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와 사회복지학자가 복지를 말한다

경제학자와 사회복지학자가 복지를 말한다

2021-12-02 0 By 월드뷰

월드뷰 DEC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이번 호에서는 경제학자와 복지학자 두 분을 모시고 복지 문제를 검토했습니다. 복지학자와 경제학자의 견해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지학자는 복지를 위한 지출에 관심이 많은 반면, 경제학자는 복지지출에 필요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에 관심이 많고, 경제성장이 최선의 복지라는 관점을 갖습니다. 경제학자로는 건국대학교 인문사회융합대학 경제통상학부 김원식 교수를 초대했습니다. 그는 고용보험,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 및 국가재정 관련 정책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복지학자로는 한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최균 교수를 초대했습니다. 그는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위원, 재정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미소금융재단 이사를 역임했습니다(편집자 주).


김승욱: 먼저 복지에 대한 역사와 총론에 관해 이야기하고 복지부문별로 대담(對談)을 이어가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고, 복지는 가족에 맡겼습니다.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이룩된 최근에야 사회복지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서구 선진국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1940년 초에 이미 복지국가 이념이 등장했습니다. 서구국가에서 복지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먼저 간단히 역사적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최 균: 사회복지는 종교의 자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 자원은 한정된 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아지자 종교만으로는 복지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종교기관에서 감당하던 역할을 자본주의 시장에 넘기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급격한 경기변동과 같은 위기에 빠지면서 국가가 개입하고,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주의를 기반으로 근대적인 사회복지제도가 등장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영국에서 1601년에 구빈법/빈민법(the Poor Law)이 제정되면서 국가가 구제대상을 선정하고, 그 대상자를 각 지역의 종교 교구가 구제했습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이 먼저 일어난 영국에서 1802년에 공장법(Factory Acts)이 처음 제정되어 노동자 복지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이렇게 사회복지는 빈곤 대책과 노동자 복지라는 두 큰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획기적인 복지제도가 1880년대 독일의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 재상이 마련한 의료보험법(1883), 산업재해보험(1884), 노령폐질연금(1889) 등의 사회보험제도 도입입니다. 이를 통해서 선진국가에서 사회보험제도가 확대됩니다.

김승욱: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에 빈농구제 목적으로 환곡제도가 운영되었지요. 산업 시대를 열었던 유럽에서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가 일찍부터 시작되었는데, 국가가 국민 전체의 복지를 책임지는 복지국가 단계에 들어서게 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지요.

최 균: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면서 노동시장이 붕괴되자 사회보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유럽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시민들이 사회주의를 선택했습니다. 사회주의 이념을 추종하는 영국의 노동당이 1945년 총선에서 보수당의 처칠(Winston S. Churchill)을 이기고 집권하자, 노동당 당수인 애틀리(Clement R. Attlee)가 현대적인 복지체계를 입법하고 시행합니다. 그러면서 과거 노동자 중심의 사회복지체계를 전 국민을 중심으로 한 보편적인 복지체계로 확장했습니다. 한편, 사회보험과 사회보장체계를 세계로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기구로서 국제노동기구(ILO)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복지국가 스웨덴은 영국이나 독일 등과 전혀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복지모형은 노사 대타협의 산물입니다. 극심한 노사 간의 갈등과 대립을 겪던 스웨덴은 1938년 살트셰바덴협약(Saltsjöbadsavtalet)을 통해 자본과 노동 간의 대타협을 이뤄내고, 이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스웨덴 복지모형이 형성되었습니다. 정리하면, 역사적으로 영국은 선거에서 승리한 중도좌파 정당이 주도해서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했고, 스웨덴은 노사타협을 통해 독자적인 모형을 구축해 복지국가를 형성했습니다.

김승욱: 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1942년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부터 복지국가 이념이 북구로 퍼진 줄 알았는데, 북구는 독자적인 역사를 갖고 있었군요. 흔히 복지국가 이념이 유럽 선진국으로 퍼진 것이 공산주의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김원식: 사실 복지제도가 필요하게 된 것은 산업사회 등장 때문입니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도시 빈민이 늘어나고, 산업혁명으로 실업자들이 양산되자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가운데 국가가 노동자들을 보호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산주의는 노동의 투입량에 의해서만 상품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노동가치설에 입각한 이론이니까 노동만이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노동뿐 아니라 자본도 하나의 핵심적인 축이 되어 발전하는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생산에서 자본의 가치를 전면 부인하고 노동을 공급하는 근로자들은 자기들의 의식주 모두를 보장해준다는 공산주의 이념에 현혹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민주주의 의식이 투철하지 못한 나라들에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정권이 확산되고, 소련이나 중국이 이들을 지원해 나갑니다. 그런데 그 허상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불만을 억제하고 체제 유지를 위해 독재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나 정권이 소수의 노동 권력에 의해 물리적으로 공산화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한편으로 자본주의 사회는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경제발전을 중요시하는 능력사회이고, 자유주의적이고 창의성을 존중하는 사회입니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공산주의 이념보다 훨씬 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정치이념입니다.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로서 양극화라든지 성장 과정에서 낙오되는 국민의 빈곤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다 향상된 복지정책이 지속적으로 보완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통상적으로 ‘복지정책’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발전정책입니다. 국민 누구든 빈곤으로 떨어질 수 있고, 한편으로 자신의 창의력이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계층은 더 부자가 될 테니까 결국 양극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빈곤만을 해결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전체 국민이 빈곤으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생활 문화 수준을 높이는 사회발전정책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산주의의 핵심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서 분배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능력이 없어도 분배를 받게 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무상복지의 개념이 사실 공산주의의 이념에 바탕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부작용으로서 무조건 정부에 의존하고 아무런 일을 안 하는 결과를 낳거나, 일하더라도 숨기고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됩니다. 국가에 권리만 주장하거나 요구만 하는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 없고,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오늘의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승욱: 고령화 현상으로 복지 비용이 늘어나서 복지 국가들이 재정 곤란을 겪게 됩니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 정부나 미국의 레이건 정부 시대에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인해 사회시스템이 복지국가에서 후퇴했다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복지국가가 너무 비효율적이라서 자유주의 이념이 다시 등장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복지국가 이념이 후퇴한 이유가 비효율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유주의 확산 때문일까요?

김원식: 저는 복지국가 이념이 후퇴한 것은 복지국가의 비효율 때문이라고 봅니다. 1960~70년대 사회는 일종의 체제경쟁 시대였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니까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들이 사회주의 정책을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잉복지가 된 것이고, 1970년대에 영국이나 유럽국가들은 거의 다 심각한 복지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는 1970년대 잦은 연대파업으로 산업이 마비되었는데,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수상이 이를 막았습니다. 결국, 과잉복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사회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하나의 교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잉복지를 해결하는 방법은 국민 스스로 자립적이고, 자주적인 복지를 추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자립할 능력이 없는 국민의 기초적 생계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거꾸로 국민이 만족하는 수준의 모든 생계를 보장해주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김승욱: 과거에는 복지 대상자가 노동 능력이 없는 노약자나 장애인 등에 국한되었는데, 요즘에는 모든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본소득 등 보편복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건강한 사람도 직업을 구하기 어렵게 되면서 복지에 대한 기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복지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최 균: 1942년 영국 베버리지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사회보장체계를 형성하자는 것입니다. 사회보험은 고용에 기반한 제도이기 때문에 사실 임금노동을 바탕으로 하는 체계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제조업 노동자 수가 급감하고, 서비스업 종사자가 크게 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등장해, 기존 사회보험체계 중심의 사회보장제도로는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겨 기본소득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는 크게 소득보장, 의료보장 그리고 사회서비스영역을 통해 국민 생활의 어려움과 다양한 사회적 욕구들을 해결해 주는 체계입니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이 중에서 소득보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복지국가의 성장 과정은 소득보장의 측면과 아울러 다양한 국민 생활상의 욕구를 해결해 주는 사회서비스의 확대로 볼 수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득보장 중심의 복지체계보다는 보건, 교육, 고용, 문화, 환경, 교통, 주거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고용 확대와 함께 국민의 삶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돈으로 주는 소득보장보다는 돈이 있어도 개인이 만들기 어려운 공원 같은 사회서비스는 국가가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군요. 경제학에서는 보건, 교육, 문화, 환경, 교통 등을 공공재로 분류하는데, 복지 분야에서는 사회서비스라고 하는 것이군요. 경제학자인 김원식 교수님은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원식: 기본소득의 기본 전제는 기존의 모든 복지제도를 폐기하고 돈으로 다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서비스라는 것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시설이 있어야 하고 좋은 인력들이 그 시설에 종사해야 할 뿐 아니라 그들이 헌신적으로 일을 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이 단순히 양질의 교육, 보다 나은 서비스를 요구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그러한 기관을 설립 유지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최 교수님은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견해이시고, 김 교수님은 국가가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비효율이 생기는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복지제도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오늘날까지 이르렀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국가마다 복지제도의 차이가 크지요. 흔히 세금을 많이 거두어 복지를 많이 하는 북구형 복지 제도가 있고, 저(低)세금 부담-저(低)복지의 영·미형(시장중시) 모델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럽 대륙형(프랑스, 독일형)은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고 하는데요. 각국의 복지 유형별 장단점을 좀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 균: 일반적으로 복지 유형은 국가 중심, 시장 중심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북구형, 유럽형, 영·미형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스웨덴 등 북구 복지모형은 자본과 노동의 타협으로 성장한 모형입니다. 즉 국가와 자본가가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여 주겠다는 것을 약속했고, 노동자는 자본에 대한 도전을 자제하겠다는 약속하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매우 높은 수준의 복지가 가능해졌습니다. 자본가는 이윤의 많은 부분을 사회에 환원했고, 노동자도 소득 일부분을 사회에 기여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고부담-고복지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형은 여러 부작용이 있습니다. 기업은 투자 의욕이 줄어들고, 노동자는 노동 의욕이 감소합니다. 또한, 사회서비스의 공급을 국가가 독점하니 관료주의의 폐해가 커지고, 서비스가 다양하지 못해 국민 서비스 선택의 자유, 즉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반면에 시장의 자유와 개인의 선택을 강조하는 영·미형 복지 유형은 국가 개입을 가능한 억제하므로 저부담-저복지를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모형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상당히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보수당이 1979년부터 18년 동안 집권한 이후 1997년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Tony Blair)에게 패배했는데, 이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 이러한 신자유주의적인 복지모형이 사회적 약자와 빈곤을 해결하는 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리하면, 고부담-고복지 모형은 국민 생활의 안정성을 높이지만 시민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관료주의의 병폐가 나타납니다. 저부담-저복지 모형은 낮은 세금 부담과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키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미흡합니다.

김승욱: 현재 우리 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 인지요? 그리고 우리가 어느 모형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말씀을 나누지요.

최 균: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복지 수준이 굉장히 낮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그 이유는 국내총생산에서 사회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OECD는 21%~22% 수준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4% 수준으로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복지지출 구조를 봐야 합니다. 선진 복지국가의 복지지출 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연금제도와 관련된 지출입니다. 서구 복지국가는 연금제도의 역사가 거의 100년 가까이 되었지만,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역사가 짧고, 급여대상의 범위가 좁아 연금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낮습니다. 따라서 OECD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가 조금 낮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복지지출 수준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은 건강보험 제도를 중심으로 해서 제공하는데, 의료수가(醫療酬價) 조정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공식적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복지 문화, 즉 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복지 행위가 활발한데 이러한 비용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복지 수준이 지출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인 인구가 계속 늘고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 복지지출 규모는 단기간 내에 급속하게 증가할 것입니다. 따라서 조만간 OECD 평균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 보고 있어서 현재의 복지 수준을 낮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김원식: 국가마다 사회경제발전의 과정이 다릅니다. 따라서 이에 기초해서 복지제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서구와 다르게 자본주의 역사가 매우 짧습니다. 소위 압축성장을 한 것입니다. 사실상 경쟁을 통해서 효율성을 높인 국가입니다. 당연히 국민도 스스로 자립하려는 성향이 강했고, 굳이 세금 부담을 높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만연해서 세금은 적게 내면서도 혜택만 더 받기를 원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복지 문제의 핵이라고 봅니다. 시간이 감에 따라서 노인 고령화에 따른 복지 문제로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국제 비교에서 국민의 복지만족도에 관련된 문제가 있습니다. 유별나게 우리나라 국민의 복지 불만족도가 다른 선진국보다 두 세배 높습니다.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제도라고 하는데도 병원에 가면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객관적으로 우수한 제도라고 해도 우리는 그 서비스에 만족을 못 하고 있습니다.

최 균: 현재 우리나라가 추구하고 있는 복지 성장 전략은 양적 확대 전략입니다. 노인요양시설이나 보육 시설이 단기간에 급히 증가하면서 서비스 질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또한 사회복지시설의 비용을 통제하는 접근을 했기 때문에 일선 현장에서는 더 많은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수준이 선진국보다 아직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사회서비스의 확대와 서비스의 질,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합니다. 현재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고, 둘 중 하나를 굳이 택하라고 한다면 아직은 서비스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유교문화권에서는 가정이 복지의 주체였습니다. 대학등록금도 부모가 부담하고, 결혼하면 부모가 집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늙으면 자녀가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과거에는 문중이나 마을 공동체가 복지의 상당 부분을 감당했었지요. 서구 기독교 문화에서는 교회와 같은 자선단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복지국가 이념이 퍼지면서 복지는 국가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습니다. 현 정부는 출범할 때, 5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국가가 개인을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현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도 경기도 도민 1,200만 명을 책임지던 역할에서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을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잘못 들으면 국가가 모든 것들을 해 주겠다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복지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김원식: 현재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추이가 국가 중심주의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정치권도 국민에게 무조건 모든 걸 다 해 주겠다고 하고, 국민도 국가가 자기의 모든 욕구를 해결해 주는 것을 마치 자신의 권리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복지는 자신의 웰빙(well-being)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자기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우선 필요한 복지를 국가를 통해서 먼저 제공해 받고 나머지는 자기가 해결하겠다.”라는 의식이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본소득이 그렇고, 거의 모든 사회서비스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식으로는 예산만 계속 축나서 복지제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복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립, 즉 본인 스스로 일해서 자기의 능력에 따라서 소비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기본적인 관리를 해 주는 것이고, 그다음에 본인의 선호에 따라서 다양한 욕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는 복지에 관련된 기초적인 서비스나 인프라만 제공해 주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개인의 선택으로, 자신의 돈으로 충족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의 제공기관으로 시민단체나 종교단체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이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승욱: 행복이란 주관적이라서 국가가 국민의 행복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니 배급으로는 도저히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없지요. 토머스 제퍼슨은(Thomas Jefferson) “정부가 우리에게 행복을 부여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권리가 타인에 의해 침해받지 않도록 하며, 자립 능력이 없는 사람들만 도우면 된다고 봅니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 아니겠습니까? 건강한데도 삶을 남에게 의지하는 자는 노예이지요. 국민 모두를 책임진다는 목표는 국민을 노예로 삼는 공산주의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을 수준으로 의식주와 의료 등 기본적인 요구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지만, 각자의 취향까지 국가가 만족시킬 수 없겠지요.

최 균: 최근 노인부양 통계에 의하면, 과거 10~15년 전만 하더라도 노인을 국가가 모셔야 한다는 비율이 10% 내외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비율이 거의 60~70%입니다. 저출산 때문에 노인 부양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진 것입니다. 즉, 현실은 개인이 책임지고 싶어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 국가가 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것도 실제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복지 제공의 측면에서 개인, 교회와 사회단체, 시장, 지역사회, 국가 모두가 나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특히, 향후 인구 사회학적인 변화를 고려했을 때 국가의 책임 영역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의 복지 책임성을 강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고부담-고복지 모형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국가의 개입이 증가할수록,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양과 예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비효율성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성장 의지나 삶의 의지, 가족 내에서의 문제 해결 노력, 지역사회 내에서의 공동체 형성을 통한 복지 문화를 창달해 가는 과정을 전부 생략한 채 국가가 모든 것을 담당하고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아이디어를 경계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국민의 생활을 보장한다면 굳이 고부담-고복지 모형으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부담-저복지 모형은 국가의 책임성을 약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도래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와 유연한 행동체계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고부담-고복지를 통한 국가 개입 확대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부담을 주어 경직성과 비효율의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만약에 국민 개개인이 잘살게 되어서 자기 스스로 개인의 삶을 책임질 수 있게 되면 고부담-고복지냐, 저부담-저복지냐의 논의도 필요 없을 듯합니다. 결국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라는 말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제공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데 정부가 기여하는 소위 시장친화형 복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원식: 복지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근로 의욕을 감퇴시키는 것으로, 열심히 일하지 않게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많이 주다 보니까 재난지원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취업을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직원을 구하지 못해 임금을 올려줘도 근로자들이 지원을 안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복지 문제는 필연적으로 근로 의욕과 관련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근로 의욕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취업전선에 나설 수 있고,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결국, 자기가 스스로 소득을 창출하게 되면 거기에 만족하는 지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복지입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빈곤을 탈출하고 중산층에 진입하는 기회를 보장하는 정책입니다. 교육의 질을 높여서 좀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재교육 또는 전환교육과 같은 부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면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로 건강이 있습니다. 건강하지 않으면 취업전선에 나설 수 없으므로 건강보장 문제가 현대 사회에서는 복지의 또 다른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김승욱: 그럼 이제 부문별로 들어가겠습니다. 한국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라서,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곧 되므로, 고령자복지가 사회의 큰 핵심 화두가 되었습니다. 고령자들의 일자리를 유지해 주기 위해서 은퇴 연령을 계속 늦추다 보니, 반대로 젊은이들의 취업기회를 뺏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같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두고 아버지와 자식이 경쟁한다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말씀해 주시지요.

최 균: 세계화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완전고용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 봅니다. 기존 복지국가에서도 완전고용을 전제로 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현재의 기술 발전 수준이라든지 사회변화의 속도를 봤을 때 완전고용이라는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국가 주도와 책임하에서의 완전고용정책이라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즉, 국가가 만들어내는 공공 일자리를 가지고 청년실업이라든지 고령자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기존의 산업 구조 아래에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낸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서 노동시장 구조 내에 조금은 차별화된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시장 중심의 고용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해야만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미 서구에서도 1970년대 후반, 경기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40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서구에서는 이 문제를 아주 다양한 노력으로 해결해 나갔는데, 그 핵심에 시장에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우리나라는 정년을 국가가 정해 놨는데 미국은 정년제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나이라도 건강이 다른데 정년을 고용주가 선택하도록 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 균: 정년제도가 생겨난 배경에는 연금제도 도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독일 비스마르크가 1889년에 연금제도를 도입할 때, 정년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정년제도와 연금 수급권과 관계가 중요합니다. 정년을 연장했을 때의 연금 수급권의 조정이 필요한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희망퇴직 등과 같은 제도를 통해 오히려 기업이 조기에 퇴직시키려 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에서는 정년제도가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노인들의 실제 퇴직 나이가 72세 정도로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이분들을 위한 일자리의 창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원식: 실질적으로 정년을 사회가 결정하고 있는데 정년은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년을 사회가 결정하면 사회적 인식 상 퇴물이 되어 헐값노동으로 대우해주니 노인들은 일할 생각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임금이 크게 떨어져서 노후 생활이 어려우니, 어떤 일도 생계형 노동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노인들에게 주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사회적 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의 경륜과 능력에 따라 원하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년제도는 제도적으로 없어져야 합니다. 현재 청년실업이 워낙 심각해서 정년 폐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정년을 완화하는 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데 적어도 청년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해서 청년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하면 필연적으로 고용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용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고, 거기에 청년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해야 합니다. 공공일자리에 대해서 말씀해 드리고 싶은데, 공공일자리는 허드렛일이고, 사실상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입니다. 생산성도 낮고, 일할 의욕도 나지 않고, 세금은 세금대로 국민이 대주어야 하는 공공일자리는 없어져야 합니다.

김승욱: 건강해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의료복지 얘기를 나누지요. 고령화 사회에 의료산업이 매우 중요한데, 고급 의료인력을 가진 한국 의료산업의 미래가 밝습니다. 한국의 의료복지제도는 어떠한가요? 현 정부의 문재인 케어를 통해 의료혜택은 늘어난 반면에, 건강보험재정은 악화되어 이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우리나라 의료복지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김원식: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고액진료를 중심으로 보장을 강화해야 합니다. ‘문재인케어’라고 하는 것은 보통질병에 대한 혜택만 늘리고 있습니다. 저는 건강보험의 질적 보장 강화, 신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급여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아동 의료입니다. 지금 젊은 가정은 아이를 낳을 때 혹시 자녀가 잘못 태어나지 않을까? 아기가 자라나면서 큰 질병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자녀의 질병이나 장애를 잘못 관리하게 되면 평생 부모가 짊어져야 할 업이 되니, 아동에 관련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공공부문에서 소아청소년의료 분야를 더 개발해야 하고 이에 관련된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진정한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에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전체의 41.3%입니다. 그런데 노인 인구는 16%밖에 안 됩니다. 보통 사람의 2배 반 이상 쓰는 것입니다. 노인 의료 관리체계를 이제 개혁을 해야 합니다. 90세를 넘기신 노인이 무조건 고관절 수술하고, 암 수술하는 문제가 실제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제, 노인만을 대상으로 요양과 진료를 함께 보장하는 노인의료보험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김승욱: 고령 복지와 관련해서 연금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연금을 받을 때쯤이면 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특히 공무원 연금은 지금도 적자가 많아 국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합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김원식: 국민연금도 사회보험인데 보험제도는 보험료를 내면 이에 따라 보험급여가 결정됩니다. 보험료를 내는 것에 따른 급여가 결정된다는 것은 보험료 납부에 따라 연금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연금급여체계 자체가 적자구조이기 때문에 이것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보험료를 낸 것보다 더 큰 권리가 발생되기 때문에 이를 빨리 고쳐야 합니다. 보험료를 더 내는 것에 따라서 그만큼 급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개혁을 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과제입니다. 두 번째는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른 재정이 한정되어 있으니, 연금 수급권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건강한 노인도 늘어나고, 이들이 일을 계속하면 연금수급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목표 연금 수급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까지 올려야 합니다. 65세에 퇴직해서 83세까지 18년 동안 연금을 받는 기간을 5년을 줄여서 13년 정도 연금을 받게 한다면, 연금 재정부담을 3분의 1 정도 줄일 수 있으므로 효과적으로 연금재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해서는 저는 다른 분들과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공무원과 군인의 고용 주체는 국민이면서 정부입니다. 특히 이들의 역할은 어떤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관리하는 즉, 국가적 사명감으로 일해야 하는 직군입니다. 따라서 국민을 위해서라도 그들에 대한 합리적 보상체계의 하나로 연금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연금 급여가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많으니, 일부에서는 일원화를 주장합니다. 저는 국민연금 수준으로 일단 기본적인 연금 급여를 조정하고, 이들에 대한 직역연금 형태의 보충적 연금을 도입하는 이중구조를 빨리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과거 나라가 가난한 시절에 공무원은 월급 적은 직장의 대명사였습니다. 월급이 낮은 대신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고, 연금으로 보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어서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에게 국민연금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세금을 지원해서 보장해주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물론 군인, 소방 공무원, 경찰처럼 목숨 걸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일반 국민연금과 구별해서 더 보장해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외 공무원은 기업 종사자와 별 차이가 없으니 공무원 연금과 군인연금은 구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원식: 사실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80만 명의 청년들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공무원과 군인들이 좀 더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봉사를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국민연금과 일체화시키는 것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김승욱: 이번에는 교육복지 문제를 이야기하지요. 젊은이들이 자녀를 안 갖는 가장 큰 이유가 교육비 부담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한국의 교육복지는 교육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자녀나 부모는 종속된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대학등록금이 비싸서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이미 빚을 지는 문제가 있는데, 교육복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원식: 저는 교육에 대한 문제는 질적 문제라고 봅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도 국가에서 지급하는 공교육비는 계속 증가하는데 왜 사교육이 늘어만 갈까?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경쟁체계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사실 전교조나 일선에서는 이를 절대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틀이 이제는 깨져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예산은 지방재정교부금을 통해서 나가는데, 학령인구는 줄어드는 데도 쓰는 돈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돈을 능력 있는 교사를 초빙한다든지, 경쟁적인 교사 급여체계를 만든다든지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교육과 관련한 문제로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간섭이 끝이 없습니다. 대학을 포함해서 정부 지원과 간섭이 전혀 없는 자립형 사립학교, 공립학교를 더 많이 만들어서 철학이 있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도 줄어들게 되고, 공교육비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공립학교의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공교육비도 줄어드는 예산 절약의 이중적인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김승욱: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에서 교회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요. 교회의 기본 역할은 영혼 구원이지 가난 구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성경 곳곳에 고아와 과부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라고 합니다. 교회가 고아원, 양로원, 학교 등을 운영하며 사회복지의 상당한 부분을 감당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국가의 역할이 커져서 교회의 역할이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현대 국가복지 시대에 교회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원식: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저도 주님의교회에 출석하는 부족한 신자로서 말씀드리는데, 특히 복지서비스에서 교회의 역할은 주도적이어야 합니다. 이제는 서비스 중심의 질적 복지로 가야 합니다. 서비스 공급자는 국가가 될 수도 있고, 이익을 우선하는 영리사업자도 될 수도 있고, 시민단체 혹은 종교단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복지 관련 서비스는 사랑이나 박애 정신이 없으면 제공하기 어려운 부문입니다. 영리업자가 이익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잘 제공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사랑으로 신뢰 관계를 유지하면서 실천할 수 있을까요? ‘영리’라는 것은 이익이 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물질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랑과 영적인 문제까지 관리해 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복지 조직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복지서비스의 제공자로서도 우리 사회에 정착해서 문화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최 교수님은 가톨릭 신자이신데, 가톨릭도 사회봉사를 굉장히 많이 하지요.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교회 등 종교단체의 사회봉사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최 균: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 운영 주체 중에서 공공부문을 제외하고, 민간부문의 구성을 보면 종교법인이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외에 민간법인이나 개인 단체 중에서 종교와 관련 있는 주체까지 합치면 약 80%가 종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처럼 종교법인이나 종교단체, 종교인들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매우 큰 기여를 합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서비스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제공해야겠지만, 지역사회에서 종교단체 특히 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에 극심한 개인주의화, 공동체 붕괴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회 안정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종교부문이며 이런 맥락에서 교회가 수행해야 할 임무는 막중합니다. 또한, 공동체 형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는 아직도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 중 약 17% 정도가 상대적 빈곤 상태인데,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계층은 약 3%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이러한 분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제공할 수 있는 집단은 교회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교회가 지역사회 내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어서 사랑이 넘치고 인정이 넘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에 매우 큰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오늘 이렇게 장시간 동안 귀하고 유익한 말씀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