아이들(Them)을 성인(Us)보다 먼저 생각하자는 아동 권리 옹호 운동을 전 세계적으로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 수석 편집자인 스테이시 매닝과 함께 쓰신 저서 가 번역되어 <월드뷰>에 서평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보니, 아이들의 정서적 안녕을 위해서는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 정서적 안정감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지만, 성인들의 욕구를 아이들보다 우선시한 결과, 아이들이 이 세 자양분 중 하나 이상을 잃게 되는 상황을 잘 지적해 주셨더군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양분은 주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잘 살기를 기대하는 이러한 모순을 법률로까지 합법화하고, 아이들의 기본적 필요를 무시하면서 나라와 다음 세대의 번영을 바라는 이 역설적인 상황을 현재 미국의 상황과 아울러 실제 아이들의 목소리로 들려주신 점이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런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Katy 동성혼 논쟁이 격렬했던 시점에, 언론에서 아이들에 관해 언급하는 거짓말 때문에 저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목사의 아내이자 네 아이의 엄마로, 친구들과 언쟁을 벌이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엄마가 두 명이든 아빠가 두 명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말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말은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잃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입니다. 수십 년간 아동·청소년 사역을 해온 사람으로서 저는 그 말이 명백한 거짓말이란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 엄마나 아빠가 없는 아이는 그 부모가 왜 자신을 원하지 않았는지, 지금 어디 있는지, 자신이 무슨 문제가 있어서 자신을 떠났는지, 뼈에 사무치도록 알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에게서 엄마나 아빠를 빼앗는 것은 그 아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공격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 아이의 엄마, 아빠를 얼마든지 다른 성인으로 대체할 수 있고, 그렇게 해도 그 아이는 정말 괜찮을 거라는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필요하지 않고 그저 사랑받으며 안전하기만 하면 괜찮다는 이 거짓말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일에 뛰어들어 깊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친모, 친부에 대한 기본권이 있으며, 이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어떤 단체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부모에 대한 권리는 아이들의 생존권 다음가는 두 번째 기본권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책임이 있는 친부모에 대한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잃게 될 때 큰 해를 입게 됩니다. 이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사역이 이렇게 확장되었습니다.

김승욱 사람들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의를 보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낄 때, 작가님의 진심과 열정을 다한 사역은 ‘당신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라는 실제 모범이 될 뿐 아니라 훌륭한 교훈이 될 것 같습니다.
Katy 물론 저도 이 일로 치르게 된 대가는 있었습니다. 이런 불의에는 마땅히 대항해야 하지만, 이처럼 대중적으로 인기 없는 목소리를 내면 주변 친구들을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예상했습니다. ‘굳이 인기와 친구들을 잃으면서까지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는 고민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불의에 침묵하면, 그 침묵의 대가는 대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치릅니다. 그래서 제 책에서도 잃을 게 많은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보다는 우리처럼 평범한 일반인들이 용기를 내어 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이죠. 우리 어른들마저 침묵한다면 이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아이들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김승욱 Thembeforeus.com 웹사이트와 저서에 수많은 아이들의 증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 일부를 나눠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Katy 제 책은 서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결혼과 가족에 관한 한, 성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쉽습니다. 그런 예는 너무 많아요. “아, 제 결혼 생활은 정말 끔찍했었죠. 하지만 드디어 제 인생의 진정한 사랑을 찾았어요. 지금 바하마에 휴가 와 있는데 모든 게 완벽하다고요. 그 끔찍했던 결혼 생활을 끝낼 수 있어 정말 기뻐요.” “드디어 커밍아웃했고, 나 자신에게 충실한 지금이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입니다.” 두 남성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하면서, 대리모로 아기를 만들고자 하는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부금을 모아 달라는 캠페인도 많이 합니다. 이런 식의 자아 실현 이야기나, 자신을 진정 이해해 주는 남자를 만나 집을 나간 엄마, 커밍아웃하고 레즈비언으로 살고자 집을 나간 엄마, 대리모로 자녀를 만든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그런 가정의 아이들을 걱정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넌 엄마가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니?’라는 식의 부담을 안겨주고, 그 아이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한 두 성인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라고 강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엄마가 이혼하고 새아빠랑 살 때, 새아빠가 나를 친자식처럼 대하지 않아 받은 상처로 지금도 아파요.” 대리모로 태어난 아이가 미치도록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고, 매일 길을 걸을 때마다 ‘혹시 엄마를 마주친 건 아닐까?’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걸 엄마도 알까?’ ‘나처럼 엄마도 피아노를 잘 칠까? 다른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피아노를 못 치는데….’ 라고 한다면 그 아이의 두 아빠는 뭐라고 할까요? 제가 책에 아이들의 다양한 실제 사례를 모은 이유입니다. 여기에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망이든, 이혼이든, 버려진 것이든, 보조 생식 기술로든,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잃으면 평생을 슬퍼하고 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김승욱 이 주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작가님께서 최초로 아이들에게 마이크를 가져가 아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시도하신 것 같습니다.
Katy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전통 가족을 지지하는 보수적 입장은 지금껏 전통 가족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다는 각종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상식, 심지어 세계 5대 종교까지도 남성이 함께 아이를 만든 여성에게 평생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전통 가족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 값비싼 대가를 요구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바꾸는 것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정자, 난자 기증으로 만들어진 아이들이 집에서 사랑받고 자랐더라도, 속으로는 얼마나 많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스스로를 사고 파는 물건인 것처럼 느끼며, 친엄마나 친아빠에 관한 환상을 갖는지에 대해 책에 썼습니다. 과연 책을 다 읽으신 후에도 성인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자, 난자를 기증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지, 아이들의 기본권을 무시할 때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명백한 해를 보고도 아이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실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승욱 입양에 관해 다룬 장에서도 입양에 관한 통찰력 있는 제안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Katy 맞습니다. 입양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할 때만, (아동의 권리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입양만이 현대적(비전통적) 가족의 유일한 예외가 되기 때문입니다. 입양은 아이들의 필요에 맞춰진 아동 친화적인 제도입니다. 어른들의 욕구에 맞춘 시장이자 아동의 필요와 권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보조 생식 기술과도 대조됩니다. 입양을 하려는 성인들은 엄격한 적격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반면, 보조 생식 기술의 유일한 조건은 돈입니다. 입양과 보조 생식 기술은 완전히 다른 겁니다. 성인들에게 아이를 만들어 주는 보조 생식 기술과 달리 입양은 아이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저도 입양을 했기에 이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책의 각 장에서 강조하신 거짓된 신화들을 본 인터뷰에서 하나씩 다뤄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아이들은 오직 사랑과 안전만 필요로 한다’와 ‘엄마, 아빠는 선택 사항’이라는 신화에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Katy 가족 구조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아이들이 혼인 상태의 엄마, 아빠와 한집에서 살 때 가장 안전하며, 사랑받을 가능성 또한 크다는 점은 통계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한 생물학적 친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안전하고 유대감이 높으며 자녀에게 가장 많이 투자합니다. 물론 계부모 중에도 영웅적인 분들이 계셔서 친부모가 못 해준 역할을 채워주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 바로 검색창에 ‘엄마의 남자친구’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검색 결과는 대부분 한 아이와 ‘생물학적 연계가 없는 남성’이 동거할 때 그 남성이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파괴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아이들은 아무 엄마, 아빠가 필요하다거나, 단순히 안전하고 사랑받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사랑받길 원한다면 아이들이 친부모와 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입양 기관에서 양부모에게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치게 하는 이유는, 혈연관계가 없는(특히 남자) 성인들이 통계적으로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승욱 입양의 경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보조 생식 기술의 경우에는 왜 동일한 장치가 적용되지 않는 걸까요?
Katy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리모를 다룬 장에서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이 시장에서는 규제나 감시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요. 심지어 아이들을 누가, 어디로 데려가는지에 대한 추적도 하지 않습니다. 대리모는 요청만 하면 맞춤 아기를 전 세계로 배송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다시는 만날 수 없도록 국경을 넘게 됩니다. 양부모로서 저는 입양 자녀의 건강과 복지 상태를 점검받는 평가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이런 절차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보조 생식 기술은 수십 년에 걸쳐 개발되고 채택된 입양과 같은 모범 사례에 완전히 역행하는 나쁜 관행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렇게 무서운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거예요. 세상은 사랑이 가족을 만든다고 노래합니다. 사랑이 가족에게 있어 중요하긴 하지만, 사랑만이 가족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이 가족을 만든다’라는 말의 실제 뜻은 ‘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내가 행복한 한, 내가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함께 있는 한, 다른 모든 사람은 내가 행복할 수 있도록 내 주위를 돌며 줄을 서야 한다’라는 것이 바로 ‘사랑이 가족을 만든다’는 말이 진정 의도하는 바입니다.
아이의 웰빙을 위해 중요한 세 가지는 생물학, 부모의 성별, 부모의 혼인 상태입니다. 책의 각 장에서 생물학적 연계, 부모의 성별, 혼인 상태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것이 왜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문제인지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사랑이면 충분하다’는 식의 사고는 너무나 얄팍하고 유치합니다. 그동안 문화는 성혁명 이념과 성인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통해 많은 것을 쌓아 왔습니다. 법원도 부모-자녀 유대관계 및 아동의 기본권이 아니라, 성인들의 성적 표현주의에 따른 성적 지향에 입각한 판결을 내려왔습니다. 온 사방에서 이런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김승욱 또 다른 신화가 있죠. ‘결혼은 어른들에 관한 것이지 아이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신화 말이죠.
Katy 결혼은 아이들이 자연권을 갖는 두 사람을 결합하는 유일한 제도입니다. 바로 그 이유로 결혼이 세상에서 가장 아동 친화적인 제도였습니다. 여자와 남자를 연결하고, 자녀들이 양친 모두에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결혼의 공적인 목적입니다. 성전환주의 운동을 비판하는 영향력 있는 저술가 라이언 앤더슨(Ryan T. Anderson)은, ‘정부는 성인들의 애정 관계가 아니라 그 성인들이 자녀를 낳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있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결혼이란 남성이 함께 아기를 만든 여성에게 평생 헌신하고 함께 하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되어 왔고, 그래서 결혼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에서 혼인으로 인정받은 다른 형태의 관계(동성혼)와는 다르게, 일부일처의 전통적인 결혼만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삼대 영양소인 어머니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 안정감을 제공해 주는 유일한 방식입니다. 다른 방식은 없습니다.

김승욱 ‘아이들은 회복력이 강해서 이혼을 잘 극복할 것’이라는 신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Katy 저는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암과 심장병에 더 잘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혼 가정의 자녀들은 일차적으로 이혼의 충격이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합니다. 그다음 새로 생긴 의붓 가족으로 인해 감정적인 충격도 이차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부분의 이혼은 학대나 심각한 갈등상황 때문에 발생하지 않습니다. 가장 좌절스러운 점은 지금 사회에서 이혼이 너무나 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사회는 이혼의 현실에 관한 깊은 문제는 물론, 이혼에 대한 아주 단순한 부정적 언급조차 할 수 없도록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혼이 다른 장에서 다루는 이야기에도 모두 영향을 미치는 큰 문제이기 때문에 제 책도 이혼 가정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이혼이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지면 아이들은 바로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고 그 영향은 평생토록 갑니다. 엄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아이들에게 갑작스러운 복통이나 야뇨증 같은 신체적 증상으로도 나타나지만, 사람들은 아이들의 그런 증상과 부모의 이혼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려 합니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엄마가 두 명이라니 정말 운이 좋다거나 너무 행복하겠다는 거짓말을 유도하는 질문까지 합니다. 이 질문은, 실제로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것을 정상적인 것처럼 여기도록 아이들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아이들은 그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동성혼 합법화를 할 때 사람들은 그것이 동성 부모의 자녀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동성혼 합법화는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가 필요하다는 지표가 문화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아빠가 없는 아이들은 실제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 이 사실을 증명하는 수십 명의 아이들의 증언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아빠가 필요없다고 하는 문화에서 아이들은 아빠를 원하는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느낍니다. 이 점이 제 책 전반에 흐르는 공통적인 주제입니다. 아이들에게 “너희는 괜찮아. 그리고 네 부모님을 지지해야지”라고 강요하는 것이죠. 마치 아이들이 성인들을 지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죠. 완전히 정반대 아닌가요? 스스로 희생하고 맞춰주어야 하는 사람들은 성인이지 아이들이 아닌데 아이들에게 그 역할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성인들의 욕망을 아이들이 가진 친부모에 대한 권리보다 우선시할 때 아이들은 친부모를 잃게 됩니다. 그리고 자동으로 아이들더러 어른들처럼 행동하라는 부담을 지도록 하는 것이죠. 아이들이 어른에게 희생하고, 아이들이 성인들을 이해해야만 하고, 아이들이 성인들에게 맞춰줘야만 하는 겁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평생 그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상상이 안 갑니다. 그래서 실제 아이들의 고백을 책에 담은 겁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정서적 기아 상태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부모를 빼앗아 평생 부모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불의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건 부모의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을 대를 이어가며 만들어가는, 국가로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승욱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동성 부모를 둔 아이들의 실적에 차이가 없다는 다섯 건의 연구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 잘못된 연구 결과의 의미를 개인적인 경험과 결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Katy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내용과는 달리, 저는 어머니가 두 분 계시지 않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한 분의 어머니가 계실 뿐입니다. 저와 정말 가까운 제 어머니께서는 30년 이상 함께 해 오신 동반자가 있습니다. 저는 그녀를 제 어머니가 아니라 제 친구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저희 부모님께서 이혼하신 후에도 두 분 모두 제게 최선을 다하셨고, 서로 계속 존중하셨고, 저와도 계속 연락을 유지하셨죠. 두 분이 이혼 후에도 그렇게 해 주셨다는 사실에 저는 매우 감사합니다. 하지만 동성 커플 밑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엄마나 아빠와 완전히 절연된 채 자라는 아이들은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래서 동성 부모를 다루는 장의 초반부는 동성 부부 가정 아이들이 성과에는 차이가 없다는 신화가 틀렸다는 사실을 다루는데 할애했습니다.
결국 결혼은 아이들과 아무 상관이 없고, 동성 부모가 있는 아이들도 일반 아이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잘못된 신화는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대법원 판결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시간을 들여 그 연구들의 방법론적인 문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들과 대조적으로 아주 좋은 방법론을 사용한 두 건의 엄청난 연구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히 동성 부모가 양육하는 아이들은 사실 정서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회학자들 사이에서 생물학적 친부모가 가장 안전하고, 자녀들을 가장 잘 보호하며, 양육에 있어 성별은 매우 중요해서 아이들에게 서로 구별되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효익을 제공하고, 갑자기 부모가 사망하거나 이혼하거나 자녀를 버리거나 보조 생식 기술을 사용해서 부모를 잃게 되면, 나중에 입양이 된다 하더라도 이런 경우의 자녀들은 성과가 좋지 않다는 데 의견이 일치합니다. 동성 커플의 자녀들은 생물학적 부모를 잃게 되므로 반드시 엄마나 아빠를 그리워할 것이고, 부모의 상실에 대한 충격은 평생 갈 것인데, 그저 갑자기 연구에서 게이커플이 양육하면 이러한 사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하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될까요? 저는 그런 연구들에 어떤 정치적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동성 부모의 아이들에게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는 객관적 검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김승욱 생식 세포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성인들이 너무나 원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신화도 있지 않습니까? 이 신화는 마치 낙태를 옹호하는 주장을 거꾸로 읊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원하지 않는 아기는 낳지 않기를 바란다. 도대체 누가 원하지 않는 아기로 살고 싶겠는가?”와 같이 낙태를 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Katy 책의 1장에서도 설명했다시피 이 둘은 서로 동전의 양면입니다. 생식 세포 기증이나 낙태 모두 ‘성인들이 얼마나 원하는지’ 여부에 따라 아이의 살 권리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낙태를 옹호하는 세상에서 성인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아이의 생명권을 침해하면서 그 아이를 강제로 없애 버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동일한 원리로, 보조 생식 기술의 세계에서는 내가 이 아이를 매우 원하기 때문에 엄마, 아빠에 대한 그 아이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강제하여 이 아이가 세상에 존재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두 상황 모두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성인들의 욕구입니다. 그래서 이 내용을 다루는 장에서는 자신이 사고파는 상품처럼 느껴진다는 수십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 겁니다. ‘이 아이들을 너무나 원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했다’거나 ‘카탈로그에서 골랐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사실 카탈로그에서 아이들을 고르는 것은 사람을 사고판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몇 편의 연구 결과에서는, 이러한 보조 생식 기술로 만들어진 아이들의 성과를 보여줍니다. 연구 결과 이런 아이들은 생물학적 친부모가 양육한 아이들보다 가정에서 불안정한 경험을 더 많이 한다고 나왔습니다. 정서적인 어려움이나 약물 남용 문제도 더 많이 겪고, 가족 구성원들을 신뢰하는 데에도 더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오히려 친부모 양쪽 모두와 절연되어 양육되는 입양아들이 부모 중 한 사람은 친부모인 생식 세포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보다 성과가 더 좋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책에서 그 이유를 양부모가 친부모를 잃은 아이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썼는데요, 보조 생식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들은 한쪽 부모를 잃게 만든 다른 그 부모가 양육하기 때문에 그 사실 자체로 아이에게 꽤 심각한 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점을 고려한 거죠.

김승욱 대리모의 경우, ‘대리모는 부모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라는 신화도 있습니다. 지금 같은 세상에서 대리모가 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Katy 아기를 사랑하고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특히 언론에서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는 유명 인사들이 대리모로 만든 아름답고 멋진 아기들 모습이기 때문에, 더 그런 신화가 믿을 만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리모 행위가 시작되는 ‘실험실’에서 아이들을 만들 때, 그 성공률이 고작 100명 중 7명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아기는 냉동고에 영원히 갇혀 있거나, 착상시키는 과정에서는 선별 여부와 성별 등에 따라 필요한 수만 남기고 나머지는 낙태되는, 말 그대로 아기를 상품처럼 만드는 과정입니다. 절대 아동 친화적인 과정이 아닙니다. 원하는 아이가 만들어질 때까지 원하지 않는 아이는 없애는 그런 끔찍한 일입니다. 특히 책에서 보조 생식 기술을 통해 아이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신원 조사가 없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실제로 ‘착취’를 유일한 목적으로 아이들을 만든 사례가 다수 존재합니다. 일본의 한 미혼인 백만장자가 100명의 아이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백인 여성의 난자를 구해 태국 여성을 대리모로 수십 명의 아이들을 만들기도 했었죠. 인류 역사상 전쟁 등으로 아이들이 아버지를 대규모로 잃는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리모 관행 때문에 무수한 아이들이 어머니를 잃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인간의 가장 친밀한 생물학적 연결고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엄마’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디스토피아를 만드는 것입니다.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일 아닙니까?
아기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부분은 9개월 반 동안 몸을 빌려줄 여성을 찾는 것입니다. 즉, 돈을 주고 여성을 사서 아기를 만들어 파는 거래이고, 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만 있다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이제 이미 인공 자궁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사고팔아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대로 과학기술이 진행되어 인공 자궁에서 아이를 기르는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문제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겁니다.

김승욱 이토록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에 대해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너무나 적은 현실 속에서 이런 상황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도 작가님의 메시지가 널리 알려져서 성인의 욕구보다 아이들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Them Before Us’ 운동이 일어나고, 아이들로부터 친부모를 앗아가는 관행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Katy 희망적인 사실은 진실은 힘이 있다는 거죠. 한국의 <월드뷰> 독자들도 이 관점을 가지고, 한국에도 임박한 이러한 이슈가 실제로 야기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아이들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성인의 욕구보다 아동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목소리에 힘을 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승욱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