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든 해외든 입양은 기회다
2021-05-14
월드뷰 MA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2 |
글/ 스티브 모리슨(한국입양홍보회 설립자)
해외입양을 둘러싼 논란
해외입양이 멈추어 져야 하나, 아니면 계속되어야 하나? 이 질문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가졌던 의문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여론을 통해 해외입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입양을 지지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나도 그 소수에 속한 사람이고, 해외입양을 언제 중단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있어서 나의 답은 한결같다.
“더이상 보낼 아이들이 없을 때 중단하자.”
해외입양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국내입양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입양 가족이 아닌 일반 가족도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가정이 없는 아동의 생명이 훨씬 더 위태롭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해외로 입양된 대다수 아이에게 입양은 실패가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축복이 되었다. 나도 입양을 통해 엄청난 혜택을 입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어떤 사람의 부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입양을 없애 버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누군가에게 해외입양이 안 맞았다고 해서, 가정을 잃은 다른 아이에게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이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입양의 경험을 공감하고 아프게 여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은 허용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고아로 지내는 아이들에게는 입양이 아니면 거의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입양으로 인해 겪은 괴로움 때문에 입양을 없애자고 외치는 것은, 마치 사람이 살면서 겪을지 모르는 고통과 비극 때문에 아예 태어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옹호하는 것과 같다.
왜 해외입양이 계속되어야 하는가?
갈등과 고통은 입양 가족만 겪는 일이 아니다. 평범한 가정도 겪는다. 더 넓은 시각으로 입양 전체를 바라봐야 하고, 부정적 측면에만 관심을 집중하기보다는 더 큰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인생은 위험으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한다. 왜냐하면, 소망을 갖고 싶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입양도 마찬가지다. 입양에 여러 위험요소가 있지만, 아이에게 가족의 일원으로 자랄 기회를 주는 입양은 옳은 일이다. 입양이 시설이나 위탁 보호보다 분명히 훨씬 더 좋다.
해외입양에 관한 헤이그 협약은 “아동에게 최우선으로 관심을 쏟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발의되었다. 헤이그 협약의 우선순위는 아이들이 먼저 원 가족과 함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게 어렵다면 국내입양이 다음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두 가지 중 어떤 것도 어려울 때, 해외입양이 그다음으로 좋은 선택이다. 만약 한국이 헤이그 협약에 가입한다면, 이는 비록 규모는 줄어들지 몰라도 해외입양을 통해 아이들을 계속 섬기기로 서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탁 보호, 그룹 홈, 시설, 이 순서대로 아이를 위한 마지막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나라의 체면 때문에 해외입양을 막으면 더 많은 아이가 가정 없이 자라야 한다. 이것은 결국 국가가 아동을 학대하는 것이다.
입양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지만, 원 가정에서 자라도 행복은 보장되지 않는다. 반대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도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입양은 아이들에게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만약 한국의 보호시설에 남아있게 된다면 이런 기회는 매우 제한될 것이다.
입양은 기회다. 가정의 일원이 될 기회, 부모의 사랑을 받을 기회, 18세 나이가 되어도 시설로부터 강제 퇴소당하지 않을 기회, 일반 아이들과 동등하게 자랄 기회, 언제나 가정이 있다는 안정감을 가지고 살 기회, 그리고 일반 아이들과 같이 실패할 기회도 있다.
나의 아버지 모리슨
적어도 나는 입양을 통해 엄청난 기회를 얻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나를 깊이 사랑하셨던 내 부모님이다. 부모님께는 이미 세 명의 친자녀가 있었고, 한국에서 입양된 혼혈아가 있었다. 나는 2년 후 입양을 통해 부모님의 다섯 번째 아이가 되었다. 입양될 때 나는 14살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스티브야, 우리는 너를 입양할 때에 너를 도와주려고, 네가 부모가 없고 가정이 없어서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너를 입양했다. 그런데 긴 세월을 살면서 느낀 것은 오히려 우리가 너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축복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이 말씀에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았으며 감사했다. 그 후 아버지는 나를 다시 한번 더 부르시고 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씀을 해 주셨다. “나는 일생을 살면서 몇 가지의 큰 결정을 내렸는데, 제일 좋은 결정은 하나님을 만난 것이었다. 두 번째로 제일 좋은 결정은 너 어머니와 결혼하는 것이었고, 세 번째로 제일 좋은 결정은 너를 우리 가정에 오게 한 일이었다.” 이 말을 듣는 나의 마음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아버지는 5남매를 동등하게 사랑해 주셨지만, 이 말씀을 통해 나를 얼마나 많이 사랑해 주시는지 알 수 있었다. 그날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사랑은 하늘로 솟아 올라가는 듯했다. 비록 나에게는 가슴 아픈 추억과 고통만 남긴 낳아준 아버지가 계셨지만, 입양을 통해 만난 모리슨 아버지의 사랑과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헌신은 나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나의 예전의 생부(生父)를 긍휼히 여기고 용서하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아버지는 2006년도에 소천 하셨고, 2021년 초 어머니께서 96세로 소천 하셨다. 장례 예배 때, 가족 대표로 나는 어머니에 대한 조사를 드렸다.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진정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슬퍼하며 또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어머니 아들 스티브가 어머니께 한 가지 더 사랑을 전하고 싶네요. 하나님께서 만약에 제 삶을 다시 새로 시작할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똑같은 길을 선택할 거예요. 가정을 잃고 굶주리고 추운 삶을 선택하고, 다시 고아가 되어 고아원에서 살 거예요. 맞아요, 저는 이 모든 어려움을 다시 겪겠어요. 왜냐고요? 대답은 간단해요. 그렇게 해야 어머니와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요….”
<mpakusa@gmail.com>
글 | 스티브 모리슨
해외입양인이고 한국입양홍보회(MPAK)의 설립자이다. 미 우주항공연구소의 GPS III 인공위성을 연구·개발하는 팀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며, 2021년 3월 1일 42년간의 우주산업연구를 마치고 은퇴했다. 한국의 입양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목적으로 한국입양홍보회를 설립했으며, 많은 아동에게 가정에서 자랄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