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막시즘과의 가치전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들
2021-04-22
월드뷰 APRIL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1 |
글/ 유중원(트루스포럼 회원)
찰스 콜슨,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기독교세계관 필독서라 할 수 있는 찰스 콜슨(Charles Colson)의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요단출판사, 2002)>에 대한 첫인상은 두 가지였다. 먼저는 ‘꼭 한번 읽고 싶다’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책이 참 두껍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만 들어있던 찰스 콜슨의 위대한 저작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청년의 금식기도 네트워크인 ‘그리스도의계절’에 새롭게 생긴 문화진지(platform)분과의 ‘켈라(Kella, 물매)’에서 첫 번째 기독교세계관 북 스터디로 이 책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한 이 온라인 북 스터디는 총 열 명으로 구성되어 매주 1회 열띤 발제와 자유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정일권, <문화막시즘의 황혼>
특별히 지난 몇 주간 생명의 기원을 비롯하여 기독교의 절대 진리성을 부인하는 여러 담론에 대해 함께 읽고 토론한 뒤 ‘문화막시즘(cultural marxism)’에 대한 보충학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그룹 스터디와 별개로 두 권의 책을 보충 서적으로 정해 읽었다.
먼저 하나는 <문화막시즘의 황혼 (CLC 기독교문서선교회, 2020)>이다. 시중에 문화막시즘에 대한 개요를 담은 영상 콘텐츠도 많지만, 정일권 교수의 신간 서적, 즉 텍스트를 통해 문화막시즘에 대한 첫 학습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두 번째는 <신극우주의의 양상(테오도어 W. 아도르노, 문학과 지성사)>이란 책이다.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자칫 ‘큰 정부를 옹호하는 좌익 사상을 가진 저자가 특정 그룹을 부당하게 극우 몰이하는 책은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문화막시즘의 황혼>은 (1) 문화막시즘,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 프로이트-막시즘, 급진적 젠더 이데올로기, 퀴어 이론 등을 문화·인류학적으로 비평한 책이다. 그리고 (2) 21세기에 나타난 유럽 사회주의 정당의 연이은 실패 사례 및 (3) 과거 비판이론 추종 지식인들의 문화막시즘 이탈 현상 등을 근거로 문화막시즘을 비평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21세기적 재발견과 변호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테오도어 아도르노, <신극우주의의 양상>
그리고 <신극우주의의 양상>은 저자가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 또는 비판이론의 1세대를 대표하는 학자인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이다. 그는 자신의 공산·사회주의 사상은 돌아보지 않고 다른 대상만을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 책에서 다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저자 아도르노부터 이 책의 해제를 쓴 역사가와 언론인으로 알려진 폴커 바이스(Volker Weiss) 그리고 번역자인 서울대 이경진 교수까지 모두 문화막시즘에 경도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파시즘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고 있으나 자신의 공산·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비판은 빠져 있다. 폴커 바이스의 해제를 읽어보면 단순히 아도르노에게 칭찬을 돌리고 있을 뿐 역시 공산·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또 이 책의 번역자는 ‘오늘의 애국 보수’라는 단어를 빌려와 신극우주의, 즉 극우 프레이밍을 사용했다. 이렇듯 문화막스주의자 또는 비판이론(critical theory)으로 자신의 사고체계를 일부 수 놓은 지식인은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타인이나 특정 집단만을 ‘극단화’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번 기회에 기독교 세계관 및 시대와 환경에 따라 옷을 바꿔 입어 온 좌익사상의 담론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정일권 교수의 저술과 같이 문화막시즘의 많은 부분이 용어 혼란 전술에 기초한 ‘언어-정치화’와 소수자 또는 피해자 담론에 기초한 ‘정체성 정치화’가 되어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 앞선 몇 권의 책을 통해 새삼 독서 자체나 다독을 하는 것 보다, 어떤 책을 어떤 진리 체계 안에서, 어떤 태도로 읽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이제 막 문화막시즘에 대해 배우기로 다짐한 시점에서 정일권 교수의 책은 어느 사람에게나 매우 친절하고, 구체적이고, 무거우면서도, 끝까지 흥미로운 안내서였다.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앞으로도 귀한 만남을 통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필요시에는 적절한 대응법을 갖추고 싶다.
문화막시즘과의 영역별 가치전쟁
참 주목하고 반가워할 점은 ‘문화막시즘의 황혼’에서 정일권 교수는 문화막시즘이 그 이론적, 철학적 토대를 살펴볼 때 단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이다. 따라서 제아무리 문화 도적들의 아우성이 심할지라도, 청년 세대가 학습하고 준비해서 맞서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문화막시즘의 현실성(적합성)을 시험 해 보기 위해 기독교 세계관과 문화막시즘을 ‘적용 면(applicability)’에서 생각해 보았다. 아래에는 필자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비추어 실제 문화막시즘과의 ‘가치전쟁’, 즉 ‘세계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사람들과 단체들을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나마 소개하고 싶다.
(1) 학계
먼저 학계에는 정일권 교수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문화막시즘의 황혼>을 통해 진실에 기반한 토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별히 정 교수는 다양한 분파의 마르크스주의, 젠더 이데올로기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하이에크(Hayek)와 문화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담론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펴 문제가 되는 ‘언어정치’를 사용하지 않고 ‘언어정치’를 비판했고, 오용하기 쉬운 ‘극우 프레임’이나 ‘희생자 정체성 정치’를 사용하지 않고 ‘극우’ 용어의 의미와 배경 그리고 ‘희생자 정체성 정치’를 비판했다.
(2) 교회 강단
교회 강단에는 이상원 교수가 있다. 총신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강의하는 이상원 교수는 얼마 전 서울의 한 교회 강단에서 ‘기독교인의 손안에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이 교수는 이를 통해 한국 교회 성도의 바른 신앙과 함께 더욱 거세질 핍박 속에도 세상을 오히려 섬기고 그리스도의 빛으로 살아내야 하는 성도 각 사람의 부르심에 대해 강변했다. 이 교수는 먼저 말씀에 불순종한 ‘요나’가 타고 있던 배를 하나님께서 뒤집으셨기 때문에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불신자들도 함께 뒤집힌 요나서의 본문(요나서 1:1~17)을 설교했다. 그리고 선교의 부르심에 순종한 ‘사도 바울’을 지키신 하나님께서 불신자들의 생명 또한 풍랑으로부터 건지신 본문(사도행전 27:9~26)을 설교했다. 이 교수는 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성취할 그리스도인의 사명과 다음 세대 구원의 중요성을 말하며, 세상의 풍랑 앞에서 진리를 타협하지 않을 때 믿는 이들로 인해 세상까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복음의 역설’을 전했다.
(3) 청년 그룹
생명을 존중하고 성경적 세계관대로 살아가기로 결단한 청년 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1월 26일 처음 열린 ‘오리진 21 콜로키움’(사단법인 크레도 주최)에서는 생명의 기원을 비롯한 기독교의 진리를 지키고 나아가 세상의 언어로 ‘오리지널’의 가치를 전하기 원하는 대학청년 단체들이 연합한 온라인 컨퍼런스 및 네트워킹이 있었다.
청년 그룹에는 끊임없이 겉옷만 바꿔 입는 전략으로 발의된 차별금지법(정의당 ‘차별금지법 및 더불어민주당 ‘평등법’)을 간파하고 단호하게 저지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반대 청년연대’가 있다. 또 남성과 여성의 올바른 성 역할과 건강한 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청년 여성단체 ‘센saint언니’와 크리스천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진지로 출범한 ‘켈라(Kella)’도 있다. 한국에서 최초로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올해로 4주년을 맞이한 청년단체 ‘트루스포럼’은 특별히 작년 연말부터 “철지난 막스-레닌주의 및 소위 ‘민중해방의 불꽃’ 운동권 학생회를 종식하고,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의 가치를 인정하며, 유대-기독교 가치를 중시하는 이른바 자유민주 학생회”를 꾸리기 위한 ‘새 학생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진정한 인권을 위한 서울대인 연대’는 지난 2020년 일부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졸속으로 통과시키려던 ‘서울대 인권 헌장’ 이슈에 맞서 관련 공청회 참여와 대자보 부착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서울대의 나쁜 인권법 제정에 보루가 되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8000 애국청년단’이 모여 찬양하고, 예배하고, 사회 현안에 대해 자유발언을 나누고, 나라와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위에서 밝힌 여러 단체는 진영 논리를 떠나 진실을 존중하고, 국가와 교회의 지속을 위한 핵심 가치를 보수하고 보전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일에 자원함과 기쁨으로 연합하기 힘쓰는 사람들이다.
(4) 정치 영역
현실 정치를 보면 한국에도 ‘생명 존중(pro-life)’의 가치를 수호하는 입법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특정 정당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조해진 의원과 서정숙 의원의 생명 수호(pro-life) 관련법 개정안 추진은 사회에 절대적 유익을 가져오는 일이다.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생명 수호 단체인 ‘라이브 액션(Live Action)’의 대표인 ‘라일라 로즈(Lila Rose)’와 미국의 저명한 프로라이프 변증·교육가인 ‘세스 그루버(Seth Gruber)’가 외친 좋은 리더십의 시금석은 “가장 약한 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태아의 생명권을 지키고, 들리지 않는 태아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단체의 리더는 분명 더 많은 이들과 더 큰 일에도 반드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5) 시민사회 영역
시민단체에는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및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남성연대’ 등이 있다. 생명윤리 및 건강한 가족의 가치 수호와 관련한 여러 단체의 연합체로 행동하는 이들은 각종 세미나, 기자 간담회,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꾸준히 필요한 목소리를 내왔고, 다양한 연대 활동 및 남성과 여성의 상호 화해와 용서에도 앞장서고 있다.
(6) 교회
마지막으로 교회를 보면 개별 교회와 교회연합회를 통한 예배의 회복, 회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부흥 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교회가 바른 교리, 분명한 진리 안에서 다음 세대를 섬기고 양육해 내며 마지막 때의 치열한 영적 전쟁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상누각과 같은 문화막시즘이라는 이름의 골리앗은 다윗과 같은 믿음을 가진 성도의 ‘기도’와 각양의 은사를 통한 ‘물매’로 인해 반드시 넘어질 것이다.
진리 적합성 테스트: ‘창조-타락-구속’의 역사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의 찰스 콜슨의 말처럼 기독교를 떠난 사상과 사조는 생명의 기원을 ‘우연’의 산물이라 말하고, 인간의 죄 문제의 본질을 막연히 “외부”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오직 성경적 세계관 및 진리 체계만이 우리 각 사람 “안”에 선과 악이 함께 있다고 말하며, 우리의 죄와 죄성을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성경적 세계관은 다른 유사-진리들과 달리 ‘창조-타락-구속’의 원리를 완전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세계관과 구별된 성경적 세계관의 현실성(적합성)은 모든 시대에서 그리스도 제자의 삶을 통해서 증거되어 왔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성령은 오늘도 한 사람의 제자를 부르고 계시다. 결론적으로, 이 문화막시즘과 벌이는 가치전쟁의 본질은 단순한 승-패 여부가 아니다. 그것은 오직 진리 안에서 이미 약속받은 승리를 믿고 이 운동(movement)에 동참, 즉 반응하는 것이다.
<joongwonyu@gmail.com>
글 | 유중원
트루스포럼 회원 및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원으로 참여하며 ‘보수주의’ 및 ‘복음주의 생명 운동’을 학습 중이다. 경희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한동국제법률대학원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