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선택해야 여성의 인권이 보호된다
2020-12-09
월드뷰 DEC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7 |
글/ 송혜정(케이프로라이프 상임대표)
태아의 생명을 인정하지 않는 급진 페미니즘
낙태법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서 형사 처벌은 입법목적에 부합한다고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도 말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국가가 낙태를 범죄화시킨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낙태죄는 국가가 여성의 몸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태아의 생명과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 관계의 낙태법을 “여성의 몸과 국가의 억압”구조로 전환시켰다.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목표는 출산 직전까지 낙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들은 태아를 생명이라고 하지 않고 ‘그것’이라고 지칭하며 여성 몸의 일부라고 한다. 종양 덩어리가 몸속에서 자라듯이 세포 덩어리가 몸 안에서 자라는 것처럼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생명에 대한 도의적인 죄책감을 없앤다. 태아의 생명을 거론하게 되면 그들의 주장은 비윤리적인 것이 되기 때문에 그들은 끊임없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여성의 고통만을 부각하고, 낙태죄는 여성 몸에 대한 국가의 통제이므로 이 억압에서 해방되는 것이 여성 인권의 회복이라고 주장한다. 태아는 여성 몸의 일부인 ‘그것’에 불과하므로 그것을 유지할 것이냐 없앨 것이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여성의 기본권이라고 한다.
이들은 태아가 생명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연관된 단어들을 변경한다. 언어가 의식에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낙태를 임신중지, 자궁을 포궁으로, 낙태죄 폐지는 낙태 비범죄화 등으로 바꾸는데 이런 언어들은 생명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급진 페미니즘의 포괄적 성교육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은 포괄적 성교육을 실시하라는 말을 반드시 한다. 포괄적 성교육을 들여다보면 낙태죄 존폐 문제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여성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여성의 고충을 이용하여 급진 페미니즘의 이데올로기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괄적 성교육은 개인의 모든 성적 지향에 대해 ‘그건 정상이야’라고 가르치며 성행위에 대해 아주 관대하다. 인간을 성적인 존재로 각인시키고 성행위에 대한 도덕적 한계를 제거하며, 성이란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주류이다. 그들이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는 새 생명의 잉태와 같은 부작용은 피임법으로 예방하거나 낙태로 제거하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의 성교육은 성행위와 피임법이 중심이 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나치게 성에 집중하게 하는 성애화 교육을 하게 하여 성행위를 자유롭게 하게 하며 성애화 교육은 낙태로 완성된다. 마침내 그들은 성적 욕구에 제한을 가하는 결혼, 가족, 생명의 가치를 파괴한다.
공교육에서 이미 포괄적 성교육이 주류 성교육으로 시행되고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기본권리로 가르치며, 학생인권조례에 임신과 출산이 미성년 학생들의 권리로 명시되어 있다. 이번 낙태법 관련 정부안이 통과되어 만16세 이상 낙태가 합법적인 것이 된다면, 여성 자기결정권, 즉 낙태가 여성의 기본권리라고 공교육 현장에서 가르치게 될 것이다. 한편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자들은 낙태를 합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진보적인 사고라고 부추기지만, 유엔 등의 국제적 구속력이 있는 어떠한 문서에도 낙태를 인권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낙태에 반대하는 것을 종교적 가치로 가두어 버린다. 그들은 “낙태 옹호=여성계”와 “낙태 반대=종교계”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간담회에서도 낙태반대 단체들을 통틀어 종교계라고 써놓아서 우리는 낙태를 반대하는 여성단체 자격으로 온 것이지 종교단체 입장으로 온 것이 아니라고 한 적이 있었다.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낙태 반대를 종교적 윤리로 치부함으로써 낙태를 정당화한다. 마치 종교적 윤리이기 때문에 종교인들만 가져야 하는 아주 높은 기준이므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적용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저들의 프레임이다.
급진 페미니즘은 여성주의가 아니다
여성운동의 출발은 인종,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개인에게는 기본적 인간권리와 존엄성의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들은 다른 이들에 의해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자기결정권으로 태아의 권리와 생명의 존엄성을 뺏으려고 한다. 여성이 소유물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항해 온 여성들이 태아를 소유물로 다루어 마음대로 낙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들은 결코 여성주의가 아님을 증명한다.
자유연애 지지자이며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였던 빅토리아 우드헐(Victoria Woodhull)은 1875년 다음과 같이 저술했다: “자신이 자유로운 여성임을 아는 이들은 원하지 않는 아이를 임신하지 않을 것이며, 출생 전에 아이를 살해하는 것 또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진짜 여성주의자들은 낙태를 반대한다. 여성의 인간권리와 존엄성을 주장하는 여성들은 태아의 인간권리와 존엄성을 인정하고 보호하기 때문에 그들은 프로라이프(pro-life)들이다.
“Pro-woman is pro-life”, “Pro-life is pro-woman”
여성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므로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거부할 수 있다. 성관계를 가질 것인가 여부를 결정할 때 여성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임신이 되면 인간 생명인 태아를 자신의 편의 때문에 죽이거나 없애는 것은 여성의 권리가 아니다. 만약 낙태가 여성의 권리라면 낙태로 인해 죽는 생명 중 반은 여성이 된다. 결국, 여성이 여성을 죽이는 것이 되므로 반(反)여성 행위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낙태죄 전면폐지를 원할까?
대한민국 여성들은 낙태죄 전면폐지를 원하지 않는다. 2020년 10월 바른인권여성연합에서 1,214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생명의 시작을 언제부터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수정된 순간부터” 39.4%, “심장박동이 들리는 6주부터” 29%라고 응답, 68.4%가 최소한 심장박동이 감지되면 생명이라고 응답했다.
“낙태허용 여부의 기준을 언제부터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강간, 산모 위험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 모든 낙태에 반대한다” 33.8%,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점” 20.3%로 54.1%의 응답자가 심장박동 감지된 이후의 낙태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여성의 생명을 보호한다
얼마 전, 베이비박스 앞 바깥에 아기를 두어 저체온으로 아기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산모가 아기에게 자신의 웃옷을 덮어주고 한 번 뒤돌아보고 가는 모습을 CC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산모는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구속되었다. 기사에 아기를 버린 매정한 여성이라는 비난성 댓글이 많이 달렸었다. 그러나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데리고 오는 것은 아기를 살리기 위한 엄마의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다.
양육하기 어려운 아기는 언제나 있다. 비밀출산법이 있었다면, 산모는 제대로 출산하고 산후조리가 가능하며 아기는 안전하게 보호되어 두 생명이 모두 안전했을 것이다. “낳아봐야 여성도 아기도 불행할 바엔 낙태하는 게 낫다”라는 소리를 쉽게 내뱉는 것을 들을 때면, 생명존중 가치가 없는 사회는 낙태를 권장하는 사회로 갈 수밖에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양육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으로 아기의 생명을 지킨 여성이 오히려 죄인이 되는 사회는 여성을 보호해주지 않는 사회이다.
낙태 자유화가 과연 여성을 자유롭게 할까?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임신, 출산, 낙태는 모두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낙태하고 싶은 여성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낙태죄를 폐지한다는 것은 낙태까지 온전히 여성의 몫이 되었다는 것이다. 남녀의 성관계에서 발생하는 피임, 임신, 출산, 낙태까지 모두 여성에게 지우는 것은 최악의 성차별적 발상이 아닌가?
여성들이 국가에 요구해야 하는 것은 낙태죄 폐지가 아니라 어떠한 경우의 출산이라도 여성과 아기의 생명이 보호받으며, 여성이 출산으로 인해 어떠한 손해도 보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책정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데 국가는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이 먼저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생명을 선택하는 것은 언제나 옳은 답을 줄 것이다.
나가며
대한민국 출산율은 2019년 0.918로 OECD 37개 국가 중 최하위이며 내년에는 더 낮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출산율이 회복되지 않으면 국력과 안보가 무너지면서 국가는 망한다. 대한민국이 없다면 대한민국 여성의 인권도 없다. 여성들이 출산에 힘쓰는 것은 마땅하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국가가 낙태를 묵인했을 때, 교회는 침묵했다. 국가가 잘못된 것을 권하더라도 교회는 교회의 역할을 잊지 않고 “태아는 생명이다. 낙태는 살인이다. 자녀를 낳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부지런히 가르쳤으면 오늘날 이런 난감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조직은 교회다. 교회는 생명의 소중함을 외쳐야 한다. 낙태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할 때, 국가와 후손을 살리게 될 것이다.
낙태는 결국 원치 않는 임신이 원인이다. 그동안 한국사회에 만연된 낙태문화와 피임을 꺼렸던 문화들이 개선되어야 하며, 생명존중과 생명윤리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결혼, 임신, 출산, 양육을 어렵게 하는 사회구조와 문화적 요소에 긍정적인 변화 또한 절실하다. 이러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교육과 캠페인에 정부와 교회가 앞서서 해야 한다.
<santamami@hanmail.net>
글 | 송혜정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임상상담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숭실대학교 평생교육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2018년 낙태죄 폐지반대국민연합 대표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낙태 반대 시민 활동을 하고 있다. 생명 보호 낙태법 개정을 위한 연대 ‘행동하는 프로라이프’에서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