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화되는 미중 충돌 상황 속에 한국의 대응은?
2020-10-01
월드뷰 10 OCTO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
글/ 김승욱(발행인, 중앙대 명예교수)
냉전 시대인 1979년에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했습니다.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지난 약 40여 년 동안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저렴한 물건을 구매했고, 중국은 그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1964~) 교수는 이를 ‘차이메리카(CHIMERICA = CHINA + AMERICA)’라고 불렀습니다. 한때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고, 일본의 엔화와 독일의 마르크화가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치를 잠식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구소련 붕괴와 통독 이후 독일의 성장이 주춤하고,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미국 홀로 세계 패권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선 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위상에는 금이 가고, 시진핑 지도하에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중국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채택해서 자유무역 체제에 편승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중국의 시진핑은 2013년에 주석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중국몽(中国梦) 실현을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자유무역시험구 등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결국 대국굴기를 꿈꾸는 것이고, 이것은 미국의 이익과 위배되어 미중 충돌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독립하려는 티벳이나 신장 위그루 자치구의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강제노동, 강제 집단 구금, 생체정보 무단 수집, 유전자 분석 등 인권을 짓밟고 있습니다. 파룬궁이 사교라고 탄압했고 장기 적출의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구글, 위키백과, 유튜브, 네이버, 다음 어느 것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냉전 시대의 베를린 장벽 같은 네트워크 방화벽이 중국에 처져 있습니다. 이 방화벽은 새로운 무역장벽이라고 미국이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홍콩의 특별 대우를 취소하고 국가보안법을 시행해 범죄자를 본국으로 소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 판다와 용입니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중산층이 확대되고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마치 덩치는 크지만 온순한 판다와 비슷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계에서 두 번째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은 점점 무서운 용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 그리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호소하며, 자국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책들을 실행했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을 내보내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중국에는 환율조작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무역흑자(2017년 기준)가 미국 총 무역적자의 63%나 된다는 점을 문제 삼아 중국을 압박하면서, 2018년 7월에 수입품 700종에 대해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이 반발하면서 보복관세 25%를 부과했고, 미국은 또 추가로 6천여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미중 협상이 진행되면서 무역갈등이 봉합되는가 싶었는데, 올해에는 화웨이가 기술탈취를 한다고 하여 기술패권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화웨이의 글로벌 이동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은 28%(2018년 기준)로 세계 1위입니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와 같이 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해서 미국이 위기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에 미국은 세계 생산기지로서의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휴스톤의 중국총영사관을 폐쇄했고, 중국은 청두의 미 총영사관을 폐쇄하면서 맞불을 놓았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영해권을 전면부정하고, 미중 간에는 대만을 둘러싸고 전쟁의 가능성까지도 예측되는 상황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미 미국은 중국 정부나 공산당이 운영하는 매체들에 제재를 가했고, 이에 중국은 뉴욕타임즈(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기자들을 추방했습니다. 미국은 중국 국민과 중국 공산당을 분리시키기 위해서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고, 중국 기술기업의 핵심 간부들의 비자 제한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공산당원에 대해서 금융제재, 미 영주권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합니다. 중국 공산당이 해외의 가족에게 빼돌린 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규모라고 합니다. 중국의 권력 상위 200인의 평균 자산은 1인당 1조 6천억 원에 달하며, 시진핑 자신의 해외 자산도 막대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금융제재까지 가세하면, 미중 충돌은 정말 ‘신(新)냉전’ 시대로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금 상황을 구한말 한반도 상황에 버금가는 격랑이 한반도 주변에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구한말에 일본은 당시 패권 국가인 영국 그리고 강대국으로 발전하고 있는 미국과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국제정세에 눈이 어두웠던 조선왕조는 청나라와 러시아를 의지하려고 하다가 나라를 잃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우리나라 무역 규모 면에서 중국과 미국은 1위와 2위를 차지합니다. 안보적으로 한미일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중국이 한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적대관계를 가져선 안 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마늘 분쟁을 겪었고, 사드 보복도 당했습니다. 중국은 아직도 한한령(限韓令)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미국의 국방장관이 한미일 3국의 국방장관 회담을 요청했지만, 한국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특집 칼럼
이런 미중 충돌에 대한 두 분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경제 및 무역 측면은 청와대 경제수석보좌관과 한국무역협회장을 역임한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장을 모시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리고 안보, 군사, 국제정치적 측면은 이춘근 박사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어 특집 칼럼에서는 중국과 관련된 여섯 편이 실렸습니다. 화웨이의 정보 및 기술탈취 문제에 대해서 서울대 김상배(외교정치학부) 교수의 글을 실었고, 계명대 이지용 교수가 일대일로의 문제점에 대해서 칼럼을 주었습니다. 인천대 임방순 교수는 남중국해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으며, 공자학원 조사 시민모임(CICI)의 이은지 공동대표는 공자학원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설명했습니다. 이화여대 최원목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책임론의 가능성에 대해서 글을 주었습니다. 지금 대만을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조평세 박사는 투키디데스가 말한 ‘분쟁의 세 가지 원인’, 즉 ‘공포(fear)’와 ‘명예(honor)’ 그리고 ‘이익(interest)’의 관점에서 시진핑을 분석했습니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세 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먼저 홍지수 작가는 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반중 연대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경희대 서정건 교수는 11월 3일에 있을 미 대선 결과가 미중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글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세 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유현석 교수는 지금 현재 미중 충돌이 경쟁과 협력의 양면성을 갖는 단계는 넘어섰고 이제 신냉전이 시작되었다고 보면서, 건강한 한미 관계가 곧 건강한 한중 관계임을 강조했습니다. 경기대 조성환 교수는 시진핑의 신형 대국론의 망상 때문에 이러한 갈등이 시작되었음을 강조하면서, 현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유사전체주의로 규정하고 정부의 종북(從北)·종중(從中) 정책에 대한 반대를 분명하게 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경과 신학적 입장에서 국제관계를 어떻게 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통일교육문화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 고신대 이성구 교수로부터 견해를 들었습니다.
맺음말
스티븐 비건(Stephen E. Biegun) 미 국무부 부장관이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일명 ‘쿼드(Quad·4각 협력체)’를 공식 국제기구로 만들 뜻을 밝혔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엔 사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강력한 다자 구조가 없으므로 이러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하면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폼페이오(Michael Pompeo) 미 국무장관은 ‘쿼드 플러스(Quad Plus)’를 언급하면서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도 이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따라서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선택하는 방식이 이제는 안 통할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는 “결미화중(結美和中)”, 즉 미국과는 결속하고, 중국과는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다시 사드 보복 같은 것을 당하면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중국의 보복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중국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일본과 인도와 공동 전선이 필요합니다.
미중 갈등을 체제전쟁으로 본다면, 공산전체주의 대 자유민주주의의 충돌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 세계관에 더 부합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므로 어느 쪽에 속해야 하는지는 명백합니다. 중국은 공산당에 반대하는 세력을 탄압하기 위하여 세계 1위의 안면인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즉 안면인식 카메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국가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여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감시사회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공안은 얼굴인식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쓰고 중요 범죄자를 색출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기독교 탄압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중국에서 기독교 인구 비율이 높은 허난성에서는 교회 4000곳에서 십자가가 철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최근 코로나19가 잦아들자, 다시 교회 단속과 십자가 철거를 시작해 안후이 동부의 250개 이상의 삼자교회에서 십자가가 제거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메리 크리스마스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한 조치와 너무 대비가 됩니다. 선택 기로의 한국이 어느 편에 서야하는지에 대해서는 기독교의 입장은 너무 분명합니다.
다만 글로벌주의(globalism)와 국가주의(nationalism) 중에 어느 것이 더 성경적 가치에 부합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1990년대 냉전이 종식되고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의 확산과 대내적으로는 규제 완화와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였습니다. 좌파는 이를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비교우위에 따라 생산하고 자유롭게 교환하여 양국 모두에게 이득을 준다는 면에서 자유무역주의는 환영을 받았고 세계의 국경은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노동 이동을 막으면서 농민공 같은 노동착취가 발생했습니다.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일당독재 전체주의 국가를 유지하면서 국제적으로는 자본을 끌어들이고 자신의 값싼 노동력을 세계에 수출하면서 세계화 현상을 이용하였습니다.
한편 유럽 국가들에 들어온 이슬람 노동자들은 문화적으로 충격을 주었습니다. 기독교 전통을 가진 서구 국가들은 이슬람 난민에 대해서도 포용적인 자세로 관용을 베풀었지만, 유럽에 들어온 이슬람교도들은 유럽 사회에 동화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글로벌리스트”라고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주의 대 사회주의와 같은 관점으로 내셔널리즘 대 글로벌리즘을 대비해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마치 각 개인이 소중한 인격체로서 자주적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될 때 그 사회가 튼튼해지듯이, 각 국가가 각자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을 가지고 국제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국경이 없어지고 각국의 문화가 유지되지 않는 세계질서는 부작용이 크다는 견해입니다. 즉, 각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과도한 이민을 받아서 문화적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문제도 많고 성경적이지도 않습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자유무역 체제가 바람직하지만, 지금 중국처럼 국내의 노동력을 통제하고 특정 기업을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경쟁력을 키워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게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무역질서인지 분별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은 공정무역을 강조하는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특집이 미중 충돌의 의미와 한국의 선택에 관한 이해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