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유제에 대한 이해(3) 헨리 조지의 토지공유제는 성경적인가?
2021-04-20
월드뷰 APRIL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3 |
글/ 곽태원(서강대 명예교수)
성경이 말하는 토지제도
헨리 조지는 토지의 임대가치 전체에 상당하는 토지보유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모든 사유토지를 사실상 무상몰수하자는 것이다. 토지의 장부상 명의가 누구에게 있든지 그 토지에서 발생하 모든 경제적 이익이 국가에 귀속되게 하는 것은 사실상의 토지공유(국유)제도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가 성경적인가를 알아보려면 성경이 말하는 토지제도가 어떤 것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토지제도에 관한 기사는 구약의 레위기 25장에 집중적으로 나오고, 신약에서는 사도행전 2장과 4장에 잠깐 나오는 것이 거의 전부이다.
사도행전에서, 성령 충만의 은혜를 받은 성도들이 자원해서 자신의 토지를 팔아 교회에서 유무상통하게 한 사건은 그 후에 사도들의 권면이나 명령에 포함된 사례가 없다. 모든 백성이나 신도들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된 것이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유무상통의 자원은 토지매각을 통해서만 조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사도행전의 이 구절을 성경적 토지 ‘제도’의 기초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레위기 25장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나님께서 창안하신 토지제도와 헨리 조지의 토지 공유제를 비교한다.
레위기 25장의 토지제도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 그 땅을 정복하고 개척해 영토로 삼은 뒤 제비뽑기로 각 지파, 족속 그리고 가구별로 소유할 토지를 분배한다. 레위기 25장에는 안식년제도와 희년제도 그리고 토지 무르기에 대한 자세한 규례가 기술되어 있는데 특히 희년제도와 토지 무르기가 당시 토지제도의 중심을 이룬다.
희년이란 일곱 번째 안식년의 다음 해, 즉 시작 연도부터 만 50년이 되는 해를 말한다. 이 해에는 채무가 완전히 탕감되고, 노예의 신분으로 팔렸던 자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유의 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고, 사정이 어려워져서 팔았던 토지를 대가 없이 되돌려 받는다.
그리고 토지 무르기란 사정이 어려워져서 팔았던 토지를 판 사람의 유력한 친족이나 아니면 스스로 경제력을 회복한 당사자가 되살 수 있게 한 제도이다. 그러니까 희년에 무상으로 찾는 토지는 원래 소유주가 토지를 판 뒤 자신이나 친족이 무르기를 하지 못한 토지이다.
고대 이스라엘 토지제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토지 무르기 제도는 토지 거래가 허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레위기 25:14절에서는 토지매매를 정직하게 할 것을 명령하신다. 그런데 같은 장에서 하나님은 토지매매를 금하는 명령을 내리신다.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 너희는 거류민(소작인)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레 25:23).” 핸리 조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말씀에 근거해 하나님의 토지제도는 토지를 공유화(국유화)해 영구히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나님의 것이니까 하나님(실제는 국가에)께 돌려드려야 되고 개인이 마음대로 매매할 수 없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토지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레위기에 나오는 토지제도는 토지소유권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경작권 매매를 상당히 자유롭게 허용한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제도이다. 사정이 어려워져서 토지를 팔 경우, 그 가격은 희년까지 남은 연수, 즉 소출을 얻을 경작 가능 햇수에 따라서 결정하게 되어 있다(레 25:15-16). 그러므로 희년이 되어 무상으로 자신의 토지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무상이 아니다. 매도했던 장기경작권의 경작시한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토지의 원주인이 그 토지를 회수하는 것일 뿐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제도가 얼마나 훌륭한 금융 제도요, 또한 사회보장제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1) 갑자기 큰돈이 필요하거나 사정이 어려워지면 토지경작권을 팔아 돈을 마련할 수 있고 무르기를 통해 친족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르기의 도움을 못 받아도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활하다가 희년이 되면 자신의 기업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하나님께서 ‘토지 투기’를 막기 위해 희년제도를 통해 토지 자체의 거래를 금하신 것이 아니다. 이는 성벽이 있는 성 안의 가옥에 대한 규례(레 25:29~30)를 보면 알 수 있다. 성벽이 있는 성 내의 주택, 즉 도시의 주택은 한번 팔면 1년 내에는 무를 수 있지만 1년이 지나면 영구히 매입자의 소유로 확정된다고 기술되어 있다. 오늘날 토지 부족 문제의 중심에 있는 것은 도시 주택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셨다. 그리고 당시 일반 서민 생업의 필수 요소인 농지와 목초지는 장기적으로 그 소유가 외국인이나 타 가족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틀 안에서 경작(사용)권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적인 공평의 측면과 경제적인 효율 측면을 모두 고려한 토지제도를 제정하신 것이다.
헨리 조지의 토지제도는 비성경적
헨리 조지는 공유가 정의롭다는 논리에서 출발해 토지의 사실상 소유권을 공권력인 국가가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데 반해, 성경의 제도는 각 가족의 토지소유권을 공권력이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안전장치를 설정하고 있다.
그 생생한 사례가 나봇의 포도원을 강탈한 아합의 사건이다. 거래를 요구하는 강력한 독재자 아합의 강요에 대해 나봇이 대담하게 거부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이스라엘의 토지법 때문이었다(왕상 21:3). 하나님의 토지법을 알았을 아합이 주저하는 사이에, 하나님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 이방 여인 이세벨은 거침없이 누명을 씌워 나봇을 처형하고 포도원을 탈취한다. 그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탐욕을 채울 수 있었지만, 하나님의 엄한 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최근에 다시 거론된 헨리 조지의 토지 단일세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유지를 국가가 보상 없이 빼앗아서 국유화하겠다는 발상이다. 토지의 잠재적 임대수익 전부를 토지세로 거두자는 것인데, 이것은 토지의 명의상 소유권과 상관없이 토지 재산권의 알맹이인 수익권을 국가가 빼앗아가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부를 얻은 것이 불의한 것이라고 규정하더라도, 토지보유세로는 미래의 임대소득을 회수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과거에 이루어졌던 그 ‘불의한 소득’을 합리적으로 회수하는 수단은 되지 못한다. 어떤 의미로든 성경에 나오는 토지제도는 조지의 사상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twkwack@sogang.ac.kr>
1) 이것은 경작권에 대한 일종의 환매조건부 매매제도라고 할 수 있다.
글 | 곽태원
서강대 곽태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그 후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에서 2년, 그리고 서강대학교에서 20년간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한국조세연구원 이사,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조세관련 전문가로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소득과세의 연구에 몰두했으며, 2006년에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