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기술의 생명 윤리적 고찰

유전자 가위 기술의 생명 윤리적 고찰

2021-11-22 0 By 월드뷰

월드뷰 NOV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3


글/ 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교실 교수)


유전체 편집(Genome Editing)


유전체(genome)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가 복합되어 만들어진 단어로 세포 속 염색체에 있는 모든 유전자를 통칭하는 말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로 인간 DNA의 염기서열이 대부분 밝혀짐에 따라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인한 유전질환의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부모의 유전자에 질환과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 돌연변이가 있어 그 유전자를 편집하고자 하는 명료한 치료목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체격, 생김새, 지능, 사회성 등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표현형에 대한 유전자 편집 욕구도 존재한다. 유전자 편집을 위해서는 표적 부위 DNA의 염기서열을 정확히 인식해 잘라내는 기술이 가장 중요한데, 그 기술을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 통칭한다.


유전자 가위의 발전


제1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은 1960년대 후반 바이러스 연구자들에 의해 세균에서 발견된 ‘제한효소’들이다. 이 당시에는 분자생물학의 태동기였고 이 기술의 파급효과에 대한 두려움이 큰 상태여서 1970년대 초반에는 ‘유전자 재조합’ 연구에 대해 잠정적인 모라토리엄(연구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유전자 재조합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이 의학적으로 사용되면서 재조합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제한효소는 보통 4~10개의 염기서열을 인식해서 정해진 부위를 자른다. 4개의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어떤 제한효소는 각 염기 위치마다 A, G, C, T 4개 중 하나가 올 수 있기 때문에 4x4x4x4=256 염기에 하나의 확률로 절단 가능한 서열이 나올 수 있다. 10개의 염기를 인식한다 해도(410) 약 100만 염기에 하나씩 똑같은 절단 서열이 나올 수 있으므로 30억에 달하는 인간유전체 전체에는 확률상 3,000군데의 절단 가능한 서열이 나온다. 즉, 특이성이 없는 것이다. 최소한 16개 이상의 염기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확률상 30억 염기의 유전체에서 유일한 절단 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인식 염기의 수를 16개 이상으로 늘려 특이성을 높이기 위해 ZFNs(zinc finger nucleases, TALENs(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 등 전사인자1)의 DNA 염기서열 인식 특성을 이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ersed short palindromic repeats) 기술은 1987년에 세균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나, 사람의 유전자도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이 2013년에 증명되면서 다른 유전자 가위 기술에 비해 월등한 가성비를 보여 주었다. 이 CRISPR의 염기서열 인식 능력에다 Cas9의 DNA 절단 능력을 함께 결합한 기술이 ‘Crispr/Cas9(이하 크리스퍼) 기술’2)인 것이다.

이 기술을 포유류나 인간 세포에 적용할 수 있게 개발한 공로로 프랑스의 엠마뉴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와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박사가 2020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와 동시에 Intellia Therapeutics, CRISPR Therapeutics, Editas Medicine 등 수많은 벤처회사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했고, 막대한 투자를 받아 향후 10년간 어떤 추가 투자도 없이 연구를 진행해 갈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지게 되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김진수 박사가 국내에서 창업한 ‘툴젠’도 유사한 특허 기술로 연구개발에 임하고 있다.


응용범위


크리스퍼 기술은 모든 생명과학 분야에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이 글에서는 I) 인간에게 적용, II) 동물에게 적용, III) 식물에 적용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겠다.

인간에게 적용함에 있어 1) 시험관(in vitro)에서의 유전자 편집, 2) 시험관에서 편집 후 생체에 적용(ex vivo), 3) 생체(in vivo)에서 직접 유전자 편집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시험관에서의 유전자 조작은 기술적인 타당성 조사를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이 기술이 발전되면 자신의 체세포를 채취한 다음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를 시켜 필요한 유전자 편집을 가하여 원하는 체세포로 분화시킨 다음, 생체에 다시 적용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인간의 생식세포에 대한 편집이나 수정란에 대한 조작은 지금까지는 아주 엄격한 허가기준이 적용되었다. 반면 혈액암이나 선천성 빈혈 등에 대해서는 아주 활발하게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생체에서 직접 유전자 편집을 하는 것은 크리스퍼 기술을 인체의 모든 세포에 전달할 효과적 방법이 없어서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동물에서 크리스퍼 기술은 유전자 편집, 발현조절, 후성유전 조절, 염색질 이미징, RNA 적중 등 다양한 범위에서 큰 제약 없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인간 유전질환의 모델 동물을 제작하여 치료에 응용하려는 분야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식물에서는 이미 유전자 변형 생명체(GMO)들이 이 기술 이전에도 많이 만들어져서 콩, 옥수수, 쌀, 밀, 담배 등 다양한 식물이 유통되고 있으며, 크리스퍼 기술은 이런 일을 더 쉽고 다양하게 일어나게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GMO 식품의 유해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은 명확한 증거가 없는 실정이다.


우려되는 부분


크리스퍼 기술은 이전 기술보다 편의성과 정확성이 훨씬 높아졌지만, 여전히 기술의 성숙도가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먼저 타겟에 대해 아주 특이하게 편집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타겟 밖의 편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인간 배아에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또 수정란에 적용할 경우 세포가 급속히 분열하는 중에 편집을 시도하기 때문에, 편집되기 전에 세포분열이 일어나면 어떤 세포는 편집이 이루어지고 어떤 세포는 편집되지 않아서, 모자이크 현상이 생체에서 일어날 수 있다. 수정란이 태에서 성장하고 있는데 유전자 편집이 잘못된 것이 밝혀지고, 그 잘못된 편집의 결과에 대해 예측이 불가능할 때 이 생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엄청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의 Direct Genomics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한 허 지안쿠이(He Jian kui, 贺建奎)는 2017년 HIV에 감염된 남편과 그 아내가 시험관 아기를 요청하자, HIV가 인간세포에 부착되는 CCR5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편집해서 HIV에 저항성을 가진 아이를 태어나게 할 목적으로 시험관 아기를 편집했다. 2018년 11월 말에 홍콩에서 제2차 국제유전체편집정상회의 직전에 유전체 편집을 받은 아이들이 태어났고, 허 박사는 그 회의에서 이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발표한 당일에 중국 인민일보는 역사적 진전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나, 인간배아에 대한 유전체 편집을 금지하자는 3년 전의 모라토리움 선언을 배신한 것에 대해 각국 대표와 언론의 비난이 잇따랐다. 비난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바로 다음 날 허 박사와 그의 연구팀을 수사하기 시작했으며 1년간의 재판 후, 3년의 징역형과 5억 원 상당의 벌금형에 처한다. 중국 정부의 배아 유전체 편집에 대한 모호한 태도, 과학을 통한 국수주의,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과학자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참사였다.

크리스퍼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고 다양한 적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유전체 편집을 규제하는 법은 아직 미비하고,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유전자 편집기술을 가진 벤처회사들은 각국에서 투자를 받고 있으며, 그들이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면 당연히 다국적 제약회사에 기술을 팔 것이다. 이들 제약회사는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임상시험과 기술 현실화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서의 엄격한 제제는 연구개발의 지역이동을 일으킬 뿐 그 시도를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특히 큰 이익을 좇는 자본의 속성상 ‘주라기 월드’ 같은 영화에서 나타난 자본에 의한 제한 없는 독자개발은 큰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유전자 편집의 목적이 질병의 치료에 그치지 않고 인간 기능의 향상과 관련된 유전자 편집이 부자들에 의해 그 자녀에게 실행된다면, 부에 의한 능력의 대물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동물, 식물, 곤충, 미생물의 도태나 폭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편집은 생태계의 교란을 유발해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심각한 자연파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교회는 유전체 편집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러면 기독교인으로 우리는 유전자 편집 연구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연구 자체를 반대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든지 그저 방임해야 할 것인가? 하나님은 창세기 1장 28절을 통해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명을 다스리라는 생육문화 명령을 내리셨다. 피조물의 청지기로서 정복하고 다스리기 위해서는 자연에 관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탐구에 한계가 없어도 되는가? 필자는 하나님이 주신 금단의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학은 창조의 원형을 복구(치료)하는 수준에서 멈춰야 한다. 과학을 통해 개선 혹은 증진을 위한 편집을 시도하는 것은 금단의 선을 넘는 것일 수도 있다.

또, 하나님은 생명을 종류대로 창조하시고, 이들이 뒤섞이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서로 다른 종류의 짐승을 교배하지 말라고 하셨고, 밭에 두 종자를 섞어 뿌리지 말라고 하셨다(레 19:19). 여러 생명체의 유전자를 서로 짜깁기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려는 시도 역시 금단의 선을 넘는 것이며, 그 결과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나타낼지 두렵다.

과학 제일주의자들은 마치 과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것처럼 큰소리치지만 뉴턴(Isaac Newton)이 말한 것처럼(“나는 바닷가에서 뛰어놀면서, 쉽게 볼 수 없는 매끈한 조약돌이나 예쁜 조개껍데기를 발견하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기뻐하는 작은 아이일 뿐이다. 내 앞에 놓인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있는데…”)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여전히 아주 일부일 뿐이다. 과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기독교는 사랑 가득한 진리로 문제해결의 노력을 해야 한다. 불임, 이식할 장기의 부족, 난치성 유전질환의 치료는 인간의 타락 이후 생겨난 문제들이다. 예수님은 기독교인들에게 입양, 장기기증, 난치성 환자 보살핌 센터 설립 등, 과학 없이도 해결될 방법이 있음을 보여 주길 기대하신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 사회의 다변화, 지식이 폭증하는 이 시대에 기독교인들은 새롭게 발생하는 과학적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먼저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동참하는 우리는 과학적 사안들이 선악과를 따는 것 같은 선을 넘는 행동인지 주의해야 한다. 신학자와 각 분야 전문가 간의 이슈 공유 및 선제적인 성경적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과학자가 사안의 현황을 신학자에게 설명하고, 신학자는 성경적 대응 방안을 연구하여 기독교인 과학자와 목회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과학자는 과학계에서 기독교적 대응 방안을 세상에 전파함으로써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아름답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또한, 많은 기독교인이 국가 및 기관의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에 참여해 성경적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hmryoo@snu.ac.kr>


1)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s):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결합하는 능력이 있다. 결합 후에는 그 서열 부근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다양한 전사인자들의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부위만을 흉내 내어 조합한 것이 ZFNs과 TALENs이다.
2)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2020/summary/ 2020년 노벨화학상 유전자 가위, 수상자 사진 및 수상 이유 설명, Emmanuelle Charpentier & Jennifer A. Doudna


글 | 류현모

경북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매사추세츠 대학교 박사 후 연수, 오사카 대학교, 헬싱키 대학교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분자유전학교실 교수로 연구재단 기초연구실 과제 책임자이다. 저서로 <기독교 세계관 바로 세우기>, 공동 역서로 <충돌하는 세계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