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조지의 토지 공유제에 대한 이해(2) – 토지 공유제와 공평
202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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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제 문제 중 토지문제의 우선순위는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러나 매우 근본적인 문제인 데다가 신실한 기독교인 중에 토지문제에 대한 오해가 많아 1879년에 미국에서 헨리 조지가 저술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주장한 소위 “토지 공유제”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필자).
토지제도와 자유 그리고 토지공유제의 비효율성
토지 공유제와 공평
헨리 조지의 토지 공유제는 성경적인가?
글/ 곽태원(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토지 공유제를 주장하는 이들의 주된 관심이 효율보다는 공평의 구현에 있다는 사실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토지 공유제와 관련된 공평성의 문제는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지면 제약으로 3가지만 다룬다.
첫째로 토지가 공유되는 것이 공평하다는 주장의 핵심적 논리가 무엇인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토지 공유제 주장의 받침대가 얼마나 든든한 것인가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만일 토지의 사유가 불의한 것이어서 공유제로 이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할 때, 공유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평성 문제를 분석한다. 이 문제는 토지 공유제가 정의롭다는 본원적 주장에 비해 지엽적이고 부수적인 문제라는 측면이 있지만, 조지스트들의 공평성에 관한 의식이나 태도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내포한다.
셋째로 실체적인 공평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분배적 측면의 공평성을 간략하게 따져 본다.
1. 토지 사유제는 불공평한 것인가?
첫 번째의 문제와 관련해 헨리 조지는 배타적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 권리의 유일한 원천은 개인의 노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개인은 독립된 인격체이므로 자신의 노동이 투입되어 생산된 것은 전부 그 개인의 소유가 되어야 공평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토지의 사적 소유가 인정되면 그 토지에서 어떤 개인이 영위한 생산 활동의 결과가 전부 그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이 토지 사유가 인정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바로 매우 어려운 문제에 부닥친다. 똑같은 능력의 농부가 비옥도에 차이가 있는 토지에서 각각 농사를 지었을 때, 수확물의 차이에서 오는 불공평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 경우, 만일 토지의 주인이 등장했다면 농부들에게 지대를 요구했을 것이고 결국 같은 능력의 농부들은 같은 소득을 얻는 공평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노동의 결과가 전적으로 그 노동을 제공한 개인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우선 노동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교육이나 훈련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노동의 결과물에 대한 가치의 평가는 투입된 노동의 질이나 양뿐 아니라 그 결과물을 소비하는 다른 개인들의 선호 등에 영향을 받는다. 좋은 노래의 가치는 가수의 능력뿐 아니라 청중의 취향이나 평가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토지 사유권을 부정하기 위해서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현존하는 모든 토지 사유권이 원천부터 무효라고 주장한다. 현존하는 모든 토지 소유권은 원천적인 취득에서 시작되어 매매, 상속, 탈취, 정복 등 합법적 또는 불법적 이전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사유권들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방법 중 하나는 최초의 취득이 불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토지 소유권이 형성되지 않은 토지가 있을 때 합법적으로 토지 소유권이 설정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먼저 점유하는 것, 즉 선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지는 선점에 의한 토지의 사유는 불법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모든 토지의 소유권이 무효라고 “증명”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극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이 문을 안에서 잠그고 다른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하거나 파티에 제일 먼저 온 사람이 자기는 먼저 먹고, 남은 음식상을 둘러 엎어 버리는 것이 불법인 것처럼 주인이 없는 토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선점하여 말뚝을 박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비유에 등장하는 극장이나 파티장이 주인 없는 토지와 달리 이미 주인이 있는 장소였다는 점이다.
2. 토지 공유제를 시행하는 과정상의 불공정 문제
두 번째, 공평성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토지 사유제가 불법적이라는 점이 드러나서 이것을 공유화해야 한다고 할 때, 현 소유자에게는 어떤 보상을 해야 할 것인가? 조지의 주장은 명료하다. 무상몰수를 해야 할 뿐 아니라 권리가 없는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해 운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모두 회수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고 너무 과격하기 때문에 무상몰수로 하는 것이 적절한 타협이라는 주장이다. 영미법의 보통법(common law)의 원리를 따라 아무리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가격을 주고 토지를 매입했어도 그 토지를 매도한 자의 권리가 효력이 없는 것이므로, 그 토지는 아무런 보상 없이 공유의 주인인 국가의 소유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그럴듯하지만, 치명적 흠결을 가지고 있다. 장물 취득처럼 하자가 있는 소유권을 알지 못하고 매입한 경우 그 결과에 대해 잘못 매입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은 인정될 수 있다. 그 경우의 소유권의 하자는 사회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지 사유제도 하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어떤 토지의 사유권을 추적해 올라가다 보면 먼 옛날 어느 때에 불법이 있었던 경우가 발견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현세대의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법률에 의해 그 사유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사유권 취득자의 권리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만일 토지 공유제의 이념이 받아들여져서 공유제로 가기로 했다고 해도, 현재 소유자들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무효화해서 모든 부담을 현 소유자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사유제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온 국가나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마지막 단계의 토지 사유자들에게 ‘과거 잘못된 제도(토지 사유제)’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매우 부당하고 또 그 책임을 나누는 개인 간의 부담 분포가 너무나 불공평하게 된다. 정의가 토지공유제의 명분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공유제의 이념이 정의를 짓밟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3. 공유제로 이행한 뒤의 소득분배가 개선될 것인가
마지막으로, 공유제로 이행한 뒤, 소득분배가 개선될 것인가의 문제를 정리해 보자. 논의한 것처럼 무상몰수로 토지를 국유화하는 경우 부의 분포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재분배가 매우 정의롭지 못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분배의 개선과 관련해서 조지는 사유제하에서 극단적인 토지 독점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 결과로 대다수의 사람은 빈곤에 빠지게 될 것이며 결국 생존에 필요한 토지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어 노예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예언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고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헨리 조지 자신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그가 주장한 토지 공유제는 사회주의적인 것임에 틀림이 없다. 사회주의 같은 권력에 의한 재분배가 갖는 한계를 상기하면서 글을 끝맺어야겠다. 그들의 한계는 늘 공의의 하나님이 아닌 자들이 그분의 자리를 차지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음 호에 계속)
<twkwack@sogang.ac.kr>
글 | 곽태원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그 후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에서 2년, 그리고 서강대학교에서 20년간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한국조세연구원 이사,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조세관련 전문가로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소득과세의 연구에 몰두했으며, 2006년에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