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개혁이 교육 개혁의 출발점이다

교육감 선거 개혁이 교육 개혁의 출발점이다

2020-04-09 0 By worldview

월드뷰 04 APRIL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글/ 송기창(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들어가며


교육을 고등 교육과 보통 교육으로 구분할 때, 고등 교육은 대학 자치의 틀에서, 보통 교육은 지방 교육 자치의 틀에서 이루어진다. 지방 교육 자치는 보통 교육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하는 기본 틀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지방 교육 자치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지방 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지방 교육을 국가와 일반 지방 자치단체로부터 분리·독립된 지방 교육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지방 교육 자치제는 1952년부터 1961년까지 시행된 적이 있으나 5.16 군사정변 이후 30여 년간 중단되었다가 1991년에 부활하였다. 지방 교육 자치단체는 심의·의결 기관으로 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집행 기관으로 교육감을 설치하여 발족되었다. 교육위원회의 성격은 지방의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독립형 의결 기관, 위임형 의결 기관, 심의 기관, 자문 기관으로 구분할 수 있고, 교육감의 지위는 교육위원회와의 관계에 따라 독임제 집행 기관과 합의제 집행 기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91년에 도입된 지방 교육 자치제는 위임형 의결 기관으로 교육위원회를, 독임제 집행 기관으로 교육감을 설치하는 구조였다. 교육 위원은 시·도의회에서 선출하고, 교육감은 교육위원회가 선출하는 방식이었으나, 시·도의회에서 교육 위원을 선출하는 과정과 교육 위원회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학교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교육 위원과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가 2007년부터 교육 위원과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14년부터는 교육 위원 주민 직선제가 폐지되어 별도의 교육위원회가 없어지고 시·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교육감 주민 직선제의 도입 취지와 역기능


지방 교육 자치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일반 지방 자치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지방 행정의 종합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지방 교육 자치와 지방 자치의 통합을 주장했고, 지방 교육 행정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지방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의 분리를 주장했다. 두 집단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교육 위원회 또는 교육감 선거인단에 의해 간접 선거로 선출되는 교육감의 주민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교육계가 교육감의 주민 직선을 요구하였고, 교육 위원회를 시·도 교육 상임 위원회(주민 직선의 일반 시·도의원과 주민 직선의 교육 의원으로 구성)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제도를 2007년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교육감 주민 직선제는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교육감을 별도로 두어야 하는 논리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있다면,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할 경우,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3년 이상의 교육 경력 또는 교육 행정 경력을 가져야 한다는 교육감 후보자의 자격 요건이 보통선거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은 교육감의 존재 의의가 교육의 전문성 확보에 있다는 논리로 대응했으나, 교육 경력·교육 행정 경력 3년으로 교육의 전문성이 보장될 수 있느냐는 비판에 대하여는 답변이 궁색했다. 주민들이 교육감을 직접 선출하는 선거는 고도의 정치 행위로, 주민직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하는 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었고, 후보 등록일 기준으로 과거 1년간 정당원이 아니어야 한다는 자격 조건에 대해서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감 주민 직선제는 근본적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는 실제 현실로 나타났다. 교육감 선출 과정에서 교육 전문성보다 사회적 지명도가 중시되었고, 지역주민의 교육 전문성 판단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교육감의 관심사가 교육이 아니라 지지표 확보에 집중되었고, 교육감 선거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문제도 드러났다.


교육감 선거제도에 따른 교육 정책의 이념화 문제


정당은 교육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다. 정당의 대표자·간부 및 유급 사무직원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그 밖의 당원은 소속 정당의 명칭을 밝히거나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거 관여 행위를 할 수 없고, 후보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받고 있음을 표방(당원 경력의 표시를 포함한다)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 정책의 이념화, 즉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다.

현행 교육감 선출 제도는 교육 현장의 이념 투쟁장화를 초래하고 있고,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교육 정책의 빈번한 수정과 폐지로 교육의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중간인 교육감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고 오히려 극단적 정책을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민의가 왜곡되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즉 교육감들이 정치적 이념에 따라 편향된 교육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감이 정책 집행 과정에서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고, 교육부나 시·도지사와 갈등을 빚는 것은 교육감을 견제하는 장치가 없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교육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된 교육위원회가 있어서 교육감의 정책을 한번 걸러주는 기능을 하였지만, 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교육 위원회가 폐지되고, 정치인으로 구성된 현재의 시·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교육감의 정책을 전문적으로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시·도의회의 경우에는 진보 교육감의 정책을 견제하기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가 되어야 하지만, 교육감 주민 직선의 여파로 교육 현장은 정치이념 투쟁의 장으로 변모하여 백년대계를 수립하기보다 다음 선거에 대비하여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무상복지에 확대에 머무르고 있다. 현행 교육감 주민 직선제가 바뀌지 않는 한 포퓰리즘적 교육 복지 정책이 만연할 수밖에 없고, 진영 논리에 입각한 편협한 교육정책 추진으로 교육 현장이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모되어 있어서, 교육 개혁을 통한 미래 대비는 불가능하고,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 개혁은 교육감 선거 제도의 개혁으로부터


교육감의 존재 의의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있다면, 이 세 가지 가치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제도를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감 주민 직선제는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가치인 주민 대표성, 즉 민주성의 가치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대안을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주민 대표성은 지방 교육 자치를 지방 자치의 일환으로 보고 적용한 가치로, 전문성 가치와 직접적으로 충돌한다. 전문성을 갖춘 후보자를 식별하는 안목을 갖추지 못한 지역 주민들이 교육감을 선출하면 주민 대표성은 만족시킬 수 있으나, 교육 전문성을 갖춘 교육감을 선출하기는 쉽지 않다.

주민 대표성을 포기하고, 교육 전문성 가치에 집중한다면 어느 정도 교육감 선거 제도 개혁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도입 당시에, 교육감 주민 직선제는 교육위원회 제도와 짝을 이루는 제도였다. 그런데 도중에 교육위원회가 폐지됨으로써 교육감 주민 직선제의 폐해가 증폭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교육위원회 부활 없이 교육감 선거 제도의 문제를 일부 개선하는 것은 근본적인 개선책이 아니다. 시·도지사로부터 분리된 교육감을 별도로 두는 이유가 교육의 전문성 확보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있다면, 교육계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약화시키는 제도로 인식하고 있는 교육감 임명제, 교육감 정당 공천제 또는 정당 표방제, 러닝메이트제, 공동 등록제 등도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

구약 성경에 보면, 모세가 백성들의 재판을 담당하는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을 뽑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직접 선거하도록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무리 중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을 모세가 직접 택하였다(출 18:25). 전문성 갖춘 인사는 지역 주민들의 직접 선거로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감을 지역 주민이 직접 선거하여 선출하는 방식을 포기하면, 즉 주민 대표성을 포기하면 교육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교육감으로 선출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교육감 직선제를 개혁하기 전에 먼저 교육위원회가 부활되어야 한다. 교육위원회의 부활을 전제로 교육감 직선제 개선안 모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 교육감이 집행 기관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감 견제 장치인 교육위원회가 부활되어야 한다. 교육감의 주민 대표성을 낮추는 대신에 교육 위원의 주민 대표성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종전의 교육 의원 선거구를 원용하여 동시 지방 선거를 통하여 주민 직선으로 교육 위원을 선출하되, 종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교육위원회를 위임형 의결 기관이나 지방 의회 상임 위원회가 아닌 합의제 집행 기관으로 성격을 전환하는 것이다.

합의제 집행 기관이므로 교육 위원의 자격은 교육 및 교육 행정 경력자로 한정하되, 교육 및 교육 행정 경력은 유·초·중등 교육 및 교육 행정 경력만을 인정하며, 최소 경력 연수는 적어도 10년으로 설정하여 교육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최근 1년 이상 정당 경력자는 당연히 배제해야 할 것이다. 합의제 집행 기관으로서의 교육위원회를 주민 직선으로 구성한다고 전제하면, 교육감 선출 방법은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다.

교육감 선출의 최선책으로는 교육위원회가 교육 위원 중에서 교육감을 선임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며, 차선책으로는 교육감 선거인단(종래의 학운위원 대표로 구성하되, 학부모 대표와 교원 대표를 각각 선임하여 종전 학운위 대표 선거인단보다 선거인 수를 2배로 증원)이 교육 위원 중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안이고, 차차선책으로는 시·도의회가 교육 위원 중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교육감의 정치적 행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고, 포퓰리즘의 유혹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 특정 정치 이념을 대표하는 인사가 교육감으로 선출된다 할지라도 합의제 집행 기관으로서의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의 정치적 행보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더 크게 확보할 수 있다.

교육 위원 간선에 의한 교육감 선출은 교육 위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종전에 시·도의회가 간선으로 교육 위원을 선출하던 경우와 달리 시·도의원들의 정치적 관여를 배제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고, 교육 위원 중에서 교육감을 선출하지만, 교육위원회가 합의제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교육 전문가인 교육 위원들이 교육감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어서 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합의제 집행기관으로서의 교육위원회가 시·도의회의 기능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에 종전과 달리 시·도의회와의 갈등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가며


교육감 선거 제도의 개혁은 교육 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교육감 선거 제도가 개혁된다고 하여 교육 개혁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 개혁이 가능한 틀을 마련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어떤 방식의 선거를 설계하든, 선거는 교육감의 교육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교육 전문성을 판단하는 능력과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사나 위원회가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교육감을 발굴하여 임명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결국, 우리는 차선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답답함이 있다.

진영 논리를 앞세워 이념 편향적인 교육 정책을 교육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현장에 강요하거나, 전임 교육감이나 행정부가 시행해온 교육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엎은 후 대못을 박아버리는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어떤 교육 정책도 절대 선일 수 없으나, 정치가에 의한 교육 통제보다는 전문가에 의한 교육 통제가 실패 가능성이 더 낮다는 점을 유념하여 교육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선거 제도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kcsong@sookmyung.ac.kr>


글 | 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교수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행정 전공으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숙명여대 기획처장 및 교육대학원장,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장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