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개혁 어디를 향할 것인가?

우리나라 교육개혁 어디를 향할 것인가?

2023-03-09 0 By 월드뷰

홍후조 교수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 미래 세대가 준비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 월드뷰는 2023년 한 해 동안 특집 키워드를 아둘레센스(adulescens, 청년/젊은이) ‘미래 세대’로 정했다. 이달에는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홍후조 교수로부터 교육 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홍후조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에서 교육과정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교육과정학회 제25대 회장을 지냈다. 한국 교육 현실에 기초한 교육학 이론 개발에 주력한다. 현행 역사교육에 큰 우려를 표하고 전 국민이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대안 역사 교과서 개발과 한국형 탈무드 개발에 관심이 많다(편집자 주).


김승욱 3월은 각급 학교가 개학(Back to school)합니다.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서 같은 반 아이들끼리 얼굴도 잘 모르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이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없이 수업하는 학교 정상화로 3년 만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가부 실태조사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교실 붕괴 문제나 해외 유학, 대안학교로 가는 아이들 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자퇴생도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부모들도 학교에 자녀를 안 보내고 대안교육을 찾는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어떻게 학교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이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교수님께서 기독교 교육학자로서 교육에 대한 어떤 신념을 가지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홍후조 흔히 교육격차 완화나 평준화를 운위하지만, 교육은 각 개인 잠재력의 최대실현이므로, 저는 교육에서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마 13:12)”라는 마태효과(Matthew effect)를 믿습니다. 마치 몸의 지체처럼 각 사람은 사회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므로, 각자의 달란트를 최대로 발현하면서 서로 격차가 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360도 방향으로 서로 다른 소질과 적성을 한껏 발휘하며 각 분야에서 독특한 기여를 한다고 봅니다.


김승욱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마태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평준화가 큰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교육 분야에서는 평준화의 미덕이 오해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교육에 대한 기본 방향이 바뀐다면 개혁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윤석열 정부는 교육 개혁을 3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선택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교육 개혁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홍후조 무엇보다 학교 현장 교육을 관료적 통제에서 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부에 더하여 국가교육위원회, 17개 시도교육청, 176개 교육지원청, 367개의 직속 기관이 학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통제’하고 있지요. 지방교육행정기관을 광역교육청과 교육지원청 두 단계로 나누었는데, 직원당 학생 수 50명 이하 되는 곳부터 차례로 통폐합해 나가면 전국적으로 40~50여 개 교육지원청이면 충분합니다. 가령 유·초·중고생 모두 합쳐도 17만 명밖에 안 되는 강원도 강원교육청은 산하에 17개 교육지원청이 있어요. 이제 교통 통신이 발달했으니, 생활권역별로 춘천, 원주, 강릉 세 곳에 교육지원청을 두면 충분합니다. 제주나 세종은 각각 교육지원청 하나면 충분합니다. 대학처럼 외부 교직원을 대폭 없애야 공문도 줄어듭니다. 그러면 교육감 선거도 필요 없고, 유능한 교사들이 교실과 수업을 떠나 외부로 가는 일도 줄어들겠지요. 폐쇄될 교육지원청은, 지역별로 새로운 교육내용을 가르치는 프런티어 스쿨로 전환해서 AI 코딩과 같이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한 단기 집중 합숙 교육을 하면 될 것입니다.


김승욱 지난해 교육부 예산은 89조 6,251억 원이었고, 올해는 101조 8,442억 원입니다. 반면에 학생 숫자는 줄어들어서 유·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이제 586만 5,460명입니다. 따라서 단순 계산으로 나눠보면 1인당 1,736만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치원과 대학은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초등학생 교육비가 대학생 교육비보다 많다고 하고, 교육감들은 학생들에게 선심성 돈을 나눠주고, 교사들에게도 문화활동비조로 나눠준다고 합니다. 반면에 대학은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대학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많은 대학이 교육부의 지원을 포기하고 대학 등록금을 올릴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교육예산이 비상식적으로 사용되는 것인지요?
홍후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서 교부금이 내국세의 20.79퍼센트인데 이것을 초·중·고 교육에만 쓰라고 하여 이렇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법부터 고쳐야 합니다. 우리처럼 대학 교육비가 초등학교보다 적은 곳은 어느 나라도 없습니다. 교육감들이 떨이용 태블릿 PC를 학생에게 돌리는 일도 없어져야 합니다. 교당, 급당, 학생당 경비 중, 학생당 경비는 공립에 다니든 사립에 다니든, 심지어 일반 학교든 대안학교든 모든 납세자의 자녀들이 동등하게 지원받도록 해야 합니다. 가령 학생당 연 1천만 원을 쿠폰(바우처)으로 주면 그것을 유치하기 위해 모든 교육공급자가 더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스웨덴처럼 맞벌이 부부의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돌봄 기능을 늘려서 제공할 것이고 부모들은 육아와 교육비로 인한 고통을 덜어 아이 갖기도 더 쉬워질 것입니다.

김승욱 유치원 지원도 적다고 하셨는데, 사실 과거 유치원은 사교육에 의존했지요. 유치원을 지원한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얼마 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해 당기자고 했다가 교육부 장관이 사임했는데, 학제 문제에 국민의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제 개편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홍후조 교육은 ‘학생-교사-교육과정’이 핵심인데, 우리나라는 학생 수용의 학제는 초·중·고 6-3-3제이며, 교사 양성 운용은 초등교사 6년 중등교사 6년의 6-6제입니다. 그런데 교육과정은 공통-선택의 9-3제입니다. 한 마디로 교육의 기본제도들 사이에 미스매치(mismatch)가 심하고, 운용도 경직되어 있습니다.
저는 6-6-3제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취학 전 3년과 초등 저학년 3년까지의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먼 곳의 학교에 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묶어 놀이와 활동 중심의 6년제 ‘기초학교’를 마을마다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위로는 초등 고학년(4~6학년) 3년과 중등 3년을 묶어 6년제를 ‘기본학교’로 해서,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의 경우 면마다 두면 적당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직 돌봄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는 학교 규모가 작아도 거주지 근처에 학교를 존치시켜야 하고, 중학은 현재 3년에서 6년으로 늘어나니 학생 수가 늘어나 통폐합을 늦출 수가 있지요. 맨 위 고교생들은 다 컸으니 먼 거리 통학도 가능하고 기숙사가 많으니 문제없습니다. 이에 따라 교사도 아래 3개년이 제1 전공이면, 위 3개년을 제2 전공으로 해서 유치원, 초등학교의 장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길러내야 합니다. 가령 유-초 저학년 연계 기초학교들에서 그 해 신임교사 100명이 필요할 경우, 교육감이 대학의 유아교육과에서 50명, 초등교육과에서 50명을 아래위로 넘나들게끔 6개년을 커버하는 교사를 길러달라고 요청하면 다툴 일도 없지요.
다른 하나는 정당법(16세), 공직선거법(18세, 국회의원 이하에 입후보 가능)에 따른 고교의 정치장화를 방지하기 위해, 만 18세 이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성인인 교사는 교육(내용과 활동)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데, 아직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고등학생의 정치 참여와 활동을 촉진하는 것은 모순이죠. 또한 가장 긴 6년제 초등학교를 5년제로 줄이고 초등교육을 4~5년에 마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속진(월반)을 활성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의 경제활동으로 사회적 육아의 필요성은 높아져서 한 해라도 일찍 공교육으로 편입되는 것이 필요하고, 대학생은 복수와 이중 전공, 취업 준비로 대학 재학 기간이 늘어나고, 또 남성은 군 복무로 인해 입직 연령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다 키운 자녀의 독립을 원하나 대학생들은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자립이 늦어진다는 점에서, 노동력의 고령화를 완화하기 위해 경제활동 시작 시기를 1년 앞당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승욱 교원 문제로 넘어가 보죠. 최근에 OpenAI사가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Chat)GPT’가 등장해서 관심이 뜨겁습니다. 앞으로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하는데, 교육 분야도 대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교육이 단지 지식 전달이 전부는 아님에도 교사 양성제도의 변화 또한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교사 양성제도는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좋을까요?
홍후조 먼저 예비교사의 재학 중 교육실습을 폐지하고, 졸업생 대상 절대평가의 임용시험 1차 합격자를 1.2배수 정도 뽑아 1~3년제 수습 교사를 거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 ‘초등학교 고학년-중학교’와 같이 아래위 3개년씩 복수 자격증을 발급하여, 넘나들이 하는 교사들이 소규모화되고 학교급 간 협동 운영하는 이음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초등교사는 저학년 수업 능력을, 중등교사 중 특히 사회와 과학 교사는 중학교도 가르칠 수 있도록 ‘복수 자격제’를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초등 1~2학년 기초교육, 초등 5~6학년 기본교육, 중등 2~3학년 진로지도, 고등 2~3학년 진로지도를 위해 ‘담임연임제’를 실시하면 좋습니다. 특히 고등 2~3학년 담임연임제는 필수여야 진학 진로지도에 도움이 됩니다. 이는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통폐합 문제와도 연결되는데, 15년 차 중견 교사 대상의 장학사 시험을 대폭 축소하고, 중견 교사의 사기진작책으로 교내에서 수석교사를 늘리면서 우수교사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교사가 수업, 학생, 교실, 학교와 멀어질수록 ‘승진’하는 폐습을 없애야죠. 열의 있고 우수한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지도의 전문성을 기르고 교내에서도 승진하도록 교사 직급을 몇 개 더 늘려야 합니다. 모든 교단교사는 공무원 7급에 해당됩니다. 교사의 경력과 전문성 발달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주어야 하고, 교실과 학교 밖으로 나간 장학진, 연구진이 교감·교장이 되는 길도 없애거나 대폭 줄여야 합니다.
또한 교사의 주당 수업시수를 15차시 이하로 법제화해서 민원 등으로 인한 교사의 피로를 줄여야 합니다. 55세 이상 고경력 교사의 경우, 담임을 하거나 복수 학교급과 복수 교과군을 담당할 경우 등에는 이를 감안하여 주당 최대 3시간 이하까지 감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요즘 계기 수업, 범교과 학습주제,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 등으로 마을 교사, 해직노동자, 성교육 강사 등 무자격자들이 학생들의 정신과 정서를 황폐화시키고 있는데, 사실 교사들은 피곤하다보니 수업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외부 특강의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하지만 무자격자들이 무차별적으로 학교 교육을 침해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또한, 교감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교장을 하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도 폐지해야 합니다. 2021년 기준, 무자격 공모 교장 48명 중 29명(60.4퍼센트)을 전체 교원의 10퍼센트에 불과한 전교조가 차지하는 등 전교조 출신과 전교조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이 오남용하고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폐지하고, 대신 벽오지 소규모학교를 대상으로 ‘교감 공모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김승욱 교육과정학을 전공하셔서,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서도 할 말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인들을 비롯하여 많은 시민이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위험한 성혁명 교육내용과 위헌적인 반대한민국적 역사교육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교수님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홍후조 저는 아예 ‘성교육’ 용어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교육(sex education)은 성기, 성교 등을 모두 포함해 가르쳐야 할 필요를 낳습니다. 성교육이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는 사춘기 대비 교육, 중학생에게는 성인 준비교육을 해야 하고, 건강·보건·위생 교육의 일부로서 성과 관련한 의·과학적 정보를 알려줄 필요는 있습니다. 청소년기 정체성 확립이 어려운 중에 ‘네가 남(여)자일지도 모른다.’라는 악마의 속삭임은 학생들의 정신위생을 해칩니다.
다른 하나는 위헌적 반대한민국 역사교육입니다.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에서 전근대사는 20퍼센트 미만, 근현대사는 80퍼센트 이상으로 가르친다고 하고, 김일성의 보천보 지서 습격을 기념한 건지 모르겠지만, 1945년이 아니라 1937년에서 시대구분을 하여 문제가 불거졌지요. 이는 중국 중심의 중화 질서를 벗어나 세계의 만국공법 질서로 나간 우리나라를 다시 동아시아에 얽어매는 시도를 분쇄해야 다음 세대에게 기회가 더 열립니다.
세계사 교과서에는, 이슬람에 관해서는 18쪽이나 할애하면서 기독교는 고작 2쪽으로, 크리스트교라며 폄훼합니다. 기독교는 자유, 개인, 민주, 평등, 복지(박애), 법치, 자유시장, 인권 등을 확립하여 근현대 문명을 확립해 왔습니다. 대한민국도 기독교 정신과 이념 위에 설립된 국가입니다. 다행히 이명희, 박명수, 소윤정 교수님 등이 앞장서서 이를 바로잡아 가고 있는데, 워낙 인민민주, 민중민주, 통일지상주의 사관으로 무장한 기득권층이 완강하여 성과가 아직 미미합니다. 교회에는 교수, 교사 등 교과서를 집필할 수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문제가 된 보건, 역사, 가정, 도덕, 사회, 국어 등의 교과서를 이런 분들이 새로이 써내야 합니다. 남이 해주길 기다리다 보면 결국 전교조 교사들이 쓴 책으로 배우고 가르치게 됩니다. 다행히 몇몇 분들이 검인정 교과서를 쓰겠다고 나섰습니다.
저는 거시적인 교육정책과 미시적인 교실 수업을 잇는 교육과정을 전공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것은 모든 학교급의 모든 교과를 포괄하는 교육과정 총론입니다. 우리나라는 초중등학교에서 국어, 사회 같은 문과 과목 수업 시간 비중이 50퍼센트인데 반해, 수학, 과학, 기술 등의 이과 과목은 30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총론을 통해 이런 것을 반반은 되도록 교정하려는 것입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총론이 환경보전이 아닌 생태 전환, 기업가정신이나 혁신 대신 노동 인권교육, 자유 빠진 민주, 무책임한 성혁명 교육 등을 옹호하고 있어서, 저도 이를 삭제 또는 폐지하려는 노력에 동참했습니다. 또한 학교 자율시간 학기당 1주, 계기 교육, 범교과 학습주제, 신설할 선택과목과 선택 활동,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교육프로그램 등으로 인해 기본 교과 수업시간이 훼손받고 있음을 고발하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제 있는 교과서나 교육과정부터 순차적으로 개선해가야 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받은 ‘총론, 보건, 역사, 가정, 도덕, 사회’ 등을 하루바삐 개정해야 하고, 유치원 교육과정도 이에 맞추어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김승욱 사실 의무교육의 목표는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때 나라라고 하는 것은 과거 조선시대와 같이 왕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조선시대를 흠모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민족분단을 이유로 아직 완성되지 못한 부끄러운 나라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올바른 이념교육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홍후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가르쳐야 한다는데 동감합니다. 저는 교육받은 현대인상의 전형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꼽습니다. 그분은 조선에 대해 반군주정을, 일제에 대해 반제국주의를, 소련과 북한 등에 대해 반공을 내세워 우리나라의 터전을 닦으셨습니다. 교육에서 반대한민국 교육을 축출하고, 선진 일류 국민 형성을 위한 나라사랑교육을 실시할 때입니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세계사에 포개서 공부하는 한국 근현대사, 자주국방과 집단안보와 미군 주둔의 필요성, 국가 패망사 교육, 남북한 실상 대조 교육, 김씨 일가의 압제에서 북한 동포의 해방과 통일교육, 기업가정신 및 경제금융교육, 애국심 체험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21세기형 국민교육헌장 제정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갈라디아서에서 말하는 ‘자유’를 정직하고 분명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피란민, 월남인, 탈북민은 ‘자유’를 찾아왔지, 인민, 민중, 진보적 민주주의로 오염된 민주를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일상어가 아니라 각 주체(개인, 가정, 단체, 기업, 국가 등)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바를 남을 방해하거나 방해받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 곧, 자치(self-government)를 말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공산주의의 아편에서 벗어나고, 김씨 일가의 압제로부터 북한 주민들을 구해내고 통일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시급한 것은 정치 시민교육에서 1976년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강제 주입(세뇌, 교화)의 금지, 논쟁의 재현(수업 시간에 학문과 정치영역의 실제 논쟁적인 사안은 양편의 주장을 고르게 드러낼 것), 학생 정치 행위능력의 고양을 지향하는 사회과교육을 할 때입니다.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문화막시즘이나 1968년 프랑스와 독일의 학생운동에서 비롯된,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모든 차이는 차별이며, 모든 금지를 폐하자는 식의 PC, 젠더 교육 등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사회과 교육에서 국제관계, 국제정치, 국제이해, 외교안보교육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야 하고, 주변국으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하는 우리나라는 국가의 안보와 존속(security), 우방국과 가치 안보 동맹을 통한 국가 주권의 안정적 행사(power), 자유통상을 통한 경제적 번영(prosperity),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위신(prestige)을 지켜내야 하며, 제2의 김춘추, 서희, 이승만을 키워내야 합니다.

김승욱 최근 교과서는 두꺼워지고 종류도 많아서 학생들이 학교 사물함에 두고 다니니 학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자녀들이 뭘 배우는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교과서에 대한 교수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홍후조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고, 교과서를 ‘전면 개편’합니다. 낭비와 시행착오가 많지요. 교육부 직원들은 2년간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3년간 교과서 개편과 교원 연수를 하면 주요 업무가 마무리되니, 또 새로운 구실을 내세워 교육과정을 개정합니다. 교과서도 900여 개 과목을 2~3년 안에 다 새로 씁니다. 이러면 초판 1쇄 교과서에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오류가 발생합니다. 영국의 지리, 역사 부도는 100년 넘게 100판이 넘게 꾸준히 판수 누적형 개편을 해왔습니다. 우리도 초·중학교의 ‘부도, 역사, 수학, 도덕, 국어’ 등에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았으면 합니다. 초중등학교 지식은 4~5년마다 변하지는 않거든요. 또한 수업과 학습에 덜 쓰이는 교과서는 필요한 경우 학생 개인 지급용이 아닌 학교용으로 발행 공급하고, 예산을 절감해 그 대신 동영상과 같은 다른 형태의 교재, 시설과 설비, 교구를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가령 미술은 교과서 살 돈으로 도구나 재료, 화첩과 도록을 사주면 인쇄문화발전에도 도움이 되지요.

김승욱 왜 학교를 그만두는가 하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이 별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교육은 너무 지나치게 대학 진학에 맞추어져 있어서 진로 교육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과거에 교수님은 교과 ‘내’ 진로 교육을 강조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로 교육에 대해 말씀 좀 주시죠.
홍후조 저는 교사 교육을 해오면서 교사들로 하여금 단원 공부에 가장 밀접한 직업 세계를 소개하는 코너 개발을 강조해왔고, 최근에는 이것이 여러 교과서에 반영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진로 교육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흐지부지 질질 끌어서 대학 졸업생의 50퍼센트 이상이 공부한 것과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학업-직업 미스매치(mismatch)입니다. 학생의 진로는 잠정적이고 변화 가능하며 복수일 수 있으므로 유연하게 대처하되, 졸업 후 첫 직업 선택을 중심으로 학업을 뒷받침하도록 해야 합니다. 중학교에 ‘진로와 직업’ 과목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죠.
‘모든 학생의 공식적 최종 교육은 직업준비교육’이기 때문에 직업교육을 받지 않고 거리를 배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중학교를 미처 마치지 못했거나, 중학교 졸업 이후 고교진학을 하지 않는 ‘거리의 청소년’에 대한 직업 대책도 세워야 합니다.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라고, 거리의 청소년 혹은 가출 청소년들은 돈이 떨어지면 반(反)사회적인 ‘어둠의 세계’로 접어들기 쉽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청소년들이 일정 기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이를 ‘의무 또는 강제’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가 얼마 전 대학교육행정을 지자체에 이관한다고 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장교양성을 국방부가 맡고, 의사 양성을 보건복지부가 맡듯이, 교육부가 일괄해서 맡고 있는 것을 풀어내어 단과대학과 전공학과에 대한 지원관리는 중앙의 각 정부 부처가 맡아야 합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공대를, 교육부는 유·초·중등학교나 특수학교 교사 양성을 전문적으로 맡아 지원하는 것입니다.

김승욱 지자체가 맡든 교육부가 맡든 모두 국·공·시·도립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저는 사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무늬만 사립이지 사실 사립학교가 없습니다. 종교교육 때문이든 개인의 건학이념 때문이든 어느 사회나 사립학교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우리나라가 과거 예산이 부족할 때는 사립의 역할이 매우 컸는데, 어느 사이에 국민의 세금으로 사실상 사립을 모두 없앤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래서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현장에서의 공교육은 훈육, 과제, 시험이 없는 3無교육이라고 합니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홍후조 저도 동감합니다. 전교조 등은 학교를 ‘놀이, 활동, 프로젝트, 협동, 인권, 행복 등을 느끼는 곳’으로 봅니다. 하지만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학교의 주 기능은 지력의 개발입니다. 저는 학생에게는 ‘시험이 곧 공부’라고 봅니다. 시험은 제대로 공부할 길을 알려주는 좋은 제도입니다. 판검사나 의사도 모두 시험을 치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학교까지 별다른 시험 없이 학교에 다닙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갈 무렵에야 시험을 쳐서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니 이미 때는 늦었지요. 그래서 중산층 이상은 일찌감치 자녀를 사교육에 맡기거나 교회부설 대안학교 등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마침 기독교 대안학교의 성공담과 발전방안에 대한 포럼이 오는 5월 12일 한국국제크리스천스쿨 서초 캠퍼스에서 열립니다.
교육부는 코로나 등으로 형편없이 추락한 초등 3학년 이상 모든 학년의 주요 교과목에서 시험을 치러서 국민과 학부모들에게 그 결과를 가감 없이 알려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3퍼센트 표집 결과 시험성적이 나쁘니 그것을 감추기에 바빴습니다. 장차 3, 6, 9학년의 주요 교과목에 대해 ‘전국단위 학생성장 절대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교사들은 자기가 가르친 대로 시험 치르는 것을 절대평가라고 우기지만 이것은 그냥 자의적인 임의평가입니다. 전국단위의 기준에 맞추어 출제하고 채점해야 절대평가입니다.
고교를 위해서는 진로별로 ‘타당한 입시, 할 만한 입시’를 만들고, 입시준비교육을 열심히 시키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진학계 고교의 학습 과정은 대입시 준비과정입니다. 대학 문과의 경상계 학생 비중은 15퍼센트지만 수능에서 ‘경제’를 시험치는 학생은 1퍼센트 정도뿐입니다. 2022년도에는 수학을 잘했다고 문과로 넘어온 이과생들이 대학 문과 정원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전공 적합성이 안 맞아 1년을 허송한 대학생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타당성이 없는 입시는 조변석개(朝變夕改)로 늘 흔들릴 수밖에 없지요. 폴란드의 의대 입시에는 ‘수학’ 시험이 없습니다. 우리는 수학을 가장 잘하는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지만 정작 의대에서는 수학을 더 이상 배우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가 200년 이상 버티는 것이나 일본의 대학 본고사가 100년 이상 버티는 것은, 계열별·진로별로 타당성 있는 시험을 치르기에 안정적인 것입니다.

김승욱 대입 시험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대학 교육에 대해 홍 교수님은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홍후조 학령인구 급감으로 여러 대학이 존립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 청산법을 제정하여 사립학교 설립자의 투자분을 회수할 수 있게 해주고, 한계대학의 자유로운 전환을 유도해야 합니다. 국공립, 도시립 대학의 행정직원 수를 사립대학 수준으로 적정화해야 합니다. 학부 졸업 후 시장이 없는 분야(학과)를 대학원으로 올려보내야 합니다. 국가 박사, 총장 박사, 지도교수 박사로 박사학위 수여 대학을 전체 대학의 30퍼센트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 대학교수의 경우 60세를 전후로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고 정년을 없애야 하며, 연금 수혜도 늦추고 고급인력의 국가 사회적 낭비를 줄여야 합니다.

김승욱 많은 것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한국 교육정책에 대해서 많은 연구와 제안을 하셨는데, 어떤 것이 보람이 있었는지요?
홍후조 저는 1986년 처음으로 학사력을 개선하는 논문을 썼는데, 아직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한 2월 수업이 있는 학교가 있지만 개선된 곳도 많아 보람을 느낍니다. 고교에 기숙사를 지어서, 고3 수험생과 부모를 떼놓고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안도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2000년부터 제안한 교과 내 진로 교육을 위해 교과서에 진로 안내 코너를 싣는 것은 많은 연구기관에서 후속 연구를 하고 교과서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초판 교과서의 오류를 수정하는 사이트(TIOS)를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 설치한 것도 저의 제안이었습니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안한 ‘집중 이수’는 절반의 성공을 했습니다. 제가 처음 소개한 IBDP(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me) 등도 제 제자들이 중심이 되어 경기외고, 충남삼성고, 대구와 제주 교육청을 통해 국내 확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알파고(2016년) 이후 제안된 ‘핵심 프로젝트’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교육과정 개선 제안들은 잘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진학고의 진로별 교육과정과 진로별 대입시를 구현해보는 것인데, 언젠가 변화가 있을 줄 믿고 꾸준히 노력해보겠습니다.

김승욱 마지막으로 우리 교육에 희망이 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홍후조 우리나라는 2021년 7월부터 공식적인 선진국으로 국제적 공인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식민지 아래 교육 구국(救國), 건국기에는 교육 입국(立國), 전쟁기에는 교육 호국(護國), 산업화 시기에는 교육 흥국(興國), 민주화 시기에는 교육 보국(輔國)에 애써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고, 그간의 교육은 나라 발전에 매우 성공적인 기여를 해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다른 나라에 선례가 없더라도 우리나라 나름의 교육의 길(K-Edu)을 개척해서 세계의 교육 모범국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 일류교육은 ‘최대’ 다수를 포용해서, ‘최신’의 교육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최적’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각인에게 ‘최고’의 잠재력 개발 기회를 주며, ‘최선’의 개인적·사회적 기여를 하도록 하는 ‘5최 만족의 교육’일 것입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도 우리 교육은 국가와 세계 발전에 이바지하게끔 최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승욱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