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가 된 교회 그리고 저작권의 벽

월드뷰 07 JULY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4

글/ 박종오(리틀송뮤직 주식회사 대표)

COVID-19 팬데믹은 한국교회에 큰 혼란을 주었고, 한국교회는 황급히 IT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것이 교회 성장에 유익할 수도 있지만, 이것 때문에 한국교회가 범죄자 집단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두 번째 시각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강두영, [IT 기술과 복음] 코디네이터
FMnC 선교회 고문

저작권의 의미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만든 자 및 인접한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다. 저작권법에서 창작물을 “저작물”이라 하며, 저작물을 만든 자를 “저작자”라고 한다. 저작권법은 헌법 제22조 2항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라는 규정과 헌법 제23조 2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기초로 하고 있다. 즉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하여 창작 활동을 더욱 촉진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저작물을 활용한 또 다른 지식적 성과를 이루기 위한 공공의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저작권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그 보호 대상과 권리의 종류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전송이 가능한 Web 3.0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작권은 “콘텐츠”라는 저작물의 새로운 개념과 함께 더욱 다양해진 보호 대상과 권리의 복잡성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미디어 시장의 변화

2019년, 국내 최대인 KOBA(국제방송 음향 조명기기 전시회)는 기존의 전문가 위주의 방송음향에서, 1인 미디어를 위한 방송음향으로 점점 그 방향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해당 분야가 급성장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주류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이미 시장에 도구와 인프라가 갖추어졌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이하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보편화하였으며, 창작자들에게 적지 않은 수익을 보장하는 플랫폼들이 성장을 가속 시켰다. 이용자 수와 이용 시간을 보면, 이제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가 기존의 매체를 밀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이미 광고와 홍보는 효율이 좋은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로 이동하게 되었고, 이것이 알려지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관공서, 공공기관, 정치인, 방송국, 일반 회사 등등 모든 분야가 1인 미디어 즉 크리에이터화(化)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와 온라인 예배

1인 미디어 산업과 크리에이터가 넘쳐나는 사회 현상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교회는 이것을 남의 일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로 인해 전국의 모든 교회가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여, 온라인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교회는 미디어와 더욱 가깝게 되었다. 목회데이터 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교회 출석자 중 57%가 온라인 예배를 드렸고, 이 중 80%가 온라인 예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온맘닷컴 설문 조사에서는, 앞으로 온라인 예배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대답이 80%나 되었다. CSI 브리지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교회학교를 운영한 교회가 69%나 되었다. 물론 교회에서는 이전부터 선교나 설교 영상 제공을 위해 각종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과거에 미디어 플랫폼의 활용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였기 때문에, 교회사역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크리에이터가 된 교회

현장 예배 즉 오프라인을 중시하던 교회는 ‘유튜브’ 등의 라이브 방송 플랫폼, 온라인으로의 변화를 강제당했고, 각 교회의 교육부서는 ‘네이버 밴드’ 등으로 온라인 교회학교 수업을 진행하며, 교회의 소그룹 모임은 ‘ZOOM’ 등을 이용한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로 모임을 하게 되었다. 또한, 비대면 교역자 회의를 위해, 온라인 업무용 메신저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유튜브의 ‘슈퍼 챗’이나 ‘카카오페이’ 등을 활용한 온라인 헌금 방법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도 했다. 교회의 크기 및 교단과 상관없이 목회자와 교사, 성도들이 콘텐츠를 제작하여 방송하는 온라인 1인 미디어 시대, 즉 교회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를 살게 된 것이다. 의도하지 않게, 이는 현실로 다가왔고,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미디어 금식, 미디어 양식

실제로 교회 내부에서는, 미디어 과다 사용에 대한 큰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다. ‘미디어 금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성도들이 말씀보다 미디어에 더 빠져 있는 것을 걱정했다. 더욱 빨라지고, 접근이 쉬워진 미디어의 홍수 속에, 행여나 교회 공동체가 온라인으로 눈길을 뺏기게 되어, 이제는 오프라인 모임을 피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미디어 플랫폼과 수많은 미디어 기기들은, 영적인 생활을 방해하는 도구로만 인식되고 있었으며, 그 역시도 복음을 전하는 중요한 소통의 도구라는 인식이 부족했다. 교회는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며, 이것을 활용한 사역의 방향과 목적 자체를 설정하지 않았다. 미디어를 통한 선교와 영혼 구원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와 인식의 결여는, 결국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해서 활용할지에 대한 시도를 할 수 없게 만들었으며, 여러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해야만 한다. 단순히 외쳐왔던 ‘미디어 금식’에서 ‘미디어 양식’으로의 사고 변환, 즉 단순한 도구가 아닌 새로운 복음의 가치를 담아내는 양식(좋은 음식)으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새로운 선교지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를 잘 활용한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SNS) 안에서, 소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복음의 정수가 잘 담긴 질 좋은 미디어 양식이 가진 엄청난 파급력과 전달력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또한, 세상의 콘텐츠와 이단의 콘텐츠로 가득한 미디어의 세계에 하나님의 통치와 역사를 이루는 새로운 역사적 사명을 갖게 될 것이다.

저작권이라는 벽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라는 땅에, 선교를 시작해보기도 전에, 우리는 저작권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미 1인 미디어 시장과 크리에이터들은 저작권에 대한 이슈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교회가 느끼는 저작권의 벽이 더욱 높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사건도 있었다. 단적인 예로, 복음 전파의 공익을 추구하는 찬송가 공회가 유튜브에서 예배를 방송하는 교회에 찬송가 저작권료를 징수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많은 목회자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예배는 종합 예술로 보아야 하므로, 훌륭한 예배를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려면, 다양한 예술적 창작물을 활용해야 한다. 거기에 영상미를 위한 배경음악, 모션그래픽, 폰트, 이미지, 효과음 등등 수많은 요소가 예배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흔히 재료 콘텐츠라 하는데,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자료적 성격을 가진 콘텐츠를 말한다. 상상해보면 한 번의 예배에 얼마나 많은 저작물이 사용되는지 이루 다 셀 수조차 없다.

유튜브 방송과 저작권 침해

이전에 교회에서 저작권 침해로 발생하는 문제는, 비영리 기관이라는 점에 의해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로 여겨졌기 때문에, 불법복제의 문제 외에 큰 저작권 이슈는 없었다. 그리고 저작권은 친고죄에 해당한다. 한국교회 정서상 창작물이 복음 전파를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사유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친고죄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는 얘기가 다를 수 있다. 교회들이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면 활용할수록, 저작권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바뀌게 된다. 교회에서 행해지는 예배는 교회 안의 공동체에만 전달되지만,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순간, 예배에 활용된 모든 저작물이 전 세계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저작권 침해는 교회 안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의 송사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유튜브에서 라이브로 예배를 방송할 경우, 저작권 문제가 있는 찬양, 이미지, 동영상 등을 이용한다면, 몇 번의 경고 끝에 라이브 방송이 중단되기도 한다. 결국,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튜브라는 세상에서 선교는 고사하고, 집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자유마저도 박탈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는, 플랫폼마다 앞으로 더욱 민감하게 다뤄질 것이다. 또한, 권리자가 교회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자라면, 저작권 침해 행위로 송사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미디어 플랫폼들은, 글로벌 플랫폼이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국제 기준에 따라, 혹은 각 나라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거기에 정부에서도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단속을 더 강화하는 분위기이다. 한동안 폰트 때문에 수많은 내용증명을 받아왔던 교회들이, 이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일들을 적지 않게 겪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세상보다 도덕적으로 더 깨끗해야 할 교회가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면, 과연 세상 사람들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하는 문제이다.

저작권 문제의 해결방안, 재료 콘텐츠

이런 일을 경험한 많은 교회 관계자들이 저작권 해결 방법을 문의한다. 보통 무료라고 적힌 콘텐츠를 다운로드하지만, 그것들이 향후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있다. 수많은 권리자와 상당한 이용허락 계약을 맺어야, 교회에서 저작권 문제에 대해, 안심하고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다. 만약 비용을 지급할 수 없는 교회라면, 저작권을 피할만한 콘텐츠를 찾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저작권에 대한 인식개선, 저작권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 저작권 계약의 처리 등등 수많은 내용이,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 교육되고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많은 기관이 연구하고 협력하여,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재료 콘텐츠를 개발해서, 개교회에 보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ccm_man@hanmail.net>

글 | 박종오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졸업했고 리틀송뮤직 주식회사 대표이다. 미디어 저작권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