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 (1)

차기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 (1)

2021-11-13 0 By 월드뷰

월드뷰 NOV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COLUMN 1


글/ 홍후조(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식민지 시대에는 교육 구국(救國), 건국기에는 교육 입국(立國), 전쟁기에는 교육 호국(護國), 산업화 시기에는 교육 흥국(興國), 민주화 시기에는 교육 보국(輔國)에 힘써왔다.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선진국은 세계 으뜸 국가이고 전략적 선도국가이며, No 1, Only 1, First 1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기 위해서 선진국에는 일류교육이 필요하다. 세계 일류국가의 일류국민을 길러내는 일류교육 말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도 강하고, 그간 허물어진 나라를 다시 세우자는 의지도 굳세다. 그러나 국가 정상화를 위한 긴급한 분야 중에 교육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멀리 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30년 이상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고민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현행 교육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계 일류교육은 ‘5최’를 만족시키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즉 ‘최신’의 교육방법과 수단을 사용하고, 부족한 이들을 포함하는 ‘최대’ 포용의 교육을 베풀어, 각자의 잠재력을 ‘최고’로 발현하는 교육을 하고, 각자의 소질과 적성 및 진로에 ‘최적’화 된 교육으로, 개인 사회 국가 인류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최선’의 결과를 낳는 교육을 기대한다.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고, 사회를 사회답게 가꾸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이다. 교육은 보통 공공성 확보를 통한 사회적 자본의 형성과 확대에서 개인적 자본의 형성과 확대로, 모두에게 차별 없이 균등한 교육에서 집단별 차별 아닌 차이에 따른 알맞은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한다. 역량과 개념이해를 강조하는 최근 교육과정에 비추어 보면 ‘핵심개념의 이해, 핵심기능의 체득, 핵심가치의 함양’으로 교육 본질에 충실하도록 한다.

또 교육계의 모든 공약이나 정책은 교육공급자인 교원보다 학생,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교원들이 가시밭길을 가야 학생들이 꽃길을 걸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교육제도, 교육 행·재정, 교육과정, 교원, 교육평가 정책 관련하여 몇 가지 교육 개혁안을 제시한다. 마침 필자의 전공이 교육과정이라 거시적 교육정책과 미시적 교실 수업 사이에 있어 아래위를 오가는 위치에 서 있다.


1. 지방 행정조직의 중앙-지방 이원화에 따라 지방 교육 행정조직도 40여 개의 교육지원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유·초·중·고교생 수가 2천 명밖에 안 되는데 교육지원청에는 50∼60명의 교직원이 근무한다. 전국에 17개 시도교육청, 180개 교육지원청, 200여 개의 직속 기관에서 학교를 ‘돕는다’라는 명분으로, 엄청난 수의 교직원이 근무한다. 특히 국공립학교에서 가장 잘 가르치던 이들이 30대 중반 이후 장학사시험을 거쳐 더는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우수교사 유출은 공립학교 교육의 질이 사립학교를 못 따라가는 이유가 된다. 이들의 주 업무는 공문을 내고 교사들에게 조사를 시켜 모으는 서류작업이다. 학교를 돕기보다 교사를 귀찮게 한다. 유·초·중·고교생 600만 명일 경우, 대도시는 학생 인구 20만 명당, 농산어촌은 10만 명당 교육지원청을 하나씩 두면 40개가 필요하다. 특수한 여건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섬 지역은 서해의 섬들은 서북, 서남, 남해의 섬들은 남동(울릉도 포함), 남서 교육지원청 4개로 전문화하여 학교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교육지원청 건물과 부지의 매각을 통해 교육비를 절감하고, 다른 부처나 민간이 더 잘하는 일은 과감히 외주함으로써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우수교사의 유출은 줄고, 국공립학교 교육의 질은 높아지며, 학교에 대한 신뢰도 깊어지고 시설비 등 교육재정은 절감할 수 있다. 또 중간 행정기관이 줄어들어 교육정책 가치의 누수 현상도 줄일 수 있다. 한편, 시도교육청 17개를 없애면 깜깜이 선거인 교육감 선거는 불필요해지고, 교육의 정치화는 줄어들 것이다.


2. 교육재정을 대대적으로 재구조화하여 유치원의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대학생의 학비 부담을 줄여준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교육 분야 예산은 76조 원이 넘고 22년에는 88조 원이 넘는다. 유·초·중·고·대학까지 19년의 교육 기간 평균 한 학년당 3조 원을 쓰는 셈이다. 학생 수가 줄어 교육계에 돈이 넘쳐 관례화, 제도화된 낭비가 심하다. 우리보다 인구수가 거의 2배 많은 독일은 대학과 석·박사까지 무상교육이고 15세까지 매달 아동수당 30만 원을 지급한다. 입학식, 졸업식 등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제거하고 교육 본질에 충실한 결과이다. 우리는 교육계의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낮은 곳이 많다. 교육예산의 대대적 정비를 통해 관료들이 쓰는 경비를 줄이고, 학생들이 혜택받는 직접교육비를 늘려야 한다. 절감된 교육예산으로는 저출산에 대비하여 최우선으로 유치원 무상교육부터 전면 실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내국세의 20.79%+교육세)을 개정하여, 단순 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만들어 대학까지 지원할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재정의 편파성으로 대학은 유·초등학교보다 1인당 교육비가 적다. 초·중등학교는 OECD 평균보다 1.3배나 많이 쓰는데, 대학은 65% 수준의 빈약한 지원을 받고 있다. 그것도 국립대학에 치우쳐 있으며,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미미하다. 대학과 사립학교에 대한 홀대가 심하므로 교육재정 구조조정을 하고, 사립학교나 대안학교로 진학하려는 학생에게 1인당 균등하게 교육비를 바우처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자금 융자 부담을 지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3. 좋은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학생들에게 시험은 곧 공부이다. 따라서 현재처럼 기초학력검사조차 전체 학생 중 3%만 표집 검사하고, 기초학력 미달(20점 미만) 학생은 폭증하는데 후속대책도 없이 학생 인권이나 학생 행복만 읊조려서는 안 된다. 3, 6, 9학년 학생 전수 대상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정보기술 등 교과의 기초·기본 학력을 확인하는 방안으로, 개편될 교육지원청에서는 7월에, 교육부에서는 12월에 전국단위 <학업 성장 절대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시험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한다. 학년과 교과에 따라 10∼30%만 선택형이고 서·논술형 시험을 절대평가로 치른다. 단말기를 지급해 타이핑하거나 전자펜을 사용하여 시험을 치르고, 감독은 타교 교사와 학부모가 하며, 채점은 방학 중 교사들이 한다. 부진 학생 제로 정책을 추진해 교육선진국처럼 기본학력(60점 이하) 부진 학생의 보충지도를 철저히 한다. 지역별 학교별 점수분포를 공개하고 개인별 서열공개는 하지 않는다. 교육공급자들이 더 열심히 분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수준의 최저성취기준을 마련(예를 들어, 아무리 부진해도 초등 2학년까지 읽기와 쓰기, 자연수 가감산을 할 수 있다 등)한다. 고교는 진로별로 꼭 필요한 과목(6과목)의 시험을 치러 타당성을 확보한다. 고교 내신 9등급제와 최저질의 찍기 시험인 현 수능시험을 개선한다. 문·이과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정보기술 등 고급수준(3년간 30단위 이상 이수, 150분간 시험) 4과목, 표준수준(3년간 20단위 이상 이수, 100분간 시험) 2과목, 예체능계열은 전공 실기와 4과목 필답시험을 치르고, 국어, 영어는 구술시험 10∼20%를 포함한다. 오전, 오후 각 1과목을 3일간 치르며, 방학 중 복수의 교사가 교차하여 채점한다. 교사는 잘 가르치고 학생의 3년간 노력점수 총점의 5%와 12년간 성장점수 5%를 부여한다. 체력장 시험을 시행하여 건강한 학생을 기른다. 대입에서는 대학원처럼 학기마다 학생 선발하도록 전국단위시험을 연 2회 실시하고, 재수생과 반수생은 줄이며, 사교육비를 절감하여 청년들 입직 연령을 앞당긴다. (다음 호에 계속)

<educu@korea.ac.kr>


글 |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교육과정학 전공)이며, 한국교육과정학회 제25대 회장을 지냈다. 한국 교육 현실에 기초한 교육학 이론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행 역사교육에 큰 우려를 표하고 전 국민이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대안 역사교과서 개발과 한국형 탈무드 개발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