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자녀교육 방향 ‘공감 능력’
2020-02-20
월드뷰 02 FEBRUAR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3 |
글/ 오광일(월드뷰 미디어팀장)
지난 1월 {아빠의 약속} 코너에서 자녀들에게 믿음의 공적 영역을 가르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을 교회 안에 가두지 말고 세상 밖으로 들고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는 이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무엇이 올바른 성경적 관점인지를 알고 삶의 전 영역에서 그것을 행함으로 입증하는 자녀들로 양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키워나가는 데 실제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이 보는 영상 미디어 속에 프레임이 성경적 관점으로 건전한 것인지를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점검해볼 것을 당부했다.
이번 2월호에서는 경제교육의 측면에서 아빠들이 미래세대인 어린 자녀들에게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시대에 흐름에 따라 어떤 방향성의 교육관을 가지고 양육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8년에 발표한 “인공지능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인간의 직업 50%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그 격차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했다. 허드슨 연구소(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는 2014년에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를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체할 것이고, 2035년이면 인간 일자리의 50% 정도가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질 것이다.”라고 보고했다.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도 2018년에 발표한 인공지능 보고서에서 2027년 무렵에 한국도 인공지능 중심의 사회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UN의 ‘미래보고서 2045’에 의하면 현재 우리가 선망하는 좋은 직업들이 2045년이면 인공지능에 의해 소멸된다고 예측했다.
이렇게 현시대는 기술의 변화가 급격하며 이전 세대들이 겪었던 산업혁명의 변화와는 양상이 완전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런 정보들은 사실 알고 싶지 않다. 생각만 해도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할 방법은 없다.
1939년 존 스타인벡(John Steinback)이 쓴 <분노의 포도>에 트랙터의 발명으로 경작지를 잃는 소작인 조드 일가 이야기가 나온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 자본주의가 대두되던 시기에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 농촌에서 지주들이 소작인들과의 영농계약을 파기하고 자신이 직접 트랙터로 농사를 짓는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처럼 기술발달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모습은 머지않은 미래에 재현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지금의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 컴퓨터와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해서는 안 된다.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올바른 가이드를 해주지 못하는 것도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자녀들이 미래 이 땅에서 일을 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AI 시대에 현명한 자녀교육법 “공감 능력에 주목”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여 현재의 고급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기계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감” 능력이다.
공감(共感, sympathy)은 ‘타인의 상황과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내가 나 자신의 심적 상태를 알기는 쉬운 편이지만 다른 사람이 가진 심적 상태를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리철학에서는 ‘타자 마음의 문제(The Problem of Other Minds)’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을 해결하는 열쇠가 공감에 있다고 말한다. 또한, 발달 심리학자 마틴 호프만(Martin Hoffman)의 공감과 도덕 발달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공감이란 이타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생물학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인간이 도덕 행위자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방대한 지식을 매우 빠른 속도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계가 있다 하더라도 타자(즉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창조물인 인간)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인 공감 능력을 갖는 건 불가능하다. 인공지능 기계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창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AI 기계가 상담 이론과 지식 및 그동안에 쌓인 상담 일지기록들을 모두 학습한다고 해도 인간 마음의 문제를 100%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의 실체가 무엇이냐?’하는 문제는 ‘인간이 무엇이냐?’라는 철학적 질문만큼이나 인류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담론으로 이야기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는 타인을 긍휼히 여길 줄 알고 그들의 필요에 관심을 기울이며 타자 마음의 문제를 이해하고 가능하면 해결책을 간구하는 사람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문제에 공감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감 능력을 갖춘 사람이 AI 시대에 왜 중요할까?
공감 능력이 정말 뛰어난 사람은 단순히 고민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의 끝에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까지 열정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생각이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하여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발명품으로, 새로운 시스템으로, 새로운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나온 수많은 발명품을 생각해 보면, 공감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 타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창의력을 발휘하여 나온 것들이 많다. 그렇게 때문에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공감 능력을 갖춘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고 도움을 주기 위해 창조적인 생각과 실천으로 세상을 선도하며 인공지능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아빠들이여! 당신의 자녀들이 AI 시대에 인공지능 기계에 의해서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창의력을 발휘하여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로 성장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뛰어난 공감 능력을 어떻게 하면 자녀들이 갖춰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유명한 입시 학원 보내는 일보다 더 지혜롭고 의미 있는 자녀교육 방향이다.
공감 능력을 어떻게 키울까?
기독교인에게 위대한 스승은 늘 그렇듯이 참 하나님이시자 동시에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이시다. 예수님께서는 공감 능력의 본을 보여주셨다. 요한복음 11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나사로의 죽음 소식을 가지고 예수님께 한달음에 달려온 마르다 그리고 마리아와의 대화 장면이 나온다. 예수님께서 계셨더라면 자기 오라비 나사로가 죽지 아니하였을 거라고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울고 있던 마리아와 마르다 그리고 그들 곁에 있던 온 유대인들도 우는 것을 보고 예수님께서도 마음 아파하시며 하신 예수님의 행동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성경에서 가장 짧으면서도 강력한 말씀인 “예수님께서 우시더라(Jesus wept)(요 11:35).”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 유한하고 연약함을 아시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우시면서 공감의 본을 보여주신 것이다. 그리고 생명과 부활에 대해서 진리를 선포하시며 죽음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공감 능력의 시작은 예수님처럼 타인의 아픔, 어려움에 대해서 진정성을 가지고 경청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다친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예수님처럼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훈련을 먼저 부부가 그리고 자녀와 함께 실천해 보길 권한다. 우선 부부가 서로 공감하는 능력을 갖춰야 그것을 자녀들에게 흘려 보내줄 수 있다. 오늘날 젊은 부부들 가운데 특별히 크리스천 가정의 부부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부족, 공감의 결핍 등으로 인해서 많은 갈등을 겪고, 이혼과 별거를 하는 위기의 가정들이 많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은 잠시 여러분 가정의 일상생활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기 바란다. 부부가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에 몇 분이나 되는가? 단 10분을 대화하더라도 질적으로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가? 서로의 고민을 공감하고 서로의 신앙을 지적하지 않고 따뜻하게 점검해주며 여러분의 가정이 하나님 보시기에 건강한 가정으로 본이 되는 가정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자녀들에게 공감 능력을 가르치고 키워주기를 원한다면, 우선 부부가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여 주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공감 능력 훈련법: 성경을 통한 가족 대화시간 갖기
자녀들에게 공감 능력을 교육하기 위해서 부부가 먼저 공감과 소통의 본을 보이면서 동시에 자녀들과 공감훈련을 해볼 것을 권장한다. 크리스천 가정으로서 공감훈련을 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는 다름 아닌 성경책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2번 이상은 시간을 내어서 온 가족이 성경을 읽고,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인물들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거창하게 가정예배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좋다. 크리스천 가정에 주신 아주 좋은 교재인 성경책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대화의 물꼬를 열고 자녀들의 생각을 듣고 나누는 시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자녀들은 공감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모가 주도적으로 성경 지식을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성경 말씀에 비추어 일상에 일어난 일들을 나누면서 마음속에 간직했던 이야기들을 나눠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아빠들이 부지런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빠져서 불필요하게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무료하게 게임을 하면서 직장과 사업에서 얻은 피로를 푸는 데에만 자기 합리화하지 말고 아내와 자녀들을 생각해서 성경을 통한 가족대화 시간을 준비하길 권한다. 일주일에 적어도 2번은 일찍 퇴근해서 성경을 통한 가족 대화시간을 꼭 가져 볼 것을 아빠의 약속 코너에서 추천한다. 실천해 보자! 변화의 시작은 일단 시작하는 것에 있다.
<josephoh1611@gmail.com>
글 | 오광일
성균관대학교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교육, 출판업으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월드뷰>에서 미디어팀장으로 일하며 인천사랑침례교회에서 중고등부 설교 사역을 통해 청소년들의 믿음을 세워주는 일을 하고 있다.