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배, 60배 그리고 100배

30배, 60배 그리고 100배

2021-07-17 0 By 월드뷰

월드뷰 JULY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COLUMN 1


글/ 이상원(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전 총신대 교수)


하나님은 법을 통하여 세상을 다스리심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7~9).”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육십 배, 어떤 것은 삼십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마 13:8).”

하나님은 세상을 자의적으로 통치하지 않으시고 법을 통하여 세상을 통치하신다. 물론 하나님은 하나님 자신의 특별한 계획이 있으실 때는 법에 얽매이지 않으시고 법을 초월하시기도 하고 법의 운용을 잠재하시기도 하신다. 하나님이 기적을 통해 세상을 통치하실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은 하나님이 세상을 통치하시는 가장 중요한 통상적인 방편이다.

하나님이 세상에 두신 법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자연에 두신 법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사회에 두신 법이다. 자연에 두신 법은 인과론적인 반면에, 인간사회에 두신 법은 인간의 자유로운 결단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인과론적인 법을 그대로 인간사회에 적용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순환 사관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반복되는 계절 변화의 법칙을 그대로 인간의 역사에 적용해 인간 역사도 흥망성쇠가 반복되는 역사라고 단정했는데, 인간의 역사에 계절 변화의 규칙적인 반복과 동일한 변화가 나타난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 성경해석 방식 가운데 풍유법이라는 것이 있다. 풍유법은 자연에 나타나는 원리를 가지고 성경 본문을 해석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런데 풍유법에 근거한 해석은 대부분 성경 본문을 잘못 해석하여 문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 세상에 두신 법 중에는 자연과 인간사회에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하신 것들이 있다. 이 법들은 자연계에는 인과론적으로 적용되며, 인간사회에는 인과론적인 원리보다 훨씬 더 경이로운 하나님의 의지적인 섭리에 의해 나타난다. 자연과 인간사회를 모두 지으신 하나님이 자연계와 인간사회에 모두 적용되도록 허락하신 법이라면, 우리는 안심하고 그 법을 자연과 인간사회에 모두 적용해도 된다. 그 법 가운데 하나가 앞에 인용한 갈라디아서와 마태복음에 있는 작물 성장의 법이다. 두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작물 성장은 몇 가지 법에 따라 진행되며, 이 법이 인간사회 안에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사회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작물 성장법


자연에 나타나는 작물 성장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법에 따라 진행된다. 첫 번째 법은 “심은 대로 거둔다”라는 것이다. 밭에 콩을 심으면 반드시 콩을 열매로 거두고, 밭에 팥을 심으면 반드시 팥을 열매로 거둔다. 콩을 심은 밭에서 팥을 수확하는 일은 없다. 두 번째 법은 열매를 거둘 때 30배, 60배, 100배로 거둔다는 것이다. 밭에 콩 한 알을 심었을 때, 콩 한 알만을 수확하는 일은 없다. 한 알을 심으면 수백 개 이상의 콩알들을 수확한다. 세 번째 법은 수확하는 때가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콩을 심자마자 다음 날 아침에 바로 수확을 하는 일은 없다. 콩을 심은 다음에는 하염없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콩을 심은 밭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때로는 가뭄이나 폭풍우 때문에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인내로 견뎌내야 한다. 네 번째 법은 수확하는 시점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이 법이 인간사회에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 인간이 선을 행한다. 선을 행한다고 해서 바로 보상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 행하는 선이 너무나 미미한 것으로 생각되어 이런 미미한 선을 행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긴 기간 동안 선을 행한 데 대한 열매나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오히려 곤경과 어려움의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선이 열매를 맺고 보상을 받는 날은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 보상은 선을 행할 때는 예측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풍성하게 주어진다. 바로 이런 법이 인간사회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필자가 교수 생활을 막 시작하던 2000년 무렵, 기독교세계관의 관점에서 삶의 모든 문제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기를 원하는 몇 명의 신학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의 전집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2주 간격으로 한 번씩 모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토론을 위하여 책을 읽어내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이 일은 그 당시 초임 교수로서 일주일에 20시간 넘게 강의를 진행하고, 처음 맡는 강의이기에 수업 준비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고, 천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채점 부담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내어 진행해야 하는 일이었다. 초라하게 몇 명을 데리고 이런 모임을 하는 것이 시간 낭비가 아닌가, 너무 무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많았다. 그렇게 하여 몇 년에 걸쳐 진행된 쉐퍼 전집 독서 토론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수고하고 투자한 것을 결코 허비하지 않으시고, 반드시 효율적으로 쓰시되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열매를 거두시는 분이시다. 이때 독서 토론한 것이 씨앗이 되어서 신학대학원과 일반대학원에서 2~3년에 한 차례씩 쉐퍼 강좌를 개설해 강의를 진행함으로써 수백 명 이상의 신학대학원생들이 기독교세계관 훈련을 받았고,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세계관과 윤리>라는 책자가 출간되어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은퇴할 무렵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두 차례에 걸친 쉐퍼 강좌를 진행해 오는 중이고, 최근에는 강좌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변증>이라는 두 번째 책자가 출간되었다. 겨자씨와 같은 작은 독서 토론 모임을 가진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결산해 보니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거둔 것이다.

같은 상황이 경제활동과 관련해서도 나타날 수가 있다. A라는 사람에게 어린 아들이 있었다. 이 아들이 어느 날 중병에 걸쳐서 시급한 치료를 해야 하는 형편인데, A는 너무 가난해 아들을 치료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A에게는 B라는 친구가 있었다. B는 사업을 하는 친구로 상당한 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A는 B에게 찾아가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A가 요청한 금액은 1,000만 원 정도였다. 기독교인이었던 B는 1,000만 원을 투자하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을 알고 있었고, 가난한 A에게 돈을 빌려줄 경우에 사실상 돈을 돌려받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투자하여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기독교적 관점을 받아들여 흔쾌하게 치료비로 빌려주었고, A의 아들은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이 일은 B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로 일단락되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건강을 회복한 A의 아들은 잘나가는 큰 기업그룹의 총수가 되어 있었다. B는 그사이에 사업이 잘 안 되어 회사와 재산을 다 잃고 월세 방에서 근근이 생활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A의 아들은 어릴 때 치료비를 대 준 B를 잊지 않고 수소문해서 찾아내 B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확인했다. A의 아들은 B의 경영능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경영하고 있던 중요한 몇 개의 기업의 경영자로 B를 영입함으로써 B를 재정적인 곤궁으로부터 단숨에 건져내 주었다. B가 순수한 마음으로 행한 선행이 30년이 지난 후에 30배, 60배, 100배의 보상을 받은 것이다! 이런 일이 인간사회에서 하나님의 의지적 섭리를 통하여 실제로 일어난다.


선행은 정한 때에 풍성한 열매를 거둠


여기서 우리는 잠언 19:17이 진리임을 알게 된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 주시리라.”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선행을 하는 것은 하나님이 경영하시는 은행에 적금을 들어 놓는 것과 같다. 지금은 은행 금리가 매우 낮아져서 은행에 예금해도 겨우 1% 남짓한 이자밖에는 받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은행에 선행의 적금을 들어 놓으면 적금을 돌려받을 때는 3000%, 6000% 10000%의 이자를 덧붙여서 돌려받는다. 하나님의 요청에 순종하여 물고기 두 마리, 보리 떡 다섯 개를 바치는 선행을 했더니, 남자만 오천 명이 넉넉히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는 열매를 거두었다! 30%, 60%, 그리고 100%의 이자를 얹어서 돌려받은 것이다. 바로 이 경이로운 법이 인간사회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하나님이 친히 육성으로 보장해 주셨다.

선을 행한 자가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우리가 기대했던 것을 훨씬 능가하는 경이로운 열매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종말의 날까지 적용되는 불변의 진리다. 따라서 기독교인들은 이 불변의 진리를 가슴에 담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이라면 눈앞에 바로 열매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많은 핍박과 어려움이 찾아오고 속이 타고 속상한 일들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그 선을 행하기를 힘써야 한다. 하나님이 30배, 60배, 100배의 열매와 보상을 현세 안에서 주시는 때는 5년 후일 수도 있고, 20년 후일 수도 있고, 때로는 우리가 주님의 부름을 받고 세상을 떠난 후일 수도 있다. 그때는 우리의 계산과 예측의 범주 밖에 있다. 인간은 단 몇 초 이후의 미래조차도 들여다볼 수 없다. 그때가 언제인가는 신실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의 계산과 운영에 맡기고, 우리는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선을 성실하게 행하면 된다. 당장 눈에 잡히는 열매가 없어도 우리의 믿음, 세계에 관한 지식, 소명을 최대한 발휘하여 월드뷰에 좋은 믿음의 글을 쓰는 “선한 일”을 신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swlee7739@hanmail.net>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 동 신학대학원(M.Div.), 미국 웨스트민스트 신학교(Th.M.),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D.)에서 수학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한동협 현대성윤리문화교육원 원장, 월드뷰 편집위원, 차바아 운영위원, 복음법률가회 운영위원, 카도쉬 아카데미 고문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