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아내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2020-06-24 0 By worldview

월드뷰 06 JUNE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3


글/ 오광일(월드뷰 미디어팀장)


가정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처음으로 만들어 주신 기관(조직)으로 인류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정의 존재는 인류가 역사를 이끌어 가는데,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핵심적인 기관이다. 성경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한 몸을 이루는 것이 결혼이며, 두 사람의 사랑의 결과인 생명의 열매들로 이뤄지는 게, 가정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정을 이루는 것만이, 정상적 기능을 하는 결혼이라고 말하면, 소위 인권론자들에 무차별 공격을 받는 이 세대를 보면서, 이번 칼럼에서는 특별히 남편이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특별히 “아빠의 약속” 운동의 주인공인 30~40대 젊은 아빠들에게 이 생각을 나누고 싶다.


1. 떠남과 연합(leave and cleave)의 원리: 아내와 온전히 연합하라


성경에서 처음으로 아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창세기 2장 24절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자기 아내와 연합하여 그들이 한 육체가 될지니라.” 이 구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남자가 부모를 떠나(leave) 자기 아내와 연합(cleave unto his wife)’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선언이다. 젊은 크리스천 부부는 보통 이 말씀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된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이 결혼이라고 적용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더 실제적인 부분이 있다. 잘 지내던 부부가 크게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남편이든 아내든 각자의 부모님, 친가, 외가의 가족들 일이 겹칠 때 우선순위를 바르게 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혼 후 남편이든 아내든 각자의 부모님을 챙기고 효자, 효녀의 역할을 하는 게 잘못하는 것이라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여기서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일의 우선순위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로 부부 갈등이 생기는데, 그러한 일들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남자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지’ 못한 데에 있다. ‘남자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난다.’라는 의미는, 단순히 경제적이거나 정신적인 독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말의 실질적인 의미는 남자가 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해서 가정을 꾸렸다면, 이제 그 가정이 이전에 각자의 가정들보다, 최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전의 가족들이 다소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남자는 새롭게 꾸려진 가정과 자기 아내를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부부 사이가 온전히 연합되지 못한다. 남편들이 지켜야 하는 첫 번째 원칙, 부모를 온전히 떠나고, 자기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2. 성경이 남편들에게 하는 말씀


성경은 남편들이 아내를 사랑할 때,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말씀하고 있다. 특별히 신약성경에서 직접 남편들을 대상으로 말씀하신 구절은 다음과 같다.

“남편들아, 너희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사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신 것 같이하라(엡 5:24).”

“남편들아, 너희 아내를 사랑하고 모질게 대하지 말라(골 3:19).”

“남편들아, 이와 같이 너희도 지식에 따라 그들과 동거하고 아내를 더 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함께 상속받을 자로 여기고 존중하라. 그리하여야 너희 기도가 방해를 받지 아니하리라(벧전 3:7).”

이 말씀들을 요약해 보면, 남편은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말고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사,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신 것 같이, 사랑할 것을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아내는 더 약한 그릇이고, 생명의 은혜를 함께 상속받을 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내를 약한 그릇이라고 했을 때, 그녀가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영적으로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육체적인 면에서 보통 남자보다는 여자가 약한 측면을 말하는 것이다. 또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도 하고 있는데, 이는 남자에게는 육체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모질게 대하는 죄 된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편은 반드시 아내를 귀중한 보석과 같이 소중하고, 아름다우며 연약한 그릇으로 대해야 한다.


3.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베푼 사랑처럼 아내를 사랑하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젊은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리고 결혼이라는 집을 짓는 데는, 마음의 개방, 공감, 이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한 몸을 이룬 부부는 마음속 깊은 곳의 생각들을 나눌 수 있어야 하고, 또 그 생각들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비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옳고 그름의 문제라던가 냉철하게 투자를 결정하는 문제는 예외이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는 인간의 공허함 속에 나오는 수많은 생각, 감정들을 말하는 것이다. 때론 그 내용이 이성적인 것을 추구하는 남자가 듣기에 형편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도, 아내의 마음속 이야기를 비판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받아주는 남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내와 친밀해질 수 있다. 아내의 사고방식을 남편은 용납해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아내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그리스도의 강권적인 사랑을 입은 자로서,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내 아내를, 내 몸처럼 사랑하기를 주님께서 원하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때, 알게 되는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것은 내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로 나아갈 때, 그분께서 나를 행위와 관계없이, 나의 어떠함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 주신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당당히 제시하셨다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그리스도께서 나에게 주신 무조건적인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안다면, 남편들은 바로 그 사랑을 아내에게 베풀어야 한다.


4. 아내 사랑의 첫걸음은 그녀를 아는 것부터


자, 그러면 남편이 아내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구원받은 자로서, 이제 주님을 바르게 섬기고 사랑하려면, 먼저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처럼, 남편은 반드시 아내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필자를 비롯해 많은 남편이 각자 자신의 아내에 대해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음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면서 과연 나는 아내를 아는 사람인지 점검해 볼 수 있다.

1) 현재 내 아내의 가장 큰 관심 사항은 무엇인가?

2) 현재 내 아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3) 내 아내가 이루고 싶어 하는 꿈은 무엇인가?

4) 내 아내의 가장 큰 슬픔과 아픔이 있다면 무엇인가?

5) 내 아내에 대해 알지 못해, 알고 싶은 새로운 영역은 무엇인가?

위 질문에 어느 정도나 대답을 할 수 있는가? 결혼한 부부가 함께 살면서도,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게 놀랍다. 서로에 대한 무지함, 더 나아가 무관심은 인간관계 특히 결혼 관계에 위험한 요소이다. 서로에 대한 무지함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술 접대문화, 과도한 업무량, 일부 잘못된 가부장적인 관습 등이 원인이었다면, 현대에 들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원인은 바로 기술의 발달이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 컴퓨터, 미디어 매체들의 발달로 인해, 남편들의 시간이 미디어에 많이 빼앗기고 있다. 유튜브나 SNS를 하면서 보내는 것을 아내와의 대화보다 편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때론 아내와 결혼생활이 오래되어가다 보니,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5. 남편의 기도가 아내와 가정을 살린다


대화가 없는 부부들, 혹은 대화는 하지만, 뭔가 영적으로 유익하지 않은 대화만 오가는 부부들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의 기도 생활이 온전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다양한 대화의 기술을 선보이고, 실천해 볼 것을 말하지만, 크리스천 부부에게는 모두 미봉책에 불과한 공허한 메아리인 경우가 많다. 크리스천 부부들은 남편과 아내가 함께 기도의 시간을 정해서, 기도를 먼저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매일의 삶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기도이다. 많은 가정이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사실 기도 생활이 되지 않아, 가정이 실패하고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남편과 아내가 먼저, 각자 개인적인 기도시간을 매일 갖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시간(family devotion)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삭막했던 가정의 온도가 바뀌고, 아내와의 대화가 특별한 기술 없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남편은 가정에서 온도조절장치(thermostat)가 되어야 한다. 집안의 분위기, 가족들의 감정 기류뿐 아니라 영적인 온도까지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아내는 종종 온도계(thermometer) 역할을 해서, 남편이 현재 집안 온도가 어떤지 알도록, 그래서 뭔가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이 가정에서, 하나님을 존중히 여기는 삶을 사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남편의 기도 그리고 부부의 기도, 더 나아가 온 가족의 기도(family devotion)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가정 기도의 중심축을 아내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성경적으로 보면, 남편이 기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게 맞다. 그동안 하지 않고 아내에게 미뤘던 분들은, 이번을 계기로 변화하기를 촉구한다. 남편이 변하면 가정이 변한다. 당신은 아내를 진실로 사랑하는 남편인가? 그렇다면 기도의 사람으로 오늘부터 변화하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도 않게 되고, 아내를 연약한 그릇으로 여기며 존중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신 것처럼, 아내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불꽃 같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바른 남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josephoh1611@gmail.com>


글 | 오광일

성균관대학교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교육, 출판업으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월드뷰>에서 미디어팀장을 맡고 있으며 인천 사랑침례교회에서 중·고등부 설교 사역을 통해 청소년들의 믿음을 세워주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