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의 문제점과 기독 사학의 사명

사학법 개정의 문제점과 기독 사학의 사명

2021-11-11 0 By 월드뷰

월드뷰 NOV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1


글/ 이태희(그안에진리교회 담임목사)


세계관의 전쟁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빛과 어두움’, ‘거짓과 진리’ 사이의 치열한 영적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 ‘영적 전쟁터’다. 이와 같은 영적 전쟁의 본질은 바로 ‘세계관의 전쟁’이다.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통치하시며,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을 믿는 ‘성경적 세계관’과, 그와 같은 하나님을 부정하고 인간이 이 세상과 역사의 주인이라고 믿는 ‘인본주의 세계관’ – 바로 이 두 믿음 또는 세계관 사이의 전쟁이 바로 영적 전쟁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영적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전쟁터가 바로 ‘교육 영역’이다. 창조를 부정하는 ‘진화론 교육’, 차별 금지라는 명목으로 동성애를 사랑이라고 가르치고, 거룩한 성 윤리를 차별이라고 가르치는 ‘학생 인권 교육’, 대한민국의 건국 안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를 부정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현대사를 수치스러운 역사로 가르치고 있는 ‘전교조 교육’. 이와 같은 거짓된 교육이 우리 자녀들의 지성과 영성을 위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나라 이 민족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 법률안의 문제점


지난 8월 31일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교사 신규 채용을 위한 1차 필기시험을 관할 시도 교육청에 위탁하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사실 말이 1차 시험 위탁이지 만약 교사 지원 접수 서류를 사학이 아니라 교육청이 받게 되면 사학에서 필요로 하는 건학 이념에 맞는 교사인지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기독교 사학의 경우 기독교적 신앙을 가진 교사인지 확인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자칫 기독교 사학에서 반기독교적 신념 또는 타 종교를 가진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교육 당국의 요구가 1차 필기시험의 위탁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2차, 3차 시험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사학에는 사학의 교육 철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교육청 소속 교사들로 채워지고, 사학은 결국 아무런 권한도 없이 책임만 남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에서 ‘양심’이란 개인의 인격 형성에 관계되는 가치적, 윤리적 판단은 물론 더 나아가 세계관, 인생관 등의 신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양심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와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즉, 타인의 견해와는 관계없이 하나의 사실이나 관점 또는 사상을 유지하거나 생각하기 위한 개인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자신의 양심과 사상에 따라 표현하거나 행동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역시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별히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신앙을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리고 종교의 자유는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기본권이며, 기본권은 특별히 국민의 자유로운 교육권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결국, 모든 교육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교육을 정부가 독점하지 않고 교육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이유는 ‘교육과 사상의 다양성’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이다. 사립학교가 자신이 추구하는 건학 이념에 맞는 교사를 자유롭게 임용할 수 없다면 그것은 사립학교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사립학교를 통해서 가르치고 또 배우고자 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법률 개정안은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박탈하는 반헌법적인 입법이며, 사학의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았을 때도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독 사학의 중요성


이번 사립학교 개정 법률안의 통과를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의 목회자이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독교 사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교회 초기에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온 선교사들은 가장 먼저 이 조선 땅에 교회를 세우고 학교를 세웠다. 그리고 이들이 세운 교회와 학교는 조선의 근대화를 이루는 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조선에 세워진 최초의 근대적 사학은 미국의 북감리회 선교사 아펜젤러(Henry Appenzeller)가 세운 배재학당이다. 배재학당은 기독교 정신과 개화사상에 근거하여 근대 교육을 시작했다. 즉 유교적 구습에 사로잡힌 한국인을 무지에서 해방하여 근대 문명의 지식을 주고, 과학을 이해하도록 하여 사회와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일꾼을 기르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당시의 배재학당은 한국인, 서양인, 일본인, 청국인이 두루 섞여 배우고 가르치는 국제학교였다.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 중 한 사람이 바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였다. 이승만 박사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기독교 예배에 참석하여 아펜젤러 선교사의 설교를 들었고, 기독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유와 인권, 평등의 개념을 배웠다. 훗날 이승만 대통령은 배재학당에서 공부하던 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내가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학교에 나가게 된 것은 오직 영어를 배우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영어를 배우겠다는 포부는 달성했지만, 곧 영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정치적 평등과 자유의 사상을 알게 된 것이다. 조선인들이 당하는 정치적 압제를 아는 사람이라면 기독교 국가의 국민이 통치자들의 압제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내 가슴에 어떤 혁명이 일고 있었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런 정치 원리를 채택할 수만 있다면 고통에 처한 동포들에게는 대단한 축복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에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있었다. 첫째는 어두운 시대에 ‘이승만’이라는 탁월한 지도자를 허락해 주셨던 것이고, 둘째는 이승만 대통령을 길러낸 ‘배재 학당’과 같은 기독 학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시대는 구한말의 배재 학당과 같이 다음 세대들을 성경적인 세계관으로 무장시켜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 하나님께 쓰임 받는 하나님의 종들로 훈련하는 크리스천 사립학교와 대안학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모든 세대마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시대적 사명이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분단된 조국의 통일이다. 흑암과 사망의 땅에 묶여 있는 북한 동포들을 해방하는 ‘모세의 사명’, 그리고 그 땅의 무너진 성벽을 재건하는 ‘느헤미야의 사명’이 바로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다. 그와 같은 시대적 사명을 위해 ‘분단된 조국의 통일’과 ‘통일된 조국의 재건’을 위해 쓰임 받는 통일 한국의 지도자들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절실하다.


기독 사학의 생명은 교사 선발권


기독교 사학의 생명은 기독교 사학의 건학 이념을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교사 선발권에 있다. 만약 이번 사학법 개정안이 요구하는 대로 교사 신규채용을 위한 1차 필기시험을 시·도 교육청에 위탁해 진행하게 된다면 기독교 사학은 그들이 원하는 교사를 선발하는 데 있어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기독교 사학은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한국 교회와 기독 사학의 지도자들은 이번 사학법 개정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힘을 모아 개정 법률안 안에 담긴 독소 조항을 철폐하고, 사립학교의 설립과 운영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헌법 소원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taehee2476@gmail.com>


[참고자료]

이호, <하나님의 기적 대한민국 건국 I> (하라, 2013)


글 | 이태희

미국 풀러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과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국제법을 공부했다. 온누리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으며, 워싱턴 D.C에 위치한 International Justice Mission(IJM)의 펠로우 등으로 활동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로펌의 미국 변호사로 활동했다. 현재 그안에진리교회 담임목사이며, 윌버포스 크리스천 스쿨의 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