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과연 부족한가?

의사가 과연 부족한가?

2020-11-08 0 By 월드뷰

: 의사의 지역 간 편재, 전문과목 간 편재 등을 의사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월드뷰 NOVEM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글/ 박은철(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2차 확산하던 2020년 8월, 전공의들과 의과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파업과 휴학 등이 진행되었고,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부 간의 협상타결로 일단락되었으나 아직 의사국가시험 접수연장의 사안은 남아있다. 그 출발은 7월 23일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하고부터이다.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연간 400명씩 총 4,000명의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하여 배출된 3,000명은 지역 의사로, 500명은 특수 전문분야(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로, 500명은 의과학자로 양성하고,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2024년 개교한다는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 파동의 중심은 의사 수의 적정성과 의과대학 정원 증원방법이다.

의사 인력 정책은 의료 정책의 핵심으로 주요 선진국에서는 의사 인력 수급을 주된 정책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보건의료체계의 핵심인력이 의사이고, 의사 인력 부족뿐만 아니라 과잉도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 인력은 부족하면 국민 건강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준다. 반면 의사 인력이 과잉되면, 의사를 양성하는 비용이 많이 들며, 과잉된 의사들에 의한 공급자 유발 수요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의료비가 많이 증가할 수 있다. 많은 국가는 의사 인력 수급정책에 있어 부족과 과잉 모두를 경계하며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의사가 적정한가? 이 질문은 연관된 질문을 파생시킨다. 미래 의사는 적정한가 그리고 적정하지 않다면 즉, 의사 인력이 과잉되거나 부족하다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이다.


의사 인력의 적정성


현재의 의사 인력 적정성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다른 국가와의 비교가 있다. 의사 인력과 관련된 양과 분포를 비교하는 것과 의사 인력에 의한 의료의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OECD 국가와 한국의 의사 인력(한의사를 포함)을 비교하면, 한국은 활동 의사 수가 적으나(인구 천 명당 활동 의사 수: 한국 2.3명, OECD 평균 3.5명), 인구당 의사 수의 증가율은 가장 높으며(2000년 대비 2017년 증가: 한국 1.98배, OECD 평균 1.42배), 젊은 의사의 분포가 많다(54세 이하 의사 비율: 한국 80.6%, OECD 평균 65.7%). 한국의 의과대학 졸업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며(십만 명당 의대 졸업생 수: 한국 7.6명, OECD 평균 13.1명), 의사임금 수준은 높은 수준이다(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의사 임금: 한국 4.0배, OECD 국가들의 2.7~4.7배).

한국의 의사 인력의 분포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도시와 농어촌 간의 차이가 작다. 한국은 도시지역의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2.5명이고 농어촌지역은 1.9명으로 1.26배 차이가 있으나 OECD 평균은 1.54배(도시지역 4.3명, 농어촌지역 2.8명)의 차이가 있다. 도시 간 의사분포의 차이도 OECD 국가 중 가장 적다. 이는 한국의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농어촌 지역에 배치된 보건지소(공중보건의사 근무)의 영향이다.

국민이 의료가 필요하나 의료를 이용하지 못한 미충족 의료에 있어 한국은 OECD 국가 중 미충족 의료 분율이 낮다(한국 8.7%, OECD 평균 20.6%).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 의료는 한국이 가장 낮다(한국: 1.4%, OECD 17.2%). 한국에서 미충족 의료가 발생하는 다빈도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4.5%), 증세가 가벼워서(1.8%), 경제적인 이유(1.4%), 무서워서(0.4%), 교통 불편 및 원거리(0.3%), 기다리기 싫어서(0.1%) 순이다. 또한 도시(시·구)와 농어촌(군) 지역 간의 미충족 의료의 차이가 크지 않다(도시지역 평균 6.4%: 세종 3.0% ~ 전남 9.3%, 농어촌 지역 평균 6.9%: 울산 4.1% ~ 인천 9.6%).

OECD 국가들의 주요 수술 대기 기간을 보면 백내장 수술 평균 129일, 고관절 치환술 162일, 슬관절 치환술 227일인데 한국의 경우 국제 비교의 자료는 없으나 OECD 평균의 20% 이하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추정된다.

허혈성 뇌졸중과 급성심근경색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한 질환으로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발생빈도가 많은 뇌졸중의 경우 뇌졸중으로 입원하여 30일 이내 사망하는 분율이 3.2%로 상대적으로 낮으며(OECD 평균 7.7%), 병원별 차이도 크지 않다(한국 병원별 편차를 보여주는 변이계수(평균 대비 표준편차) 0.57, OECD 일부 국가 0.24~0.82). 상대적으로 발생빈도가 적은 급성심근경색의 입원 30일 사망률은 9.6%로 높으며(OECD 평균 6.9%), 병원별 차이도 높은 편이다(한국 병원별 변이계수 0.36, OECD 일부 국가 0.23~0.44).

코로나19의 경우 국가별 확진자율은 방역의 수준과 확진 검사의 접근성에 영향을 상당히 받으나 사망자율은 의료체계의 영향을 더 받는다. 2020년 9월 27일 현재 OECD 37개국 중 백만 명당 확진자는 461명이고 백만 명당 사망자 수는 7.8명으로 모두 뉴질랜드 다음으로 적다.

종합하면, 한국은 현재 의사 인력 자체는 OECD 국가보다 적으나, 보건의료체계의 결과는 그 수준이나 분포에 있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따라서 현재 의사 인력은 평가의 측면에 따라 부족 또는 적정하다고 할 수 있으나, 최소한 부족의 크기가 크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높은 생산성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미래 의사 인력의 적정성


미래의 의사는 적정할 것인가? 이 질문은 앞선 질문인 현재 의사는 적정한가보다 더 어렵다. 미래의 의사 인력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첫 과정은 미래의 의사공급을 파악하는 것이다. 의사의 유입과 유출을 파악하는 것으로 유입은 의사면허 배출자, 외국 의사 유입자 등이며, 유출은 의사 사망자, 외국으로 진출, 다른 분야로의 진출 등이다. 미래의 의사 수요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변화, 의료체계의 변화, 의사의 활동영역 변화, 의사 생산성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

미래 의사 수요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되는 점으로는 첫째, 장래인구추계의 결과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의 최근 결과는 2017년 자료를 기초한 것으로 중위 추계의 합계 출산율은 1.27명을 기준(저위 추계 시 1.10명)으로 하고 있으나 2019년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중위 추계뿐만 아니라 저위 추계 시 사용되는 1.10명보다 크게 낮으며, 통계청의 추계와는 달리 2019년 11월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즉, 예측된 추계보다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둘째, 의료체계의 변화에 있어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다. 의료영상과 병리조직의 판독은 이미 AI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의료에 있어 AI의 활용범위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미래 의사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는 점으로는 첫째, 고령 인구의 증가이다. 인구의 절대수는 감소하겠지만 일정 기간 고령 인구의 증가는 의사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둘째, OECD 국가 중 외래방문율이 가장 높은 한국은 미래에도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한국의 높은 의료이용률은 기존 의료체계의 영향으로 의료체계가 변화된다면 의료이용을 감소할 것이다. 셋째, 현재 대부분 의사가 진료 분야에 활동하고 있는데 미래에는 의사들의 활동 분야가 넓어질 것이다.

장래 의사 인력 수급과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는 의료이용을 바탕으로 미래의 의사 인력 수급을 평가하였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들은 12편으로 이중 의사 과잉 4편, 의사 적정 2편, 의사 부족 6편이며, 2010년 이후에 시행한 연구는 4편인데 김양균(2013) 등의 연구는 2021년 의사 과잉, 오영호(2014, 2017)의 연구는 2030년 4,267~9,960명의 의사 부족, 홍윤철(2020)의 연구는 2054년 55,260명의 의사 부족하다고 발표하였다. 연구결과 차이의 핵심은 연간 ‘의사가 환자를 몇 명 진료하는가’인 의사의 생산성이고 장래인구추계 결과이다. 현재의 의사 생산성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과잉 또는 적정으로, 현재 상대적으로 높은 의사 생산성이 낮아진다면 부족으로 결과가 나온다.


의사 인력 정책 방향


7월 2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에서는 증원된 의사들은 의무적으로 지역과 특수 전문분야와 의과학 연구 분야에 배치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과 다른 선발방법과 양성 후 배치를 강제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양성되는 의사와는 구별되게 되며, 이를 통해 양성된 의사의 수준은 하락할 것이다. 또한, 이들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신입생이 입학하여 8~9년(의학 교육과정 4년과 전문의 훈련과정 4~5년)이 지나야 하며, 이들의 의무복무기간은 5~6년에 불과하며, 의무복무가 종료된 후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들이 지역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가 발표한 지역과 분야에 의사 확보 방안인, 특수하게 선발하여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하는 방안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지역의 일차 의료는 의사들이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이 방안으로 지역수가 개발, 은퇴 의사들의 유입, 유입된 의사들이 배치되어 있는 공중보건의와의 팀으로 구성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역의 병원급 진료인 이차 의료는 의료 필요에 따른 적정 위치를 선정하고 기존 병원들(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을 포함)에 지원이 필요하다. 병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진료량이 있어야 진료의 효과와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인구수와 특성 및 교통 등을 고려해야 병원을 지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특수분야의 의사 인력의 확보도 해당 분야에서 본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의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연구 분야에 근무할 의사는 의무배치가 아니라 의학연구비의 증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보건의료 연구비는 3.6조 원이며 이는 미국의 120조 원의 3.0%에 불과하다(한국 전체 연구비는 미국 대비 16% 수준). 보건의료 연구비가 증가하면 의과학 연구자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정부안에는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여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설립 추진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서남의대가 교육 부실로 폐교되었는데 또 하나의 부실 의대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한국에는 17개의 입학정원이 50명 채 안 되는 의대들이 있는데 이들은 의대 교육을 제대로 하기에는 규모의 한계가 있다. 의과대학 교육은 기초의학 교육과 임상의학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학생 규모가 작으면 기초의학 교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으며, 임상의학 교육을 위해서는 수월한 병원이 있어야 한다. 공공의대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의사 인력 정책은 부족과 과잉 모두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며, 인력양성이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방안은 현재 한국에서 유발되고 있는 지역의료, 특수분야, 의과학 연구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라 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논의 이전에 세 가지 분야의 의사수급이 적절하지 못한 원인에 대한 처방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정밀한 예측을 기반으로 정기적으로 의사 인력에 관한 수급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이는 보건의료 전반의 발전 방향에 기초해야 한다.

<ECPARK@yuhs.ac>


글 |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이며,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