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신형 대국론의 망상, 문재인 종중(從中)의 귀결
2020-10-15
월드뷰 OCTO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1 |
글/ 조성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의 세기적 대결이 격화되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전장(戰場) 중심에 있다. 시진핑 중국의 도전과 도발, 미국의 응전과 중국 제압의 역학(力學)이 대한민국의 국가적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21세기 세계정치의 향배를 가를 미중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선택이 ‘전략적’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하고, 그 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19세기 영국과 러시아(독일)의 패권경쟁의 부적응 결과로 일제 식민지를 경험했고, 20세기 중반 해방과 함께 진주한 미국과 소련의 국제적 대결은 남북한 분단과 냉전을 구조화시켰다.
21세기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는 제3차 패권전쟁의 와류(渦流), 즉 국제질서 전환기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환상과 망상으로 신사대주의적 종중(從中) 정책에 몰입하고 있고, 야당과 언론, 지식인 등 한국 정치와 시민사회는 이에 대한 경각심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종중의 늪’에 빠져 미중 전쟁이 몰아붙이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휘말려버린 것이다.
시진핑 중국의 신중화주의적 중국몽(中國夢)의 추구,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제국주의적 팽창정책과 트럼프 미국의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와 인도·태평양 전략이 맞서고, ‘중국제조 2025’와 ‘차이나 디커플링(China Decoupling)’이 충돌하며,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첨단기술 그리고 금융 측면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에 더해 중국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병(팬데믹)의 창궐로 중국과 미국은 바이러스 세계대전에 돌입했고,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는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참모들은 중국(정부) 책임론을 적시하며 중국에 대한 응징을 11월 대선의 메인 어젠다로 올렸다.
1972년 저우언라이(周恩來)와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의 외교혁명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개선으로 40년 이상 지속된 미중 협조체제가 시진핑 중국과 더불어 깨어져 버렸다. 2012년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여 “광활한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이 같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시진핑의 이 발언은 1949년 맥아더(Douglas MacArthur) 제독이 “태평양은 앵글로-색슨족의 호수가 되었다”라고 선언한 ‘Pax-Americana’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은 2012년 부주석 자격으로, 그리고 2017년 주석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여 ‘신형 대국 관계’를 요구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패권의 변경과 중국 지분을 요구하였다.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했던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까지는 중국의 도전에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당선은 중국의 대미 도전에 결연하게 맞서서 도전자 중국을 제압하는 ‘현상변경’(Satus Quo Ante) 정책을 실행하게 했다. 미중 패권전쟁이 개시되었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결기 어린 해결 노력이 개시되었다. 북핵 문제와 남북한 관계는 미중 패권전쟁의 중심의제가 됨과 동시에 국제질서 변동의 핵심변수가 된 것이다. 한반도는 세계정치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이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의 발생은 미중 간의 세력경쟁을 부문별, 순차적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전격적인 패권과 문명의 전쟁으로 비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미중 간의 패권전쟁은 강대국의 이익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세계관과 문명적 가치, 정치 및 경제체제, 지역 질서와 사회적 삶의 가치와 행동에 대한 일대격전, 문명과 가치의 전쟁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20년 5월 21일,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범정부적 전략을 담은 보고서, ‘대중국 전략보고서’(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즉 신냉전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 미중 간의 신냉전은 첫째, 지전략적(geostrategic) 차원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제1도련선 포함)에 대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충돌, 둘째, 경제·기술의 차원에서 무역 및 첨단기술, 산업과 금융의 전쟁, 셋째, 우한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미중 전쟁의 격화와 포스트 코로나 세계질서의 재편, 넷째, 중국의 디지털 전체주의화에 대한 미국의 체제변경(자유화) 압력, 다섯째, 2016년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견인된 신세계 석유 질서의 구축과 관련하여 미국 주도의 신국제질서 구축 등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펜스(Mike Pence) 부통령의 허드슨 연구소 연설에서 자세히 언급되었듯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응징 선언은 단면적이 아니라 복합적이며, 인류 보편의 가치와 문명의 규범 준수를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중 전쟁은 단순한 이익과 힘을 겨루는 패권전쟁을 넘어 가치와 문명의 전쟁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20세기 인류사의 문명사적 특질을 이루었던 미국과 구소련 간의 동서냉전이 산업 문명의 이질적 쌍둥이 간의 체제전쟁과 ‘상호확증파괴’(MAD)에 근거한 ‘공포의 핵 균형’(Balance of Terror)이었다. 20세기 미소 간의 냉전은 이념과 체제, 진영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독립된 양극적 대립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은 미소 냉전과는 다른 차원의 구도와 경쟁패턴을 가진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미소 냉전이 상대적으로 독립된 두 진영의 대립이었다면,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양극적, 대칭적 대립보다는 문명적, 복합적, 비대칭적인 구도를 나타낸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은 상대적으로 큰 힘의 격차, 국제적 리더십의 차이로 인해 미소 냉전보다는 양극적 구조에서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장기간 지속하기보다는 미국의 중국 제압의 차원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한반도, 중국, 동북아 지역에서 그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중국과의 경제교류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생산네트워크가 일으키는 폐해를 인식, 탈중국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는 중국이 구가해 온 세계 공장의 지위를 급속도로 약화시킬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오고 있는 중국 디커플링 정책에 더해 ‘강도 높은 디커플링(hard decoupling)’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보복 사건을 계기로 이미 ‘차이나 플러스’ 정책을 전개해 오고 있다. 선진국의 중국 디커플링은 세계적 가치사슬에서 중국 일탈과 배제를 가속할 것이며, 그 대안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주의 국가 중심으로 새로운 생산네트워크와 미국이 주도하여 EPN(경제번영네트워크)이라는 문명과 번영의 경제블록 구축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신정보 문명을 여는 4차 산업(5G, AI, 반도체 등)에서 중국을 배제해 나갈 것인바, 중공(中共)이 중화패권주의와 디지털 전체주의를 포기하는 체제변경을 하지 않는 한 중국의 몰락은 필연적이다.
얼마 전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은 미중 화해시대를 개막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의 기념도서관에서 “닉슨 대통령은 언젠가 미국이 중국 공산당에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켰다고 탄식했었지만 실제로 그것이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 아마도 우리가 모두 공산주의라는 독버섯에 대해서 지나치게 순진했거나, 냉전에서의 승리에 지나치게 도취했거나, 자본주의에 대한 자만에 빠졌거나 아니면 중국이 전개하는 ‘평화굴기(平和屈起)’의 선전에 기만당한 것이 아닌지 검증이 필요합니다.”라고 연설했다. 미국의 대중 화해 정책의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3일 대선에 임하면서 ‘중국과의 절연’, ‘하나의 중국’ 원칙의 폐기, ‘중국의 반(反)인권 응징’,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주요 정책의제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 진영이 강경 반중공 정책을 선도했지만, 팬데믹 전화(戰禍)로 인한 미국 국민의 대중국 분노를 의식하여 바이든 진영도 강경한 반중 의제를 내걸지 않을 수 없게 한 것이다. 트럼프도 바이든도 ‘중국몽’을 깨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흉몽’(凶夢)으로, 신형대국의 패기는 ‘신형고립국가’의 패착으로 판명이 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고립과 위기는 북한 사교(邪敎) 전체주의의 종말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미국의 중공 응징의 압력은 북한 비핵화와 개연성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대한민국은 주사파 유사전체주의자들에 의해 장악되었다. 이들은 한미동맹을 형해화(形骸化)하여 나가는 반면에 북한 비핵화, 미중패권 전쟁을 둘러싼 국제질서의 소용돌이에서 종북 및 종중 정책으로 친(親)전체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자유 문명의 대오에서 이탈하여 비자유·반문명 전체주의 블록과의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 문재인 주사파 집단의 집권 3년은 주권자 국민에 대한 기만과 선동, 음모와 홍위병식 대중 동원, 불법과 몰염치한 폭정에 탐닉했다. 그들은 가치공동체의 영예가 아니라 부패공동체로 탐욕을 한껏 채웠다. 이것은 북한의 사교(邪敎) 전체주의, 시진핑의 디지털 전체주의를 닮았다. 문재인 정권의 사대·종중 정책은 매국·망국의 암운(暗雲)을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1948년 8월 15일 자유민주공화국 출범 이후 자유의 나침반으로 항행하여 번영의 바다에 이른 대한민국은 결코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하는 유사전체주의 정권의 폭정으로 망국에 이를 수 없다. 자유·진실·정의의 문명과 노예·기만·폭정의 반문명 간의 승패는 정해져 있다. 우리가 비록 거짓 세력의 기만과 폭정으로 질식 지경에 처했지만, 결코 여기에 굴복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지난 8월 15일 정교모(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 제3차 시국 선언서 7항을 재독하며 우리는 자유 시민 자유대한민국의 수복과 신문명에의 합류를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파와 586 NL 주사파의 연합정권이, 국내적으로 반(反)자유대한민국 종북(從北)·종중(從中) 정책을 통하여 대외적으로 북한 세습 전체주의 및 중국 디지털 전체주의 반동과 결합함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중국·북한·한국의 전체주의 삼각체제 구축을 도모하려는 것을 고발한다. 최근 미국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전체주의 도발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로 규정했듯이, 문재인 정권의 친(親) 전체주의 정책은 안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밖으로는 미국과의 가치동맹을 허물려는 ‘역사적 범죄’임을 경고한다. 호혜적 주권, 보편적 인권, 자유 시장을 재정비한 21세기 신문명 국가들은 디지털 전체주의 중국의 패권적 도발을 물리칠 것이며, 우리 또한 결코 반동적인 친전체주의 행로로써 반문명적 야만·암흑의 노예사회로 전락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21세기 신문명 세계의 일원으로 ‘문명의 최전선’을 지켜내고 ‘자유의 파도’가 되어 북한을 해방하고 중국공산당의 패권주의를 붕괴시켜 ‘동아시아 자유화’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77shjo@hanmail.net>
글 | 조성환
서울대학교, 동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 공동대표로 자유 지식인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