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없다: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사망 통계 비교
2020-11-07
월드뷰 NOV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5 |
글/ 김정호(서강대 겸임교수, 전 자유기업원 원장)
들어가며
코로나 때문에 우리들의 삶이 속박당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고, 죽을 사람이 살 수 있다면 참아야 한다. 하지만 달라질 것도 없는데 국민을 속박하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필자는 정부가 소위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통제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현 방역 체제의 문제를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양쪽의 소리를 비교해서 나름대로 판단을 해보겠는데 그런 것이 없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그래서 직접 해보기로 했다.
필자가 택한 방법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코로나 사망자를 비교해 보는 일이다. 일본을 택한 이유는 코로나에 대한 대책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K-방역이라고 해서 최소한 초기에는 검사도 많이 했고 확진자의 이동 추적이나 격리를 많이 했다. 반면 일본은 아무 미온적 조치들만 취했다. 스웨덴과 비슷하게 국민 각자가 알아서 하는 정책을 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코로나 대책은 상당히 다르다. 그런데 두 나라 사람들의 체질은 매우 비슷하다. 아마도 세계에서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두 나라를 꼽으라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일 것이다. 게다가 2003년의 SARS 사스 사태를 겪었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그러니까 한국과 일본 사이에 코로나 피해에 차이가 있다면 코로나 대책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일본보다 코로나 피해가 작다면 그것은 K-방역의 효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료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이다. 그런데 확진자 숫자는 코로나 피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검사를 많이 하면 확진자도 많이 나오고, 검사를 덜 하면 확진자도 덜 나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사망자는 그런 왜곡의 가능성이 작다. 사망 전에 중증의 상태를 거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 검사를 한다. 그래서 코로나 사망자 숫자는 코로나 피해를 비교적 잘 반영하는 믿을만한 숫자이다.
통계 분석
9월 20일 현재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383명, 일본은 1,500명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3.9배, 거의 4배나 더 많이 사망했다. 일본 인구는 1억 2,600만 명, 한국 인구는 5,160만 명. 일본의 인구가 한국보다 2.5배 정도 많다는 것을 고려한다고 해도 일본의 인구대비 사망자 수는 한국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전혀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 사망자의 연령별 구조에 그 진실이 숨어 있다.
코로나 사망자는 대부분 고령자이다. [그림 1]은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의 연령별 분포이다. 한국은 초록색 막대, 일본은 빨간색 막대 그래프이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젊은 연령층에서는 사망자가 거의 없다. 60대부터 늘어나서 80대 이상에서는 엄청나게 많다.
양국의 사망자 연령대별 비율을 살펴봤다. 일본의 경우 80대 이상이 58.6% 70대가 26.4%, 60대가 9.9% 그래서 60세 이상을 합치면 94.9%이다. 일본은 코로나 사망자의 95%가 60세 이상이다. 환갑 이전의 인구는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거의 사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국도 비슷하다. 80세 이상이 51.6%, 70대가 31.2%, 60대가 11.1%. 이 셋을 합치면 93.9%이다. 즉 한국은 코로나 사망자의 94%가 60세 이상이다. 환갑 이전의 인구는 6%에 불과하다. 독자들에게 한가지 양해를 구할 것은 한국 자료는 9월 21일 것인데 일본 것은 9월 16일 자료라는 것이다. 그 이후의 일본 자료는 구하지 못해서 부득이 이렇게 했지만, 비율을 따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망자의 이 같은 연령대별 분포는 고령자가 많은 사회일수록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일본은 고령 인구가 많다. [그림 2] 그래프에서 보듯이 80세 이상 인구만 해도 한국은 200만 명인데 일본은 985만 명이다. 일본의 80세 이상 인구가 한국의 거의 5배에 달한다. 그러니까 사망자 숫자가 당연히 많다. 그래서 제대로 비교하려면 동일한 인구당 사망자 숫자가 어떤지를 봐야 한다. 100만 명당 사망자가 어떤지를 비교해 보겠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본은 80세 이상 인구가 985만 명인데 그중 사망자가 838명이다. 100만 명당 85.1명이다[그림 3]. 한국은 80세 이상 인구가 200만 명인데 사망자가 195명이다. 100만 명당 사망자가 97.5명이다[그림 3]. 외형적으로 보면 일본의 사망자가 훨씬 많아 보이는 이유는 80세 이상 인구가 한국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100만 명 당 사망자는 한국이 15%나 더 많다. 70대 사망자도 일본은 100만 명당 27.1명 사망인데 한국은 37.5명 사망이어서 한국이 38%나 더 많다. 50대 이하는 일본의 사망률이 더 높지만, 어차피 그 나이대에서는 사망자가 거의 없다.일본의 연령대별 코로나 사망률을 한국에 적용한 것이 [그림 4] 그래프의 회색 막대이다. 사망자 숫자가 80세 이상은 170명, 70대는 85명 60대는 41명일 때 일본과 같은 비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나라 사망자의 숫자는 80세 이상 195명, 70대는 118명, 60대는 42명이다. 합계로는 인구비례 추청치가 333명인데 실제의 한국 사망자 숫자는 378명이다. 양국의 인구 규모와 연령별 구조를 감안할 경우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 숫자가 일본보다 14%나 더 많은 것이다.
맺음말
이런 분석 결과는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의 효과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별 것 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코로나 피해가 더 작으니 말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사망률이 낮다. [그림 5] 그래프는 여러 나라의 100만 명당 코로나 사망자 숫자 추이다. 한국, 일본, 타이완, 싱가포르의 동아시아 국가와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서방 국가를 비교해서 보자.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에비해서 한국,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사망률이 비교도 안 되게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별다른 정책을 펴지 않은 일본을 고려했을 때 동아시아의 낮은 사망률을 정책을 잘 한 결과로 보기 힘들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봐야 한다. 만약 다른 어떤 요인에 의해서 코로나 사망률이 낮은 것이라면 전 국민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현재의 정책은 매우 불합리하다. 그보다는 고령의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kim.chungho@gmail.com>
글 | 김정호
김정호의 경제TV 대표이자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경제학박사와 법학박사를 받았으며 2018년까지 연세대학교 교수, 자유기업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기업의 탄생>, <기적의 한국경제 70년사> 등 20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